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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걸 알게 된 소녀. <미성년>의 주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고등학교 시절에 충격적인 어른들의 사정을 알게 된다. 한없이 사랑받고 싶을 나이에 어른 중 누구를 믿고 사랑해야 할지 말지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는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출연한 영화 <봄이가도>(2017)나 드라마 <최고의 이혼>(2018)에서 맡았던 역할도 대부분 현실을 버티지 못하는 어른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였다. 아직은 현장이 낯설고, 보이는 모든 걸 배워나가야 하는 막내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작품에서 미리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에서 삶을 배우고 그것을 다시 연기로 보여주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나 할까. <미성년>의 주리를 연기하면서 김혜준은 한뼘 더 어른에 가까워졌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
=1차 서류심사 오디션과 2차 카메라 오디션을 거친 뒤 감독님과 3차
<미성년> 김혜준 - 어른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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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에 딸 윤아(박세진)를 낳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미희. 유부남 대원(김윤석)을 사랑해서 임신까지 했는데 이 사실을 굳이 숨길 생각도 없다. 미희는 자신의 ‘사랑’ 때문에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든다. <미성년>의 다섯 캐릭터 중 가장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인물이 미희다. “저도 제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했어요. 그런 거 묻지 말아요. 저 진짜 몰라요. (웃음)”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섰던 김소진은 <더 킹>(2016)의 안희연 검사로 그해 거의 모든 영화 시상식의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뜨겁게 주목받았다. <더 테러 라이브>(2013), <아이 캔 스피크>(2017), <마약왕>(2017), <공작>(2018) 등 영화 출연작도 차츰 늘고 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훌륭한 <미성년>에서도 김소진은 고유한 존재감을 뽐낸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연극하던
<미성년> 김소진 -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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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즐겁다”는 배우 염정아. 2018년 말에서 2019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염정아는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가을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529만 관객을 동원하며 비수기 영화시장의 다크호스가 됐고, 드라마 <SKY 캐슬>은 수많은 유행어와 함께 ‘염정아 팬덤’을 양산했다. 하지만 염정아는 반짝거리는 순간에 천착하거나 행복이 쉽게 지나가버릴 거라 지레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좋을 때도 담담, 슬플 때도 담담”하다는 그는 자신의 성장이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의 차분함이 <미성년>의 영주와 닮았다. 가족의 균열을 알리는 사건에 직면한 영주는 고요하고도 침착하게 한 걸음씩 난관을 돌파해나간다. 타인을 탓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파괴하지도 않으며. 굳건하고 건강한 마음을 지닌 또 한명의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염정아를 만났다.
-촬영하는 걸 지켜보니 극중 딸이었던 김혜준을 살뜰히 챙기더라.
=내가
<미성년> 염정아 - 매번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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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여기 좀 봐주세요.” 아직은 ‘감독님’이란 호칭이 어색한지 김윤석이 멋쩍게 웃는다. 배우로서 숱하게 방문한 <씨네21> 표지 촬영 현장이지만, 이날 분위기는 좀 다르다. 첫 연출작 <미성년>으로 염정아, 김소진, 박세진, 김혜준과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김윤석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서 함께 사진 촬영에 임하는 한편, 자신의 영화를 빛낸 네명의 여자배우들이 돋보이도록 끊임없이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했다. “감독 되니 이런 게 어렵다”며 배우들에 대한 가장 큰 상찬의 어휘를 고민하던 김윤석과 그런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는 네 주연배우를 보고 있자니 <미성년> 촬영현장의 화기애애했을 분위기가 짐작됐다. 김윤석 감독은 <미성년>을 통해 “우리 모두가 미성년”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평범한 고등학생 주리(김혜준)와 윤아(박세진), 그들 가족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불어닥친 시련을 조명하는 영화는 나이와 환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경험하는
<미성년>의 네 배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과 감독 김윤석 - 배우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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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욕망을 덜어내고 접근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세월호 이후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생일> 현장에 임하는 이목원 미술감독처럼.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공간을 영화적으로 윤색하거나 주관을 개입하지 않으려 애쓰며 최대한 리얼하게 표현했다.” 영화 후반부 수호(윤찬영)의 생일 파티 전에 등장하는 공간은 제작진이 유가족의 집을 방문해보고 느낀 점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아이가 방금 나간 것처럼 아이의 물건을 그대로 보관하고 계시더라.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많이 아팠고, 죄책감도 들었다”는 그는 이종언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수호의 방 세팅을 조금씩 매만졌다. 영화의 주 공간인 순남(전도연)의 집에 최대한 색을 배제한 것도 유가족의 심리를 배려한 결과다. “큰 트라우마가 있으면 감정도 비워진다. 조명이나 의상의 색감이 조금만 더해져도 영향을 받는다. 자그마한 것에도 영향을 받는 순남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게 컨셉을 잡았다. 또 유가족들이 너무 남루해 보이지 않기를
<생일> 이목원 미술감독 - 욕심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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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런 작은 영화까지 챙겨주는 <씨네21>은 항상 무척 감사하고, 기자님도 참언론인입니다. <오늘도 평화로운>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참언론인상 트로피를 제작해서….” 백승기 감독은 오늘도 평화롭게 재밌는 상상을 한다. 사비를 털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백승기 감독에겐 이제 아주 흔한 일이다. 여건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여건을 만드는 개척정신으로 어느덧 세편의 장편영화를 찍었다.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일. <숫호구>(2011)에서 원준(백승기)의 섹시 아바타로, <시발, 놈: 인류의 시작>(2016)에서 최초의 인류 시발(始發)놈으로 누드 투혼을 불사른 배우 손이용이 <오늘도 평화로운>에선 주성치와 백승기와 원빈 등을 짬뽕한 캐릭터 영준을 연기하며 백승기 감독의 일당백 아군이 되어준다. <오늘도 평화로운>은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노트북 사기를 당한 뒤 사기꾼 일당을 잡기 위해 중국으로 향
<오늘도 평화로운> 백승기 감독, 손이용 배우 - 이렇게라도 우리는 끝까지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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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니는 <씨네21>이 미리 알아본 신예다. 2017년에는 <여자들>의 네 배우 대담 기사로, 2018년에는 ‘라이징 스타’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진혁(박보검)을 짝사랑하는 오랜 친구 조혜인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고, 상업영화 데뷔작 <악질경찰>로 돌아왔을 때 새삼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악질경찰>에서 친구를 잃은 후 방황하는 고등학생 미나는 극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핵심 캐릭터다. <여자들> <죄 많은 소녀> 등 독립영화에서 신비한 마스크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전소니는 여전히 고유한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 더 넓은 바다로 헤엄쳐 나갈 발차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정범 감독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의 단편영화 속 모습을 보고 먼저 미나 역을 제안했다고. 하지만 처음에는 한번 거절했다고 들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나 역시 세월호 사건을 지켜본 사람으
<악질경찰> 전소니 - 활기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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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다 고생이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촬영한 <국경의 왕>은 박진수 프로듀서에게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임정환 감독이 사비를 탈탈 털어 마련한 제작비만으로 배우와 스탭 합쳐 열댓명을 데리고 유럽에서 3주에 걸쳐 영화를 찍는다는 건 웬만한 맷집과 능통한 외국어 실력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박 프로듀서가 흔쾌히 참여한 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동기(06학번) 임 감독의 전작 <라오스>를 보면서 우리 같은 젊은 영화인도 해외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넉넉지 않았지만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게 프로듀서로서의 목표”였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영화 제작을 진행한 사례가 전무한 까닭에 박진수 프로듀서의 “최우선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제작진의 안전”이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전체 촬영 분량의 절반씩 촬영했다. 폴란드는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아 제작 진행이 수월”한
<국경의 왕> 박진수 프로듀서 -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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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에서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두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아사코(가라타 에리카)의 첫사랑이자 자유롭고 이기적인 청년 바쿠, 8년 후 아사코가 도쿄에서 만난 평범하고 성실한 료헤이. 성격이 정반대인 두 인물은 무심히 흐르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아사코의 인생에 등장한다. 2013년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로 영화를 시작한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지난 6년간 <기생수 파트1>(2014), <데스노트: 더 뉴 월드>(2016) 등 대중적인 영화와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2016), <산책하는 침략자>(2017) 등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를 오가며 연기 경력을 다각도로 넓혀왔다. 이 밖에 드라마 <문제있는 레스토랑>(2016), <당신을 그렇게까지는>(2018), 순정만화를 영화화한 <아오하라이드>(2016) 같은 작품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아사코>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 - 사랑에 관한, 리얼리즘이 가미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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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다. 영화 <선희와 슬기>는 거짓말을 거듭하다 급기야 자신의 삶을 버리고 슬기라는 새로운 사람이 된 선희(정다은)의 사연을 그린 이야기다. 유복하지만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지 않는 부모 때문에 학교 친구들에게 관심받고 싶어 거짓말을 하는 선희가 한편으로는 이해되면서도, 같은 실수를 또다시 저질러 슬기로 사는 새로운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는 무척 안타깝다. <소녀 배달부>(2014), <1킬로그램>(2016) 등 단편영화로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신인 박영주 감독은 첫 장편영화인 <선희와 슬기>를 통해 거듭된 거짓말로 어리석고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인간을 집요하게 그려낸다. <선희와 슬기>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과 제42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학창 시절 거짓말을 하던 친구를 보면서 구상한 이야기라고 들었
<선희와 슬기> 박영주 감독 - 비극이 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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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에 장이 선 뒤 오후 3시에 마감할 때까지 시시각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숫자에 따라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돈>에서 원진아가 연기한 박시은은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 브로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여성 브로커다. 원진아는 첫 장편영화인 <강철비>에서 개성공단에서 일을 하다 미사일 폭격을 피해 북한1호와 남한으로 내려오는 북한 여성 려민경을 연기한 뒤로 <그냥 사랑하는 사이> <라이프> 등 두편의 드라마로 얼굴을 알렸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막힘없이 술술 말하는 모습이 시종일관 여유 있는 시은을 쏙 빼닮았다.
-목소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저음이다.
=하하. 오디션을 보러 가면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당황하는 감독님들도 계셨다. 목소리가 부드러울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평소에는 목소리의 높낮이 폭이 큰 편이다. 장난칠 때는 어린아이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고객에게 신뢰를 줘
<돈> 원진아 - 낮은 목소리, 당당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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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라면 믿고 볼 수 있지, 그래도 헛돈을 쓰진 않았지, 그런 믿음을 주는 배우이고 싶고 사람이고 싶다.” 이런 의지 때문일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봉 영화만 치면 2016년 개봉한 <남과 여> 이후 3년 넘게 영화에서 전도연을 볼 수 없었다. “누가 물어보더라. 혹시 일 그만두셨느냐고. (웃음) 마음은 빨리 다음 작품을 하고 싶은데 선택할 때는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 ‘이만하면 됐지’ 하고 타협하기 싫었던 것 같다.” <생일> 역시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일>에서 전도연은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 순남을 연기한다. 순남이 짊어진 감당하기 힘든 슬픔은 전도연을 통해 스크린에 고스란히 맺힌다.
-<생일> 출연 제의를 받고 처음엔 거절한 것으로 안다.
=다가가기 힘든 큰 슬픔 때문에 엄두
<생일> 전도연 - 함께해서 감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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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올해 <우상> <생일> <퍼펙트 맨> 등 최소 세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우상>에 이어 <생일>까지, 하루 간격으로 <씨네21> 표지를 찍게 된 그는 이날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의상 가봉을 하러 갔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인 설경구는 <우상> 촬영 당시 이준동 대표로부터 <생일> 시나리오를 받았다.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월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을 놓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우상> 촬영 분량이 남아 있을 때 <생일> 시나리오를 읽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강력 사건의 피해자가 된 아이의 아버지를 연기했던 <소원>(2013)과 겹치는 작품인데, 어떻게 다가왔나.
=<소원>의 동훈이 사건 당시 곁에 있었던 당사자라면, <생일>의 정일은
<생일> 설경구 - ‘힐링’은 <생일>의 금기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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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아들 수호를 잃은 가족의 이야기다. 설경구가 아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키지 못하는 아빠 정일을, 전도연이 아들을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는 엄마 순남을 연기한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를 연기한다는 건, 게다가 여전히 진행 중인 국가적 참사의 당사자를 연기한다는 건 배우들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슬픔을 감당할 용기 그리고 진심을 전할 용기. 바쁜 일정에도 <생일>을 외면할 수 없었던 설경구와 고심 끝에 부담감과 두려움을 마주하기로 한 전도연은 결과적으로 왜 설경구와 전도연이어야 했는지를 증명하는 연기로 <생일>을 빛낸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이후 18년 만에 <생일>에서 재회한 설경구와 전도연을 만났다.
<생일> 설경구·전도연 - 사랑하는 네가 태어난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