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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도경수가 아닌 엑소의 디오를 생소해하는 이들이 잘 모르는 세 가지. 그는 그룹의 ‘메인 보컬’이고 (본인은 기자에게 적극 부인했지만) 연습생 기간에 비해 춤을 잘 추는 멤버로 유명하며 처음부터 연기하는 멤버는 아니었기에 <카트>(2014) 전에는 연기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 드러난 재능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그것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도경수는 첫 원톱 영화 <스윙키즈>로 본인의 영역을 성큼 더 확장할 예정이다. 우울한 소년을 주로 연기해온 그가 탭댄스를 추고, 호기로운 북한군 포로 로기수로 분해 캐릭터 변신을 꾀한다. 도경수가 갖고 있었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얼굴이 여기에 있다.
-<카트>와 <7호실>(2017)에서 아르바이트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가난한 청년, <신과 함께> 시리즈의 관심사병 원 일병 등 어두운 내면을 가진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스윙키즈>의 로기수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마음에
<스윙키즈> 도경수 - 홀로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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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은 전쟁터도 춤추게 한다. 강형철 감독에 의하면, 연기를 위해 탭댄스를 배운 배우들은 물론 스탭들도 이를 흉내내느라 <스윙키즈> 촬영장에서는 틈나는 대로 춤판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기운은 <씨네21>의 <스윙키즈> 표지 촬영날까지 이어졌다. 올 초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우리 경수, 우리 경수 하면서 업고 다니고 싶다”고 했던 강형철 감독은 이날 “<스윙키즈>가 손익분기점 370만명을 넘기면 도경수를 업겠다”고 선언하고, 진지한 이미지의 도경수는 밝은 얼굴로 탭댄스를 추며 스튜디오를 돌아다녔다. 기자들만 화들짝 놀라고 관계자들은 익숙한 광경이라는 듯 반응하던 <스윙키즈>의 흥겨운 공기 속으로.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배우 도경수 - 리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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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 찍을 수 있는 것을 찍자는 마음뿐이었다.” 이전까지 극영화 촬영 경력만 있었던 양근영 촬영감독이 정성일 감독을 만나 다큐멘터리의 세계로 진입했다. 중국 인민의 생활상과 소외계층의 진실을 응시하는 왕빙 감독의 영화 현장을 엿보는 <천당의 밤과 안개>,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제작을 기다리는 풍경을 담은 <녹차의 중력>이 그것이다. “왕빙 감독이 영화 촬영 중일 때는 물론이고, 이동하고 밥 먹고 쉬는 모습까지 샅샅이 찍었다.” 2012년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윈난성을 거쳐 남부 국경지대를 오고 간 <천당의 밤과 안개> 촬영 현장엔 양근영 촬영감독과 정성일 감독 둘만 있었다. 2003년 중국 베이징전영학원에 진학한 양근영 촬영감독은 “유일한 중국어 가능자로서 촬영감독이면서 현장 진행도 동시에 맡았다”. 왕빙 감독과 친밀감을 쌓기 위해 택한 방법은 그의 촬영조수를 자처하는 일이었다.
<천당의 밤과 안개> 양근영 촬영감독 - 다큐멘터리스트의 본능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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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법으로 접근한다면 한국의 영화평론가 중 최후에 남을 이름은 정성일이 아닐까 싶다. 비평의 덕목이 영화를 새롭게 보고, 다시 보고, 그 안에서 창작자조차 간과했던 미지의 언어를 발굴하는 것이라면 한국영화계에서 평론가 정성일이 지나온 걸음을 따라잡을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분석은 성실하고, 언어는 꼼꼼하며, 통찰은 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평론가로서 그가 지닌 최상의 미덕은 거의 광적이라고 해도 좋을 호기심에 있다. 정성일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질문으로 영화의 심연을 마주하며 인식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영화를 잘 보고 제대로 말하는 것과 잘 찍는 것은 때때로 다른 영역의 재능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감독 정성일의 첫 영화 <카페 느와르>(2009)를 봤을 때 나는 평론가와 감독 사이 불투명한 거리에 대해 고민했다. 다시 고백하자면 두 번째 영화 <천당의 밤과 안개>(2015)를 본 뒤 의심의 안개는 깔끔하게 갰다. 정성일이라는 이름
<천당의 밤과 안개> 정성일 감독, "거울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찍는 과정에 관한 영화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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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감독이 본인에게 익숙지 않을 ‘소녀의 세계’를 영화로 다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편견 섞인 질문이라 양해를 구한다는 말을 덧붙이자, 가장 많이 듣는 얘기라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고등학생 때 연극부 반장을 했다. 인근 여고 학생들이 찬조출연을 해주면서 그들과 친해졌는데, 그 학교에 항상 남자 역할만 맡고 주변 친구들에게 한가득 선물을 받는 친구가 있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보니 신기한 마음에 그들의 세계를 엿보게 됐다.” <소녀의 세계>는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준비하는 고3 선배 하남(권나라)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 선화(노정의)의 성장담이다. 연극을 연출하는 수연(조수향)은 감독 자신이 가장 많이 투영된 인물이라고 한다.
-2년 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고 들었다.
=선화의 일상 에피소드가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편집했다. 또 몸매 관리를 위해 선화가 딸기 우유를 먹는 장면이
<소녀의 세계> 안정민 감독 - 여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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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현장 분위기가 전부 좋았고 스탭과 동료 배우들도 모두 친절하고 좋았다”고 권나라는 말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고 있는 옷이 너무 얇아 외투를 건네주려는 소속사 직원을 마다하며 기자의 녹음기에 패딩 스치는 소리가 들어갈 것 같다고 말하는 데서 느껴지는 배려심이나, 유튜브 세대의 신조어를 못 따라가겠다고 하소연하는 귀여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우월한 황금비율’ 따위의 미디어의 수식어가 그의 매력을 축소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2년 전 권나라가 촬영했던 실질적인 연기 데뷔작 <소녀의 세계>에서도 그는 선화(노정의)를 비롯한 소녀들의 첫사랑이 된, 여고의 우상으로 등장한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극중 하남은 과묵하고 속을 알 수 없다는 것. 자신과 닮은 듯 다른 캐릭터와 조우한 권나라의 ‘첫 순간’을 들여다보았다.
-안정민 감독이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를 먼
<소녀의 세계> 권나라 - 지금 시작된 연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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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박해일이 시를 읊는다. 중국에서 어린이라면 누구나 읊을 줄 안다는 낙빈왕의 <영아>(咏鹅)라는 시를 말이다.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 풍경이다. 장률 감독이 평소 박해일의 아이 같은 면모를 떠올린 이미지인데 그것이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이 영화는 박해일이 맡은 윤영이, 송현(문소리)이 선배(윤제문)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송현과 함께 군산으로 여행 가면서 시작된다. <경주>(2014), <필름시대사랑>(2015)에 이어 장률 감독과 세 번째 작업한 이 영화는 박해일에게 어떤 여행이었을까. 현재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를 촬영하고 있는 그는 비니로 민머리를 감춘 채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18개월 된 둘째아이는 잘 크고 있나.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 때문에 집을 나와 있어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
-둘째라 육아가 첫째에 비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배우 박해일, "장률 감독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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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시리즈의 차사 덕춘 역을 맡으며 원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혔던 배우 김향기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영주>의 영주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철부지 동생을 챙기며 살아야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차성덕 감독의 데뷔작 <영주>는 배우 김향기의 얼굴로 시작해 얼굴로 끝나는 영화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주라는 인물이 지닌 내면의 복잡함을 얼마나 다양하게, 또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배우에게는 큰 숙제임과 동시에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하는 영화다. “올 한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좋은 기억들로만 채워져서 기쁘다”라고 말하는 김향기에게 <영주>는 어떤 영화일까.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수시 합격을 축하한다.
=합격 기사를 보고 나서야 내가 대학생이 되는구나, 라고 실감했다. <우아
<영주> 배우 김향기 -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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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오멸 감독은 두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영화 <눈꺼풀>(2016)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에 도전하는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어전설>(2016)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통제와 검열이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시절 완성된 이 두편의 영화는 시대의 상처와 아픔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개봉한 <눈꺼풀>이 상징과 비유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가늠하려 하는 진중한 분위기의 영화였다면, 11월15일 개봉한 <인어전설>은 제주도 어촌 마을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연을 닮은 생명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그녀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어이그, 저 귓것>(2009), <뽕똘>(2010), <하늘의 황금마차>(2013) 등의 전작을 통해 자신
<인어전설> 오멸 감독 - 해녀들의 삶 자체가 곧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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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송새벽에게 있어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 해다.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온 후 쉴 새 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가던 그가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고, <7년의 밤>(2018)으로 돌아온 이후 활동 반경을 넓히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나의 아저씨>로 첫 TV드라마에 도전했고, 지난 11월 15일 개봉한 <해피 투게더>는 그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휴먼 드라마다. 송새벽이 연기하는 영걸은 관광 나이트클럽에서 하늘(최로운)의 아빠 석진(박성웅)의 일자리를 뺏는 ‘생계형’ 색소포니스트인데, 석진 부자의 끈끈한 모습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하늘이 아티스트로서 가진 능력을 발견한 이후에는 친아빠만큼 애정을 쏟는다. “예전부터 따뜻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들어오더라. <해피 투게더> 시나리오를 받고 되게 하고 싶었던 장르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송새벽과 가장 가까운 장르는 오히려 <해피 투게더
<해피 투게더> 배우 송새벽 - 느리게 나의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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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래미 맬렉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로 캐스팅됐다는 뉴스가 떴다. <미스터 로봇>의 해커 엘리엇 역으로 제68회 에미상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지만,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전기영화에서 밴드의 프론트맨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할 만큼의 중량감을 래미 맬렉에게서 발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래미 맬렉이 프레디 머큐리 역의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 프레디 머큐리와 외형적 이미지가 비슷한 사샤 바론 코언과 또 다른 벤 위쇼가 <보헤미안 랩소디>에 언급되었지만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 <미스터 로봇>을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은 커다란 눈과 견고한 턱 때문에 고집스럽고 예민한 예술가의 인상을 풍기는, 이집트인 부모를 둔 미국 태생 래미 맬렉에게 손을 내밀었다. 퀸의 팬이었던 래미 맬렉은 부담감을 떨치고 차츰 프레디 머큐리가 되어갔다. 지그재그로 리듬을 타며 스타카토로 걷는 걸음걸이나 짧은 스탠딩 마
<보헤미안 랩소디> 래미 맬렉 - ‘레전드’를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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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인과 연>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까지, 올해 마동석이 출연한 개봉영화는 5편이다. 출연작 모두가 흥행하거나 호평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범죄도시>(2017)의 성공 이후 마동석의 자기 캐릭터 복제가 이제는 한계치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올 법도 한 상황. 다시 말해 <베테랑>(2014)의 아트박스 사장님과 <부산행>(2016)의 맨주먹으로 좀비 때려잡는 ‘마블리’ 캐릭터가 시효를 다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내미는 분위기. 그럼에도 마동석은 꿋꿋하다. 그의 행보에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자의 확신이 느껴진다. <성난황소> 역시, 마동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창작 집단 ‘팀 고릴라’가 마동석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만든 액션영화다. 영화에서 마동석은 사랑하는 아내 지수(송지효)를 납치한
<성난황소> 마동석 -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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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식만큼 힘들고 지친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인류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요리 학교 르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배운 탐험가, 이욱정 감독은 말한다. KBS에서 PD로 일하며 다큐멘터리 <누들로드>(2009), <요리인류>(2015) 등 한국 음식 콘텐츠의 도약을 이끈 이욱정 감독이 이번엔 배달앱에 기반한 푸드테크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배달의 민족과 만났다. 제4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치킨인류>는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식재료인 닭을 좇아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닭요리와 사람의 문화를 펼쳐내는 이른바 음식 오디세이다. 이 장대하고도 맛있는 여행을 책임진 이욱정 감독과 시종 유쾌한 조력자였던 배달의 민족 장인성 이사에게 만남을 청했다.
-KBS 이욱정 PD와 배달의 민족이 어떻게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나. 작품 기획 단계가 궁금해진다.
=이욱정_ 배달의 민족이 <매거진 B>와 함께 만드는 <매거
다큐멘터리 <치킨인류>를 연출한 이욱정 감독, 제작사 배달의 민족의 장인성 이사,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트렌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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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의 반응? 의외로 너무 쉽다고들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월 27일부터 2019년 4월 7일까지 열리는 전시 <하룬 파로키-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기획한 김은희 학예연구사는 말한다. 현대 관객에게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비디오 아티스트 하룬 파로키의 작품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가 특히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보길 권하는 작품은 <노동의 싱글숏>이다. 하룬 파로키가 2011년부터 타계하기 전인 2014년까지 전세계 15개 도시의 노동 현장을 단일 숏으로 촬영한 워크숍 프로젝트로, 이번 전시에는 안체 에만의 2017년 추가 촬영분까지 더해 16개 도시에서 제작한 영상들이 다중채널로 소개된다.
김은희 학예연구사는 1990년대 프랑스 파리 1대학에서 시나리오 전공으로 석사를, 영화이론으로 박사를 수료했다. 2000년대 초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영화제(SeNef) 프로그래머 등을 맡고 장편영화 <딱정벌레>를 연출하는 등 영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은희 학예연구사 - 미술관으로 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