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마다 아파트로 간다.
최종마감이 끝나는 날 새벽이면 승용차를 운전해 퇴근한다. 자유로를 달려, 40분 만에 도착하는 아파트 주위는 그저 음산하다. 주차할 곳을 찾는다. 일단 지하주차장은 피한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다. 그 음침하고 드넓은 공간에서 쿵쿵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의 여운이 싫다. 어떻게든 지상에 대려고 돌고돌지만 쉽지 않다. 결국 지하로 내려간다. 역시 빼곡하다. 단 하나의 자리도 없다. 숨이 막혀온다.
새벽에 ‘맨 정신으로’ 아파트에 들어갈 땐 약간의 긴장이 요구된다. 14년 전 복도식 아파트에 처음 살 땐 더욱 그랬다. 내가 사는 곳은 8층의 맨 구석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다섯집의 창문을 지나가야 했다. 중간에 통로 하나도 거쳐야 하는데, 가끔 정체 불명의 남자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좁은 복도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겁이 났다. 알고보니 우유 배달부였다. 그곳에 10년 살면서 세명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한명은 여중생이었고, 또 한명은
[에디토리얼] 무서운 아파트
-
해운대 해변 같았다.
지난 주말 어느 멀티플렉스에서 경험한 영화 <해운대>의 관람 풍경이다. 살짝 해수욕장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시간대마다 매진이었는데,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많았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렸지만 참아줄 만했다. 문제는 영화가 중간쯤 지나서부터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들이 줄줄이 들락날락거렸다. 팝콘과 함께 거대한 크기의 찬 콜라를 마셨으니 요의를 느끼는 게 당연했다. 콜라를 마시지 않은 우리집 꼬마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제때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됐고, 나 역시 결국 밖으로 나가 두리번거려야 했다. 영화가 끝날 때는 엔딩 크레딧이 오르자마자 왁자지껄 퇴장이 시작됐다. 사람들의 에티켓만을 따질 순 없다. 멀티플렉스 문화가 원래 그렇다.
광화문에 위치한 씨네큐브는 정반대다. 가끔 이 극장에 갈 때마다 낯설다. 일단 상영시간 직전에 입장하면 내부가 너무 밝다. 불이 환해 무슨 세미나 행사장에 온 듯하여 어색하다. 그동안 어둠에 너무 익
[에디토리얼] 몇가지 이별
-
앗, 저 사람이 누구더라?
<바더 마인호프>의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원작자 이름에서 눈길이 멎었다. 슈테판 아우스트. 어디선가 들어본 게 틀림없었다. 기억이 불쑥 떠오르진 않았다. 그냥 유명한 작가이겠거니 하고 넘기려는데 불현듯 7년 전 일이 머리를 쳤다. ‘맞다. <슈피겔> 편집국장이다.’ 2002년 1월,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거대 미디어 그룹 슈피겔 본사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고교졸업장과 운전면허증이 내가 가진 자격증의 전부”라고 했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었다. 관련 자료를 뒤져보니, 그는 <바더 마인호프>에 등장하는 울리케 마인호프와 함께 리버럴 좌파 잡지였던 <콩크레트>에 근무했다고 한다. 그 경험으로 1985년 <신화의 시간>이라는 소설을 썼고, 한참 뒤 울리 에델 감독이 이를 영화화했다. 머나먼 이국땅 영화가 크레딧 한방으로 친숙해지는 기분이었다.
영화에서 여성 언론인 마인호프는 적군파 혁명가로 투신한다. 백화
[에디토리얼] 폭력의 역사
-
“아해가야하다고그리오.”
이상의 시 <오감도> 1호를 비틀어보았다. 본래는 “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다. 같은 구절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난해한 시다. 식민지 시절의 문인 이상이, 자신의 시 제목과 같은 2009년 영화 <오감도>를 본다면 “야하다”고 읊조릴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주변 지인들 중엔 그렇게 평하는 이가 드물었다. 영화평론가 한동원씨는 “키스신만 되면 극장 가득 울려퍼지는 닭뼈 빠는 사운드…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 이건 거의 눈물의 바다”라고 어디엔가 독하게 썼다. 에로스를 소재로 한 다섯편의 옴니버스영화라는데, 나로서도 ‘오감’이 열리지 않아 ‘유감’이었다.
최근 한국영화 중에 가장 야한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한 후배에게 질문을 던지니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2006)과 <바람난 가족>(2003)을 꼽는다. 둘 다 문소리가 등장한 작품이다. 강혜정, 박해일이 나온 <연애의 목적>(2005)과 김민선의 <미인도
[에디토리얼] 야한 영화
-
-
그 어감은 호감이다.
발음이 ‘맛있는’ 몇 가지 외국말을 골라본다. 첫째, 사이공이다. 베트남 남부지방의 도시 이름이다. 어원은 불분명하다. 맨 뒤 ‘공’자를 길게 늘여뜨려주면 더 좋다. 입에 착 달라붙는다. 향락의 거리를 거니는 아오자이 입은 여인이 떠오른다. 아마도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 가끔 등장하던 옛 남베트남 수도의 영화(榮華)가 오버랩돼서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호찌민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베트남인들은 ‘사이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말엔 야릇한 울림이 있다.
둘째, 안나푸르나다. 아득하지만 당당하게 버티고 선 히말라야 설산의 고봉들이다. 두 번째 음절 ‘나’와 세 번째 ‘푸’ 사이에 호흡을 한번 쉬어주는 게 좋다. 여러 번 되씹어 불러도 새록새록 참신하다. 쉽게 갈 수 없으나, 죽기 전에 언젠가는 꼭 한번 발을 디디고픈 이상향 같은 지명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수확의 여신’이라는 뜻도 심상치 않다.
셋째, 바캉스다. 휴가의 프랑스어다. ‘캉’에 악센트를 넣
[에디토리얼] 킹콩 & 사이코
-
검사는 봤는데 판사는 못 봤다.
한국영화엔 가끔 검사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부분 꼴통처럼 나온다. <넘버.3>의 마동팔 검사(최민식), <공공의 적2>의 강철중 검사(설경구) 모두 그렇다. 평범하고 점잖은 검사는 없다. 그럼 판사는 어떠한가. 한국영화에서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늘 신중하고 냉정한 모습? 고지식하고 권위적인 꼰대? 공정판결의 사명감으로 불타는 청백리?
최근 발간된 <부러진 화살>이라는 르포집을 읽었다. 어느 수학자와 판사집단간의 싸움을 다룬 책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떠오른 생각은 ‘정통 사회물 영화에 딱 좋은 소재’라는 것이었다. 책 속의 판사들이 영화에 등장하면 뜻있는 일이겠다 싶었다. 혹시 법정영화에 관심을 지닌 제작자나 감독, 시나리오작가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책의 주인공은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전 교수다. 그는 눈치없이 바른말을 하다 1996년 학교에서 쫓겨났다
[에디토리얼] 판사님을 부탁해요
-
박찬욱 감독도 한때는 영화평을 쓰며 먹고살았다. 감독 입봉하기 전의 일이다. 그때 그에겐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박찬욱의 오마주> 서문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첫째, 한국영화는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 외화라도 극장 개봉을 즈음해서 발표되는 리뷰는 안 쓴다. 셋째, 욕하고 싶은 영화라면 차라리 아예 다루지 말자.” 여기저기 영화사들을 찾아다니며 작품 연출 기회를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씨네21>이라면 어떨까. 정반대다. 한국영화는 건드리지 않을 수 없고, 한국영화건 외화건 모두 극장 개봉 전에 프리뷰를 쓴다. 거기엔 칭찬만 담기지 않는다. 욕까지는 아니더라도 날선 비판을 할 때도 있다. 해당 영화사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때로는 “개봉 전만이라도 부정적인 평을 자제해달라”는 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특히 20자평에 민감하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해할 만하다. 뚜껑도 열기 전에 모욕당한 느낌일지도 모
[에디토리얼] 스폰서…
-
타계한 배우 고 박광정이 첫 주연을 맡았던 영화가 있다. 2007년에 개봉한 김태식 감독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라는 작품이다. 박광정은 극중에서 바람난 아내와 그 애인에 분기탱천하는 도장가게 주인으로 나온다. 영화가 시작되고 오프닝 타이틀이 오르기 전까지, 카메라는 조각칼로 도장파기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꽤 길게 보여준다. 작업을 마친 뒤 도장을 잉크에 묻혀 종이 위에 쾅 찍어내는 박광정. 마침내 도장에 새겼던 글자가 스크린에 공개되는데, 그건 사람 이름이 아니다. 뜻밖에도 분노의 심경이 담긴 딱 두 글자다. 민망해서 이 지면엔 옮기지 못하겠다. 단지,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민중언어이자 아주 소박한 육두문자라는 것(궁금하면 영화에서 확인하시라).
실제 도장가게를 찾아가 그런 글자를 파달라면 미친놈 취급당하기 십상이리라. 그럼에도 하나 파서 성질 뻗칠 때마다 찍어주면 스트레스가 풀릴지도 모르겠다. ‘길티플레저’로 하나 키워볼까? 여기까지 썼는데,
[에디토리얼] 게임, 아니 사냥
-
슬픔이 지나간 자리, 웃음이 돋는다.
전직 대통령의 비극을 둘러싼 그림자가 한동안 너무 깊었다. 그 우울한 모드를 몇 가지 일들이 전환시켜주었다. 지난주 폭소유발 아이템 베스트3를 내 맘대로 정리해보겠다.
No1, <개그콘서트>보다 재밌는 <아사히TV>의 개그였다. 한국인 40대 남성이 휴가 가서 한가하게 찍은 기념사진이, 북한 김정일의 후계자로 알려진 셋째아들의 것으로 둔갑한 일은 두고두고 생각해도 웃긴다. 뭔가 음산한 냄새까지 풍기는 언론보도용 ‘얼굴 클로즈업 사진’과 주변 원두막 풍경이 다 드러난 ‘와이드숏 원본 사진’의 하늘땅 차이. 트리밍(사진편집)의 마술이란 말인가. 심각한 첩보영화의 엉뚱한 반전에 미친 듯 배꼽을 잡은 느낌이다. 이 보도를 인용한 국내 언론의 북한 전문가 코멘트는 또 어떠한가. “얼굴이 둥글고 목이 두꺼우며, 살집이 많은 점으로 미루어 김정일의 젊은 시절을 쏙 빼닮았다.” 허위보도를 질책하며 언론의 정도를 따질 필요는 없다. &l
[에디토리얼] 폭소유발 베스트3
-
아이들과 함께 <코렐라인: 비밀의 문>을 본 것은 지난 5월23일 오후였다. 아홉살짜리 딸이 일주일 내내 노래를 부르던 3D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비슷한 또래 소녀가 주인공이라서 그랬나보다. 영화에서 코렐라인은 집 안의 작은 문을 발견하고 비밀 통로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그곳엔 실제 엄마 아빠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엄마 아빠’가 산다. 그들은 실제 엄마 아빠보다 시간도 많고 친절하며 맛있는 요리도 맘껏 먹게 해준다. 집과 정원도 환상적이다. 한데 또 다른 엄마와 아빠의 생김새가 좀 이상하다. 두눈이 단추로 돼 있다. 그들은 코렐라인에게 눈을 단추로 바꿔 단 뒤 평생 함께 살자는 요구를 한다. 여기서부터 악몽의 반전이 시작된다. ‘또 다른 세계’에서 탈출하려는 코렐라인의 사투가 격렬해지면서 영화가 힘을 받을 때쯤, 내 주머니 속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문자메시지였다. 발신인은 김혜리 기자. “유시민 인터뷰 어떻게 할까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에디토리얼] 단추눈의 공포
-
귀를 막고 싶을 때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을 만날 때 그렇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큰소리로 핸드폰 통화를 하는 이들 정말 싫다. 그는 두배로 싫은 경우였다. 며칠 전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였다. 50대 중반의 사내가 선 채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아, 어제 북한 핵실험 했잖아. 이제부턴 그게 톱뉴스야. 그 인간 떨어져 죽은 거 암것도 아니게 됐어. 걱정하지 마. 끝난 거야!” 중년의 갈라진 음성이 객차의 적막을 흔들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아냥거리며 즐기듯 계속 떠벌렸다. ‘애도 정세’에 대한 반감을 시위하는 듯했다. 누군가가 제지하거나 시비를 걸어주길 은근히 기다리는 포즈였다. 그걸 기화로 악다구니 한판을 벌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눈치였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승객은 무표정했다. 똥은 더러워서 피한다는 듯.
나도 마음을 다쳤다, 라고 쓰려니까 어색하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지난 한주 동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
[에디토리얼] 깡패의 휴식
-
김순경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마더>의 줄거리를 처음 접했을 때, 직감적으로 어떤 이미지 하나가 떠올랐다. 구치소에서 막 풀려난 아들과 엄마의 감격적인 포옹을 클로즈업한 사진이었다. 다시 찾아보니, 1993년 12월17일자 <한겨레>에 실린 거였다. 이듬해 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전 뉴스 부문에서 수상한 덕에 여러 매체에 실려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 보도사진 속 엄마의 표정은 강렬했다. 목숨을 걸고 아들의 결백을 위해 싸웠을 그녀의 모정이 뭉클하게 잡힐 듯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직감은 맞았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호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마더>의 모티브를 그 사건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바로 김순경 사건이다.
1992년 11월, 관악경찰서 소속 26살 김아무개 순경은 어처구니없이 몰렸다. 그와 함께 여관에 투숙했던 애인이 목졸려 죽은 채 발견돼서다. 그는 같은 경찰서의 형사들에게 용의자로 지목됐고 구속됐다. 기본적으로
[에디토리얼] 악마, 엄마
-
영화스틸이 없으면 비디오가게로 갔다.
1994년의 일이다. 당시 내가 일했던 매체에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숨은비디오찾기’라는 연재를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소개하는 칼럼이었는데, 늘 사진자료가 문제였다. 찾다찾다 못 찾으면 서울 강남의 어느 유명한 비디오대여 체인점으로 달려갔다. 명작으로 분류되는 옛날 비디오를 많이 구비했던 곳이었다. 그곳 사장의 양해를 얻어 비디오재킷을 빌려와, 회사에서 스캔을 뜬 뒤 돌려주곤 했다. 순전히 그 비디오점과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심부름을 도맡아했던 기억이 난다(퀵서비스도 없었으니까). 그 비디오체인점에선 영화 소식지도 정기적으로 냈다. 그러고보면 당시 영화문화의 중심엔 비디오점이 있었다.
요즘엔 아무리 동네 주변을 둘러봐도 ‘비디어대여점’ 간판이 없다. 주로 ‘책대여점’에서 비디오와 DVD까지 빌려준다. 무협지나 만화책이 메인으로 취급된다. 비디오와 DVD의 소장량도 적어, 이름이 조금만 낯설다 싶으면 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간간이
[에디토리얼] 다운로드, 실크로드
-
‘촛불시위 1주년 기념 영화.’
아무도 그런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냥 나 혼자 붙여보았다.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영화는 최근 개막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다. 아직 전주에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미리 볼 기회가 있었다. 영화의 표면을 구성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만남은 MB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 시대를 향한 감독의 경멸적 시선이 촛불을 떠올리게 했다. 더구나 주인공인 여고생 민서(백진희)는 영락없는 ‘촛불소녀’다.
신동일 감독은 한결같은 영화 노선을 고집한다. 그는 우직하면서도 직설적이다. 전작인 <방문자>와 <나의 친구, 그의 아내>를 보면 그렇다. <반두비>도 그 연장선이다. 곳곳에 정치적인 기호와 메시지가 장착됐다. 학교 앞으로 달려오는 원어민 영어학원 버스엔 ‘MB’라는 글자가 붙고, 편의점의 취객은 “명박이 믿고 뉴타운 믿다가 좆돼버렸다”며 행패를 부린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에디토리얼] 촛불소녀의 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