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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 개소 1주년을 맞아 특별 대담을 실었다. 지난 1년을 회고한 든든의 센터장 임순례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상담 담당 한유림 전문위원, 예방 교육을 진행해온 한미라 강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공교롭게도 이번호에는 관련 기사가 많다. 김기덕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되자 영화제측에 개막작 선정 취소를 요구한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김기덕 감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취재 기사, <씨네21>이 영화계 미투(#MeToo) 제보를 받기 위해 개설한 계정(metoo@cine21.com)에 도착한 배우 정요한에 대한 미투 기사가 그것이다.
그외에도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이 최근 총회를 열어 지난해 발표한 성폭력 관련 감독의 징계에 관한 내규에 이어 ‘성적 괴롭힘이 없는 영화제작 환경 조성을 위하여’ 만든 행동 강령을
[주성철 편집장]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1주년, 그리고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중·지·신’ 행동 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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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은 막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겨울 끝자락의 꽤 괜찮은 하루였다. 한낮에는 매주 참여하는 팟캐스트 공개방송 일정이 있었다. 방송을 진행한 장소는 망원동에 새로 문을 연 편집매장 ‘썸원라이프’(Someone Life).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싱어송라이터 서사무엘이 걸어 들어왔다. 김강민 디렉터가 서사무엘의 스타일리스트로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들른 것이다. 매장 바닥, 즉 객석에 앉아 있던 그를 즉흥적으로 방송에 초대했다. 전날 막 새 싱글을 냈다는 그는 3월에 열릴 콘서트를 준비하며 즐겁게 지낸다고 했다. 싱글 음반 제목은 《I Hate Holidays》(2019)였다.
재즈 색이 듬뿍 묻은 지난 음반 《UNITY》를 열성적으로 들었다. 팟캐스트 녹음을 마친 오후 어정쩡한 시간, 생경한 동네 한복판에 있으려니 사무실로 들어가서 밀린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조금 낯선 망원동 주택가를 나와서 느리게 걸으며 ‘주말이 싫다’는 가사를 만끽했다. 서사무엘의 음색과 작곡 능력을
[마감인간의 music] 서사무엘 《I Hate Holidays》, 쉬는 날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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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세계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악’으로 상처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흔한 방법 중 하나다. 더 최악의 세계를 묘사하는 덜 흔한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악에 물들고 심지어 거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가버나움>은 최악의 세계 중에서도 최악을 보여준다. 이 세계가 최악 중 최악인 이유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악을 별생각 없이 흉내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은 없다. 어른들처럼 마약을 팔고 인신매매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레바논에 사는 12살 자인(자인 알 라피아)이다. 자인의 부모는 11살짜리 딸을 성인 남자에게 팔아넘겼다. 어린 나이에 임신한 자인의 여동생은 끝내 병원에서 사망한다. 분노한 자인은 사내를 칼로 찌르고 범죄자로 전락한다. 법정에 선 자인은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끔찍한
그 누구도 고상함을 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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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 여자의 역학 관계로 굴러간다는 점에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기억에서 불러내는 영화는 <이브의 모든 것>(1950)과 <외침과 속삭임>(1972)을 꼽을 수 있다. 코스튬 드라마 가운데에는 역시 18세기가 배경인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1975)이 으뜸이다. 자연광과 촛불만 이용한 조명, 클래식 음악의 전면적 사용, 격식 차린 서슬 퍼런 대사와 건조한 유머가 50년을 뛰어넘어 두 영화를 잇는다. 또한 2부 구성의 <배리 린든>은 아일랜드 청년 레드먼드 배리(라이언 오닐)의 극적인 신분 상승을 1부로, 전락의 과정을 2부로 다루는데, 상승과 하강의 궤적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교차하는 애비게일(에마 스톤)과 사라(레이첼 바이스)의 운명에 견줄 만하다.
02/10
<조지 왕의 광기>(1994)까지 갈 것도 없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오! 나의 여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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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배리 레빈슨 / 출연 로빈 윌리엄스, 포레스트 휘태커 / 제작연도 1987년
때는 2016년 9월 2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처음 전파를 타는 날이었다. 지난 몇달간 걱정한 것과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했는데 문제는 방송이 끝나기 10초 전에 발생했다. “지금까지 김어준이었습니다, 안녕!!!” ‘내가 잘못 들었나?’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안녕히 계십시오’가 아니라 ‘안녕’이라니! 문자 게시판이 들끓었다. 청취자에게 웬 반말이냐, 건방지다, 불쾌하다, 무례하다 등등. 사내 반응도 싸늘했다. “파격도 좋지만 ‘안녕’이 뭐야 ‘안녕’이.” “팟캐스트처럼 진행할 거야? 당장 존댓말로 하라 그래!” 하지만 ‘그분’은 이 모든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튿날도 그다음날도 계속해서 그놈의 ‘안녕’을 외쳐댔다. 오 마이 갓! 그 순간 떠오른 영화가 바로 <굿모닝 베트남>이다.
1965년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애드리안 크로너(로빈 윌리엄스)는
[내 인생의 영화] 이윤정 tbs 라디오 작가의 <굿모닝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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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쇼미더머니>의 숨 막히는 허세 대결을 감당하지 못해 채널 돌리기를 수차례, 다시는 랩 경연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인생은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는 신일숙 작가님의 말씀대로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힙합은 넥타이 풀어헤쳐야지”, “우린 다 자퇴했어!”, “힙합, 네가 이해하기엔 살짝 어려워” 따위 근본 없는 맨스플레인에 눈썹 하나 까딱 않고 호방한 웃음으로 좌중을 압도한 이영지와 “너 랩 잘해? 나보다 잘해?”라는 도발에 “네 거 안 들어봐서 모르겠어”라고 쿨하게 응수한 하선호에게 반해 Mnet <고등래퍼3>를 보게 될 줄이야.
‘내가 최고’라는 표정을 애써 유지한 채 서로 견제하면서도 혼자인 것보다는 친구가 생기길 은근히 바라고, 실력자에 대한 동경과 선망을 뜨겁게 드러내는 10대가 32명이나 모인 그림은 어딘가 <짱>이나 <니나잘해> 같은 학원 만화의 인트로처럼 보인다. 멋지게 자
[TVIEW] <고등래퍼3>, 진심과 허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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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코미디다. 이번호 특집은 무려 1500만 관객을 돌파하며(여전히 상영 중이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역대 2위에 오른 <극한직업>의 흥행 분석에 이어, 지난 20년간 범람과 쇠퇴를 거듭한 한국 코미디영화 총정리다. 매해 흥행 1위 한국영화와 한국 코미디영화를 따로 표기하고, 그해 최고의 코미디 배우와 최고의 신스틸러도 뽑았다. 놀랍게도 2002년 <가문의 영광>이 505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이자 코미디영화가 된 사실도 확인할 수 있고, 2005년과 2015년에 각각 800만과 1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 흥행 한국영화로 기록된 <웰컴 투 동막골>과 <베테랑>도 코미디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건 아닌지 궁금증도 생길 것이다. 참고로 2005년과 2015년의 한국 코미디영화 최고 흥행작은 각각 563만 관객을 모은 <가문의 위기: 가문의 영광2>와 387만 관객이 든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주성철 편집장] 한국 코미디영화 특집에 부쳐, 그리고 배우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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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y A Friend》가 처음 나왔을 때 ‘이런 곡이 될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해 웬만큼 실험적인 곡들엔 익숙해졌는데도 휑할 정도의 심플함과 섬뜩한 가사를 팝 장르 아티스트가 들고 나오니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빌리 아일리시는 최근 실험적 방향으로 음악 노선을 틀었지만 《Bury A Friend》는 그중에서도 가장 멀리까지 나갔다. 빌보드 성적을 보면 이 노래가 얼마나 대중성이 결여돼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Bury A Friend》는 라디오를 기준으로 집계되는 ‘라디오 송스’, ‘팝 송스’ 차트에서 순위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라디오 선곡은 러닝타임, 멜로디 훅, 보컬 유무 등을 민감하게 따지기 때문에 비교적 보수적인 대중성 지표에 해당한다. 그 기준으로 볼 때 《Bury A Friend》는 낙제에 가까운 성적이다. 그런데도 《Bury A Friend》는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곡 중 하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
[마감인간의 music] 빌리 아일리시 《Bury A Friend》, 디지털 화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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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별생각 없이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다가 자세를 고쳐 앉은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JTBC 드라마 <SKY 캐슬> 얘기다. 드라마의 중심에 있던 명주(김정난)는 겨울밤 비틀거리며 집을 나와 호화로운 주택지구 한가운데 꾸며진 눈 덮인 연못 옆에서 장총으로 자살한다. <SKY 캐슬> 1회는 이 ‘역대급’ 엔딩으로 즉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파국을 다루는 태도였다. 그동안 다른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감춰둔 비밀이 밝혀지는 건 곧 파국을 의미했다. 하지만 <SKY 캐슬>에서는 다르다. 등장인물들은 잠시 주춤할 뿐 곧 태세를 정비한다. 범죄, 죽음, 광기가 도처에 널려 있고, 이 모든 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죽음조차 이들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명주의 자살은 우울과 무기력으로 삶을 멈추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살해하는 행위로 매우 스펙터클하게 묘사되었다. 죽음은 슬픔이 아니라 불안을 불러온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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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사카의 대학생 아사코(가라타 에리카)는 <자아와 타자들>이라는 사진전에서 마주친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바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처럼 사라지고 2년 후 도쿄에서 생활하던 아사코는 바쿠와 똑같은 외모, 판이한 성격을 가진 회사원 료헤이(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발견한다. <아사코>에서 바쿠와의 연애를 그린 초반은 순정만화 같은 컷으로 이뤄져 있다. 둘은 만나자마자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입을 맞추고,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시트를 뒤집어쓴 채 키스한다. 하마구치 류스케가 그리는 연애의 정경은 너무도 환상적인 나머지 상투성을 넘어 기묘한 불안을 자아낸다. 세월이 흘러 돌연 과거가 살아 돌아왔을 때 아사코는 근본적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것은 두개의 사랑인가, 하나의 사랑인가? 과거의 아사코와 현재의 아사코는 같은 사람인가?
02/06
2019 시상식 시즌에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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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켄 로치 / 출연 폴 브래니건, 존 헨쇼 / 제작연도 2012년
켄 로치 감독의 모든 영화를 사랑한다. 역사물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작품이 하나의 긴 변주곡 같다. 가난한 소년과 야생 매의 우정을 다룬 <케스>(1969)로 시작해 영국 사회복지제도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꼰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에 이르기까지 켄 로치는 일관되게 노동계급의 애환과 연대를 통한 희망을 그려왔다.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이 유사한 주제와 플롯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양한 소재, 디테일한 묘사와 개성 있는 해학이 각각의 이야기에 설득력과 존재 이유를 부여한다. 마니아로서 그중 한편을 꼽는 것은 쉽지 않은데, 누구든 재미있게 보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인 것 같다.
국내 개봉 시 이례적으로 우리말 제목 앞에 원제(‘The Angels’ Share’)가 나란히 적힌
[내 인생의 영화] 밴드 9와 숫자들의 9(송재경)의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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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스캔들에 휘말렸던 톱스타 오윤서(유인나)는 무혐의 처분을 받고도 잠정 은퇴 상태로 2년을 보내야 했다. 유명 드라마 작가의 차기작으로 복귀 계획을 세우지만, 작가는 캐스팅에 조건을 붙였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3개월간 현장실습을 할 것.’ 변호사 권정록(이동욱) 쪽에선 로펌 대표의 압력으로 떠맡게 된 연예인 비서가 달갑지 않다. 첫날부터 지각을 한 데다 복사 용지도 줍지 못할 정도로 꽉 끼는 원피스를 입고, 전화 내선 연결도 하지 못하니 당연히 일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으로 판단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여성 톱스타가 나오는 드라마들이 숱하게 반복한 해프닝이다. tvN <진심이 닿다>는 여기에 짧은 부연을 더한다. “누가 비서인 줄 알고 왔어? 알았으면 나도 이렇게 안 입었지.” 어떤 역할로 ‘현장실습’을 하는지 알지 못했던 윤서는 대중이 기대하는 ‘여배우’ 차림을 했고, 15년간 스케줄 관리를 맡긴 매니저가 데려다준 시간에 로펌에 도착했다. 일종의 업무 전달 착오다.
[TVIEW] <진심이 닿다>, 착실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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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 실업자예요.” 한 영화의 DVD/블루레이 음성해설 녹음은 극장 상영이 종료되고 대략 3~4개월 뒤에 감독, 배우, 스탭이 모여 진행하기 마련이다. 2008년 1월 10일 개봉해 400만 관객을 모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DVD에서 임순례 감독과 배우 문소리, 김정은, 이렇게 세 사람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듣다가 영화의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생순>에 핸드볼 선수로 출연한 여배우 모두 (음성해설을 녹음하는 바로 그 시점에)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고백에 충격을 받은 적 있다. 영화에서 효명건설 핸드볼팀은 핸드볼 큰잔치에서 우승하고도 해체되는 것으로 나오는데(해체와 동시에 직원 신분을 유지하며 일반 사원으로 남는 상황인데, 문소리 배우가 연기한 미숙이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적막을 깨며 ‘정직원인지 계약직인지’ 확인하는 ‘웃픈’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는 해체되지 않고 더 나은 팀에 인수됐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핸드
[주성철 편집장] 여성배우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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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장소는 레코드 가게. 주인이 직원에게 귓속말로 얘기한다. “지금부터 베타 밴드의 음반 5장 팔 거야.” 그러고는 음악을 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묻는다. “이거 누구죠?” 주인이 대답한다. “베타 밴드요.” 영화를 본 독자라면 감 잡았을 것이다. 맞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의 신 중 하나다. 음악 팬들에게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끊임없이 회자되는 영화 텍스트다. 그들의 ‘덕후력’에 동질감을 느낀 동시에 감탄했던 사람,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거다. 레코드숍 사장을 연기한 존 쿠색은 실제 음악광이기도 한데 당시 베타 밴드의 음악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한다. 잭 블랙은 말할 것도 없다. 조연이 주연 잡아먹은 영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꽤 많을 정도니까. 어쨌든 바로 그 앨범, 베타 밴드의 《The Three E.P.’s》 (1998)는 한동안 구하기 어려운 레어템이었다. 영화 개봉 이후 판매량이 5배 이상 늘어나는
[마감인간의 music] 베타 밴드 《The Three E.P.’s》, 역사는 새롭게 쓰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