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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 전문가가 첫사랑 영화를? 주로 류승완 감독과 작업했던 김정민 필름케이 대표가 <너의 결혼식>을 제작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 결과는 신의 한수가 되어, 여름 극장가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김정민 대표가 이석근 감독에게 <너의 결혼식> 초고를 받은 건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사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차별화를 위해 복고 코드를 버리고 연대기에 집중하자는 틀이 잡혔고, 엔딩도 여러 번 바뀌었다. “감독님은 결혼식에 갈 수 없으니 전화 통화만 해야 한다고, 나는 직접 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설득하는 과정이 길었다. 지금 엔딩은 젊은 배우들의 의견을 듣고 완성된 거다.” 또한 멜로 장르 자체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시장 진단과 그에 따른 캐스팅 및 투자 문제가 발생하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다. “먼저 캐스팅된 (박)보영씨 또래이면서 투자사에서 오케이할 만한 배우들은 악역 혹은 남자
<너의 결혼식> 김정민 필름케이 대표 - 여성 스탭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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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신작을 가지고 인터뷰 해야지.” 몇해 전, 추석영화 흥행사와 관련된 특집 기사를 준비하다가 배창호 감독을 섭외할 일이 있었는데 그는 과거 영화에 대해 다시 얘기하는 걸 한사코 거절했다. 배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를 “한번도 마음 편히 본 적 없다”고도 말했다. 5년 전, 그와 함께 필리핀 다바오에 동남아시아 영화 학도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출장간 적 있는데 그때 배창호 감독은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고만 귀띔해주었다. 전작 <여행>(2009) 이후 내놓는 오랜만의 신작이 어떤 이야기일지 무척 궁금했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그런 그가 신작 대신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 반, 놀람 반의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낭만주의자가 아닌 사람이 없듯이 배창호 감독 같은 낭만을 아는 사람에게 산악영화제라니, 무척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한 그는 특유
배창호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산악 문화의 확산과 함께 지속 가능한 영화제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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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자본과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독립,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 김승수 조직위원장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 덕분인지 지난 몇년간 전주국제영화제가 보여준 성장은 눈부시다. 특히 각 영화제의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이전의 개최 결과와 평가 결과를 참고하여 발표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 평가 결과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을 통해 영화 제작과 배급에 있어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점도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전주영화제에서 <자백>(2016)을 상영하고 <노무현입니다>(2017)의 제작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이시종 충북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 함께 지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세명의 지방자치단체장 중 한명이기도 하다. 그런 진통 속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영화제 20주년이 되는 2019년을 기다리며 ‘독립 그 이상의 독립, 영화제 그 이상의 영화제’를 꿈
김승수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전주시장, “권력과 자본에 맞선 단단한 울타리 역할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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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감독이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2001), <태풍태양>(2005) 이후 12년 만에 세 번째 장편 극영화를 만들었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일본의 유명 작가 료코(나카야마 미호)와 가난한 한국의 유학생 찬해(김재욱)의 애절한 멜로드라마 <나비잠>이 그것이다. 정재은 감독은 그사이 <말하는 건축가>(2012), <말하는 건축 시티: 홀>(2013) 등 다큐 작업에 주력하며 빠르게 무너지고 솟아나기를 반복하는 동시대 한국의 도시 공간에 염려를 남기고, 인간과 상생하는 건축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에 이어 이번엔 해외 합작영화로 일본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 정재은 감독. “새로운 플랫폼을 향해 언제나 살 길을 찾아 헤맨다는 점에서 나는 어쩌면 계속해서 신세대가 아닐까”라는 그의 말에 적잖이 공감이 간다.
-한·일 합작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은경 프로듀서(<나비잠>의 한
<나비잠> 정재은 감독 - 동아시아 멜로의 감수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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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얼굴이라 연기 초짜인 줄 알았는데 무려 데뷔 6년차 배우다. 배우 정유민이 생명력을 생생하게 불어넣은 덕분에 <목격자>에서 ‘희원’은 단순한 살인사건의 희생자에 그치지 않고, 관객의 몰입을 끌어낼 수 있었다. 정유민은 2012년 드라마 <홀리랜드>로 데뷔한 뒤 <음치클리닉> <반드시 잡는다> 등 두편의 영화와 <유나의 거리> <구르미 그린 달빛> <이판사판> 등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다. 200만 관객(8월 25일 기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돌파한 <목격자> 홍보하랴,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과 <나인룸> 드라마 두편을 동시에 촬영하랴 정신없는 그를 만났다.
-<목격자>엔 어떻게 출연했나.
=전작 <반드시 잡는다>에 참여한 인연으로 <목격자>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두편 모두 같은 제작사
<목격자> 정유민 - 현장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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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를 맞은 DMZ국제다큐영화제(이하 DMZ영화제)는 올해 여러 변화에 직면했다.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의 교체는 영화제 내부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홍형숙 신임 집행위원장은 DMZ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프로그래머의 역할 강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조명진 프로그래머는 올해 2월부터 영화제에 합류했다. 20년 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소르본 누벨 파리3대학에서 다큐멘터리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프랑스 국립 예술사원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어떻게 영화로 10회를 기념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영화제의 10년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다큐멘터리 거장들의 작업을 돌아보는 일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올해 마스터클래스를 신설해 두 거장을 초대했다. 제3세계 영화운동의 산증인인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1968)의 페르난도 E. 솔라나스 감독과 “이스라엘의 마이클 무어로 소개되곤 하는” 아비 모그라비 감독이 주인공이다. 올해 타계한 클로드 란즈만 감
조명진 DMZ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 -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나는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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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했지만 새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있다. 홍상수 감독 23번째 장편영화 <강변호텔>의 배우 기주봉이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이하 로카르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를 시작한 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첫 해외 수상이다. 그는 유독 상과 인연이 없었다. 1990년대부터 120여편의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국내에서의 수상도 올해 4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로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게 처음이었다. 상이 배우의 가치를 재는 기준이 될 순 없지만 그간 한국영화에 그가 남긴 족적을 떠올려보면 이상한 일이긴 하다. <강변호텔>의 수상 소식에 청한 인터뷰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담담했다. 이번 수상은 차라리 그의 연기를 다시금 찬찬히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죽음을 앞둔 늙은 시인이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 영화는 달관과 체념의 정서를 켜켜이 쌓아온 배우 기주봉이 걸어온 세월의 한
<강변호텔> <공작> 배우 기주봉, "감독에게도 연기자에게도 모든 영화는 서로에겐 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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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영화를 즐긴다”는 최대호 안양시장. 그는 3회째를 맞는 교육의 도시 안양을 대표하는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본 <신과 함께-인과 연>의 성주신(마동석)이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가족애를 일깨우는 작품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한다. 영화제 개막작인 <운명: 가마쿠라 이야기>(2017)도 젊은 부부의 숨겨진 비밀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작품이라며 추천한다. 9월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영화제 개막을 앞둔 지금, 최대호 조직위원장에게 올해 영화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올해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가 3회째다. 조직위원장으로 청소년영화제의 중요성과 올해 영화제가 나아갈 방향성을 말해달라.
=‘처음부터 끝까지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영화제.’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의 방향성은 이 한마디로 정의하고 싶다. 어른들이 준비해주는 축제의 장에 청소년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직접 영화를 만들고,
최대호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 조직위원장, 안양시장 - 청소년이 곧 영화제의 브랜드이자 차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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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람차>는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일본 오사카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됐다. 사라진 직장 동료를 찾아 오사카를 떠도는 남자 우주(강두)의 걸음은 한때 꿈을 좇았던 모든 보통사람들의 걸음과 닮았다. 음악을 통해 잔잔하게 삶을 되돌아보는 이 영화는 거창한 꿈과 미래를 말하는 대신 내 옆에서 함께 걷는 이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호흡을 맞춘다. 공동 연출을 맡은 백재호, 이희섭 감독이 발견한 위로의 리듬과 공감의 박자를 여기 옮긴다.
-독립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해외 촬영에 공동 연출이다.
=백재호_ 극단 선배인 지대한 배우의 소개로 제안을 받았다. 일본을 오가면서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해온 이종언 프로듀서가 오사카에서 음악영화를 한번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해왔다. 시놉시스는 있었는데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니었고 혼자 하고 싶진 않아서 이야기를 새로 쓰고 공동 연출이 가능하다면 해보기로 한 게 여기까지 왔다.
=이희섭_ 촬영감독으로서 백재호 감독과 배우, 프로듀서, 연
<대관람차> 백재호·이희섭 공동 감독 - 지금 당장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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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가 처한 현실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많은 해외 영화제에서 관심을 받은 화제작이다. 주목할 독립영화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또 현재 유의미한 행보를 보이는 제작사 아토ATO의 영화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데뷔작을 연출한 신동석 감독을 만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준비 중인 차기작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살아남은 아이>는 어떤 기획 의도에서 출발한 영화인가.
=살면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빈자리를 느낄 때마다 책이나 영화에서 많은 위안을 얻으며 살아왔다. 그때마다 애도라는 감정을 어루만지는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아무래도 고통스럽고 힘든 이야기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첫 작품으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마다 가족 중 누군가를 잃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하게 되더
<살아남은 아이> 신동석 감독 - 애도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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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왠지 <너의 결혼식>으로 데뷔할 것 같아.” 10여년 전,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유성협 시나리오작가에게 SOS를 보낸 이석근 감독은 노트북에 있던 시나리오를 하나하나 읽은 동료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너의 결혼식>으로 감독 데뷔를 했다. 12년 전부터 틈틈이 써왔던 시나리오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 수정을 거듭했고, <너의 결혼식>은 남성 중심의 로맨스물이 안고 있던 일련의 단점이 희석된 작품이 됐다.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닌 것 같다”며 귀를 열고 소통하는 자세의 힘을 보여준 이석근 감독을 만났다.
-<너의 결혼식>의 초고를 쓴 건 2007년이라고.
=12년 전 하객으로 간 결혼식에서 울고 있는 신부를 봤다. 거기서 “만약 저 사람이 내가 호감을 느끼고 있던 여자라면 어떨까”를 상상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다른 작품도 썼지만 마음먹고 시간을 내 <너의 결혼식>
<너의 결혼식> 이석근 감독 - 여러 사람의 손을 탄 연애성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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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이 아니라 열차에서 내린 거예요.” 자신의 인생이 기찻길을 벗어난 열차 같다고 푸념하는 <대관람차>의 우주(강두)에게, 하루나는 이렇게 말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열차에 몸을 싣기보다, 무엇을 타든 가고 싶은 곳으로 향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하루나는 마음의 상처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만큼의 단단함을 가진 여성이다. 그 여성을 연기하는 배우는 일본 독립영화계의 라이징 스타, 호리 하루나다. 단역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이 처음 경험한 상업영화라는 그녀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신인배우다. 그녀가 <대관람차>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한국엔 다섯번 정도 왔다. 처음 온 건 고등학생 때인데, 당시 우리 학교가 한일 교류를 맺고 있는 부천에서 5일간 홈스테이를 했다. <대관람차>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고등학생
<대관람차> 호리 하루나 -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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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화면에서도 반짝 하고 빛을 발했던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의 고원희는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코미디 연기로 시청자들을 기습 공격했다. 예쁜 신인 배우에게 기대하는 예쁜 모습 따위엔 애당초 관심이 없다는 듯, 털이 많아 웃픈 ‘츄바카’ 서진을 연기하며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어떤 장르에서건 안정감을 주는 고원희는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채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 씩씩한 행보는 <으라차차 와이키키> 이전에 촬영한 <죄 많은 소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죄 많은 소녀>에서 고원희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고등학생 한솔을 연기한다. 온전히 한솔이 되어 감정의 세부에 집중해야 했던 현장에서 고원희가 느끼고 배운 것은 무엇일까.
-오디션을 통해 <죄 많은 소녀>에 합류한 것으로 안다.
=처음에 영희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김의석 감독님이 오디션을 굉장히 꼼꼼하게 보
<죄 많은 소녀> 고원희 - 호기심은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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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여빈을 수식할 단어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 이후라면 다르다. <죄 많은 소녀>의 ‘영희’는 전여빈을 절대 잊지 못하게 만들, 새로운 배우의 출연을 확정짓는 하나의 기폭제다. 친구의 죽음 이후 가해자로 몰린 영희가 몸소 겪게 되는 살풍경한 사회. 독하게 그 아픔에 맞서는 영희의 심리가 세포까지 에너지로 꽉 찬 전여빈의 연기로 완성된다.
-여고생들의 심리를 그린 ‘여학교 버전 <파수꾼>’이라는 이야기로 수식되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영희 역을 제안받았나.
=처음엔 전 배역을 다 봤다. 영희, 한솔이, 경민이 누구든 다 될 수 있었다. 영희 역을 리딩해보자고 한 건 2차 때부터였다. 그때 기분이 이상했다. 분명 오디션이자 미팅장인데, 감독님이 먼저 왜 이이야기를 시작했는지 털어놓으시더라. 그러다보니 나도 내 마음에 숨겨놓았던 감정들을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털어놓게 됐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지문을 한번 읽어봐달라고 하셨다.
-영희는 세상과
<죄 많은 소녀> 전여빈 - 몸으로 마음 표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