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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을 관람한 938만명 중 116만명(7월 9일 기준)은 더빙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극장에 걸린 실사 더빙판의 상영관이 확대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메가박스에 따르면 <알라딘> 더빙판은 재관람률이 4.1%, 자막영화에 비교해 더빙 관객 점유율이 15% 높다.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성인 관객이 <알라딘> 더빙판을 선택한 것은 흥겨운 노래와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연기의 공이 컸다. 자연스러운 더빙으로 알라딘, 자스민에게 한국어를 불어넣은 것은 성우 심규혁과 사문영이다.
-7월 6일 성우 팬들과 <알라딘> 상영회를 열었다. 상영회도 흔치 않은 이벤트지만 실사영화 더빙판에 관객이 100만명 이상 드는 것도 이례적이다.
=심규혁_ 3주 전에 사문영 성우와 함께 <A Whole New World>를 부른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날 팬카페로부터 상영회를 열자는 전화를 받고 추진하게 됐다. 사실 상영회를 열 때까지 영화가 계속
<알라딘> 성우 심규혁·사문영 - 자연스러운 연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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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 중에 밉상이다. 저런 파렴치한이라면 한번은 응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일말의 동정이 가지 않는 남자 크리스티안. <미드소마>에서 잭 레이너의 밉상 연기가 영화의 전개에 동력을 더한다. 크리스티안은 스웨덴의 한 마을에서 열리는 이교도 축제의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펼쳐지는 147분간의 영화 상영 내내 밉상을 떨며 마을에 갇히는 인물이다. 90년에 한번, 9일 동안 이어지는 한여름의 축제, 밝은 태양 아래 펼쳐지는 광기 속, 겁에 질린 크리스티안의 표정은 이 영화가 말하는 공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일러준다. 특히 그는 전라를 한 채 뛰어다니는 공포영화 속 희생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잭 레이너는 이를 두고 “흔히 공포영화에서 눈 뜨고 보기 힘든 희생자 역할은 항상 여성에게 주어지는데, 남성에게 그 역할을 줌으로써 역전의 기회를 안겨준다”고 자신의 역할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한다.
1992년생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2살 때 아일랜드인인 어머니와 아일랜드로 가 그
<미드소마> 잭 레이너 - 배우가 된 영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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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은 ‘집’에 관한 영화다. 피해자 유정(한수연)이 칼에 찔려 처참하게 죽은 곳은 자신의 집이었고, 아내를 잃은 영훈(송새벽)은 차마 집에 머물지 못하고 모텔을 떠돈다. 유력 용의자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영훈과 용의자의 아내인 다연(유선)은 진실을 좇기 위해 다시 이 집에 모여 사건을 재현한다. 이민희 미술감독은 “유정이 죽으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정작 유정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 자체가 유정 캐릭터처럼 보이게끔 디자인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한 유정의 이미지는 ‘꽃’이었다. “영훈이 그토록 그리워할 만큼 아름다운 유정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불이나 벽지는 플라워 패턴으로 배치했다. 너무 순수하고 악의가 없고 가죽 공예 같은 취미가 있을 것 같은 친구라는 나름의 설정을 했는데, 그런 취향을 반영해 죽음을 맞이하는 침대도 예쁜 철재 재질로 골랐다. 그외에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영훈의 죄책감을 보여주기 위해 커튼과 전등은 붉은색으로 정했다.” 미스
<진범> 이민희 미술감독 -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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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그리도 좋으냐?” “네, 저는 전하가 너무 좋습니다!” 배우 전미선이 인터뷰 도중 재현한 어린 세종과 소헌왕후의 달뜬 대화가 아직 생생하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특유의 따뜻하고 둥근 눈빛과 목소리 그대로였다. 상대가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평생 그 옆을 지켰고, 죽어서도 나란히 묻혔다는 15세기의 여성을 상상하면서 배우는 줄곧 “아우르다”라는 말을 자주 썼다. 친정이 역적으로 몰려 수모를 겪어도,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로 시름시름 앓아도, 소헌왕후는 결코 흔들림을 내비치지 않는 인물이다. 사랑을 지키는 삶, 감내하고 견디는 삶, 그리고 참지 않고 말하며 행동하는 삶 사이의 균형을 고심한 전미선은 그 과정에서 자기 삶의 조각들을 찬찬히 되돌아본 듯했다. 배우 생활 30년의 관록을 쌓는 동안, “선의는 선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지켜낸 배우. 전미선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전한다.
-조철현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씨네21> 1189호 ‘2019 한
<나랏말싸미> 전미선 -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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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에서 박해일은 한글 창제 과정에서 세종을 전진하게 만드는 숨은 조력자 신미 스님을 연기한다.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존 인물이자 이제까지 연기해본 적 없는 스님이라는 낯선 캐릭터를 받아든 박해일은 “스님이 기거했던 공간과 영화의 촬영장소”를 미리 돌아다니며 본인이 연기할 인물을 느끼려 했다. 그런 다음 절밥도 먹고 머리도 깎고 산스크리트어도 배우고, 수행하고 정진하는 이의 마음에 가닿아보려 했다. 단지 머리를 깎고 장삼을 입는다고 하루아침에 스님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박해일은 이 과정이 신미 스님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라고 표현했다.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 하나는, 박해일이 매 작품 최대치의 노력을 기울여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 배우라는 것이다.
-조철현 감독이 캐스팅 얘기를 꺼냈을 때 흔쾌히 수락했던 것으로 안다.
=<나랏말싸미> 이전에 조철현 감독님이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그때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 &
<나랏말싸미> 박해일 - ‘익숙해지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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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의 세종은 신하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백성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그게 나쁜 거냐?” 훈민정음을 만들어낸 세종대왕과 그에 얽힌 창제 과정을 다룬 <나랏말싸미>는 그동안 역사책에서 다룬 적 없었던 세종의 모습을 보여줄 영화다. 배우 송강호가 연기하는 세종은 신하들의 반대와 학자들의 외면, 유교와 불교의 첨예한 종교적 갈등이란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지도자이자 수많은 반대파를 이끌고 가야 하는 협상가다. “당시 세종이 한글을 만들 때 나이와 지금의 내 나이가 비슷해서 더욱 와닿았다”는 ‘송강호의 세종’은 역사책 속 근사한 위엄을 풍기는 왕이 아니라 현실에 발붙인 인간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살인의 추억>(2003)의 주역들이 16년 만에 다시 모였다. 이렇게 다시 만나는 경우도 드물 것 같다.
=다들 평소에도 워낙 친하게 지내온 동료들이다. 혹시나 다시 한 작품 같이하면 어떻겠나 막연하게 생각만 했을
<나랏말싸미> 송강호 - 눈과 귀가 열린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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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는 억불정책을 펼쳤던 조선의 왕이 스님과 손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백성을 위해 우리만의 글자를 창제하려 했던 세종(송강호)은 소헌왕후(전미선)의 도움으로 문자에 능통한 신미 스님(박해일)을 만나 한글 창제라는 위대한 업적을 완성한다. <사도>에 이어 또 한번 조선의 왕을 연기한 송강호, 스님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준비를 부지런히 해야 했던 박해일, 진취적인 왕후 캐릭터를 연기하며 쾌감을 느꼈다는 전미선 배우를 지난 6월 25일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가 있던 날 만났다. <살인의 추억>(2003)의 주역이기도 한 세 배우는 과거를 추억하며 미소지었고 현재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두눈을 반짝였다. 커버 스타 인터뷰는 전미선 배우의 안타까운 부고 소식이 들려오기 전 진행되었으며, 전미선 배우와 나누었던 대화를 모두 옮겨 싣는 것으로 고인의 마음을 최대한 전하고자 하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랏말싸미> 송강호·박해일·전미선 - 오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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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연락 드럽게 안 하는구나.” 동네 목욕탕에 가는 듯한 차림새로 느닷없이 옛 친구 집 앞에 나타난 영신(공민정)이 우희(이우정)에게 던지는 일종의 안부인사. 1년 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던 친구에게 툭 던지는 타박 같은 말에서 이들의 치장 없는 우정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의 감독과 배우로 만난 임오정, 이우정, 공민정 세 사람에게서도 끈끈하게 연결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편영화 <거짓말>(2009), <더도 말고 덜도 말고>(2013), <쉘터>(2015)로 주목받은 임오정 감독. 단편영화 <애드벌룬>(2011), <서울생활>(2013)을 연출했고 <도약선생>(2010), <출중한 여자>(2014)에 출연한 배우이자 감독 이우정. <풀잎들>(2017), 웹드라마 <내일부터 우리는>(2017), 드라마 <아는 와이프>(2018)의 배우 공
옴니버스 <한낮의 피크닉> 세 번째 에피소드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의 임오정 감독, 이우정·공민정 배우, "연대가 곧 우정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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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7월 1일, 한국영화계 최초의 홍보마케팅사 ‘올댓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국제영화제와 영화잡지가 막 생기기 시작한 그때 영화도 이제 전문 홍보마케팅사의 손길을 거쳐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올댓시네마의 첫 작품인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컬러 오브 나이트>(1994)의 카피라이트는 ‘지금 새로운 자극이 시작됐다!’였다. 미국에서 그해 최악의 영화로 평가받았던 영화가 국내에서는 흥행했으니, 홍보마케팅을 모르던 시절, 그 필요성을 깨닫게 해준 사례였다. 한국에서 홍보마케팅을 시작한 지 25년. 올댓시네마에는 <쉬리>, <매트릭스> 시리즈, <해리 포터> 시리즈 등을 포함해 500여편의 필모그래피가 쌓였다. “한 5년 하려나” 하면서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는 이제 마케팅뿐 아니라 영화계 여러 곳에 영향력을 끼치는 영화인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입지를 바꾸면서 또 새로운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 모든 순간이 한국영화계 홍보마케팅의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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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메꽃~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2014)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사이토 다쿠미가 자신의 첫 영화 연출작 <13년의 공백>을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13년의 공백>은 진지하고 따스한데 엉뚱한 구석까지 갖춘 사이토 다쿠미 감독의 매력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영화다. 도박빚으로 가족을 13년 동안 떠났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남편을 원망하고 그리워하며 살아온 가족의 이야기가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전반부의 드라마와 후반부의 블랙코미디가 기묘하게 결합된 구성은 감독 사이토 다쿠미의 야심을 보여주는 대목. 연기, 연출, 예능 등 다방면에서 자신의 창의적인 재능을 쏟고 있는 사이토 다쿠미 감독을 6월 28일 서울에서 만났다. 일본의 예술가 집단 칭퐁과 함께하는 차기 연출작 <COMPLY+-ANCE>, 배우로 참여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만리키> 등 자신의 새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스티커까지 손수 챙
<13년의 공백> 사이토 다쿠미 감독 - 영화를 만들며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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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잭슨의 고딕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는 두 자매의 섬뜩한 고립 생활기를 그린다. 입꼬리를 당겨 웃고 있는 언니 콘스탄스(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와 편집증 증세를 보이는 동생 메리(타이사 파미가)에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 내내 실체가 혼란스럽고, 부모를 독살했다고 의심받는 콘스탄스를 연기한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는 이전까지 음침함과는 거리가 먼 배우였다. 차라리 미스 USA를 떠올리게 하는 친근한 이미지에 부합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그리고 바로 이런 지점들로 인해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의 콘스탄스는 기이하고 불편한 존재가 된다. 원작에 비해 한층 밝고 부드러운 이미지지만, 그런 아름다움 뒤편에 어떤 공허나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1986년생인 다드다리오는 뉴욕의 엘리트 가정에서 태어났다. 열여섯살 되던 해 미국의 장수 하이틴 드라마인 <올 마이 칠드런>을 통해 데뷔했고, 2005년에 노아 바움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 - 천천히 탈피를 거듭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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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살인사건과 마약 수사, 강력반 형사들의 라이벌 의식이 뒤섞인 <비스트>는 악인을 잡으려다 자신 속 악을 목격하는 형사 한수(이성민)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한눈에 보아도 프로덕션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되는 <비스트>는 백경숙 프로듀서의 9번째 메인 프로듀싱 작품이다. 이정호 감독이 트리트먼트를 쓸 때부터 지켜보며 백 프로듀서는 “한마디로 멋있다”고 작품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형사 한수는 살인마를 잡고 싶은 정의감과 직업의식이 투철한 한편, 라이벌 민태(유재명)와 경쟁해 승진하길 원하고, 원치 않게 휘말려든 자신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숨기고 싶어 한다.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뉘는 인물 구도, 권선징악의 결말을 기대한 관객에겐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복합적인 딜레마는 백 프로듀서의 마음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비스트>의 주제를 시각화하는 데 기여한 것 중 하나는 로케이션이다. 극중 마약 제조의 소굴로 등장하는 창신아파트는
<비스트> 백경숙 프로듀서 - 마음을 잡아끄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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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속이 복잡해진다. 선과 악의 잣대로 규정할 수 없는 그의 인물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혼돈의 세계를 헤매며 답을 구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도 영화는 그들에게 명확한 해법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비정하고 냉혹한 현실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이정호 월드’는 그러나 뜨겁다. 마치 바위가 다시 떨어질 걸 알면서도 산 위로 돌을 굴리는 시시포스처럼, 이정호 감독이 창조한 세계 속 인물들은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세계의 부조리에 몸을 부딪힌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부서지고, 누군가는 괴물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신작 <비스트>는 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두 형사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조명한다. <방황하는 칼날>(2013) 이후 5년 만의 복귀작인 이 영화는 더 깊은 절망과 더 복합적인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과 <비스트> 사이, <탐정: 더 비기
<비스트> 이정호 감독, "한수가 모차르트라면, 민태는 살리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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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와 거리를 두며 살아가던 소년 세바스찬(아사 버터필드)은 우연히 삶에 대한 울분을 음악으로 토해내는 제라드(알렉스 울프)를 만나면서 일상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사실 영화는 세바스찬의 불안과 성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은 심장이식의 후유증을 안고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반항적인 펑크록 마니아 제라드다. 제라드를 연기한 배우는 최근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에서 저주에 사로잡힌 아들 피터 역으로 분했던 알렉스 울프로, 그는 온 가족이 함께 영화와 음악 활동을 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배우로도 활동 중인 어머니 폴리 드래퍼가 연출한 모큐멘터리 <더 네이키드 브러더스 밴드: 더 무비>에서 형인 냇 울프와 함께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알렉스 울프는 ‘냇 앤드 알렉스 울프’라는 이름으로 형과 함께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보스턴마라톤 테러 실화를 다룬 <패트리어트 데이>에서 테러리스트 형제를 연기한 그가 &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 알렉스 울프 - 음악과 영화에 둘러싸인 이 배우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