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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쏘우>의 살인마 직쏘에게 납치되어 몸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거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면, 그리고 어디선가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아마 울면서 대답할 것 같다. “어차피 죽을 텐데 그냥 게임 안 할래요. 귀찮아요.”
머리 쓰는 건 귀찮다. 이기거나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이 클수록 피하고 싶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판에 끼었다가 바보되는 건 싫다. 하지만, 혹은 그래서 지난 시즌에 이어 요즘도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를 본다. TV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들은 일단 쉬워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엄청난 집중력과 두뇌회전을 요하는 이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이 제작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집중할 만한 가치, 즉 다른 것들로부터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출연하면 출연료를 받고 이기면 가넷(프로그램상의 가상화폐로 개당 100
[최지은의 TVIEW] 프레임 밖에서 판읽기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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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뜨겁다 못해 자칫 데일 정도의 열풍이다. 고려대에서 시작된 대자보가 전국의 대학교, 중/고등학교, 해외 학교, 심지어 시내 전봇대까지 나붙고 있다. 도처의 벽에 대자보가 붙고, 안녕 못하다는 결의의 응답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오프라인의 대자보 하나가 SNS망을 타고 전국에서 각양각색의 언어로 변주되는 이 현기증 나는 속도의 협연, 무척이나 낯설고 신기하다. 유명 아이돌들도 이 열기에 가세하고, 랩으로도 재빠르게 만들어졌다.
놀라워라. 믿기는가, 이 모든 일들이 딱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는 게. 아무리 요란한 냄비근성의 한국이라지만 80년대 학생운동의 낡은 오브제인 대자보 두장이 삽시간에 불러들인 이 기이한 열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자는 소고기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철도 사유화(민영화) 같은 민생 이슈가 대두하면서 등장한 그 유사 경로를 지적하며 ‘촛불세대’에 이은 ‘안녕세대’의 출현을 예고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그동안 승자독식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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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눈이 탈모를 유발한다는 뉴스 이후론 우산 없이 눈을 맞을 때마다 어쩐지 미래의 머리숱을 담보로 한 일탈을 벌이는 기분이 든다. 중국발 초미세먼지 경보에 눈 맞기는 더 께름칙해졌다. 그래도 눈은 여전히 희고 고요하게 풍경을 바꿔놓는다. 아마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을 사랑하는 이라면 ‘첫눈을 받아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기억할 것이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중 토끼인형을 차로 친 박하선은 그게 인형이었단 걸 알고 나서도 통곡을 멈추지 못하다 첫눈이 내리자 이내 진정되어 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눈을 받아먹었다.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었던 서지석도 그 눈에 다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지구에 접근한 행성으로 인해 한바탕 종말 소동을 겪었던 tvN <감자별 2013QR3>의 세계에도 첫눈이 내렸다. 완구회사의 고문 노수동(노주현)의 집 차고에서 겨울을 나는 인턴 나진아(하연수)와 그 집 가짜아들로 잠입한 진짜아들 홍혜성(여진구)도 거리에
[유선주의 TVIEW] 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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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당사자니까요.”
이 말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알게 된 분 중에는 못된 병과 투병하는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소셜미디어는 분명 세상과 소통하는 아주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가 추려본 결과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어설픈 의학적 조언, 긍정 테러, 종교 강요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으로 ‘간암 말기’, ‘위암 투병’ 등을 입력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를 그분들이 모를까요. 이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자신의 계정을 만들고 글과 사진을 올릴 정도면 모두 다 검색하고 읽어보고 구입하고 먹어보셨을 겁니다.
운동하라고, 짠 거 먹지 말라고 관련 기사 링크를 댓글로 올리고 메시지로 보내며 어떤 때는 왜 자기 말을 듣지 않느냐고 일장훈계를 하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비슷한 병을 앓다가 완치를 한 분들도 있을 수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조용하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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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결혼한 친구들 중 누구도 결혼을 권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결혼식장이나 돌잔치에서 오랜만에 마주한 그들은 웃으면서, 하지만 진지하게 충고한다. “사람이,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러고보니 그 미소에는 체념이 배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질풍노도의 신혼 시절 잠시 겪는 갈등이라기엔 결혼 10년차 선배의 조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이 안 보면 몰래 내다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이라는 기타노 다케시의 말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사랑했기 때문에 가족이 되기를 선택했던 배우자조차 이제는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라는 말을 눈앞에서 들었을 땐 사는 게 좀더 두려워졌다. 도대체 부부란 무엇인가,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JTBC <네 이웃의 아내>를 보고 있으면 종종 그들이 떠오른다. 결혼 17년차, 능력 있는 광고회사 팀장 채송하(염정아)와 대학병원 의사 안선규(김유석) 부부는 앞집에 이사 온 민상식(정준호), 홍경주(신은경) 부부와 얽히며 불륜에 가까워지지만
[최지은의 TVIEW]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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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스웨덴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 복지 국가’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경제 대공황으로 수많은 실업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왔고, 노사 갈등은 극에 달해 파업과 직장 폐쇄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해야 할 집권세력인 우파(자본주의자들)는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고, 반대로 야권인 좌파(마르크스주의자들)는 시장 개입에 주춤했다. 전자는 더 나아지길 기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고, 후자는 더 나빠지길 기대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1930년대 스웨덴이 현재 우리나라와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시장경제를 맹신하면서 ‘성장’이라는 면만을 추구하는 집권 여당과 그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도 스스로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 물론 이념적인 면에서 당시 스웨덴 정치 지형과는 크게 다르지만 ‘태도’ 면에선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다행히 스웨덴엔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닌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려 했던’ 정치인이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한국의 비그포르스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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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상대방 유리잔의 지문 얼룩, 신발 매듭 따위를 마음에 새길 때가 있다. 나중에 되새김질할 정보를 저장하고 분류하는 모양새가 어쩐지 소나 염소를 닮았는데, 반추동물이야 주식을 소화시키는 위장의 구조가 그렇고, 내쪽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별식으로 얻은 기쁨을 길게 반복해서 유지하고 싶은 가난뱅이 성정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볼 때, 특히 ‘쓰레기’(정우)가 등장하면 딱 그 상태가 된다.
‘멋도 맛도 모르는 쓰레기’라 불리는 부산 출신의 남자가 잔머리 굴리지 않는 다정함을 무슨 소파에 리모컨 던지듯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보일 때마다 머릿속에선 만국기가 휘날리고 폭죽이 터진다. 일상생활에선 허점투성이인 천재 의대생이란 상투적 설정도 나사 빠진 일상을 워낙 탄탄하게 다져놓은 덕분에 천재임을 증명할 과업에 치이지 않고도 매력적인 갭을 만들어낸다. 사랑에 눈을 뜬 뒤, 돈이나 가족, 지위 등 이
[유선주의 TVIEW] 채집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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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새마을운동 시대 같다. 이 조그만 땅에 참 댐도 많다. 전국의 댐 건설 예정지들이 두루 어이없고 탈이 많지만 그중 영양댐은 최악 중 최악. 지난 6월 국토부가 그간의 영양댐 타당성 조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서둘러 ‘사업절차 개선방안’을 내놓았건만 개선은 무슨! 댐 건설은 이미 기정사실화해놓고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 일방적인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중이다. ‘주민 의견 듣겠다’고 정부는 말하는데, 대체 ‘듣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 걸까.
원점 재검토를 밝힌 지 5개월이 지난 11월19일, 또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이번엔 집단 린치까지 가세한 형국.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소비되는 장면들이 현실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이 어이없음. 게다가 한술 더 떠 영양지역 경찰들은 이날도 댐 찬성쪽의 사설경호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단다. 이날의 장면들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산골마을 조그만 폐교에서 영양댐 찬성집회
[김선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삶, 수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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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공부 안 하고 놀잖아요.” 게임 중독법에 찬성하는 어느 학부모의 말. 요즘 한창 논란 중인 게임 중독법 입안자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중독’이란 표현을 빌려 게임을 질병 목록에 소환하고 있지만, 이 법안의 발의자들뿐만 아니라 찬성자들에게 사실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한국인이 하루 평균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3시간9분, 스마트폰은 1시간57분. 인터넷 게임 시간보다 더 길다. 전자파, 안구 피로, 운동 부족 등을 따져보아도 이쪽이 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 게다가 성형공화국 한국의 성형 중독과 다이어트 중독은 어떤가? 건강상의 이유라면 이 행위들도 의당 중독법으로 다스려야 할 거다. 아차, 기왕에 만드는 김에 비만을 유도하는 햄버거와 치킨 중독법도 제정하면 금상첨화겠다.
애초에 게임만을 관리 대상에 넣은 게 패착이다. 아이들 노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는 한국 학부모들의 ‘공부 중독’을 인질 삼은 채 게임으로 표상되는 놀이와 여가 문화를 단속함으로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놀이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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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좋아하는 드라마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취향에 안 맞아도, 완성도가 떨어져도 일단 열심히 봐야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다시보기’ 창을 띄워놓고 중요한 내용이나 떠오르는 단상을 적다 보면 메모장에는 어느새 눈물의 이모티콘이나 외마디 비명이 난무한다.
다만, MBC <오로라 공주>는 그 정도로 극복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한동안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친구들과 만들어놓은 채팅방에 <오로라 공주>를 중계했다. 심지어 오로라(전소민)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민폐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건 이 미친 세계를 혼자서 보고 있자니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서른 넘은 남동생이 잠자리에 들면 침대가에 둘러앉아 주기도문과 반야심경을 외는 황마마(오창석)의 누나들에, 푸드 코트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둘러싸고 시비 거는 오로라의 올케들에, 야무지고 경우 바른 아가씨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냥 고집 세고 눈치
[최지은의 TVIEW] 왜 인기인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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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아니, 아주 특별한 식사모임이 있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런저런 저녁모임이 많습니다만 정말 특별한 모임이었습니다. 제가 현장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홍콩, 인도 여행서로 유명한 인도환타옹께서 “와 여기 분위기가 완전 양산박이네요”라고 댓글을 남겨주셨더군요. 제 맞은편에는 노지심 선수도 있었으니 맞긴 맞는 말입니다. 11월9일 토요일 등촌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거구의 사내들이 속속 집결했습니다. 이날의 주인공은 WWA 챔피언 이왕표. 담도암으로 세 군데 병원을 오가며 수차례 수술 끝에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벌인 그가 석달 남짓한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귀환했기에 이를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솔직히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니,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프로레슬링에 입문했던 13년 전. 그때 이왕표 회장은 너무 거대해서 일부밖에 보이지 않는 산맥 같은 남자였습니다. 탈아시아급의 하드웨어 스펙. 레전드 김일의 첫 번째 내제자 수련을 통해서 만들어진 전투력까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시간의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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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 팀장인 채송하(염정아)와 제약회사 부장 민상식(정준호)은 숙취해소 음료 광고건으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밥벌이의 고단함을 공통분모 삼아 점점 가까워지고 어느덧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는 마음이 싹튼다. 그리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직장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던 두 사람을 각자의 가정으로 실어나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마침 송하의 남편인 외과의 안선규(김유석)와 과거 간호사였던 상식의 아내 홍경주(신은경)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로 빈 음식 그릇을 주고받던 참이다.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두 부부의 크로스 로맨스. JTBC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에서 양쪽 부부가 한자리에서 조우하는 순간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루어졌다.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불륜은 드라마에서 적잖이 반복된 소재다. 결혼 이후 단절되는 로맨스와 성생활을 코믹하게 다룬 2003년작 MBC 드라마 <앞집 여자>에서는 같은 층의 이웃으로 살던 두 여자가 공교롭게도 모텔에서 마주치며
[유선주의 TVIEW] 올 어바웃 ‘아파트 불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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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진로’라든지 ‘취업’이라든지 하는 문제에 대해 예전보다 좀더 많이 그리고 깊이 생각하게 된다. 방송국에 있을 때도 그같은 고민을 하는 조연출이나 보조 작가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단 좀더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런데 ‘선생’이라는 입장은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지게 만든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로, 말로 털어내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게 어떤 전제 하나에 대해 내가 몹시 거슬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다름 아닌 ‘꿈’을 ‘직업’과 동일시하는 인식이었다.
20대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자기의 꿈과 직업을 일치시키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바람이지 꼭 그래야 한다는 당위는 아니다. 꿈은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직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추구할 수도 있다. 또한 애초에 직업으로 삼을 수 없는 꿈도 있다. 꿈의 범주와 직업의 범주
[김진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f(꿈)=직업’의 오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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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NO, 사랑은 YES>라는 만화를 본 건 중학생 때였다. 조별 과제를 함께하던 친구의 방에서 우연히 펼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과제는 친구 혼자 하고 나는 “다음권 없냐?”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게 일본 만화 <꽃보다 남자>의 해적판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일본 문화 개방 전이라 배경이 프랑스로 바뀌어 있던 만화의 여주인공 이름은 비앙카, 또 다른 해적판 <오렌지 보이>는 한국 배경이었는데 남주인공 이름은 황보명이었다. 물론 이름은 상관없었다. 지구상에서 손꼽히는 재벌 가문의 아들이 가난한 집 딸을 좋아하며 괴롭히는데 다른 재벌 아들도 같은 여자아이에게 잘해주며 좋아하고, 명품으로 칠갑한 채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이 미남들이 다 고등학생이라는 게 중요했다. 머리카락이 귀밑 3센티미터 아래로 내려오거나 교복 치마가 무릎 위로 올라가면 손바닥을 맞던, 학생의 사치는 죄악이고 연애는 날라리들만 하는 거라 배우던 우리에게 <오렌지 보이>
[최지은의 TVIEW] 쓴맛뿐인 길티 플레저 <상속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