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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삶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클레어 포이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보다 국가를 우선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 젊은 여왕을 연기한다. 얼굴 근육이 마비될 때까지 미소를 짓고, 가족의 마음을 깨뜨리며 지켜야 하는 왕관의 무게는 가혹하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여왕의 숙명보다 더 인상적인 건 자신에게 주어진 거대한 삶의 과제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때로는 과감하게 돌파하는 한 여성의 초상이다. 고요함 속의 강인함을 선보이는 클레어 포이의 연기가 <더 크라운>의 핵심이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74회 골든글로브와 제70회 에미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더 크라운> 이외에도 클레어 포이는 유독 감당하기 어려운 운명에 휘말리는 인물들을 자주 연기해왔다. 전신이 마비되는 병에 걸린 남편을 돌보는 아내로 분한 영화 <달링>이나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 앤 불린을 연기한 드라마 <울프 홀> 등을 얘기할 수
<퍼스트맨> 클레어 포이 - 고요함 속의 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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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문화재단이 일상 속 개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제1회 ‘2018 라이징스타를 찾아라’ 밴드 경연대회가 10월 20일 한달여 일정의 막을 내렸다. 최종 우승팀은 대상간의 가까운 거리를 의미하는 순우리말 단어로 팀명을 지은 밴드 ‘바투’. 보컬 마루, 드럼 가온, 베이스 하랑, 기타 이령으로 구성된 4인조 얼터너티브 록 밴드다. 이번 대회는 지난 9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 4주에 걸쳐 봉담호수공원, 동탄센트럴파크 등 열린 광장무대로 시민 관객을 불러모았다. 화성 시민이 직접 인디 음악 신을 책임질 시민 예술가를 발굴하는 축제였기에 응원의 목소리는 더욱 끈끈했다. 심사위원단 점수로 접전을 벌인 끝에 우승 당락을 결정지은 것 또한 바투를 향한 시민 평가단 30인의 고른 지지였다.
-2018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소감은.
=마루_ 화성시에서 큰 공연을 한번 해본다는 의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큰 상을 받아 놀랐다. 재밌게 놀다 가자는 마음뿐이었다. 더
화성시문화재단 ‘2018 라이징스타를 찾아라’ 밴드 경연대회 우승팀 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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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도 규모도 알 수 없다. 조선 왕조를 몽땅 집어삼킬 기세로 창궐한 야귀떼. <부산행> 이후 이처럼 대규모의 좀비 같은 기괴한 생명체가 스크린을 덮은 건 <창궐>이 처음이다. 끔찍한 표정과 기괴한 동작으로 인정전에 범람하고 돈화문 철문을 뚫는 막무가내 생명체 야귀떼의 구현은 <창궐>의 스펙터클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숙제였으며 영화는 그걸 ‘제대로’ 해낸다. 이 많은 야귀떼는 누구의 지시로, 그토록 일사불란하고 위협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김성훈 감독이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야귀떼 연출이 가능했을까” 하고 감사를 표하기도 한 안무감독이 바로 야귀떼의 왕, 야귀 동작 안무가 조한준이다. 특히 본인도 영화에서 야귀로 연기까지 하는 배우다보니 “인간으로 더 버티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야귀의 내적 갈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클로즈업 컷이 들어가는 야귀 전문 배우만 60명, 현장의 보조출연자까지 더하면 300여명의 야귀의 움직임이 모두 조한준
<창궐> 조한준 안무감독 - 야귀의 내적 갈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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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2016)의 김성훈 감독이 내놓은 신작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와 흡사한 외모와 특징을 지닌 괴물 야귀에 맞서는 민초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권력가들의 몰락을 다룬 이야기다. 한때는 마니악한 장르영화의 소재였던 좀비가 이렇게 한국 상업영화에서 자주 ‘창궐’할지 누가 알았을까. 장르영화의 속성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창궐>은 액션 연기에 있어서 별다른 이견이 필요 없는 현빈, 장동건 두 배우를 앞세워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근사한 볼거리를 끊임없이 쏟아낸다. 즉 할리우드의 수많은 재난영화에 익숙해 있던 관객에게는 이전의 한국영화가 다루지 않은 좀비라는 소재를 마음껏 드러낸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줄 것이고, 배우의 멋을 즐기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는 아주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좀비영화라는 장르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창궐>의 독창적인 액션이 보여준 성과는 추켜세울 만하다. 도전적인 소재를 보다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내고자
<창궐> 김성훈 감독, "화려한 액션보다는 정서적인 액션의 힘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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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한국에 꼭 오고 싶었다.” <서치>의 주연배우 존 조가 한국을 찾았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이후 9년 만의 내한이다. ’역주행 흥행’으로 화제를 불러모으며 전국 294만 관객(10월 14일 기준)을 동원한 <서치>는, 올여름 할리우드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더불어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 중심에 배우 존 조가 있다. <서치>에서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를 연기한 존 조는 아시아계 배우들의 불모지처럼 여겨지던 스릴러 장르의 주연을 맡았다는 점, 오로지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만을 배경으로 연기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서치>의 국내 흥행 및 IPTV & OTT VOD 서비스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존 조에게 이 작품이 남긴 것, 그리고 그의 현재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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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로 한국 찾은 배우 존 조 - 아시아계 배우 ‘최초’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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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렬한 원색을 연상시킨다. 올해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성철이 영화 <배반의 장미>로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김인권, 정상훈 등 내로라하는 코미디의 달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번 영화에서 김성철은 자살을 결심한 20대 청년을 연기했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드라마에서 차근차근 캐릭터를 넓혀온 그에게 <배반의 장미>는 “남을 시원하게 웃기는 게 가장 어렵다”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 낯선 장르를 무사히 소화한 김성철은 “도전이 좋다. 그게 내 나이에 가장 잘 맞는 일인 것 같다”고 새로운 열의를 다진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타고난 감옥 체질로, 갖가지 죄수 상식을 자랑하는 법자를 연기했다가 <배반의 장미>에선 자살클럽에 합류한 우울한 청년 두석이 됐다. 출소 이후의 행보가 꽤 비관적인 셈이다.
<배반의 장미> 김성철 - 내 이름은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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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창생들의 부부 동반 모임이 스마트폰 하나로 산산조각 나버린다. 창밖에선 한창 월식이 진행 중인, 이 비일상적인 저녁에 새삼 타인의 아득함을 깨닫는 세 여자가 있다. 보수적인 남편과 전업주부의 규율에 짓눌린 수현(염정아), 남부러울 것 없으나 어딘가 마음이 허기진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그리고 신혼의 기쁨과 염려로 물든 수의사 세경(송하윤)이 그들이다. 동갑내기인 염정아, 김지수 배우와 가장 막내였던 송하윤 배우는 갓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들처럼 생생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한번, 허심탄회한 답변들에 두번 놀랐던 세 배우와의 만남을 전한다.
=염정아_ 태수(유해진)의 아내 수현은 문학에 빠진 전업주부다. 시나리오에서 표현된 것보다 좀더 순진하고 한편으론 맹해 보이는, 그래서 관객에게 귀엽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열어뒀다.
=김지수_ 예진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얼핏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예진의
<완벽한 타인> 염정아·송하윤·김지수 - 멋진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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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지기 친구들이 모이는 곳은 성공한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의 집이다. 그만큼 석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존재.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준모(이서진)는 이제 막 나이 어린 아내와 결혼해 신혼생활을 즐기는 중. 둘 다 남부러울 것 없이 태평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정말 그럴까. 으리으리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뒤덮인 집에서 친구들의 숨겨왔던 민낯이 공개되면 두 사람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핸드폰이라는 일상적인 도구가 그만큼 우리 일상을 무너뜨리기 손쉬운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타인>의 준모와 석호를 만들어내기 위해 배우 이서진과 조진웅이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어봤다.
=조진웅_ <완벽한 타인>은 한마디로 ‘완벽한 웰메이드’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소위 말해 꾼들이 만들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가 될 것 같았다.
=이서진_ 이재규 감독을 너무 잘 아는 내 입장에선 이 사람이 내게 흔한 시나
<완벽한 타인> 이서진·조진웅 - 함께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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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지기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부 동반 모임이다. 거기서 누군가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모두의 핸드폰을 공유할 것. 이들은 정말 서로에게 어떤 비밀도 숨기지 않는 끈끈한 사이였을까. 친구 및 부부 사이의 신뢰가 깨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유해진이 연기하는 변호사 태수와 윤경호가 연기하는 전직 교사 영배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언급할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이들보다 좀더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인물들이다. 비밀이 드러날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중년 부부의 진실게임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나간 연기는 유해진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탁구를 치듯 주거니 받거니 한” 호흡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과연 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까.
=유해진_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덩치 큰 영화들과는 달랐다. 사람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블랙코미디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디 앨런 영화 같기도 하고. 내가 맡은 태수는 변호사인데 ‘내가 변호사라는 역할에 괜찮을까?
<완벽한 타인> 유해진·윤경호 - 쉼표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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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재규 감독의 영화 <완벽한 타인>은 성공과 명예를 적당히 거머쥔 중년의 친구 부부들이 모여서 위험한 게임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서로의 핸드폰에 담긴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는 게임인데 현대인의 사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핸드폰을 통해 그동안 믿어왔던 인간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거나 혹은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미묘한 심리전을 펼치며 진실을 감추려 애쓰는 유해진, 염정아, 이서진, 송하윤, 조진웅, 김지수, 윤경호의 연기는 팽팽하게 맞서기보다 능숙하게 밀고 당기는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와 드라마,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장기를 뽐내던 배우들이 함께 모여 서서히 드러내는 관계의 진실이 궁금하다면 배우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완벽한 타인> 유해진·염정아·이서진·송하윤·조진웅·김지수·윤경호 - 앙상블의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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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의도를 지켜내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미쓰백>의 강가미 프로듀서는 최종 완성된 영화보다 “장르적인 느낌이 강했던” 시나리오 초고를 모니터링해주기 위해서 읽었다가, 내용이 너무 좋아서 준비하던 다른 작품 대신 이 영화를 프로듀서 입봉작으로 맡게 됐다. 그녀가 합류한 이후 이지원 감독과 의논하는 과정에서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바는 “장르의 테두리 안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성 있는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며 시나리오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촬영 들어가기 한달 전에야 투자사가 결정되는 등 제작 여건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그녀는 ‘제목이 코미디영화 같다’, ‘<아저씨>의 아류 아니냐’ 등 수많은 의견으로부터 이지원 감독이 시나리오를 흔들림 없이 완성할 수 있도록 지켜내야 했다. 그러면서 강가미 프로듀서는 여러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두고 보십시오. 나중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미쓰백’이 될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 합류하기 전부터
<미쓰백> 강가미 프로듀서 - 진심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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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펭귄 하이웨이>를 연출한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실제로 만 30살인 그는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감독 중 하나다. 그는 첫 장편 연출작 <펭귄 하이웨이>에 대해 막힘없이 답하고, 확실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
<펭귄 하이웨이>의 아오야마(기타 가나)는 순수함과 과학적 사고력을 동시에 갖춘 11살 소년이다. 그가 사는 마을에 난데없이 펭귄들이 출몰하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자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아오야마는 친구들과 함께 미스터리를 추적해간다. 이 작품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등을 쓴 모리미 도미히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아오야마와 그가 좋아하는 미스터리한 치과 누나(아오이 유우)의 캐릭터에 매료됐다. 무엇보다 소년의 ‘호기심’에 대한 부분이 정말 좋았다. 어른이 되면 앎의 기쁨을 많이 잊게 되지 않나. 이 소년은 무언가를 지나치
<펭귄 하이웨이>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 일본 애니메이션의 젊은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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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조·단역 작품도 없이, 김시아는 스크린 데뷔작인 <미쓰백>으로 존재를 알려왔다. 방치와 폭력을 일삼는 아동학대의 음지에서 미쓰백(한지민)의 손을 잡고 뛰쳐나온 아이 지은이 그의 생애 첫 역할이다. 올해 11살. 한없이 유순한 인상이지만, 무표정에선 일찍 철든 아이의 근심과 결연함이 묻어난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인 데뷔작에 이어 굵직한 차기작 행보까지 전해 듣고 나니, 행여 너무 빨리 두각을 드러내는 것 같아 노파심이 일었다. 호들갑을 떠는 기자에게 김시아는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차분한 답변을 전했다.
-600:1의 경쟁률을 뚫었다는 오디션 과정이 궁금하다.
=<미쓰백> 오디션만 여러 차례 봤다. 부분적으로 시나리오를 주셔서 연습해가는 식이었다. 마지막으로 연락을 받았을 땐, 오디션인 줄 알고 준비해갔는데 합격 소식을 알려주려고 부르신 거였다. 엄청 좋았다!
-아동학대의 당사자를 연기해야 했는데, 심적인 부담감을
<미쓰백> 김시아 - 완벽한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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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과 크리처가 만났을 때의 신선한 긴장감이 반가웠다.” 현빈의 말대로 <창궐>의 조선은 쇠약해진 왕권을 노리는 신하들과, 원인 모를 야귀떼의 공격으로 팽팽한 긴장에 사로잡혀 있다. 그가 연기한 이청은 청나라에서 장안의 호걸로 이름을 날린 뒤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다. <공조>(2016)에서 이미 그의 재능을 실감한 바 있던 김성훈 감독은 일찍부터 현빈을 적임자로 내다봤다. 그래서일까. <창궐> 속 이청은 현빈의 매력을 적재적소에서 영리하게 펼쳐 보인다. 역모를 꿈꾸는 김자준(장동건)에 대적하는 가운데, 이청은 능청스러운 입담과 함께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고, 이내 소명으로 일깨워진 반듯한 눈을 빛낸다. 피와 살점이 튀어오르는 전장 속에서도 조선의 왕자는 청초한 기운을 잃는 법이 없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잡혀간 인조의 두 아들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역사가 다소 비극적이었던 것에 반해 <창궐>의
<창궐> 현빈 - 힘과 선의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