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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안 그래요?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 영화, 책, 요리. 전부 준비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당신이 좋아할,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것이죠. 천국이 따로 있을까요? 당신에게 맞추어진 세상.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아는 우리가 마련한 그대의 기호와 취향. 어때요? 파라다이스 크루즈.”
김씨는 반신반의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결합한 최초의 개인 맞춤형 여행 상품은 새로운 차원의 것이었다. 일단 가격부터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김씨는 의구심이 생겼다. 모든 게 완벽하다니 말이 돼?
‘광고 문구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침실 호수의 숫자조차 내가 좋아하는 숫자로 고려되었고, 식사는 내 입맛에 딱 맞았으며, 유람선에서의 파티나 여가 활동 역시 나랑 잘 어울릴 수 있는 취향과 성격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미리 동선이 짜여 있었다. 직원들과도 얼굴 붉힐 일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았다.’ 이 맞춤 상품은 그동안
천국보다 낯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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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이하 <더 페이버릿>)의 역사적 배경은 스페인 왕위계승을 둘러싼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전쟁은 ‘소문’으로만 존재한다. 카메라는 러닝타임 대부분을 앤 여왕의 궁정 실내에 머무른다. 광각렌즈, 어안렌즈를 서슴없이 쓰는 카메라는, 인물을 내리누르고 있는 천장을 프레임에 담는다. 전작 <킬링 디어>(2017)에서도 구사했던 낮은 앵글이 한층 노골적으로 강조된다. 게다가 <더 페이버릿>의 천장은 디자인이 화려하고 층고가 높아 위압적이다. 흔히 낮은 앵글 숏은 <시민 케인>이 보여주었듯 인물에 위엄을 더해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더 페이버릿>의 그것은 배우를 불안하고 기괴하게 잡는다. 어디로 가든 프레임 위쪽에 드리워져 있는 천장은, 이전투구를 벌이는 권력자들을 왜소하고 무상하게 표현한다.
01/22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의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에는 다음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회자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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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변영주 / 출연 나눔의 집 할머니, 이용수 / 제작연도 1995년
대학교 2학년 때였던 거 같다. 당시 활동하던 동아리에서 통일 문제를 두고 의견들이 오가던 중, 선배들이 주한미군 범죄 사진전을 열자고 했다. 주한미군에 의한 범죄를 근절하고 불합리했던 한미주둔군 지위 협정에 문제를 제기하자는 취지였다. 전시물 중에는 미군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기지촌 여성 윤금이씨의 살해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었다. 전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내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가 격분해 찾아와서는 당장 사진을 철거하라고 했다. 당시에는 그가 왜 그렇게 분개하는지,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후 페미니즘을 만나고 나서야 그가 분노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재현의 윤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던 것이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고통을 이용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 고통을 전시하는 것은 의도와 달리 오히려 정반대의 화학작용을 일으키기도
[내 인생의 영화] 강유가람 감독의 <낮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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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거의 모든 이야기는 남자의 것이고, 그중에서도 멍청하고 혈기 왕성한 10대의 성장담은 사내아이들의 전유물이다. 식욕과 성욕이 넘쳐나고, 숨 쉬듯 욕설을 내뱉으며, 생각 없이 덜컥 사고를 치고, 무엇보다 ‘예쁘지 않은’ 여자아이들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넷플릭스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데리에 있다고 한다.
영화 <블러디 선데이>(2002)로부터 20년이 넘게 흐른 1990년대, 데리의 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다. 등굣길 다리 위에는 폭탄이 놓여 있고, 거리에는 늘 무장한 군인들이 서성이며, 피크닉을 떠난 가족의 차에는 탈주자가 숨어든다. 그러나 16살 에린(시얼샤-모니카 잭슨)과 친구들에겐 그게 문제가 아니다. 매사에 엄격하고 진지하면서도 괴팍한 어른들의 통제하에 살아가느라 돌아버릴 것 같은 소녀 넷, 그리고 정치적 이유로 가톨릭 여학교의 유일한 남학생이 된 잉글랜드 출신의 소년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특별한 무언가를 고대하며 끊임없이 소동을 일으킨다. 이
[TVIEW] <데리 걸스>, 10대 성장물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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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역대 한국 멜로영화 흥행 순위’, ‘역대 한국 코미디영화 흥행 순위’,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순위’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사나 보도자료를 보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정 영화에 대해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를 작성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이슈화하기 위한 것일 뿐 사실상 그런 공식 집계는 없다. 독자 입장에서도 순간적으로 ‘아 그렇구나’ 할 뿐이다. 역대 음식영화 흥행 순위, 역대 아웃도어영화 흥행 순위 등 작정하고 장르를 세분화하기로 마음먹으면 세상의 많은 영화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흥행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아무튼 기존의 기사들을 훑어보면 현재 한국 멜로영화 흥행 순위 1위는 665만 관객을 동원한 <늑대소년>(2012)이고, 한국 공포영화 흥행 순위 1위는 315만 관객을 동원한 <장화, 홍련>(2003)이다. 그런 관점에서 <늑대소년>이 411만 관객의 <건축학개론>(2012)을 제치고 역대 한국 멜로영화 흥행 1위로 올라섰
[주성철 편집장] 한국 코미디영화의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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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힙합/팝을 돌아볼 때 래퍼 주스 월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98년생인 그는 2018년 들어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그의 두 번째 싱글 《Lucid Dreams》는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까지 올랐다. 현재 유튜브에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2억8천만회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당황할지도 모른다. 도무지 ‘훌륭한’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 노래는 지금껏 다른 뮤지션에 의해 수없이 샘플링된 스팅의 노래를 다시 샘플링했다. 별다른 독창성 없이 게으른 방식으로 또 사용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주스 월드의 랩 기술과 표현력 역시 평범하기만 하다. 물론 흥행과 완성도는 별개일 때가 많다. 하지만 훌륭함은 곧 매력과 연결되거늘, 이 노래는 모든 것이 평범하기만 하다. 2만9천원 주고 산 LP를 들으며 생각한다. 어째서 이 노래는 몇억명 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을까. 이리 뻔하고 평범한 노래가. 그러다가 문득 ‘공감’이나 ‘감성’
[마감인간의 music] 주스 월드 《Lucid Dreams》, 새로운 세대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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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나는 동네에 처음 생긴 서예학원의 첫 수강생으로 등록했다. 상가에 막 들어선 학원을 구경하다 부드러운 화선지와 향긋한 먹 냄새에 취해 서예가 뭔지도 모른 채 엄마를 졸라 학원에 등록한 터였다. 의자에 무릎을 꿇고 올라서야만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어렸던 나는, 그래서 실수로 벼루도 종종 깨먹고, 먹물도 자주 쏟아 책상도 망쳐놓았지만, 느긋하고 인자하신 선생님 덕분에 꾸준히 즐겁게 서예를 배울 수 있었다. 그 후 몇년간 나는 그 학원의 최장수, 최연소 우등생으로 활약했다. 제일 먼저 등록해 쭉 개근한 터라 진도가 제일 빨랐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평범하고 별 볼일 없던 내가 오직 열정과 근성으로 성취한 영광의 자리를 나는 꽤 자랑스러워했다. 몸살로 열이 펄펄 끓는 날에도 나는 부득불 서예학원만은 가겠다고 떼를 썼다. 마음을 고요하게 가다듬고 오직 붓 끝에 집중하다 보면 아픈 것도 잊었고, 모든 복잡한 걱정에서 벗어나 그저 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서예를 진심으
그 사랑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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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줄라(요안나 쿨리크)와 음악가 빅토르(토마시 코트)는 1949년 폴란드의 민중음악을 발굴하고 공연하는 악단에서 만난다. 둘의 사랑은 빅토르의 서방 망명에 줄라가 동행하지 않은 다음에도 재회와 이별을 거듭하며 그치지 않는다. 한쪽이 다른 이와 결혼해도, 큰 실망을 주고받아도 둘의 사랑은 마치 삶 자체인 양 질기게 지속된다. 그러나 <콜드 워>는 철의 장벽이 만든 안타까운 순애보가 아니다. 서방 사회와 그 안의 생활 역시 둘을 회의에 빠뜨린다. 줄라와 빅토르의 사랑은 성적 매혹과 예술적 동경에서 출발해 단절이 부추긴 갈망과 헌신, 동지적 비판, 환멸을 거쳐 더 멀리 간다. 막상 파리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줄라와 빅토르는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것은 서로를 명분으로 자기를 유지한, 그러니까 냉전 같은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01/16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는 동생 미라이의 탄생으로 가족의 제1 관심사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칠드런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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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토마스 얀 / 출연 틸 슈바이거, 얀 요제프 리페르스 / 제작연도 1997년
때는 2000년, 대학 입시에 실패한 나는 방황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한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공부는 하기 싫었으며, 미래는 막연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던 내가 택할 수 있는 건 방구석에 틀어박혀 하루에 서너편, 많게는 대여섯편씩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나의 인생 영화를 만나게 됐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다. 잠이 오지 않던 새벽, 우연히 비디오데크에 넣은 이 영화는 내게 완벽한 몰입의 경험을 선사했다. 죽음을 앞둔 남자로 분한 틸 슈바이거의 연기도 굉장했고, 시한부 삶이라는 뻔한 소재로 이토록 재미있는 영화를 연출한 토마스 얀 감독의 솜씨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장면은 엔딩 신이다. 그저 바다를 보고 싶었던 두명의 불치병 환자, 마틴(틸 슈바이거)과 루디(얀 요제프 리페르스)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해변에
[내 인생의 영화] 정병길 감독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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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속도가 시속 12km는 됨직한 조선형 좀비는 굶주림을 동력으로 달린다. 조선인들이 좀비라는 말을 쓸 리가 없으니 이를 어떻게 부르는지도 궁금했다. 의녀 서비(배두나)는 동래 지율헌에서 벌어진 참상을 왕세자 창(주지훈)에게 전한다. “죽은 사람들이 괴물이 되어서 살아났습니다.” 처음 ‘괴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전, 서비는 사람이었으되 더는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기이한 존재를 뭐라고 설명할지 생각하듯 잠깐의 사이를 둔다. 전염과 변이의 습성이 알려지면서 괴물은 ‘귀신들린 역병’이나 ‘역병 환자’ 등으로 파악된다. 누군가에겐 아직 ‘왕’이어야 하고, 여전히 ‘아들’이며 ‘양반’ 취급을 받기도 한다. <킹덤>이 그린 조선의 좀비다.
조선시대 배경에 좀비를 이식하듯, 플랫폼의 형식에 맞는 극본을 기대했다. 인용한 서비의 대사는 외국어로 번역해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 신체 언어를 덧입힌 경우지만 전반적으로 아무 정보가 더해지지 않는 불필요한 대사가 많다. 좀비 떼를 막
[TVIEW] <킹덤>, 조선시대의 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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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특집의 주인공은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이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주지훈)가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좀비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들은 괴물이라 불리는데, 일단 시즌1을 본 소감은 이렇게 궁금증만 잔뜩 안기고 6회로 종료해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더 구체적으로 쓰기는 곤란한데, 아무튼 모든 캐릭터에게 비밀을 하나씩 심어두고, 좀비 장르 자체에 대한 반전까지 숨겨둔 채 시즌1을 마무리했다.
한 시즌이 20회가 넘는 미국 드라마에 익숙해 있다 보니 나 같은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적인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만 해도 회당 평균 제작비가 100억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다른 인기 미국 드라마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제작비가 상승했
[주성철 편집장] <킹덤> 특집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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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기억으로 남을 때가 있다. 기술적인 의미나 연주자의 유명세와는 다른 결로, 꽤 길게 말이다. 으레 기억이라 하면 친한 사람들과 나눈 경험 혹은 혼자 오래 반복해 듣고 남은 감정이다.
2019년 1월 어느 토요일에 소소한 집들이에 갔다. 선물로 가져간 위스키병을 새로 딴 후, 올해 결혼하기로 한 친구들이 왔다. ‘남’이 튼 음악들이 이야기와 섞여 안주가 되었다. 그중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가 있었다. 2016년에 나온 싱글 앨범 《K.》와 같은 제목의 노래였다. 밴드의 프런트맨 그렉 곤살레즈의 소년 같은 목소리와 앰비언트와 슈게이징이 섞인 연주가 어울렸다. 그에게 음악은 일기 같은 것이라고 했던 문장을 어디선가 보았다. 삶이란 국적과 시대가 달라도 엇비슷한 면이 있다. 자신과 친구들의 고민, 사랑과 삶, 가끔 선명한 기억일 수도 때로는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그런 노래가 차곡차곡 쌓여서 첫 번째 정규 음반이 되었다. 음반 제목은 밴드 이름과 같은 《Cigarettes Afte
[마감인간의 music] 시가레츠 애프터 섹스 《Cigarettes After Sex》, 기억으로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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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미언 셔젤 / 출연 마일스 텔러, J. K. 시먼스 / 제작연도 2014년
지금보다 더 어릴 적,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처음으로 드럼을 배웠고, 선생님과 일주일에 5일 이상 연습실에서 살았던 것 같다. 처음 배웠던 드럼은 나를 흥분시켰고 하면 할수록 더 배울 게 많다는 점이 나에겐 행복이었다. 연습실에서 몇 시간씩 연습하다 쉴 때면 가끔 방음부스에서 드럼 소리가 새어나왔는데, 그 새어나오는 드럼의 강렬한 킥 소리를 듣고 있는 것조차 좋았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였다. 그렇게 항상 시간이 날 때면 연습실에 들렀고, 드럼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사정이 생겨 더이상 연습실에 갈 수 없게 됐고, 드럼을 이전만큼 자주 못 쳐 아쉬워할 때쯤 영화 <위플래쉬>가 개봉한다는 소리에 극장으로 바로 달려갔다.
누구에게나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영화가 있다. 나에겐 <위
[내 인생의 영화] 성유빈 배우의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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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문학의 세계시장 진출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를 진행하는 해외 연구자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노벨 문학상에 대한 한국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을 언급하며 아주 기본적인 그러나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자동적으로 ‘국위 선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국위 선양은 아마도 스포츠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선수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고 그 유니폼에는 국기가 새겨져 있다. 관중의 환호성과 선수들의 질주하는 몸이 하나가 돼 고양되는 열광과 승패의 드라마는 국위 선양이라는 진부한 말에 생생한 육체성을 부여한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해외 한국문화원,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기관들을 통해 한국의 문화예술을 해외에 소개하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기조를 단순히 후발주자의 과도한 인정욕망의 발로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문화 선진국인 프랑스도 문화부 산하의 국립도서센터(Centre national du
세상 구석들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