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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는 그 자체가 행복했다. 평화운동을 몸소 실천하는 할머니들과 한 공간에서 같이 밥을 먹고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소성리에 갔지만 결국 내가 그들에게 힘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했다.” 소성리에서 보낸 3개월 동안 아름다웠던 기억을 묻자 박배일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밀양전>(2013), <밀양 아리랑>(2015)을 통해 밀양 송전탑 투쟁에 앞장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했던 박배일 감독이 2017년 여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기지로 선정된 경상북도 성주군 소성리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다. 밀양과 소성리 작업을 거치며, 미디어 활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박배일 감독을 만났다. 고향인 부산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박배일 감독은 인터뷰를 위해 서울까지 먼 걸음을 했다.
-영화를 본 소성리 할머니들의 첫 반응은 어땠나.
=우리는 영화를 영화로 보
<소성리> 박배일 감독 -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들의 삶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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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는 삼촌과 너무 일찍 커버린 조카. 아빠의 죽음으로 한집에 살게 된 둘의 불안한 나날들. <어른도감>은 겉은 ‘웃기지만’ 속은 한없이 외로운 두 사람의 버디무비다. 첫 주연작. 이제 막 아역을 벗어던진 배우 이재인은 삼촌 역의 엄태구와 밀리지 않는 호흡으로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촬영했는데, 이제 중학교 2학년. 영화에서보다 부쩍 키가 자란 이재인을 만났다.
“아역이나 누구 딸 역할은 하기 싫다고 하더라.” <어른도감>의 김인선 감독은 이재인 배우와의 첫 만남에서, ‘배우 이재인’의 강단을 보았다고 한다. “아역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인데, 단독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 <어른도감>에 욕심이 났다”는 배우 이재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정심(손숙)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에서는 배두나의 아역으로 출연하는 등 출연작이 여럿이지만 극을 오롯이 이끌어나
<어른도감> 이재인 - 누구의 딸도 아닌, 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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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은 호감 가는 인터뷰이다. 준비한 듯한 대답으로 자기 포장을 하지 않아 신선한데, 오히려 곱씹을 만한 발언이 튀어나온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소년 같은 성정으로 대화 상대를 기분 좋게도 한다. <너의 결혼식> 역시 배우로서의 그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 변곡점 같은 영화다. 총 50회차 중 무려 49회차를 촬영하며 작품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힘을 보여준 그와의 만남을 전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서른 즈음까지의 시간을 담은 <너의 결혼식>은 결국 우연의 성장영화더라.
=고등학생 때 승희(박보영)를 향한 사랑은, 아이들이 엄마가 장난감 안 사준다고 길바닥에 누워서 떼쓰는 것 같았다.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고. 사회 초년생 때는 마음과 다른 말이 나가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내 사랑이 어땠는지 이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고서는 “네 앞에서 당당해지는 게 꿈이다보니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석근
<너의 결혼식> 김영광 - 더 진한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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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과속스캔들> 개봉 10주년이 되는 해다. 미혼모 정남 역의 박보영이 어느덧 20대 후반의 로코퀸이 되었다. 물론 그녀가 여기까지 버티고 올라온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교복을 입고 스크린에 등장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풋풋한 면을 지님과 동시에 이제는 웬만한 욕설은 자연스럽게 내뱉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때묻은(?) 모습도 보인다. <너의 결혼식>의 승희를 연기하면서 그녀가 고민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너의 결혼식>은 우연(김영광)의 시선에서 첫사랑 승희의 자취를 쫓는 이야기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승희의 상황과 감정이 영화에 드러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이석근 감독이나 동료 배우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내 욕심만큼 승희가 지닌 면면을 영화에 드러낼 수는 없을 거라 여겼다. 남자들은 납득할지라도 여자들이 봤을 때 이해가 안 되는 승희의 모습이 드러날 경우에는 고쳤으
<너의 결혼식> 박보영 - 영화를 더 많이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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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영화만큼 캐스팅의 힘이 중요한 장르가 또 있을까. <너의 결혼식>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박보영과 김영광의 매력이 시작부터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여기에 원래부터 커플 연기를 할 운명이었던 것처럼 조화로운 연기 쌍성이 인상적이다. 이석근 감독에 따르면 “실수 없이 정확한 연기를 하는 박보영과 매번 액션과 리액션이 다른 김영광은 넘치는 파도를 다 받아주는 흔들리지 않는 방파제” 같았다고. 계약 연애로 얽힌 일진 커플을 연기한 <피끓는 청춘>(2013) 이후 오랜만에 현실적인 사랑의 모양을 연기한 두 배우를 만났다.
<너의 결혼식> 박보영·김영광 -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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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김정호 조감독은 윤종빈 감독의 분신이 되어 사방팔방을 돌아다녔다. <공작>과 같은 규모의 영화라면 조감독을 두명 기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윤종빈 감독과 국수란 PD의 전폭적 신뢰(“믿음직한 너 하나면 충분해!”)를 등에 업고 수많은 영역의 일을 처리했다. “감독과 키 스탭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조감독인 만큼 프로덕션 과정에서 조감독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김정호 조감독은 <공작>을 하며 해외 촬영, 해외 로케이션 물색, 해외 스탭 섭외 등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하는 해외 업무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뉴욕에 가서 특수분장팀을 만나 ‘왜 <공작>에 참여해야 하는지’ 설득”했고, 평양 시내 영상 소스를 구매하러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1990년대 중국 베이징에서 중학교를 다닌 덕을 보았다. 중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공작>의 배경이 되는 90년
<공작> 김정호 조감독 - 조감독의 역할에 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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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가 8월 1일 개봉일 스코어 16만명으로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기록을 경신하고 첫 주말까지 62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초등학교 1학년 차탄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계를 통해 변신 로봇을 불러들이는 설정인 <헬로카봇> 시리즈는 2014년 TV 첫 방영과 함께 완구 판매율을 이끄는 원천 소스의 힘을 증명했다. 기존의 자동차 변신 로봇에서 변화를 꾀한 이번 첫 극장판에선 공룡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4개 캐릭터가 등장한다. 손익분기점 105만명을 무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이름은 총감독을 맡은 최신규 전 손오공 회장이다. 최신규 총감독은 추억의 완구 ‘끈끈이’를 비롯해 발사대를 이용한 팽이 ‘탑블레이드’의 신화를 썼고,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를 연이어 출시하며 뉴밀레니엄세대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최 총감독은 1992년 창립한 국내 1위 완구회사 손오공을 2016년에 미국 마텔사에 매각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 최신규 총감독, "'같이 가자!'는 감성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지금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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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민족주의적 혐오주의자들에 대항해 일본 시민들이 카운터스라는 단체를 조직한다. 카운터스 안에는 여러 부대가 있는데, 그중 거친 남자들의 조직인 오토코구미는 혐오주의자들을 혼내주기 위해 무력도 불사하는 소수정예 부대다. 오토코구미의 대장은 전직 야쿠자였던 다카하시. <카운터스>는 매력적인 캐릭터 다카하시를 중심으로 카운터스가 극우단체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와 맞서 싸워 혐오표현금지법 제정까지 이끌어내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권투부 학생들의 짠내 나는 성장담 <울보 권투부>(2014)에 이어 또 한번 재일 조선인의 차별받는 현실에 주목한 이일하 감독은 <카운터스>에선 성실한 관찰자이자 운동가로서 일본 내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다. 이일하 감독은 2000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과 오사카예술대학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오사카예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의 스승은 <천황군대는 진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 카메라와 인물 그 사이의 화학작용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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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 하지만 <목격자>는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는 스릴러영화가 아니다. 범인은 시작부터 노출되며, 범인과 추적자의 대결구도는 희박하다. 오히려 영화는 그 시각, 범인의 얼굴을 본, 그로 인해 범인에게 신분이 노출된 목격자의 공포에 찬 심리를 좇아가는 특이한 스릴러다. ‘신고하면 보호해줄 수 있어?’라고 반문하는 영화 속 평범한 소시민 상훈(이성민)의 외침처럼, 사회의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도덕적 선택만을 강요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그 질문이 우리에게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긴장과 쾌감보다는 씁쓸한 충격이 더 크게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날의 분위기>(2015) 이후 두 번째 작품으로 돌아온 조규장 감독을 만났다.
-살인을 목격하는 상훈을 비롯해 아파트 주민들의 대처까지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이 리얼하다. 실제 유사한 사례가 있었나.
=시작은 내 꿈 이야기였다. 혼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목격자> 조규장 감독 -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가정법이 공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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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와 어울리기보다 혼자서 책을 끼고 도서관을 향하는 게 편한 대학 신입생 델마는 오슬로의 구름 낀 하늘처럼 무채색의 표정을 곧잘 짓고 있다. 노르웨이의 어느 길에서 어깨를 스친다 해도 특별한 인상으로 각인될 것 같지 않은 수수한 얼굴과 정갈한 옷차림. 델마는 그렇게 순수의 상태로 관객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내 평범해 보였던 델마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하얀색 도화지는 어둡고 강렬한 색들로 채워진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이 <델마>의 델마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배우”로 캐스팅하고 싶었던 이유도 델마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짐작하지 못하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에일리 하보는 오슬로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재즈밴드 싱어로도 활동했으며, 영화 <닥터 프록터스 버블 인더 배스텁> <더 웨이브> 등에 출연한 적 있는 신인배우다. “영화의 두 주인공 델마와 아냐를 캐스팅하기 위해 거의 천명에 가까운 사람을 만났다. 에일리 하
<델마> 에일리 하보 - 수수함에서 강렬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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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인과 연> 속 우리가 보는 지옥도, 삼차사의 인연이 펼쳐지는 천년 전 무대도 모두 촬영 당시는 말 그대로 ‘없던 배경’이다. 그러니 정지형 실장이 이끄는 합성팀은 촬영장에는 블루 스크린으로만 존재하던 텅 빈 공간을 CG로 구현한 장본인이다. “최종적으로 그림이 나왔을 때 가능한 한 티가 안 나게, 리얼하게 보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이다.” 정지형 실장은 이를 “영화의 마지막 미장센”이라고 정의한다.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은 1편 <신과 함께-죄와 벌>보다 드라마적인 부분이 강화되었고,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을 들여다볼 캐릭터의 바스트숏도 많아졌다. 미장센의 마지막 공정인 합성 작업에도 시간이 더 할애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호랑이나 공룡의 등장 신 같은 경우, 이 생명체들이 관객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가상의 공간에 놓였을 때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촬영된 소스를, 컬러를 바꾸거나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바
<신과 함께-인과 연> 정지형 덱스터스튜디오 합성팀 슈퍼바이저 - 합성에 따라 영화의 톤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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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006), <해무>(2014), <옥자>(2017), 그리고 <인랑>. 제목이 두 글자라는 것 외에, 이들 영화는 모두 과감하고 도전적인 프로덕션을 시도한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루이스픽쳐스의 김태완 대표는 네 작품에 모두 참여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김지운 감독의 <인랑>을 제작한 김태완 대표는 “누군가 시도하지 않은 요소가 하나라도 있는 작품에 확실히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오시이 마모루 원작, 비주얼리스트 김지운 감독이 그려낸 SF의 세계, 배우 강동원과 정우성의 만남 등 <인랑> 역시 창작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태완 대표는 <인랑>의 흥행 결과가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인랑>이 개봉하고 첫 주말이 지난 월요일, 루이스픽쳐스
김태완 루이스픽쳐스 대표, "영화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나 더 고민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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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던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리벤지>는 국제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천초이스 작품상을 수상하며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임을 증명했다. 강렬한 여성 복수극 <리벤지>는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최고의 장르영화 축제 중 하나인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지난해 신인감독으로서 오피셜 판타스틱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것도 화제였다. <리벤지>에서 복수를 감행하는 주인공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젠(마틴다 안나 잉그리드 루츠)이다. 유부남 리처드(케빈 얀센)와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 젠은 리처드의 친구에게 강간당하고, 침묵할 것을 강요받다 결국 절벽에서 떠밀린다. 죽음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가 불사조처럼 부활해 제 손으로 세명의 남성을 처단하는 젠의 복수극은 아름다운 미장센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통해 아찔하게 완성된다.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권력관계를 전복시키는 과정이 통쾌하다. 프랑스에서 부천으로 날아
<리벤지> 코랄리 파르자 감독 - 자기 운명을 리드하는 여성의 강렬한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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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영화 속 미지의 여인. 바네사 커비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연기한 ‘화이트 위도우’는 테러조직간의 무기 거래를 중개하는 트레이더다. 신디케이트 잔당들이 만든 새로운 테러조직 아포스틀이 훔쳐낸 플루토늄이 잠시 그녀의 수중에 있었는데 그 때문에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그녀를 찾아온다. 바네사 커비의 첫 등장은 스파이영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다. 화려한 무대 조명, 근사한 드레스 속에 숨겨진 플립 나이프,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들의 선문답 같은 대화 그리고 추격전. 그 속에서 화이트 위도우는 결코 서두르지도, 몸을 굽히지도 않는다. 바네사 커비에 따르면 화이트 위도우는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하며 잡아두기 어려운 ‘타란툴라’ 같은” 인물이다.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과 톰 크루즈는 그녀에게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의 마가렛 공주의 모습을 보고 화이트 위도우에 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감독은 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바네사 커비 - 예측 불가의 매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