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아예 꿔보지 않은 건 아니다. 특히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거나 단편영화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감독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라고 뭐…’라는 거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곧바로 따라오는 생각은 ‘재능이 없잖아’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몹시 우울할 땐 이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그때 사람들을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워크숍에 참여했더라면? 그 워크숍에서 대단한 흥미를 발견했다면? 숨겨졌던 엄청난 재능을 찾아냈더라면? 그런데 가만.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군. 맞아, 워크숍 참가비가 없었잖아. 당시 헐벗은 백수 신분으로는 몇 십만원이었을 그 비용을 감당할 방도가 전무했으니까.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스마트폰영화 시대라 부를 수 있게 됐다. 값이 비싸긴 하지만 일단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비디오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많은 이가 부르짖었던 ‘DIY영화 시대’가 정말 도래한 셈이다. 오죽하면 이번 특집기사를 준비하던 <씨네21>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며칠 만에 뚝딱 영화를 만들었겠나. 물론 그렇게 만든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할 수준이 안될지 모른다. 하지만 재미로 시작했던 게 취미로 발전할 수 있고, 잘하면 영화 연출이란 분야에 본격적인 흥미를 갖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자신도 몰랐던 굉장한 재능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때 만약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내가 영화감독이 됐을 수도 있고, 한국영화계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겼을지도…. (아 네, 정신 차릴게요)
스마트폰영화를 특집기사로 다룬 건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이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자신을 표현하기 두려워하지 않는 여러분에게 새로운 표현수단을 소개하고자 함이 더 컸다고 하겠다. <씨네21> 기자들이 그랬듯 여러분도 스마트폰을 통해 각자의 첫 영화를 만들어보시길 권한다.
아, 김성훈 기자, 아니 김성훈 감독의 스마트폰영화 데뷔작 <장기자의 미묘한 인터뷰>는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따끔한 20자평과 별점 또는 폭탄을 달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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