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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의 총괄안무는 뮤지컬 안무가 및 연출가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이란영 안무가가 맡았다. 뮤지컬계에선 스타 안무가지만 <스윙키즈> 현장에선 “영화 새내기”이자 “막내”였다. “내 이름이 박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개무량했다.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뮤지컬 안무를 짤 때도 영화적 앵글을 무대에 적용하곤 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을 보면서도 “뮤지컬영화가 아닌데 영화 자체의 리듬이 너무 좋아 꼭 뮤지컬처럼 느껴졌다”고 평했다. <스윙키즈>는 탭댄스가 영화 전체의 서사를 끌고 가는 작품이다. “크고 작은 댄스 신만 30개쯤 된다. 하지만 강형철 감독의 머릿속에 이미 댄스 신과 관련해 큰 그림이 구체적으로 있어서 나는 그 그림을 정확히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란영 안무가는 “<스윙키즈>가 탭댄스를 보여주는 영화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에서 탭댄스는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다. 탭댄스는 발로써 감정을
이란영 <스윙키즈> 총괄안무 - 감독의 그림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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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이 멕시코의 마약계의 거물 파블로 에스코바(<나르코스>)나 80년대 뉴욕 뒷골목을 평정한 토니 몬타나(<스카페이스>)가 아니라 1970년대 대한민국 부산을 주름잡던 마약 유통업자 이두삼으로 ‘토착화’하는 데 배우 송강호의 존재는 필요충분조건이었다. ‘가족을 먹여살린다’라는 자신의 논리대로 움직여, 부패의 온상인 마약에 손대고 파멸하기까지. 10년간 펼쳐지는 에픽 안에서 송강호는 돈과 권력을 탐하던 자가 그 욕망의 정점에 섰다가 추락하기까지의 과정을 쥐락펴락하며 그 모두를 놓치지 않고 표현해낸다.
클로즈업된 이두삼의 얼굴 하나하나에 <넘버.3>(1997)의 삼류 건달의 코믹함이, <살인의 추억>(2003)의 형사 박두만의 페이소스가, <복수는 나의 것>(2002)의 아이를 잃고 극한에 몰린 아버지의 딜레마나 <남극일기>(2005)의 탐험대장의 핍박한 내면들이 어우러진다. 지난 20여년간 우리가 알아
<마약왕> 송강호 - 멈춤 없이 저돌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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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은 같은 위기 앞에서 인물들 각자 발 딛은 자리가 판이하게 다른 광경으로부터 시작된다. IMF행을 막아보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을 중심으로, 기회를 이용해 권력 구조를 재편하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나라가 망하는 데 돈을 걸어 계층 이동을 꿈꾸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그리고 무엇도 알지 못한 채 부도어음을 손에 쥔 중소기업 사장 한갑수(허준호)가 그 주인공이다. <국가부도의 날>로 첫 장편 시나리오 데뷔를 한 엄성민 작가는 “1997년의 종이 신문들이 핵심 자료”였다고 밝힌다. 그는 신문을 탐독하고, 사람을 수소문해 IMF 시기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평범한 이들을 만났다. 영화 속 갑수의 마지막 대사인 “아무도 믿지마”는 그들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엄성민 작가에게 좋은 캐릭터란 “우리에겐 누가 필요한가? 어떤 사람을 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통해 나온다. 그는 캐릭터들에 각자의 딜레마를 부여하려 노력했다. “한
<국가부도의 날> 엄성민 작가 - 현실의 뿌리에 상상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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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쩍게 열려 있는 원룸 도어록의 덮개. 집 안에서 발견된 낯선 사람의 흔적. 그리고 살인사건의 발생. 이 모든 상황을 직접 경험하는 평범한 1인 가구 여성 경민(공효진)이 <도어락>의 주인공이다. 영화의 전반부를 채우는 건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공포와 여러 층위의 폭력적 상황이다. 가해자의 범행이 드러나는 중반 이후, 영화는 납치와 고문과 살인이 벌어지는 스릴러의 무대로 이야기를 옮긴다. 무섭고 섬뜩하다는 평과 무섭고 불편하다는 평이 공존하는 가운데 <도어락>이 지난 12월 5일 개봉했다. <도어락>은 <내 연애의 기억>(2013),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2007)을 연출한 이권 감독이 스릴러 장르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이권 감독은 너무도 솔직하게, 애초 자신이 만들려 했던 것은 원작 <슬립타이트>(2011)처럼 가해자 시점의 독특한 스릴러영화였다고 말했다. 우여
<도어락> 이권 감독, "피해자를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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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치 히데아키 작가의 원작 만화 <은혼>은 2004년부터 15년째 연재되고 있는 만화다. 농담과 과장을 약간 섞자면, 이 만화는 황당무계하면서도 독특한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SF 대체 역사 미스터리 탐정 어드벤처 코믹 스릴러다. 막부 시대의 사무라이가 몰락한 이유가 외계인의 침공 때문이라는 SF 설정을 바탕으로 해결사로 활약하는 주인공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21세기 이후 등장한 수많은 일본 만화 가운데 가장 별난 작품 중 하나인 <은혼>의 실사화는 흥행이 보장됨과 동시에 그만큼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를 과감하게 정면 돌파한 <변태가면> 시리즈의 후쿠다 유이치 감독과 ‘천년돌’이란 별명을 지닌 일본 아이돌 중의 아이돌 하시모토 간나가 시리즈의 두 번째 실사화 프로젝트 <은혼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의 국내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포스터에 사인을 요청하자 주인공인 오구리 슌사인을 대신 해줄 정
<은혼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 후쿠다 유이치 감독, 배우 하시모토 간나 - 웃음과 감동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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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후의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더이상 땅에 머물며 살지 않는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작가 필립 리브의 동명 소설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번역해낸 <모털 엔진>이 던지는 시각적인 질문에는 원작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젠더’ 문제를 추가한다. 의문의 여인 헤스터 쇼는 복수심에 불타는 암살자로, 견인도시 문명을 시스템화한 과학자 발렌타인(휴고 위빙)을 죽이려고 런던에 잠입하는 인물. 원작 소설에서는 사건을 헤쳐나가는 비중이 시스템에 무지한 순수 청년 내츠워디(로버트 시핸)에 있었다면,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공식 포스터에서조차) 헤스터 쇼의 고민과 성장이 전면에 강조된다. 영화는 그녀를 희망의 열쇠, 미래의 개척자 이미지로 밀어붙인다. 헤라 힐마르 역시 “목적을 지닌 분노한 여인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하려는 모든 것을 기꺼이 저지하려고” 모든 걸 내거는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20대 배우들로 캐스팅을 꾸릴 계획을 세웠던 크리스천 리
<모털 엔진> 헤라 힐마르 - 강렬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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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에서 이선균은 북한의 최고위 인물 ‘킹’의 주치의 윤지의 역을 맡았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건 글로벌 민간군사기업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햅(하정우)이지만, 에이햅의 행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윤지의다. 촬영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조금은 뒤늦게 합류한 터라 “국제 학교에 전학 간 전학생이 된 기분”이라 했지만, “두달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출석해 같은 시간에 급식을 먹고 같은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니 마치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며 촬영의 기억을 즐겁게 회상했다.
-올 상반기엔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의 아저씨>가 배우로서의 유통기한을 좀더 늘려준 거 같다. (웃음) 작업 과정도 좋았지만 주위 또래 친구들에게서 공감하면서 재밌게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아 뿌듯했다.
-<PMC: 더 벙커>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김병우 감독의 전작인 <더 테러 라이브>(2013)
<PMC: 더 벙커> 이선균 - 영역을 넓혀가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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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또 갇혔다. 뉴스 스튜디오(<더 테러 라이브>(2013)), 터널(<터널>(2016)) 등 한정된 공간에서 산전수전 두루 겪은 그가 이번에 갇힌 곳은 판문점 지하 벙커다. 그가 연기한 에이햅이 미국 민간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팀을 이끌고 이곳으로 내려간 사연은 무엇일까. 에이햅이 과거 겪은 경험과 그 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가 그를 이해하는 데 작은 단서가 될지 모른다. 차기작 <클로젯>(감독 김광빈)이 크랭크업한 지난 11월 28일, 촬영을 마치자마자 서울역에 막 도착한 하정우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제작자로서 김병우 감독에게 판문점 지하의 벙커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얘기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인데.
=특별히 영감받은 실화가 있는 건 아니다. <더 테러 라이브>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지 않았나. 그보다 더 확장된 공간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이라면 상상력을 극
<PMC: 더 벙커> 하정우 - 캐릭터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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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반장인 국제 학교에 전학 간 느낌이다. (웃음)”(이선균) “외국인 배우 모두 촬영 5일 전에 한국에 와서 리허설만 한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다. 모두 프로들이라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다. (이)선균이 형은 이미 촬영이 시작된 상태에서 현장에 합류해서 국제 학교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을 수 있겠다.”(하정우) 12월 26일 개봉하는 영화 <PMC: 더 벙커>에서 하정우와 이선균이 각각 연기한 민간군사기업 블랙리저드 리더인 에이햅과 북한 군의관 윤지의는 판문점 지하 벙커에서 만난다. 에이햅이 이끄는 글로벌 민간군사기업 블랙리저드는 미국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판문점 지하 벙커로 접근하는데 그곳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린다. 밀폐된 땅 밑에서 벌어지는 군사 작전에 휘말린 두 인물을 연기한 하정우, 이선균 두 사람으로부터 자세한 제작기를 들었다.
<PMC: 더 벙커> 하정우·이선균 - 지하 벙커의 설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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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와 CGV아트하우스의 산학협력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인 <영주>는 차성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동시에 권보람 프로듀서의 데뷔작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영주(김향기)가 부모를 죽게 만든 가해자 부부를 만나는 이야기인 <영주>의 트리트먼트를 읽고 권보람 프로듀서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렇게 <영주>의 프로듀서를 자처했고, 일면식도 없던 차성덕 감독과 2년여를 동고동락했다. “내겐 일종의 믿음이 있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 <영주>가 차성덕 감독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이야기라는 점도 권보람 프로듀서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내 첫 영화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감독님을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미안한 것도 많았다. 제작비 2억2천만원으로는 감독이 구상한 그림을 온전히 구현하기 어려웠다. “적은 예산 때문에 시나리오도 많이 바뀌었다. ‘이 장면
<영주> 권보람 프로듀서 - 사람 냄새 나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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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감독에게 2018년은 여러모로 특별한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첫 장편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완성했고, 같은 시기 <뷰티풀 데이즈>의 초안이 되었던 다큐멘터리 <마담B>(2015)가 극장에 걸렸다. 프랑스에서 영화 작업을 해왔던 윤재호 감독은 단편 <약속>(2010), 다큐멘터리 <북한인들을 찾아서>(2012),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단편부문에 초청된 <히치하이커>(2016)까지 꾸준히 분단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 결실이랄 수 있는 <뷰티풀 데이즈>와 <마담B>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이에 대한 감독의 목소리를 전한다. 관객 입장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사안을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이다. 어느덧 카메라를 잡은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제 첫발을 디딘 것 같다는 윤재호 감독에게 충실한 기록과 작가적 재현의 차이, 대중과 예술의 간극에 대해 물었다.
<뷰티풀 데이즈> <마담B> 윤재호 감독 - 나의 눈은 경계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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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0년을 앞두고 있는 배우 류선영이 류아벨이라는 새 이름을 알려왔다. 라틴어로 생명력을 뜻하는 ‘아벨’은 류아벨이 오래전에 직접 떠올린 이름으로, 생생한 에너지와 호기심을 담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연애담>(2016)으로 단단한 팬덤을 형성시켰던 류아벨은, <샘>에서 다시 한번 무심히 상대의 심장을 흔든다. 자동차 사고로 안면인식장애를 얻은 두상(최준영)의 주위를 맴도는 <샘>의 여자는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켜는 털털한 옆방 친구였다가, 골목길에서 우연히 조우한 일본인이 되었다가, 두상이 그토록 찾아헤매는 첫사랑 샘이 된다. 진짜를 알 수 없는 샘의 정체를 찾아가는 두상처럼, 관객에게도 류아벨은 매 순간 궁금한 존재다.
-최근 에스팀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고 새 이름도 지었다. 배우 활동의 제2장을 준비 중인 것처럼 보인다.
=만으로 30대가 되었으니 20대 시절과는 조금 다른 계획을 갖고 살아보려 한다. 마침
<샘> 배우 류아벨 - 더 생생한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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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죠. 이렇게 운 좋게도 배우가 됐는데 탓할 게 없죠.” 영화배우 탕준상으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사실상의 첫 인터뷰에서 그는 <영주>의 영인이 보여주지 못했던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부모를 잃고 누나 속을 썩이며 자꾸 엇나간 행동을 보이는 영인은 어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아이다. 상처받은 아이 영인을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연기했던 배우 탕준상은 뮤지컬 무대에서 시작해 이제 영화로 영역을 조금씩 확장 중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소감이 어땠나.
=오디션 볼 때는 짧은 장면 대본만 받아서 연기한 터라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 완본을 읽었는데 읽자마자 ‘와, <영주>는 말 그대로 영주를 위한 영화구나!’라고 생각했다.
-오디션장에서 영주 역의 배우 김향기와 처음 만났다고.
=최종 오디션장에서 누나가 장면 연기를 함께해줬다. 오디션인데도 대충 맞춰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연기를 받아주고 표현해줘서
<영주> 탕준상 - 다재다능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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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4편까지 왔다.” 데뷔작 <과속스캔들>(2008)의 성공 이후 <써니>(2011)와 <타짜-신의 손>(2014)까지 강형철 감독은 다양한 장르에서 손대는 작품마다 성공한 흥행사였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결국 그들이 봐줘야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나. 호불호를 떠나 관객이 보여주는 반응이 내겐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북한 인민군 소년병 로기수(도경수)와 스윙키즈단의 춤을 향한 열망을 그린 <스윙키즈> 역시 많은 관객이 보고, 한국전쟁이 만들어낸 부조리한 상황을 되돌아봐주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뮤지컬 <로기수>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전작을 끝내고 쉬던 중 디스코 음악 폴더를 듣게 됐다. 신나더라. 디스코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춤만 추면 MTV 영상과 다를 바 없겠더라. 스토리가 있어야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왜 이념 때문에 갈라져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금지된 자유는 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