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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프로듀서의 전작은 <청년경찰>과 <표적>이다. 액션이 많은 장르영화 두편을 연달아 하고 나니 다른 장르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는 이준우 프로듀서는 “이전까지는 휴먼 드라마 장르에 큰 매력을 못 느꼈는데 <증인> 시나리오에는 순수한 감동이 있었다”고 한다. 이준우 프로듀서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청년경찰> <증인> 등을 제작한 제작사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와 오랜 인연이 있어 자연스레 <증인>의 프로듀서로 합류하게 됐다. “막내 스탭 한명 한명의 의견까지 다 듣는 감독은 처음 봤다.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걸 바탕으로 결정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놀란 적이 많다. 이한 감독님을 닮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인물과 드라마가 부각되는 적절한 공간 찾기는 특히 중요한 과제였다. <증인>에는 지우 집과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지우의 이웃집, 순호 집과 법정 등 서사와 밀접한 공
<증인> 이준우 프로듀서 - 좋은 사람이자 좋은 기획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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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개봉한 한국 장편애니메이션 <언더독>을 보다가 캐릭터 뒤편에 자리한 배경 미술에 눈길을 빼앗겼다. 특히 주인에게 버려진 개 뭉치가 온통 노랗게 물든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 앉은 장면은 눈이 부실 정도다. “배경 미술은 캐릭터를 살려주는, 전적으로 서브 역할”이라는 유승배 미술감독이 들으면 손사래를 칠 일이다. 그는 “동양화의 안개가 서린 느낌 같은 공기원근법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화려하고 매끈한 3D애니메이션의 홍수 속에서 <언더독>은 서정적인 수채화를, 때에 따라서는 한국 수묵화가 지닌 은은한 기품을 떠올리게 한다. 오성윤, 이춘백 감독이 강조했던 <언더독> 특유의 2.5D 느낌을 구현하는 데에도 유승배 미술감독의 역할이 컸다. 그는 “3D 모델링 공정을 거친 캐릭터의 외곽선, 배경 더미에 얇은 붓선의 느낌을 주거나 손맛이 느껴지도록 텍스처 매핑을 하는 방식”으로 아날로그 정서를 살렸다.
유승배 미술감독의 작업은 표현의 방법만큼
<언더독> 유승배 미술감독 - 영화의 공기를 그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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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법, 무언가에 홀린 듯 열중하는 법. 그 둘이 다르지 않음을, 소설가 윤이형은 작품을 통해 꾸준히 말해왔다. 주인공들에게 매혹은 선물처럼 오지 않고 과거에서 비롯하는 것이며, 그것을 알지 못하고 빠져들기 때문에 대가처럼 고통을 경험하곤 한다. 윤이형은 2005년 단편소설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동성 연인의 사랑을 그린 <루카>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과 문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14년간 소설을 써온 그에게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나이 많은 누군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을 믿지 말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하라고. “나는 쓰지 않아야 할 때 쓰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자전적인 <그들의 첫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한 소설가 윤이형 - 정상 가족이 어떻게 깨지는지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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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미처 몰랐다.” 지난해 12월 5일, 한국영상자료원의 새 기관장으로 임명된 주진숙 원장을 만나기 전, 직원에게 넌지시 새 원장이 오고 난 후의 변화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영화 관련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그만큼 높아 업무 진행이 빨라졌다는 이야기다. 전임 원장의 불명예 사퇴 이후 영화와 영화계를 파악하는 영화 전문인이 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았다.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교수, 여성영화인모임 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영화계에서 다양한 중책을 맡아온 영화학자 출신의 주진숙 원장은 복원, 아카이빙, 시네마테크 운영 등 영화 전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필요로 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을 책임질 적임자로 환호를 받으며 부임했다. 부임 직후 인터뷰 요청을 하자, “업무 파악이 먼저”라며 고사해 미루었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계의 기대가 크다고 전하자, “고마우면서도 부담감이 크다. 한국영상자료원 업무가 워낙 방대하고, 일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 원장, "이전에 잘못된 것들이 있었다면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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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이 어땠는지 말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다시 만났다.” 2018년 배우 김향기는 그야말로 부지런히 한해를 보냈다. 그는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영주>에 이어 <증인>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소녀 지우 역을 맡아 또 한번 새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한 소녀가 증인으로 법정에 서는 과정을 그린 <증인>은 배우 김향기가 10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향기는 그런 숫자나 구분을 의식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저 자연스럽게, 항상 오늘에 충실한 배우의 얼굴은 무르익은 계절처럼 점점 깊어간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는 많지만 <증인>처럼 자폐 청소년의 시점에 눈높이를 맞추는 영화는 드물다. 어떤 계기로 출연을 결심했나.
=감독님이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나리오가 있다’고 연락을 주셨다. 처음에는 이번에도 이한 감독님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따뜻한 영화
<증인> 김향기 - 영화와 함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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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면 승진 기회가 따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순호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우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정우성은 이 질문의 울림이 컸다고 한다. <증인>은 돈, 명예, 권력, 편견, 이기심, 속임수 따위가 아닌 진실, 정의, 소통 등의 가치를 긍정하는 영화다. 소통과 치유, 정의로움 등 여러 유의미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인물이 정우성이라 믿음직스럽다. 더불어 그의 최근작이 <인랑>(2018), <강철비>(2017), <아수라>(2016), <더 킹>(2016)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증인>에서 우리는 보통의 정우성을 만나는 반가움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냈나.
=지난 몇년 동안 연말
<증인> 정우성 -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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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감독의 <증인>은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소녀와 소녀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려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변호사와 목격자로 만난 정우성과 김향기는 알고 보니 17년 전 CF를 함께 찍은 사이. 두 사람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인연의 끈은 <증인>에 닿아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순수성을 간직한 두 캐릭터 순호와 지우에게 진심으로 감응했던 정우성과 김향기는 영화뿐 아니라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증인>을 완성했다. 최근 강렬한 장르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던 정우성과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유연하게 오가며 10대의 마지막을 바쁘게 보낸 김향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 따뜻했다는 <증인> 촬영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증인> 정우성·김향기 - 신뢰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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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은 다큐멘터리 <보라>(2011)와 <파산의 기술>(2006)을 만든 이강현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다.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인 기선(박종환)을 중심으로, 기선의 학교에 다니는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 기선의 옛 여자친구이자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와 식당을 새롭게 운영하려는 혜진(김새벽) 그리고 택배 일을 하는 현수(백수장)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엮인다. 산업재해에서 출발해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얼굴과 사회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아갔던 전작 <보라>처럼 <얼굴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확장하고 그러면서 시스템 속에 점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문법과 관습을 거부하며 자기만의 영화를 찍고 있는 이강현 감독을 만났다.
-프로덕션 노트에 “직전 작업에 대한 반동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갔다”고 썼다. 전작인 다큐멘터리 <보라>를 끝낸 뒤 어떤 영화적 질문들이 생겨났고, 어떻게 <얼굴들>
<얼굴들> 이강현 감독 - ‘영화적’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적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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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권유로 별 뜻 없이 시작한 다도. 노리코(구로키 하루)는 그렇게 발을 들인 다도 교실에 무려 24년간 다녔다. <일일시호일>은 노리코의 수업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아주 독특한 흐름의 영화다. 그사이 노리코의 인생에도 취업, 고민, 가족과의 이별 등 많은 사건들이 지나가지만, 다도 교실은 외부의 세계에서 보호하듯, 그녀를 위로하고 다독여준다. “다도 교실 안에 작은 우주가 있다면, 그 안은 어떤 모양일까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오모리 다쓰시 감독. 노리코는 다도를 몸에 익히고, 마침내 자연의 변화를 감지한다. 이 영화의 깨달음은 단순히 ‘차 한잔의 여유’에 머물지 않는, 귀담아 새겨들어야 할 인생의 방법론을 제시해준다.
그 의도가 적중했다. <일일시호일>은 일본에서 지난해 12월 개봉해 100만 관객을 모을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도 교실의 다케다 선생으로 분해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 기키 기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의 방법론이 관객에
<일일시호일> 오모리 다쓰시 감독 - 찬찬히 들여다보기, 삶도 영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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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험이 처음이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젊은 장미 역할을 맡은 하연수는 신인배우라고 부르기에는 데뷔 연차도, 참여한 TV 드라마 작품 수도 많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데뷔작 <연애의 온도> 이후 두 번째로 출연한 작품이다. 2016년에 작업했지만 여러 사정상 개봉이 밀려 3년 만에 관객과 만난 셈이라 홍보 스케줄도 처음이라고. 사실상 신인배우 하연수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배우에게는 뒤늦게 다시 데뷔하는 기분을 안겨줄 듯 하다. 출연 당시에만 하더라도 절실한 마음에 그저 “감사한 기회였다”는 그녀는 어느덧 연기와 연기 사이, 배우를 빼도 인간 유연수(본명)가 오롯이 남도록 일과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30살 배우가 됐다.
-<연애의 온도> 이후 두 번째 출연작으로 2016년에 작업했지만 이제야 개봉했다.
=얼마 전에 가족 시사회를 열었는데 엄청 떨렸다. (웃음) 다들 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전해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 빛나는 처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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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장미>는 딸 현아(채수빈)를 헌신적으로 키워온 엄마 장미에 관한 영화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장미가 겪었던 굵직한 사건들이 거의 10년 단위로 펼쳐지기에 상황에 맞는 여러 시대를 미술로 재현해야 했다. 덕분에 신유진 미술감독은 “일반적인 제작과정에서는 보통 몇 회차 진행하는 헤드스탭 회의를 15번 넘게 가질 정도로” 어느 때보다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 특히 “생활감을 보여주되 성격상 활발하고 강한 장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공간이길 원했다고. 극중 젊은 시절의 장미(하연수)는 낮에는 미싱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클럽은 “장미의 꿈이 담긴 곳”이기에 “경쾌하고 밝은 색감”을 부여했다. 동시에 “1970년대에 흔히 쓰이던 굴곡이 있고 무늬가 들어간 타일 하나하나도 고증을 거쳤다”. 어린 현아와 장미가 살던 단칸방 역시 1980년대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서 “실제로 한달 간격으로 방을 빌려주던 여관의 방문을 떼어” 오기도 했고, 여관
<그대 이름은 장미> 신유진 미술감독 - 80년대 생활감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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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열린 ‘용필름의 밤’ 행사에서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성질 더러운 제작자를 만나 이해영 감독이 고생하셨고, 이충현 감독은 앞으로 고생하고, 이계벽 감독은 이제 시작이니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해영 감독의 <독전>을 개봉시켜 흥행에 성공했고, <럭키>를 연출한 이계벽 감독의 신작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촬영을 마쳤으며,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입봉작 <콜> 크랭크인을 눈앞에 둔 자신과 용필름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인사말이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새침하며, 심지어 소심해 보일 때도 많지만 지난해 함께 작업한 동료에게 감사를 잊지 않고, 올해 손발을 맞출 동료에게는 잘하자고 부탁하는 마음을 쑥스럽지만 직설적으로 전달한 그만의 화법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표적>부터 <독전>까지 용필름이 제작한 모든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본 서울 상수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수동 시대를 여는 임승용
임승용 용필름 대표, "기획이란 내가 좋아하는 걸 남도 좋아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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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보자. 쓰마부키 사토시에게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의 츠네오가 보여준 그 찬란한 웃음을 거둔다는 것. 그건 그렇게 단순한 변신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청춘의 아이콘’으로 굳건한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장을 맞으려는 시도 이후 사토시는 <악인>(2010)과 <분노>(2016) 등에서 보여준 자신의 ‘반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그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그 궤도에 오른 쓰마부키 사토시 연기의 활용편이다.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을 캐기 위해 나서는 주간지 기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욕망의 희생양이 된 여동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빠. 두 얼굴의 급격한 변화가 아닌, 미동 없는 냉소적인 표정 하나만으로 쓰마부키는 주인공 다나카가 가진 두 가지 내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공식적으로 9년 만의 한국 방문인 쓰마부키 사토시를 단독 인터뷰했다. “부러 더 했다”는 구레나룻보다 쓰마부키의 변화를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 - 청춘의 얼굴에서 복잡한 내면까지 연기하는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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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세계를 크게 두 갈래로 분류했을 때, 분기점은 아마 두 가족의 충돌을 다룬 <썸머 워즈>(2009)가 될 것이다. 결혼 이후 사적 경험을 영화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한 그는 <늑대아이>(2012)에서 어머니가 죽은 이후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 <괴물의 아이>(2015)에서 자식을 얻은 후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4살 아들이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자 한껏 질투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미래의 미라이>는 아예 자녀들을 실제 프로덕션 과정에 참여시켰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한 호소다 마모루의 세계는 협소해지기는커녕 전보다 더 보편성을 획득하며 전세계로 뿌리내리는 중이다. 4살 꼬마 쿤(가미시라이시 모카)이 첫눈 오던 날 집에 갓 입성한 동생 미라이(구로키 하루)의 중학생 모습과 조우한다는 설정은 소박해 보이는 세팅으로 인생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은유하며, <미래의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 경험의 확장,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