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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면 승진 기회가 따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순호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우에게 뜻밖의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정우성은 이 질문의 울림이 컸다고 한다. <증인>은 돈, 명예, 권력, 편견, 이기심, 속임수 따위가 아닌 진실, 정의, 소통 등의 가치를 긍정하는 영화다. 소통과 치유, 정의로움 등 여러 유의미한 가치를 이야기하는 인물이 정우성이라 믿음직스럽다. 더불어 그의 최근작이 <인랑>(2018), <강철비>(2017), <아수라>(2016), <더 킹>(2016)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증인>에서 우리는 보통의 정우성을 만나는 반가움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냈나.
=지난 몇년 동안 연말
<증인> 정우성 -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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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감독의 <증인>은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소녀와 소녀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려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변호사와 목격자로 만난 정우성과 김향기는 알고 보니 17년 전 CF를 함께 찍은 사이. 두 사람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인연의 끈은 <증인>에 닿아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순수성을 간직한 두 캐릭터 순호와 지우에게 진심으로 감응했던 정우성과 김향기는 영화뿐 아니라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증인>을 완성했다. 최근 강렬한 장르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던 정우성과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유연하게 오가며 10대의 마지막을 바쁘게 보낸 김향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 따뜻했다는 <증인> 촬영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증인> 정우성·김향기 - 신뢰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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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은 다큐멘터리 <보라>(2011)와 <파산의 기술>(2006)을 만든 이강현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다.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인 기선(박종환)을 중심으로, 기선의 학교에 다니는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 기선의 옛 여자친구이자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와 식당을 새롭게 운영하려는 혜진(김새벽) 그리고 택배 일을 하는 현수(백수장)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엮인다. 산업재해에서 출발해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얼굴과 사회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아갔던 전작 <보라>처럼 <얼굴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확장하고 그러면서 시스템 속에 점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문법과 관습을 거부하며 자기만의 영화를 찍고 있는 이강현 감독을 만났다.
-프로덕션 노트에 “직전 작업에 대한 반동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갔다”고 썼다. 전작인 다큐멘터리 <보라>를 끝낸 뒤 어떤 영화적 질문들이 생겨났고, 어떻게 <얼굴들>
<얼굴들> 이강현 감독 - ‘영화적’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적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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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권유로 별 뜻 없이 시작한 다도. 노리코(구로키 하루)는 그렇게 발을 들인 다도 교실에 무려 24년간 다녔다. <일일시호일>은 노리코의 수업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아주 독특한 흐름의 영화다. 그사이 노리코의 인생에도 취업, 고민, 가족과의 이별 등 많은 사건들이 지나가지만, 다도 교실은 외부의 세계에서 보호하듯, 그녀를 위로하고 다독여준다. “다도 교실 안에 작은 우주가 있다면, 그 안은 어떤 모양일까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오모리 다쓰시 감독. 노리코는 다도를 몸에 익히고, 마침내 자연의 변화를 감지한다. 이 영화의 깨달음은 단순히 ‘차 한잔의 여유’에 머물지 않는, 귀담아 새겨들어야 할 인생의 방법론을 제시해준다.
그 의도가 적중했다. <일일시호일>은 일본에서 지난해 12월 개봉해 100만 관객을 모을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도 교실의 다케다 선생으로 분해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 기키 기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의 방법론이 관객에
<일일시호일> 오모리 다쓰시 감독 - 찬찬히 들여다보기, 삶도 영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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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험이 처음이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젊은 장미 역할을 맡은 하연수는 신인배우라고 부르기에는 데뷔 연차도, 참여한 TV 드라마 작품 수도 많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데뷔작 <연애의 온도> 이후 두 번째로 출연한 작품이다. 2016년에 작업했지만 여러 사정상 개봉이 밀려 3년 만에 관객과 만난 셈이라 홍보 스케줄도 처음이라고. 사실상 신인배우 하연수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배우에게는 뒤늦게 다시 데뷔하는 기분을 안겨줄 듯 하다. 출연 당시에만 하더라도 절실한 마음에 그저 “감사한 기회였다”는 그녀는 어느덧 연기와 연기 사이, 배우를 빼도 인간 유연수(본명)가 오롯이 남도록 일과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30살 배우가 됐다.
-<연애의 온도> 이후 두 번째 출연작으로 2016년에 작업했지만 이제야 개봉했다.
=얼마 전에 가족 시사회를 열었는데 엄청 떨렸다. (웃음) 다들 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전해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 빛나는 처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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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장미>는 딸 현아(채수빈)를 헌신적으로 키워온 엄마 장미에 관한 영화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 장미가 겪었던 굵직한 사건들이 거의 10년 단위로 펼쳐지기에 상황에 맞는 여러 시대를 미술로 재현해야 했다. 덕분에 신유진 미술감독은 “일반적인 제작과정에서는 보통 몇 회차 진행하는 헤드스탭 회의를 15번 넘게 가질 정도로” 어느 때보다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 특히 “생활감을 보여주되 성격상 활발하고 강한 장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공간이길 원했다고. 극중 젊은 시절의 장미(하연수)는 낮에는 미싱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클럽은 “장미의 꿈이 담긴 곳”이기에 “경쾌하고 밝은 색감”을 부여했다. 동시에 “1970년대에 흔히 쓰이던 굴곡이 있고 무늬가 들어간 타일 하나하나도 고증을 거쳤다”. 어린 현아와 장미가 살던 단칸방 역시 1980년대의 공간감을 살리기 위해서 “실제로 한달 간격으로 방을 빌려주던 여관의 방문을 떼어” 오기도 했고, 여관
<그대 이름은 장미> 신유진 미술감독 - 80년대 생활감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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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열린 ‘용필름의 밤’ 행사에서 임승용 용필름 대표는 “성질 더러운 제작자를 만나 이해영 감독이 고생하셨고, 이충현 감독은 앞으로 고생하고, 이계벽 감독은 이제 시작이니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해영 감독의 <독전>을 개봉시켜 흥행에 성공했고, <럭키>를 연출한 이계벽 감독의 신작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촬영을 마쳤으며,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입봉작 <콜> 크랭크인을 눈앞에 둔 자신과 용필름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인사말이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새침하며, 심지어 소심해 보일 때도 많지만 지난해 함께 작업한 동료에게 감사를 잊지 않고, 올해 손발을 맞출 동료에게는 잘하자고 부탁하는 마음을 쑥스럽지만 직설적으로 전달한 그만의 화법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표적>부터 <독전>까지 용필름이 제작한 모든 영화가 세상의 빛을 본 서울 상수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수동 시대를 여는 임승용
임승용 용필름 대표, "기획이란 내가 좋아하는 걸 남도 좋아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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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보자. 쓰마부키 사토시에게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의 츠네오가 보여준 그 찬란한 웃음을 거둔다는 것. 그건 그렇게 단순한 변신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청춘의 아이콘’으로 굳건한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장을 맞으려는 시도 이후 사토시는 <악인>(2010)과 <분노>(2016) 등에서 보여준 자신의 ‘반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그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은 그 궤도에 오른 쓰마부키 사토시 연기의 활용편이다.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을 캐기 위해 나서는 주간지 기자 그리고 한편으로는 욕망의 희생양이 된 여동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빠. 두 얼굴의 급격한 변화가 아닌, 미동 없는 냉소적인 표정 하나만으로 쓰마부키는 주인공 다나카가 가진 두 가지 내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공식적으로 9년 만의 한국 방문인 쓰마부키 사토시를 단독 인터뷰했다. “부러 더 했다”는 구레나룻보다 쓰마부키의 변화를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 - 청춘의 얼굴에서 복잡한 내면까지 연기하는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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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세계를 크게 두 갈래로 분류했을 때, 분기점은 아마 두 가족의 충돌을 다룬 <썸머 워즈>(2009)가 될 것이다. 결혼 이후 사적 경험을 영화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한 그는 <늑대아이>(2012)에서 어머니가 죽은 이후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 <괴물의 아이>(2015)에서 자식을 얻은 후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4살 아들이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자 한껏 질투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미래의 미라이>는 아예 자녀들을 실제 프로덕션 과정에 참여시켰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한 호소다 마모루의 세계는 협소해지기는커녕 전보다 더 보편성을 획득하며 전세계로 뿌리내리는 중이다. 4살 꼬마 쿤(가미시라이시 모카)이 첫눈 오던 날 집에 갓 입성한 동생 미라이(구로키 하루)의 중학생 모습과 조우한다는 설정은 소박해 보이는 세팅으로 인생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은유하며, <미래의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 경험의 확장,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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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상처가 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도 행여 오해받을까 무서워 함부로 털어놓기 쉽지 않다. 그럴 때 비밀을 공유할 친구가 한명쯤은 필요하다. <범블비>의 메모(조지 렌드보그 주니어)는 비밀을 나누기 딱 좋은 이성 친구다. 이웃집 소녀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를 남몰래 좋아하지만 부끄럼이 많아 엄두도 못 내고 있던 메모는 고백을 하러 간 자리에서 찰리와 함께 있는 변신 로봇 범블비를 만나고 그 순간부터 찰리의 비밀 친구가 된다. 이상적인 비밀 친구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할수록 좋고 필요한 순간 적재적소에 나타나는 능력도 필요하다. 메모 역의 조지 렌드보그 주니어는 거의 완벽하게 속 깊은 이성 친구 역할을 수행한다. “가장 밝은 별은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난다”는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메모의 격려가 빛을 발하는 건 절반 정도는 조지 렌드보그 주니어 덕분이다. 해맑은 얼굴로 건네는 사심 없는
<범블비> 조지 렌드보그 주니어 - 속 깊은 이성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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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루 성우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에서 중학생 미라이와 아기 미라이 목소리를 연기했다. <미래의 미라이>가 한국에서 처음 공개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수행 통역도 맡았다. 김하루 성우의 일본어 실력을 안 수입사에서 수행 통역까지 제안했다. 놀라운 건 극장 개봉 영화의 더빙도, 수행 통역도 모두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첫 극장 개봉 영화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라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를 처음 보고 ‘이 영화 정말 좋다’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좋은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것 같다. (웃음)” 마침 미라이의 목소리를 연기한 일본 배우 구로키 하루와 이름이 같은 재밌는 우연도 겹쳤다. “우연을 인연으로” 만든 건 김하루 성우의 노력이다. 일본어 공부도 성우 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했고, 미라이 역도 물론 오디션을 통해 따냈다.
중학생 미라이의 목소리는 어린 쿤의 목소리와
<미래의 미라이> 김하루 성우 - 꾸밈없는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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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엄유나라는 이름이 영화계에 갑자기 툭 등장했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첫 시나리오인 <택시운전사>(2017)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던 당시 그가 이미 감독 데뷔작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역사적 사건에 발을 들인 소시민의 각성을 다룬 <말모이>는 <택시운전사>와 플롯이 유사하고 엄유나 감독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두 영화가 비슷하다고 의식적으로 피해가려고 하면 이야기가 가야 할 방향을 주저하게 됐다. 그래서 <택시운전사>와 비슷할 수 있다는 고민은 오히려 배제했다.” 하지만 두 작품의 교집합으로 이 신인감독을 이해하는 것은 그의 일각만을 조명한 지극히 단순한 접근이다. 수학을 좋아하는 이과생이던 그는 “할리우드 오락영화부터 B급영화, 고전영화, 다소 어려운 영화까지” 섭렵하는 영화광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동국대학교 영화과에 진학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쓴 세월만 10년이란다. “자주 보는 건 <다이하드> &
<말모이> 엄유나 감독, "보잘것없는 사람의 귀함이 드러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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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cm 장신의 건장한 체격 덕분인지 케빈 듀랜드는 육체적 위용을 과시하는 장르영화의 일원으로 자주 호출된 배우다. 1999년에 <오스틴 파워>의 단역을 맡으며 영화 데뷔를 이뤘을 때, 크레딧에 기재된 그의 이름은 ‘암살자’였다. TV시리즈를 포함해 출연작이 73편에 달하는 이 베테랑 배우는 김병우 감독의 신작 <PMC: 더 벙커>에서도 여전히 타입 캐스팅의 성공적인 결과물을 선보인다. 불법 체류자들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결성된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일원인 마쿠스(케빈 듀랜드)는 수장 에이햅(하정우)과 함께 팀의 핵심 멤버다. 민첩하고 이해관계에 밝은 터라 상황이 불리해지자 빠르게 새 판 짜기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안타고니스트의 전형에 가까운 인물일지 몰라도 케빈 듀랜드의 존재는 익숙한 할리우드의 용병이 DMZ 지하 벙커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양새를 만들며 색다른 묘미를 갖춘다.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듀랜드는 10대 시절에 래퍼와 코
<PMC: 더 벙커> 케빈 듀랜드 -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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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공룡은 언제나 통하는 치트키라고 한다. 절반은 맞는 이야기다. 공룡 관련 콘텐츠는 인기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게다가 단발 흥행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공룡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다. 2012년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은 105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장편 창작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에 올랐다. 누군가는 치트키가 제대로 먹혔다고 쉽게 말하지만 <점박이> 시리즈는 좀더 깊게 들여다봐야 할 프로젝트다. 2008년 EBS의 3부작 TV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된 <점박이>는 이후 30개국에 수출되고 관련 출판물이 100만부 이상 팔리는 등 성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하지만 교육용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던 만큼 한계도 명확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점박이>의 아버지 한상호 감독은 5년 만에 신작 극장판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이하 <점박이2&g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새로운 낙원> 한상호 감독, “점박이는 아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