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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 감독에게 2018년은 여러모로 특별한 한해로 기억될 것 같다. 첫 장편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완성했고, 같은 시기 <뷰티풀 데이즈>의 초안이 되었던 다큐멘터리 <마담B>(2015)가 극장에 걸렸다. 프랑스에서 영화 작업을 해왔던 윤재호 감독은 단편 <약속>(2010), 다큐멘터리 <북한인들을 찾아서>(2012),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단편부문에 초청된 <히치하이커>(2016)까지 꾸준히 분단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 결실이랄 수 있는 <뷰티풀 데이즈>와 <마담B>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이에 대한 감독의 목소리를 전한다. 관객 입장에서도 다양한 각도로 사안을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이다. 어느덧 카메라를 잡은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제 첫발을 디딘 것 같다는 윤재호 감독에게 충실한 기록과 작가적 재현의 차이, 대중과 예술의 간극에 대해 물었다.
<뷰티풀 데이즈> <마담B> 윤재호 감독 - 나의 눈은 경계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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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0년을 앞두고 있는 배우 류선영이 류아벨이라는 새 이름을 알려왔다. 라틴어로 생명력을 뜻하는 ‘아벨’은 류아벨이 오래전에 직접 떠올린 이름으로, 생생한 에너지와 호기심을 담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연애담>(2016)으로 단단한 팬덤을 형성시켰던 류아벨은, <샘>에서 다시 한번 무심히 상대의 심장을 흔든다. 자동차 사고로 안면인식장애를 얻은 두상(최준영)의 주위를 맴도는 <샘>의 여자는 캔맥주를 단숨에 들이켜는 털털한 옆방 친구였다가, 골목길에서 우연히 조우한 일본인이 되었다가, 두상이 그토록 찾아헤매는 첫사랑 샘이 된다. 진짜를 알 수 없는 샘의 정체를 찾아가는 두상처럼, 관객에게도 류아벨은 매 순간 궁금한 존재다.
-최근 에스팀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기고 새 이름도 지었다. 배우 활동의 제2장을 준비 중인 것처럼 보인다.
=만으로 30대가 되었으니 20대 시절과는 조금 다른 계획을 갖고 살아보려 한다. 마침
<샘> 배우 류아벨 - 더 생생한 에너지와 호기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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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죠. 이렇게 운 좋게도 배우가 됐는데 탓할 게 없죠.” 영화배우 탕준상으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사실상의 첫 인터뷰에서 그는 <영주>의 영인이 보여주지 못했던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부모를 잃고 누나 속을 썩이며 자꾸 엇나간 행동을 보이는 영인은 어른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아이다. 상처받은 아이 영인을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연기했던 배우 탕준상은 뮤지컬 무대에서 시작해 이제 영화로 영역을 조금씩 확장 중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소감이 어땠나.
=오디션 볼 때는 짧은 장면 대본만 받아서 연기한 터라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 완본을 읽었는데 읽자마자 ‘와, <영주>는 말 그대로 영주를 위한 영화구나!’라고 생각했다.
-오디션장에서 영주 역의 배우 김향기와 처음 만났다고.
=최종 오디션장에서 누나가 장면 연기를 함께해줬다. 오디션인데도 대충 맞춰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연기를 받아주고 표현해줘서
<영주> 탕준상 - 다재다능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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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4편까지 왔다.” 데뷔작 <과속스캔들>(2008)의 성공 이후 <써니>(2011)와 <타짜-신의 손>(2014)까지 강형철 감독은 다양한 장르에서 손대는 작품마다 성공한 흥행사였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결국 그들이 봐줘야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나. 호불호를 떠나 관객이 보여주는 반응이 내겐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북한 인민군 소년병 로기수(도경수)와 스윙키즈단의 춤을 향한 열망을 그린 <스윙키즈> 역시 많은 관객이 보고, 한국전쟁이 만들어낸 부조리한 상황을 되돌아봐주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뮤지컬 <로기수>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전작을 끝내고 쉬던 중 디스코 음악 폴더를 듣게 됐다. 신나더라. 디스코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춤만 추면 MTV 영상과 다를 바 없겠더라. 스토리가 있어야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왜 이념 때문에 갈라져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금지된 자유는 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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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도경수가 아닌 엑소의 디오를 생소해하는 이들이 잘 모르는 세 가지. 그는 그룹의 ‘메인 보컬’이고 (본인은 기자에게 적극 부인했지만) 연습생 기간에 비해 춤을 잘 추는 멤버로 유명하며 처음부터 연기하는 멤버는 아니었기에 <카트>(2014) 전에는 연기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다. 드러난 재능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그것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도경수는 첫 원톱 영화 <스윙키즈>로 본인의 영역을 성큼 더 확장할 예정이다. 우울한 소년을 주로 연기해온 그가 탭댄스를 추고, 호기로운 북한군 포로 로기수로 분해 캐릭터 변신을 꾀한다. 도경수가 갖고 있었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얼굴이 여기에 있다.
-<카트>와 <7호실>(2017)에서 아르바이트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가난한 청년, <신과 함께> 시리즈의 관심사병 원 일병 등 어두운 내면을 가진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스윙키즈>의 로기수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마음에
<스윙키즈> 도경수 - 홀로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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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은 전쟁터도 춤추게 한다. 강형철 감독에 의하면, 연기를 위해 탭댄스를 배운 배우들은 물론 스탭들도 이를 흉내내느라 <스윙키즈> 촬영장에서는 틈나는 대로 춤판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 기운은 <씨네21>의 <스윙키즈> 표지 촬영날까지 이어졌다. 올 초 <씨네21>과 인터뷰에서 “우리 경수, 우리 경수 하면서 업고 다니고 싶다”고 했던 강형철 감독은 이날 “<스윙키즈>가 손익분기점 370만명을 넘기면 도경수를 업겠다”고 선언하고, 진지한 이미지의 도경수는 밝은 얼굴로 탭댄스를 추며 스튜디오를 돌아다녔다. 기자들만 화들짝 놀라고 관계자들은 익숙한 광경이라는 듯 반응하던 <스윙키즈>의 흥겨운 공기 속으로.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 배우 도경수 - 리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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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 순간 마주하게 되는 것, 찍을 수 있는 것을 찍자는 마음뿐이었다.” 이전까지 극영화 촬영 경력만 있었던 양근영 촬영감독이 정성일 감독을 만나 다큐멘터리의 세계로 진입했다. 중국 인민의 생활상과 소외계층의 진실을 응시하는 왕빙 감독의 영화 현장을 엿보는 <천당의 밤과 안개>,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제작을 기다리는 풍경을 담은 <녹차의 중력>이 그것이다. “왕빙 감독이 영화 촬영 중일 때는 물론이고, 이동하고 밥 먹고 쉬는 모습까지 샅샅이 찍었다.” 2012년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윈난성을 거쳐 남부 국경지대를 오고 간 <천당의 밤과 안개> 촬영 현장엔 양근영 촬영감독과 정성일 감독 둘만 있었다. 2003년 중국 베이징전영학원에 진학한 양근영 촬영감독은 “유일한 중국어 가능자로서 촬영감독이면서 현장 진행도 동시에 맡았다”. 왕빙 감독과 친밀감을 쌓기 위해 택한 방법은 그의 촬영조수를 자처하는 일이었다.
<천당의 밤과 안개> 양근영 촬영감독 - 다큐멘터리스트의 본능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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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법으로 접근한다면 한국의 영화평론가 중 최후에 남을 이름은 정성일이 아닐까 싶다. 비평의 덕목이 영화를 새롭게 보고, 다시 보고, 그 안에서 창작자조차 간과했던 미지의 언어를 발굴하는 것이라면 한국영화계에서 평론가 정성일이 지나온 걸음을 따라잡을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분석은 성실하고, 언어는 꼼꼼하며, 통찰은 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평론가로서 그가 지닌 최상의 미덕은 거의 광적이라고 해도 좋을 호기심에 있다. 정성일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질문으로 영화의 심연을 마주하며 인식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영화를 잘 보고 제대로 말하는 것과 잘 찍는 것은 때때로 다른 영역의 재능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감독 정성일의 첫 영화 <카페 느와르>(2009)를 봤을 때 나는 평론가와 감독 사이 불투명한 거리에 대해 고민했다. 다시 고백하자면 두 번째 영화 <천당의 밤과 안개>(2015)를 본 뒤 의심의 안개는 깔끔하게 갰다. 정성일이라는 이름
<천당의 밤과 안개> 정성일 감독, "거울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찍는 과정에 관한 영화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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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감독이 본인에게 익숙지 않을 ‘소녀의 세계’를 영화로 다룬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편견 섞인 질문이라 양해를 구한다는 말을 덧붙이자, 가장 많이 듣는 얘기라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고등학생 때 연극부 반장을 했다. 인근 여고 학생들이 찬조출연을 해주면서 그들과 친해졌는데, 그 학교에 항상 남자 역할만 맡고 주변 친구들에게 한가득 선물을 받는 친구가 있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보니 신기한 마음에 그들의 세계를 엿보게 됐다.” <소녀의 세계>는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을 준비하는 고3 선배 하남(권나라)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 선화(노정의)의 성장담이다. 연극을 연출하는 수연(조수향)은 감독 자신이 가장 많이 투영된 인물이라고 한다.
-2년 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버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고 들었다.
=선화의 일상 에피소드가 자칫 지루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편집했다. 또 몸매 관리를 위해 선화가 딸기 우유를 먹는 장면이
<소녀의 세계> 안정민 감독 - 여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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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현장 분위기가 전부 좋았고 스탭과 동료 배우들도 모두 친절하고 좋았다”고 권나라는 말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고 있는 옷이 너무 얇아 외투를 건네주려는 소속사 직원을 마다하며 기자의 녹음기에 패딩 스치는 소리가 들어갈 것 같다고 말하는 데서 느껴지는 배려심이나, 유튜브 세대의 신조어를 못 따라가겠다고 하소연하는 귀여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우월한 황금비율’ 따위의 미디어의 수식어가 그의 매력을 축소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2년 전 권나라가 촬영했던 실질적인 연기 데뷔작 <소녀의 세계>에서도 그는 선화(노정의)를 비롯한 소녀들의 첫사랑이 된, 여고의 우상으로 등장한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극중 하남은 과묵하고 속을 알 수 없다는 것. 자신과 닮은 듯 다른 캐릭터와 조우한 권나라의 ‘첫 순간’을 들여다보았다.
-안정민 감독이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를 먼
<소녀의 세계> 권나라 - 지금 시작된 연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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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박해일이 시를 읊는다. 중국에서 어린이라면 누구나 읊을 줄 안다는 낙빈왕의 <영아>(咏鹅)라는 시를 말이다.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 풍경이다. 장률 감독이 평소 박해일의 아이 같은 면모를 떠올린 이미지인데 그것이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이 영화는 박해일이 맡은 윤영이, 송현(문소리)이 선배(윤제문)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송현과 함께 군산으로 여행 가면서 시작된다. <경주>(2014), <필름시대사랑>(2015)에 이어 장률 감독과 세 번째 작업한 이 영화는 박해일에게 어떤 여행이었을까. 현재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를 촬영하고 있는 그는 비니로 민머리를 감춘 채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18개월 된 둘째아이는 잘 크고 있나.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 때문에 집을 나와 있어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
-둘째라 육아가 첫째에 비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배우 박해일, "장률 감독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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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시리즈의 차사 덕춘 역을 맡으며 원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혔던 배우 김향기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영주>의 영주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철부지 동생을 챙기며 살아야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차성덕 감독의 데뷔작 <영주>는 배우 김향기의 얼굴로 시작해 얼굴로 끝나는 영화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주라는 인물이 지닌 내면의 복잡함을 얼마나 다양하게, 또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배우에게는 큰 숙제임과 동시에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하는 영화다. “올 한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좋은 기억들로만 채워져서 기쁘다”라고 말하는 김향기에게 <영주>는 어떤 영화일까.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수시 합격을 축하한다.
=합격 기사를 보고 나서야 내가 대학생이 되는구나, 라고 실감했다. <우아
<영주> 배우 김향기 -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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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오멸 감독은 두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영화 <눈꺼풀>(2016)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에 도전하는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어전설>(2016)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통제와 검열이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시절 완성된 이 두편의 영화는 시대의 상처와 아픔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개봉한 <눈꺼풀>이 상징과 비유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가늠하려 하는 진중한 분위기의 영화였다면, 11월15일 개봉한 <인어전설>은 제주도 어촌 마을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연을 닮은 생명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그녀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어이그, 저 귓것>(2009), <뽕똘>(2010), <하늘의 황금마차>(2013) 등의 전작을 통해 자신
<인어전설> 오멸 감독 - 해녀들의 삶 자체가 곧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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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송새벽에게 있어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 해다.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온 후 쉴 새 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가던 그가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고, <7년의 밤>(2018)으로 돌아온 이후 활동 반경을 넓히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나의 아저씨>로 첫 TV드라마에 도전했고, 지난 11월 15일 개봉한 <해피 투게더>는 그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휴먼 드라마다. 송새벽이 연기하는 영걸은 관광 나이트클럽에서 하늘(최로운)의 아빠 석진(박성웅)의 일자리를 뺏는 ‘생계형’ 색소포니스트인데, 석진 부자의 끈끈한 모습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하늘이 아티스트로서 가진 능력을 발견한 이후에는 친아빠만큼 애정을 쏟는다. “예전부터 따뜻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들어오더라. <해피 투게더> 시나리오를 받고 되게 하고 싶었던 장르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송새벽과 가장 가까운 장르는 오히려 <해피 투게더
<해피 투게더> 배우 송새벽 - 느리게 나의 방향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