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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비만 주룩주룩 내리는 이 여름은 정말이지 여름답지 않다. 차라리 땀을 주룩주룩 흘릴 테니 햇살을 돌려달라고 외치고 싶기까지 하다. 세상의 여름이 이렇게 눅눅함과 퀴퀴함 속에 빠져 있는 와중, 극장가는 모처럼 여름다운 여름을 즐기고 있다. 크고 세고 정신없는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여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트랜스포머3>가 대박을 쳤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도 ‘시리즈에서 최고’라는 평을 얻으면서 큰 흥행을 예고 중이다. 이후에도 <개구쟁이 스머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퍼스트 어벤저> <카우보이 & 에이리언> 같은 영화들이 줄 서 있으니,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던 지난해에 비해 훨씬 시끌벅적한 여름이 될 분위기다.
올 여름시즌이 기대되는 진짜 이유는 한국 블록버스터영화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 때 개봉했던 <이끼> <아저씨>
[에디토리얼] <고지전>과 <퀵> 다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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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점심시간이었다. 근처 식당에 앉아 밥술을 뜨는데 어디선가 ‘뚜뚜루뚜루뚜뚜’ 하는 노래 추임새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은 컴퓨터에 연결된 식당 스피커. 점점 더 급박한 호흡으로 달려가는 그 ‘뚜뚜루뚜루뚜뚜’에 정신이 팔려 밥을 대충 우겨넣고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검색어는 당연히 ‘뚜뚜루뚜루뚜뚜’. 아 이게 장안의 화제라는 김범수 버전의 <님과 함께>로구나!
이소라의 <넘버원>도 식당에서 들을 노래는 아니긴 하다. 오늘도 한목숨 이어가자고 밥숟가락을 들었는데, 저승의 뭐라도 능히 소환할 수 있을 것 같은 ‘흐어으흐으흐’ 하는 노래 소리가 들려오면 괜히 국건더기를 뒤적이며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군가?’를 되묻게 된다.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생방송으로 보게 되면 누군가 탈락하게 되는 형식의 긴장감도 있고 무대에 도취된 가수와 관객의 영상이 있으니 감동을 주거나 얻기 쉬운 상황이겠지만 그런
[유선주의 TVIEW] 비장미라는 감수성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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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작가의 <Seven Days> 연작 중 <Sunday Morning>(2010-11). 일요일 오전의 현금출납기. 작가는 장소와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묘히 지웠다. 그러니 이야기는 내 안에서 시작될밖에. 휴일 이른 아침, 나는 무엇 때문에 갑자기 돈이 필요해졌을까? 텅 빈 냉장고? 데이트? 전쟁?
6월27일
“이야기는 허술한데 비주얼은 뛰어나다.” 극장 출구를 나서면서 1년이면 줄잡아 마흔번은 듣는 말이다. 그리고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1편이 나온 2007년 이후 그런 부류 영화들의 종족 대표로 공인됐다. 3D로 만들어진 세 번째 <트랜스포머>까지 공개된 지금 나는 다만, “스토리는 별것 없지만 눈은 호강한다”는 우리의 입에 달라붙은 표현이 신중히 재고되길 바란다. <트랜스포머3>의 비주얼은 결코 뛰어나지 않다. 아니, 비주얼은 <트랜스포머3>의 가장 큰 약점이다. 무엇인가 눈앞에서 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비주얼은 좋다고요?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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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게 되면 ‘영화 ○○○의 원작’이라고 쓰여 있는 책을 자주 집어든다. 직업적 의무감이 발동하는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책이라곤 별로 들춰보지 못하는(이라기보단 안 하는) 처지라 ‘그래도 영화로 만들 정도면 읽고 후회하기야 하겠어’ 하는 얄팍한 기대감을 갖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소설과 영화를 함께 보는 경우, 아무래도 두 가지 버전을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빈치 코드>처럼 소설이나 영화나 할 것 없이 그렇고 그런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소설과 영화 모두 훌륭한 경우는 많다. 이를테면 닉 혼비의 <하이 피델리티>와 이 소설의 영화판인 스티븐 프리어스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보면 소설의 시니컬함이나 변태적인(?) 유머감각을 영화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존 쿠색과 잭 블랙이라는 배우로 구현된 캐릭터들은 외려 영화판이 더 풍부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g
[에디토리얼] 읽고 보는 재미 쏠쏠하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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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내 꿈은 은주처럼 사는 거였다. 매일 저녁 독서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8시30분에 맞춰져 있었다. 저녁을 먹고 다시 독서실로 출발하기 전까지의 그 30분, MBC에서 <보고 또 보고>를 하는 시간이 나에겐 몇 안되는 삶의 낙이었다. 왜 하필 <보고 또 보고>였냐고 묻는다면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다. 다만 그때, 고작 열여덟살에 불과했던 나는 인생에 피로감을 느끼는 첫 번째 단계에 있었던 것 같다. 매일 점수를 다퉈야 하는 일상이, 모의고사와 내신평가의 긴장감이, 불안한 대학 레벨이, 그리고 앞으로 평생 살아가야 할 모든 날이 두렵고 귀찮게만 느껴졌다.
은주(김지수)는 이 모든 구질구질함을 뛰어넘어 마침내 원하는 것을 쟁취한 승리자였다.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언니 금주(윤해영)에 비해 온갖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던 끝에 결국 부잣집 아들인 검사와 결혼하다니! 게다가 시댁의 온갖 반대와 구박마저 한식집에 가서 직접 음식을 배워 가족을 먹일
[최지은의 TVIEW] 욕하기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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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씨를 처음 만난 건 1997년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영화 무가지 <네가>를 막 창간한 상황이었고, 나는 일간지 문화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잡지를 홍보하기 위해 일간지 선배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던 터. 선배 옆자리에 앉아 있다는 이유로 엉거주춤 인사를 나누며 통성명한 게 그를 알게 된 계기라면 계기였다. 그는 이후 2000년 창간된 영화주간지 <필름2.0>에 기자로 입사했고 나 또한 2000년 10월 <씨네21>에 합류하면서 인연은 이어졌다. 시사회나 현장, 영화인과의 술자리 같은 데서 만날 때마다 그는 총총한 눈빛을 보내며 “어때요, 재밌어요?”라며 안부를 묻곤 했다.
얄궂게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건 다른 상가(喪家)에서였다. 42살의 젊음이, 다양한 재능을 가졌던 이가 스러졌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마음이 이상하게 먹먹했던 건 어쩌면 그가 비슷한 연배의 ‘동업자’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간략하게나마 그의 삶을 돌이
[에디토리얼] 이지훈, 196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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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망한)능력자들> 중 사막 복판에서 태양을 영접 중인 조지 클루니. 요가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문의한 결과 ‘전사 자세’의 일종인 ‘비라바드라 원 아사나’로 판명됐다. 그나저나 클루니 덕분에 장차 이 자세를 취하며 고른 호흡을 유지하긴 글렀다.
*<일루셔니스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6월12일
영화 <맨 인 블랙>이 마이클 잭슨, 실베스터 스탤론, 뉴트 깅그리치 같은 명사들을 지목해 지구인으로 위장 체류 중인 외계인입네 폭로(?)했을 때, 나는 어처구니없는 척 박장대소하면서도 속으로는 오랜 용의자인 감독 겸 배우 자크 타티(1909~82)를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영화사에 잠입한 외계인이 있다면 타티 말고 달리 누가 있겠는가? 육척이 훌쩍 넘는 거구에서 나온다고 믿기 어려운 깃털 같은 움직임, 그가 연기할 때면 합을 맞춘 상대 배우처럼 ‘협조’하는 소품들, 그리고 타티의 페르소나인 윌로씨가 걸어 들어가는 공간마다 인물과 사물의 궤적이 빚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환상에 대한 어떤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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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죽음.’ 며칠 전 받은 메일에는 이런 제목이 적혀 있었다. “한국영화계에서 10여년 동안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발신인은 “(한국영화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겨” 이 메일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짧지 않은 글을 통해 “한국영화판은 죽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논지를 설명했다.
그가 꼽은 한국영화계의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작가에 대한 홀대, 투자사의 횡포, 투자 시스템의 낙후성, 제작 시스템의 후진성, 배우들의 리허설이 진행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촬영, 배급 시스템의 왜곡. 이같은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이긴 하지만 그의 주장이 유독 설득력있게 들리는 건 영화현장의 밑바닥 정서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사가 투자진행비, 캐스팅 주선비, 공동제작 진행비 등을 챙기는 탓에 그는 “스탭들의 임금은 5~6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조수들은 물론이고 헤드 스탭도
[에디토리얼] 한국영화가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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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얼굴을 들여다보길 좋아한다. 진짜 말고 드라마 주인공들의 절박한 거짓말에 한정해서. 일상생활의 거짓말은 대개 아무렇지도 않은 말간 얼굴로 저질러지기 때문에 거짓말의 스펙트럼을 펼치는 배우들의 얼굴에 매료되는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거짓말 연기는 인간의 마음을 잠시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의 순간을 선사한다. 거짓말하는 연기는 인물의 내면을 숨기면서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배우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물론 오열하는 연기의 함정과 마찬가지로 신체와 감정 통제가 안되면 그야말로 민망 대폭발이더라. 아무튼 요 근래 여주인공의 절박한 거짓말로 이야기를 꾸리는 드라마가 풍년이라 덕분에 그 얼굴들을 실컷 구경하는 중이다. <욕망의 불꽃> 윤나영(신은경)에 이어 <로열 패밀리>의 김인숙(염정아) 그리고 <미스 리플리>의 장미리(이다해)까지.
콤플렉스 덩어리 윤나영의 변검 같은 얼굴은 위선과 위악 사이의 진심을 파악하
[유선주의 TVIEW] 비천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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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강원도의 작은 마을로 간다고 했다. 한국영화계의 주요 프로듀서 중 하나로 꼽혀왔던 그는 마을에 친환경 주택을 직접 짓고 야생초와 수생식물을 기르면서 조용히 살겠다고 했다. 영화계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피곤한 일이 너무 많았어”라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기 너무 힘들어졌고 기껏 만든 영화도 개봉하기 어려워졌으며 그런저런 사정 때문에 여기저기서 욕을 들어먹는 게 고단하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주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그게 그를 희망차게, 힘나게, 즐겁게 만들었다고 했다. “언젠가는 도시를 떠나려고는 했는데 좀 앞당긴 것뿐이지. 지금은 옮겨가서 할 일을 떠올리느라 행복해서 잠이 안 올 정도야.” ‘환송회’라는 이름의 작은 술자리에서 정말 행복이 깃든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그의 이주를 축복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입안에 감도는 술맛이 유독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재능이라면 충무로에서 괜찮은 기획을
[에디토리얼] 그 남자가 떠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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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종종 아이돌을 만난다. 물론 내가 여고생이 아닌 이상 이걸 딱히 자랑할 데가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아직 중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은 아이돌이 점점 늘어나는 요즘, ‘누나’를 넘어 ‘이모’에 가까워지고 있는 나로서는 “중학생 때까진 못 느꼈는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먹으면 살이 쪄요” 같은 고민을 듣고 있노라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의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아이돌과의 인터뷰는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우리 아버지를 포함한 어른들이야 “만날 똑같이 생긴 애들이 우르르 몰려나와서 똑같은 노래나 부르고…”라며 떨떠름한 얼굴을 하시지만 100팀의 아이돌에겐 100가지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게 나의 변치 않는 지론이다. 자신감과 생기로 가득 찬 소년 소녀들은 실로 경이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팀은 씩씩해서 예쁘고, 저 팀은 웃겨서 예쁘고, 그때 그 팀은 또릿또릿해서 예쁘고….
그러니까 어리면 무조건 다 예쁘다는 거 아니냐고? 오해다.
[최지은의 TVIEW] TV와 예능과 나와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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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복원된 허우샤오시엔의 <연연풍진>을 보다. 개안(開眼)! 검은 바탕에 흰 글씨가 전부인 극히 검소한 타이틀 화면부터 찬물로 눈을 씻는 기분이더니, 영화가 흐르자 그 물이 온몸 이리저리 흘러다녔다. 산자락을 더듬는 구름의 그림자는 예전엔 보지 못한 것이었다. 한 영화와 두 번째 사랑에 빠진 날.
5월30일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는 ‘우여곡절’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며칠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을 방문한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인터뷰를 마쳤다. 앞서 열린 공개 대담에서 이자벨 위페르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 연출을 가리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관객이 인물의 절망을 견디기 힘든 상태 그대로 느끼게 된다”고 명확하게 지적했는데, 그녀 역시 체류하는 동안 바로 그 예측 불가능성으로 우리에게 곤혹을 안겼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느라 최초에 품었던 결의를 얼마간 잃은 채 시작한 그녀와의 인터뷰는 그러나, 3분 안에 등을 곧추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무심한 원거리 숏이 깨닫게 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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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처음 본 건 2000년대 초반이었을 거다. 장편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라는 이 청년들은 공덕동에 있던 당시 사무실로 찾아와 영화 내용을 설명했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들은 자그마한 선물을 보냈다. 제작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장면을 담아 만든 그림엽서였다. 소박하고 단정한 톤의 그림엽서들은 이곳 예장동으로 오기 전까지 책상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불행히도 이사 과정에서 사라져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엔 그들이 애니메이션을 완성할 것이라 믿지 않았다. 워낙 많은 자본과 긴 시간이 드는데다 시장여건 또한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에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엽서들을 간직했던 이유는 그들의 태도 때문이었다. 첫 만남 때부터 그들은 ‘완성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알고 각오도 하고 있다’고 했다. 긴 세월을 감수하면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만족스러울 때까지 만들어보겠다는 결기가 느껴졌기 때문인지 그들이 언젠가는 뜻을 이룰지
[에디토리얼] 간직하세요, 소중한 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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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잃는 순간, 내 집 앞마당에 설치해놓은 지뢰도 밟을 수 있는 거다.” 양아버지가 아들에게 비장한 얼굴로 삶을 가르친다. 그래, 이성을 잃었다간 그럴 수도 있을… 리가 없지. 앞마당에 지뢰를 깔고 사는 상식에 홀랑 넘어갈 뻔했네. 이 남자의 사고방식이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대통령 경호원으로 일하다 아웅산 테러를 경험하고 복수를 위해 공작원들을 데리고 북한에 잠입했으나 믿었던 조국의 배신, 정확히 말하자면 국가 수뇌부 인사 ‘5인회’의 이기심 때문에 스무명의 동료를 아군의 총탄에 잃었다. 복수심이 극에 달할 법도 하다. 이 남자의 이름은 이진표(김상중). SBS 드라마 <시티헌터>에서 이윤성(이민호)을 키우는 양아버지다.
극단적인 일을 겪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사람이 자식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고난을 겪게 하는 극적 장치는 운명이란 이름으로 널리, 빈번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운명이란 단어의 무게만큼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 한마디도 철저한 인
[유선주의 TVIEW] 이성, 잃으면 대략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