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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짧은 휴가를 받았다. 일주일의 꿈같은 방학이 지나면 더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에 소중하게 얻은 시간을 최대한 알차고 효율적으로 쓰려고 계획을 촘촘히 세웠다. 일단 작품 하는 내내 방치된 집안 대청소를 시작으로 수년간 버리지 못한 케케묵은 짐들을 싹 비우고, 전력질주한 한해를 돌아보는 반성과 성찰의 일기를 쓰고 밀린 가계부를 정리하는 한편,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몰아 만나고, 고마운 동료들에게 다정한 손편지를 보내기로 마지막으로는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진지하고 소박한 신년계획을 세울 예정이었다. 진짜로 나는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냥 잤다. 그렇듯 고대하던 황금 휴가를 받아든 즉시, 나는 자고 또 잤다. 그러다 깨면 조금 먹고, 누군가 부르면 그냥 없는 척하고, 쓸데없는 웹 서핑만 하다 다시 잠들고, 또 먹고, 또 누군가 찾아도 그냥 모른 척하고, 넷플릭스만 잔뜩 몰아보다 다시 잠들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실상 아무
추락이 아니야 도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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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마일>의 영화관 데이트 신은 마치 스크린의 전설 로버트 레드퍼드와 시시 스페이섹이 오붓하게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는 정경처럼 보인다. 다른 관객이 포함되지 않은 이 프레임에서 보듯,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포레스트(레드퍼드)와 쥬얼(스페이섹)이 조우하는 장면의 다수를, 한적하고 비현실적으로 연출했다. 두 사람만 두고 휑뎅그렁하게 화면을 비워내고 대화 안에도 넉넉한 여백을 둔 연출은, 관객이 목격하는 대화가 극중 사건인 동시에 두 사람의 스타 페르소나에 관한 코멘트로도 읽히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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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쿠아론은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묶여 ‘스리 아미고’로 불린다. 이들은 단순히 국적으로 묶인 삼총사가 아니라 실제로 영화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고 조언하며 때로 협업까지 하는 동지다. 그러나 <로마>의 시나리오에 관해 쿠아론은 델 토로와 이냐리투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영화만큼은 즉자적 기억과 직관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세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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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루키노 비스콘티 / 출연 더크 보가드, 비오른 안드레센 / 제작연도 1971년
어릴 때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끝까지 채 못 보고 잠든 적이 있다. 자막도 없이 수염 난 백인 할아버지와 이국적인 마을을 무겁게 쫓아다니더니 결국 나의 VCR은 이 영화를 단숨에 뱉어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호텔방에 갇혀 대기하면서 피 말렸던 베니스의 시간들 때문이었는지, 귀국 후 다시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노 작곡가 구스타프(더크 보가드)는 요양차 베니스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마주친 완벽한 미소년 타지오(비오른 안드레센)에게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말 한번 못 걸어보고 소년의 뒤만 쫓아 헤매다 호텔 지배인으로부터 소년의 가족이 그날 오후에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노인은 어설픈 화장으로 치장한 채 소년을 찾지만 노을이 지는 바닷가 저 멀리서 소년의 찬란한 모습을 바라만 보다가 숨을 거둔다는 이야기다.
스토리는 단편영화 분량이지만 글로 표현할
[내 인생의 영화] 채수응 감독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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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대표 유진우(현빈)는 자사가 개발한 증강현실(AR) 기기인 스마트렌즈를 끼고, 수수께끼의 게임개발자 정세주(찬열)가 만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테스트한다. 게임의 가치를 알아본 진우는 재빨리 게임의 특허권리를 사들였다. 라이벌 회사 대표 차형석(박훈)을 게임으로 불러내 유저간 결투를 벌이고 승리까지 했다. 여기부터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기술인지 마법인지 모를 세계로 진입한다. 어찌된 일인지 현실의 차형석이 사망했고, 게임 속 NPC로 되살아나 진우를 공격한 것. 스마트렌즈를 벗어도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Dr.Cha’가 나타나 칼을 휘두른다. 진우는 게임하다 미친 CEO일까, 미친 게임의 CEO일까?
“미친 사람한테도 논리가 있고 미친 세상에도 법칙이 있어.” 살기 위해, 그리고 실종된 세주를 찾기 위해 레벨을 올리는 진우에게 매료되는 한편, 그가 몰두하는 게임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 출시를 앞둔 즈음에선 궁금증이 대폭 늘었다. 애초 스
[TVIEW]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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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나경’의 원조 감독이 세상을 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에서 언더커버(위장잠입경찰) 현수(임시완)가 재호(설경구)에게 자신이 경찰이라고 고백하는 “형, 나 경찰이야” 장면은 그로부터 30년 전 임영동 감독의 <용호풍운>(1987)에서 볼 수 있었다. 언더커버로 활동하던 추(주윤발)가 그와 깊은 우정을 나눴던 조직원 호(이수현)에게 “나도 경찰이야” 하고 고백하는 것. 물론 <용호풍운>에서는 마지막에 경찰의 포위망에 걸려든 뒤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는 점에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리고 현수는 정체가 발각되어 최후를 맞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어쨌건 <용호풍운>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훗날 <저수지의 개들>(1982)을 만들며 ‘거의 베꼈다’고 고백했을 만큼 언더커버 영화의 진정한 원조라 부를 만한 작품이다. &l
[주성철 편집장] 추모 임영동 감독, 변방의 대가들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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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두 시간의 짧은 비행, 기내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설명할 수 없는 의식의 흐름으로 조원선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롤러코스터 음반을 한창 자주 들었을 때는 아이폰도, 아이팟도 아닌 소니의 MD 플레이어 시절이었다. 이름을 검색해 나타난 재생 목록을 비행기 출발 직전 서둘러 내려받았다. <그녀 이야기> <어느 하루> <너에게 보내는 노래> <습관> 등 1집부터 4집까지 수백번은 들었을 음악을 이어서 들으니, 그 노래들을 듣던 20대 시절 만난 사람과 다닌 동네가 어슴푸레 떠올랐다. 그리고 5집 《Triangle》이 나타났다. 조원선의 허밍으로 시작하는 <Triangle>부터 <숨길 수 없어요>와 <아무도 모른다>처럼 이상순의 기타 선율과 지누의 베이스가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어울리는 곡들을 10년 넘는 세월 동안 들었다. 4집까지는 여전히 익숙한데 5집부터는 당시 취향이 바뀌었던
[마감인간의 music] 롤러코스터 《Triangle》, 다시, 지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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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의 레전드,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나는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예전에도 퀸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나는 퀸에 대해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나는 <월간팝송>의 열독자도 아니었다. 나는 ‘전영혁’보다는 ‘황인용’의 애청자였다. <Bohemian Rhapsody>는 금지곡이었다. 퀸은 내한공연을 하지도 않았다. 당시 한국에서 히트를 친 퀸의 노래는 마니아들에 따르면 ‘범작’에 가까운 <Radio Ga Ga>나 <I Want To Break Free> 등이었다.
그럼에도 세운상가를 들락거리며 백판을 수집하던 ‘쿨한 음악광’ 친구들은 퀸을 치켜세웠고, 그 멋진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과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어설픈 감탄사로 맞장구를 치며 맹목적인 퀸 숭배의식에 동참해야 했다.
솔직
퀸이여, 당분간만이라도,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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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마>를 여는 4분여의 도입부는 그 자체로 미니 영화다. 입주 가정부 클레오(얄리트사 아파리시오)가 물청소하는 마당의 포석을 카메라가 오랫동안 지켜보는 숏 위로 크레딧이 깔리는 긴 숏이다. 바닥은 반복해서 밀려드는 물로 찰나의 거울이 되어 창공을 머금고 비행기가 땅으로 임한 조각난 하늘을 건너간다. 알폰소 쿠아론은 그렇게 “이 영화가 당신을 씻어내리도록 그냥 허락하세요”라고 권고한다. 동시에 희로애락이 출렁이는 개인의 삶 바깥에는 언제나 거대한 세계가 초연히 운동하고 있음을 말한다.
12/13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칠드런 오브 맨>(2006)을 마무리한 시점에 생후 9개월부터 본인을 키우고 가족을 돌본 여성 리보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로마>는 감독의 유년기를 재현한 영화지만 일인칭 회고록이 아니다. 깊이 사랑하고 사랑받았지만 어렸기에 그 사랑을 당연시하고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편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사랑,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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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Inside Llewyn Davis / 감독 조엘 코언, 에단 코언 / 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 제작연도 2013년
“익숙한 노래일 거예요. 포크송이 그놈이 그놈이라….” 노래를 마친 르윈 데이비스(주인공)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포크라는 것이 사실 그렇다. 삶의 부침을 이야기하는 것,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넋두리가 가수만 바뀌면서 계속되면 피로감이 인다. 그래서 작정하고 들어줄 친구가 필요하다. 1960년대 초 그리니치빌리지에 모여든 보헤미안들은 공동체적 분위기에서 포크뮤직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그중 선택받은 누군가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인사이드 르윈>은 하룻밤 잘 곳을 찾아 전전하는 빈털터리 포크 가수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임신한 여자친구의 낙태수술 비용을 급히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그건 시작일 뿐, 되는 일이라고는 1도 없는 주인공이 과연 어디까지 망가지는지 쫓아다니며 지켜보는 영화다.
[내 인생의 영화] 남무성 작가의 <인사이드 르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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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요일 밤 10시55분으로 알람을 맞춰두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모 대학 의대 교수 가족과 로스쿨 교수 가족들만 입주할 수 있는 으리으리한 ‘유럽풍’ 빌라 단지에서 누구보다 완벽하게 우아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서진(염정아)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 예서(김혜윤)를 서울 의대에 보내기 위해 수십억원대 몸값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을 고용한다. <위즈>(Weeds) 같은 미국 드라마였다면 한서진은 마리화나를 팔아서라도 자녀의 입시 비용을 치렀겠지만 일단 여기는 한국이기에 시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어 목돈을 받아낸다. 물론 학력고사 전국 수석. 자랑스러운 서울 의대 졸업생. 2대째 의사 가문 계승에 빛나는 남편 강준상(정준호)은 모른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강준상만 그런 것은 아니다. 캐슬에 사는 남편들은 대체로 그렇다. ‘잘난 나’의 아이가 공부 잘하는 건 당연하지만 바뀐 입시제도에 대해서
[TVIEW] <SKY 캐슬>, 사교육이라는 이름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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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해마다 정해진 포맷이 있다. 가장 중요한 일정은 새해에 맞춰 신작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올해도 2019년에 만나게 될 9편의 영화와 감독 인터뷰를 싣는다. 물론 9편으로 끝이 아니다. 다음호, 그다음 호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신작 감독들과 만날 예정이다. 더 많은 작품들과 만나고 싶어서 그 신작들의 숫자가 어디까지 이를지 아직 확정한 바도 없다. 사정상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2019년도 꽤 풍성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취재기자들 모두 바빴다. 크리스마스이브에만 시간이 되는 감독도 있었고, 고된 지방 촬영 끝에 딱 하루 낸 휴가를 인터뷰에 할애해준 감독도 있었으며, 부득이하게 시간 약속을 수차례 변경하면서 전화 인터뷰로 응한 감독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보다 그들이 더 바쁘고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추운 겨울, 연말연시를 잊고 촬영장과 편집실에서 저마다 분투 중인 가운데 귀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준 감독들에게
[주성철 편집장] 2019년, 한국영화 신작들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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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래미의 가장 두드러지는 화두는 본상 후보 중 여성의 비율이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는 ‘올해의 레코드’ ,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를 합해 로드와 줄리아 마이클스만 후보에 올랐지만 올해는 카디 비,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저넬 모네이 등 여성 뮤지션 비율이 대폭 상승했다. 신인상의 경우 지난해에도 3명의 여성이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올해엔 총 8명 중 6명이 여성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올해 그래미 성향을 분석한 기사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 “여성후보들이 돌아왔다.”
그래미는 올해 논란과 진통을 겪었다. 대표 닐 포트나우가 여성 뮤지션들의 수상 비율이 적다는 질문에 여성들이 “분발해야 한다”(Step Up)는 발언을 해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이후 ‘다양성과 포용’ 특별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 위원회의 결의로 새로운 투표인단 900명이 충원됐다. 이들은 ‘여성’, ‘유색인종’, ‘39살 이하’ 세 가지 중 하나의 조건을 만족시킨다. 후보 투표
[마감인간의 music] 브랜디 칼라일 <The Joke>, 그래미의 스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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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한 강의가 끝난 후에 한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딸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중년의 여성들이 하는 질문은 대체로 남편이나 자식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조금 아쉬웠다. 가족 말고 자신이 보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지는데. 그런데 이분이 궁금해한 것은 딸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딸이 만나고 있는 세계에 대한 거였다.
극장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딸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했다. 입장하는 손님에게 음료수는 반입하면 안 된다는 안내를 하자 눈앞에서 음료수를 바닥에 부어버려 그 바닥을 닦고 왔다고…. 딸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분하고 속상한 한편 딸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까짓 시급 때문에 왜 네가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니? 우리 집이 네가 그런 일을 당하면서 돈을 벌어야 할 정도는 아니잖아, 당장 그만두라”고 했더니 딸은 더 서럽게 울더라며,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한탄하면서도 귀하게 키운 딸이 왜 그럴 때
사랑의 감각이 변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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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 출연 로빈 윌리엄스, 샐리 필드 / 제작년도 1993년
나에게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대는 ‘아침’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아침은 전쟁일 것이다. 이른 시간대에 회의가 있는 날에는 아침이 더 정신없다. 거의 1분마다 아이에게 “빨리 좀 해. 엄마 바쁘거든!” 하고 채근하며 집을 나선다. 부랴부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놓고 뒤돌아설 때, 가끔 아이가 “엄마 미안해” 하며 인사를 대신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멈칫하다가 무뚝뚝하게 “들어가” 해버리고는 돌아선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아이가 남긴 “엄마 미안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채근하는 내 잘못이었나. 아니야, 일찍 회의하자고 한 사람들 잘못이야. 아니지, 그 사람도 그 사람 사정이 있겠지. 그러면 빨리빨리 하지 않는 애 잘못인가. 글쎄…. 그래도 오늘은 제법 빨리 했는데. 그러면 내 잘못인가.’ 이런 답도 없는 고민을 하루종
[내 인생의 영화] 명소희 감독의 <미세스 다웃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