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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 해봤는데 어쩌다 보니 연예매체 기자가 되어 있었다. 우연을 직업으로 만든 가장 큰 동력은 아마도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저 화려하고 아름답고 모범적으로 보이는 스타들은 과연 카메라가 꺼지면 어떤 인간이 될까. 누구는 바람둥이라던데, 알고 보면 그렇게 거만하다던데, A랑 B는 몰래 사귄다던데, 정말일까. 물론 그 세계에 한발 가까워졌다 해서 알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과거엔 ‘이니셜 기사’로 돌았고 요즘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전해지는 ‘증권가 찌라시’조차 친구들 중 누구보다 늦게 접하는 바람에 “그러고도 기자냐”는 구박만 숱하게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는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에도 덤덤해졌다. 스타들을 둘러싼 ‘충격’과 ‘논란’의 도가니는 지겨울 만큼 뜨거웠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음을 몇 차례 깨닫고 나니 허무해졌다.
이토록 가십이
[최지은의 TVIEW] 거침없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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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일기에 <테이크 쉘터>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4월22일 아동문학작가 E. L. 코닉스버그가 83살로 타계했다. 뉴베리상 수상작인 그녀의 1968년작 <클로디아의 비밀>은, 집을 나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멀쩡히 숙식한 남매의 모험담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어린이들에게 가출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로얄 테넌바움> <문라이즈 킹덤> 같은 웨스 앤더슨 영화에도 이 책의 그림자가 아른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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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화의 결말에 무엇을 바랄까. 아마도 당신이 방금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길 즐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영화는 영화대로 고이 둔 채 현실로 복귀하고 싶은 사람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극장을 나와 더이상 인물들을 염려하지 않고 개운히 귀가할 수 있게 해주는 엔딩을 바랄 수도 있고 장엄한 종합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영화는 끝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슬쩍 암시하는 아이러니를 선호하는 관객도 있으리라. 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파리에선 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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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구경보다 책 구경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항상 그 지역에 있는 서점에 들른다. 대형서점이어도 좋고 작은 헌책방이어도 좋다. 서점이 맛집이고 명승지다. 외국에 나갈 때도 서점투어는 필수다. 딱 한번 못 갔는데 언제냐면 금강산 출장 때였다. 금강산에는 편의점도 있고, 사우나도 있었다. 그러나 서점은 없었다.
지난 주말에 전주에 갔다가 영화의 거리 근처에 있던 교보문고가 폐점했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영화를 보고 인터뷰를 하다 짬이 나면 수시로 들락거렸던 휴식처였다. 7년 전 교보문고가 생기면서 중소 서점들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선 대형 서점마저 이제는 사라졌다. 한옥마을 가는 길에 서점 하나가 남아 있다고 했다. 길을 잘못 들어 찾지는 못했다.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모노플렉스다.” 한국영화 블랙박스의 새 필자인 정윤철 감독이 <아이언맨3>의 스크린 독식에 관한 분노를 전해왔다. 그는 승자독식의 이 상황이 “할리우드의 압력이 아니라 한국 극장들이 스
[에디토리얼] 공동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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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소식이 한창이던 지난주. 21세기인 지금과는 이미 세기부터 차이가 나는 1999년, 제가 처음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였던 이가 참 안타까운 나이에 세상을 먼저 떠났습니다. 장례식장이란 곳은 참 신비로운 곳입니다. 고인에 대한 애끊는 이별이 있는가 하면 그런 때 아니면 못 만나는 이들과의 반가운 해후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테마인 장례식장에서 산 자와의 만남을 향유한다는 것 자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이겠지요. 현역 프로 레슬러이자 격투기 해설위원이며, 종종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얼굴을 들이미는 저에게 서로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이야기하다보면 99%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말을 들을까요?
대화의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요즘 한국에선 프로 레슬링 경기가 별로 없어서 주로 일본에서 경기를 한다고 하면 여비는 어떻게 충당하냐고 묻습니다. 주최사에서 파이트머니 외에 비행기표값과 호텔비를 따로 지급한다고 하면 하는 말이, “참 재밌게 사네”입니다. 이젠 제법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금니 꽉 깨물고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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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는 자들의 눈을 피해 으슥한 창고로 숨어든 세자 이순(아역 최상우)과 옥정(아역 강민아). 고개를 돌려 옥정에게 말을 걸려던 이순은 저고리 동정 틈으로 엿보이는 소녀의 가슴 위 쇄골과 얼굴의 보송한 솜털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너의 신분을 미천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옷이면 내가 구해줄 수 있다. 나의 빈이 되거라. 약속하마, 내가 꼭 너의 옷이 돼주마.” 하지만 궁에 돌아온 이순은 권력을 쥐고 있는 신하들에게 치욕을 당하고 앓아누운 뒤, 왕세자로서의 분노에 눈을 뜨고 잠깐의 풋사랑을 묻어두기로 마음먹는다. 왕이 될 소년과 그의 빈이 되기로 약속한 소녀 사이를 정치와 권력이 방해하는 이야기.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초반부는 MBC <해를 품은 달>과 꽤 유사하다. 그러나 훤(여진구)과 연우(김유정)가 서신을 교환하며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가던 것과 비교하자면 옥정에게 반한 이순의 첫사랑은 신체의 일부분이 불러일으킨 호기심, 성적인
[유선주의 TVIEW] 프런코 미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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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갔던 친구가 중고서점에서 사다준 애니메이션 역사책 속에서 정성껏 오린 신문 스크랩이 툭 떨어졌다. 책 주인은 애니메이션 학도였나보다. ‘백설공주의 흰 머리’라는 제목의 기사는 디즈니 장편 <백설공주>의 50살을 감회에 젖어 기념했다. 그리고 나는 26년 전 이 기사를 다시 감회에 젖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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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 자작나무를 탔다”는 프로스트의 시구와 유사한 어조로 말하자면, 나도 한때 ‘믹스 테이프’(mixed tape)를 만들었다. 누군들 아니었겠는가. 당시 음악은 뮤지션이 심사숙고한 배열에 따라 LP와 CD의 동심원에 모세의 십계처럼 새겨져 우리 손에 들어왔다. 우선은 인트로(intro)부터 아우트로(outro)까지 아티스트가 정한 순서와 사이를 지켜, 귀로 곡명을 판별할 때까지 듣는 일이 먼저였다. 다음에 한장씩 모은 신착 앨범들을 거듭 돌려 들으며 내 귀가 혹하는 트랙을 고르고, 그들의 총합이 47분, 60분 분량이 되면 공테이프에 경건히 옮겼다. 음악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누구의 추억인가요? 누구의 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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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뽑을 때 가장 난감한 꼭지를 꼽으라면 ‘tview’다. 뉴스와 스포츠 중계를 제외하곤 TV를 거들떠보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으니 지식이 없고, 지식이 없으니 의견이 없다. 캐릭터를 숙지하고 있지 못해 줄거리를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필자들이 활용한 유행어를 한눈에 알아먹지 못해 애먹기도 한다. <씨네21> 기자들은 대부분 TV를 즐겨보는 편이다. 술자리에서도 따끈따끈한 신작 드라마와 인기몰이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촌평이 자주 오가는데 그때마다 잠자코 묵언수행에 돌입해야 한다. TV에 관한 한 까막눈이다.
넋 놓고 TV 보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고3 때였다. EBS 교육방송을 보는 척하다 부모님이 코 골면 채널을 재빨리 돌렸다. 감시를 피해 드라마를 보다 어머니에게 등짝을 맞는 일도 잦았다. TV에서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는 지청구를 물리치려고 갖은 수를 짜내기도 했다.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한다고 해놓고, 수업이 끝나면 학교 앞 슈퍼마켓 좌판
[에디토리얼] 연애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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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 문장을 쓰면서 여러 번 망설였다. 카카오 스토리나 페이스북에 쉼없이 올라오는, 결혼한 친구들의 아기 사진에 일일이 칭찬하고 반응할 기력이 없어 아예 들어가질 않게 되는 마음과 비슷하면서도 입 밖에 내어 말하자니 어쩐지 조금 죄책감이 느껴졌다. 예쁜 아이는 예쁘지만 모든 아이가 예쁘다고 느끼지는 않고, 번잡스럽거나 시끄럽거나 떼를 쓰거나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를 보면 미간을 찡그리는 내가 마음 좁은 어른이라는 걸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아이가 아닌 지 오래고 가까이에도 아이가 없다 보니, 어른들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인간관계의 선을 마구 넘나들고 욕망과 감정에 지나치게 솔직한 데다 자신의 미성숙함을 전혀 숨기지 않는 그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가 첫 방송부터 <일밤>을 수렁에서 건질 코너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음에
[최지은의 TVIEW] 잊어버린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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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 추도사를 쓰고, 자서전을 쓰게 될 것이다.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와 이호재 감독의 <잉여인간들의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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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 우편으로 따로따로 날아온 영화 두편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발송인은 양쪽 다 영화를 만든 감독님들이다. 언제 스크린에서 상영하게 될지 운명이 (아마도) 정해지지 않은 영화들. 얼마 전 인터뷰한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의 오멸 감독이 극장 개봉하지 않은 전작 <이어도>에 관해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이어도>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줘요. 그게 저한테는 개봉이에요.” 그래서일까? 개봉 날짜를 받아놓은 영화의 시사용 DVD를 볼 때보다 엄숙한 자세가 나왔다. 이 영화들에겐 지금 내 방이 개봉관이니까.
전주에서 날아온 신귀백 감독의 <미안해, 전해줘>는, 2004년 타계한 박배엽 시인을 추억하는 다큐멘터리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편지와 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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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강우규 열사였다. 일제 요인 암살을 시도했던 독립운동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암살에 실패했던 강우규 열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요인 암살에 ‘성공’한 안중근, 윤봉길 의사만큼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았다. 그런 세상을 보며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고 그래서 강우규 열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우규 열사 기획안은 다큐프라임 공모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이후 기획방향을 수정해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컨셉으로 다시 기획안을 제출했다. 강우규 열사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독립유공자 후손들 역시 사람들의 기억에서 소외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획안이 공모에서 채택이 되었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후손들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반민특위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특히 후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꽤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PD 입장에서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럴 경우엔 제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주객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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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O의 행보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 영화인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의견을 묻는다기보다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얼마 전 연락을 나눴을 때만 해도 영화계 안팎에 별다른 이슈가 없다고 잘라 말했던 그였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그는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발의 준비 중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문제삼았다. 이번 개정안은 특정 영화가 일정 스크린 이상을 점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기업의 영화상영업과 배급업 겸업 및 영화제작업 참여를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그는 제2차 노사정 이행 협약(4월16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개정안이 발의되면 지난 8개월 동안 영화계 제 단체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걱정했다. 단계적으로 산업 내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자고 1년 전에 약속했는데, 법안이 발의될 경우 그동안 협상 테이블에 참여해왔던 대기업들이 노사정 이행 협약을 끌어낸
[에디토리얼] 데자뷰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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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광장’에 진입하려면 우선 고속도로를 타고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 법. 야근 중에 그가 내미는 초밥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일과 사랑을 성취하려면 우선 취직을 해야 한다. 이때 채용면접장은 여주인공이 유학파 본부장님 또는 실장님과 두 번째 조우하는 장소가 되고, 해프닝으로 쌓은 인연은 면접의 하이패스가 되어주는 셈. 이것이 처지를 보완하는 인맥과 연줄이란 것은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마지막 회에서 밝혀진다. 다시 취업전선에 나선 한세경(문근영)이 의류회사 면접에서 아르테미스 회장의 비공식 스타일리스트였다는 것을 어필하자 면접관들은 그녀가 한때 패션업계 거물의 피앙세였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점수를 고친다. ‘조금 전까지 난 D였을 거다. 그리고 이젠 A로 매겨지겠지. 헤어지고 나서야 난 정말 그 사람을 이용하게 되었다.’
트렌디 드라마에서 근사한 전문직으로 자아 실현하던 주인공들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사태를 꿈으로 버티는 백수시대를 지나, 취업경쟁
[유선주의 TVIEW] 현실이 어두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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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창간한 해. 아무것도 모르고 취재하러 간 칸영화제에서 정신을 추스르려 책방에 들어갔다가, 칸에 관한 로저 에버트의 에세이 <한낮의 태양 아래서 2주일>(Two Weeks in the Midday Sun)을 집었다. 저자 사인회라도 했는지 친필서명도 있다. 에버트는 이 책의 삽화도 직접 그렸는데, 당시 평론가들 사이에 유행했던 조명 들어오는 펜을 향한 울화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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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결혼기념일에 공교롭게도 <안나 카레니나> 시사를 놓치고 <호프 스프링즈> 시사에 출석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해볼까 했으나, 역시 억지스러워서 그만두기로 한다. 세 자녀를 다 키워 독립시킨 결혼 30년차 케이(메릴 스트립)는 결혼의 낭만을 회복하고자 시도하지만 남편 아놀드(토미 리 존스)의 반응은 한마디로 “이 여편네가 뭘 새삼스럽게!”다. 케이는 온화하지만 결코 물렁한 여자가 아니다. 극히 비협조적인 남편을 한사코 카운슬링 여행에 끌고 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태엽 감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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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봄꽃들이 까르륵대며 올라오는 중이다. 이맘때면 꽃을 사랑한 화가들이 떠오른다. 꽃을 사랑한 화가들은 꽃이 사랑한 화가들이기도 하다. 봄볕 속에 나른하고 비스듬히 앉은 채 뒤적거리게 되는 화집은 주로 조지아 오키프. 생명력 가득한 우아함과 힘, 관능적인 해방감, 건강한 욕망과 자유. 그녀가 그린 꽃들은 하나씩의 생생한 우주로 존재한다. 개화와 낙화로 대변되는 생로병사의 일반론에 파묻히지 않고 저마다의 고유한 에너지 파동으로 퍼덕거린다. 조지아 오키프는 자연의 존재방식이 인간의 모든 예술창조 행위의 근원임을 증명하는 탁월한 예술가 중 하나다. 꽃, 조개껍질, 돌멩이, 나뭇조각 등에서 그녀가 발견해내는 새로운 우주는 한없이 매혹적이다. 평생토록 일관되게 그녀가 말해온 것처럼 “세상의 광활함과 경이로움을 가장 잘 깨닫게 해주는 것은 바로 자연이다.”
봄의 꽃 폭풍 속에서 조지아 오키프의 꽃들을 즐기고 있을 때, 나는 감사와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봄이면 어쩔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