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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는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시작과 끝 같은 존재다. 다시 말해 도일출(박정민)이 본격적으로 도박의 세계에 풍덩 빠져들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인물이다.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돈에 눈이 멀어 달려드는 포커판의 상대를 휘어잡아 결국은 매정하게 무너뜨려야 하는 야수 같은 존재가 바로 마돈나다. <비밀은 없다>의 담임교사 소라, <밀정>의 사희, <봉오동 전투>의 독립군 자현을 거쳐 배우 최유화가 다다른 <타짜: 원 아이드 잭>의 마돈나란 캐릭터는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왜 이제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몸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고.
-<타짜>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배우로 합류한 소감이 어떤가.
=박정민 배우와 권오광 감독을 믿고 합류했다. 나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컸다.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내가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에 쓰여 있는 것 이상으로 왠지 마
<타짜: 원 아이드 잭> 최유화 - 마음을 꿰뚫어보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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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가 두려웠다. 찍을 때는 재미있었지만. 그런데 요즘 다시 두려워졌다”는 박정민은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마케팅 차원에서는 ‘도박판’이라는 단어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로 접근하기 조심스러운 소재의 영화이기 때문이리라.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추석 연휴에 가장 잘 어울릴 소재이기도 하다. 조승우, 최승현의 뒤를 이어 <타짜>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정민을 만나 포커에 일생을 건 타짜 도일출의 탄생기를 물었다.
-<타짜>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배우로 합류한 소감이 어떤가.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타짜> 시리즈여서 선택하기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작 만화의 굉장한 팬이었고 사실 나는 <타짜-신의 손>에서 (이)동휘 형이 연기한 짜리 역 오디션을 본 적도 있었기 때문에 관심은 갔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해야 한다는 사람이 반, 하지 말라는 사람이
<타짜: 원 아이드 잭> 박정민 - 흥행의 기술을 익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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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이런 고수들만 모였을까. 대사기극을 설계 중인 타짜 애꾸(류승범)의 눈에 들어온 멤버들의 면면이 심상찮다. 고시생이지만 하우스 출입이 더 익숙한 도일출(박정민)을 중심으로 놀라운 셔플 실력을 자랑하는 까치(이광수), 미니 카지노를 쥐락펴락하는 언변의 소유자 영미(임지연), 얌전히 기원을 운영 중인 사기의 귀재 권 원장(권해효), 그리고 의외의 타이밍에 나타나 도일출의 넋을 빼놓는 마돈나(최유화)까지. 포커판을 무대로 인생 한방을 준비하는 이들의 도박을 펼쳐내는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이자, 원작 만화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3부를 바탕에 둔 작품이다. <돌연변이>(2015)로 데뷔한 권오광 감독의 <타짜: 원 아이드 잭>의 배우들을 만났다. 화기애애했던 영화 촬영장 분위기처럼, 유독 편안하고 유쾌했던 현장의 모습을 화보로 전한다.
<타짜: 원 아이드 잭> 박정민·최유화·이광수·임지연·권해효 - '진짜'들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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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를 최소화할 것. <변신>의 주된 연출 포인트 중 하나였던 이 철칙은 특수분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악마가 가족 중 누군가의 얼굴로 변신해 가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하우스 호러물 <변신>은 한국의 어떤 오컬트영화보다 ‘진짜’ 같은 비주얼을 보여준다. 쉴 새 없이 피를 뿜어내는 부마자의 비주얼부터 음습한 이웃집에 걸려 있는 동물 사체까지, 실사 작업 중심으로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CG로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관객은 저것이 CG라는 것을 안다”는 심창환 특수분장팀장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70% 정도는 실사로 만들고 나머지를 CG로 보강해야 진짜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심창환 팀장이 속한 특수분장업체 제페토는 특수소품 제작을 겸하기 때문에 분장을 돕는 다양한 아이템도 동원됐다. 극중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까마귀 털은 직접 구한 것이며, 까마귀 박제에 모터를 심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거나 오프닝에 등장하는 소녀의 목이 꿀렁이는 모습을 표현하기
<변신> 심창환 특수분장팀장 - CG도 미니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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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선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하나의 가닥으로 쉽게 잡히지 않는다. 실제 장기밀매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공모자들>(2012) 이후 그는 김우빈, 이현우 같은 젊은 얼굴들을 내세운 케이퍼 무비 <기술자들>(2014)을 만들었다. <반드시 잡는다>(2017)는 ‘~들’로 제목을 짓던 법칙을 깨면서, 노인을 액션의 주체로 내세운 추적 스릴러다. 하지만 이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과 이웃에 얽힌 사회문제를 조명해온 김홍선 감독의 일관성을 읽어낼 수 있다. 장기매매로 이익을 챙기기 위해 보험조사원이 일부러 피해자와 결혼까지 했다는 씁쓸한 반전으로 문을 닫는 <공모자들>부터 노인 고독사를 다룬 <반드시 잡는다>까지, 김홍선 감독의 작품에는 평범한 가정이 나오지 않는다. 또한 서로의 일상을 일정 부분 침범하는 필연에서 비롯된 이웃 문제는 최근의 세대론까지 아우른다. 그가 처음으로 오컬트에 도전한 <변신
<변신> 김홍선 감독, "잘잘못을 따지기 힘든 이야기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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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도 이곳에 왔었는데….” 8월의 한낮에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김진원 감독이 장편 데뷔작인 고어영화 <도살자>(2007)로 인터뷰를 했던 추억을 떠올렸다. 20대 후반에 한국 공포영화의 신성으로 등장했던 그는 꽤 긴 시간이 흘렀어도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잊히지 않는 이름이었다. 장고 끝에 나온 <암전>은 공포영화를 찍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신인감독 미정(서예지)이 과거에 모교 선배인 재현(진선규)이 만든 영화가 사실은 귀신이 찍은 영화라는 소문을 파헤치면서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다. 영화를 향한 지나친 애정이 과욕과 집착으로 이어지는 섬뜩한 과정을 그려낸 <암전>은 호러영화가 필연적으로 지니는 파괴적인 정서에 매료된 김진원 감독의 취향을 선명히 드러내는, 인장 같은 영화다.
-모든 영화는 숙명적으로 극장에서 잠시 암전의 시간을 거친다는 점에서 영화에 관한 공포영화인 <암전>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영화
<암전> 김진원 감독 - ‘미친’ 설정과 관객의 접점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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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습니다.” 독립군 포로로 붙잡혔다가 되돌아온 유키오(다이고 고타로)는 학살을 지켜본 소감을 묻는 월강추격대 대장 앞에서 금기의 언어를 내뱉고 만다. 대장의 표정은 즉시 일그러지지만 소년의 눈동자엔 영민한 정의감만이 번뜩인다. 만주 봉오동의 산새를 누비며 일본군을 대파한 조선 독립군의 사투를 그리는 <봉오동 전투>는 일본군에 대한 묘사가 납작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모두가 여지없이 야만적으로 묘사되지만, 유키오만큼은 다르다. 독립군 무리를 따르는 소년 개똥(성유빈), 민간인 학살 생존자인 춘희(이재인)와 함께 황급히 피신하는 와중에도 계곡에서 서로 장난을 칠 만큼 천진난만한 성품의 소유자다. 절대적인 안타고니스트 무리 속에서 유일하게 관객에게 손을 건네는 캐릭터는 다이고 고타로라는 신선한 얼굴의 출현으로 시너지효과를 얻었다.
다이고 고타로는 만화체로 그려놓은 것처럼 귀공자 같은 생김새를 자랑하지만, 얼굴에 표정이 드러날수록 고향에서 막 상경한 시골 소년 같은 친근
<봉오동 전투> 다이고 고타로 - 일본의 차세대 순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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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마사제’인가 싶다가도,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배성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변신>의 중수는 타인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직업이 타인에게 고통을 줬다는 죄책감 때문에 귀농을 택한, 직업을 제외하면 보통의 평범한 남자다. 그는 형 강구(성동일)의 집에서 악마가 가족의 얼굴로 변신해 서로를 헐뜯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자 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사제복을 입는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의 징글징글한 악역부터 드라마 <라이브>에서 연상의 전 부인을 향한 순애보를 뽐낸 오양촌까지, 극단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매번 현실감을 잃지 않는 배성우는 정서적 요소가 강한 오컬트영화 <변신>이 가진 결정적 승부수다.
-드라마 <라이브>를 한창 찍고 있을 때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고.
=원래 제작사 대표와 친분이 있어서 일찌감치 제안을 받았다. 시나리오가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드라마 촬영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바로 결정을 못하겠
<변신> 배성우 - 장르가 아니라 인물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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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하는 호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양면적인 모습을 들추면서 공포를 건드린다." 배우 장영남이 표현한 <변신>의 매력은 정확했다. 빙의가 아닌, 직접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악마의 대사는 가족들의 신뢰를 뒤흔들 만큼 교묘하고 음습하다. 장영남은 눈앞의 가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을 수 없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을 지닌 명주를 연기했다. “과하게 표현하지 않고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했다”는 배우의 말 속에는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내이기 전에 한 사람의 중년 여성인 캐릭터를 향한 단단한 존중이 서려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2007), <불신지옥>(2009) 이후 오랜만에 공포영화에 출연했다. 호러영화에 성동일, 배성우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새롭다면, 장영남 배우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실제론 아닌데 사람들은 내가 호러영화를 많이 찍은 줄 안다. 약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있다
<변신> 장영남 - 늘 새로운 자극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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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메이크업 해야 하나? 영화도 맨얼굴로 찍는데.” 성동일 배우가 있는 현장은 언제나 분위기를 풀어주는 그의 가벼운 농담으로 문을 연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촬영하자는 농담 섞인 격려겠지만 가만히 곱씹어보면 그 안에 연기에 대한 철학과 무게가 느껴진다. <변신>에서 생애 처음 공포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연기를 안 하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이라 말했다.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고 상황이 무서운 거다. 거기다 대고 과장된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진짜 같은 공포,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두려움은 그렇게 완성됐다. “연기를 즐긴다기보다는 배우라는 직업과 현장을 즐긴다”는 성동일 배우에게 이번 ‘연기 변신’에 대해 물었다.
-공포영화는 처음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전달받았을 때는 고사했다. 당시 윤제균 감독의 <귀환>을 준비 중이었는데 제작이 뒤로 밀리면서 공백이 생겼다. 김홍선 감독이 그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직접 집에 찾아와서 배
<변신> 성동일 - 연기를 안 하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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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이 예상치 못한 변화를 보일 때 충격이 가장 큰 법이다. 김홍선 감독의 <변신>은 평범한 가족에 숨어든 악마로 인해 벌어지는 파국을 따라가는 영화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 마지막까지 내 편이라 생각했던 가족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낼 때 덮쳐오는 공포의 밀도는 여느 오컬트영화와 사뭇 다르다. 성동일·장영남·배성우는 가족 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한 이번 영화에서 숨 쉴 틈 없는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장르영화 특유의 과장된 상상이 바로 우리 이웃집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건 이들의 사실적인 연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이들에게 호러 연기는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세 베테랑 배우에게 설레고 긴장되는 연기 변신의 과정에 대해 물었다.
<변신> 성동일·장영남·배성우 - 장르를 말이 되게 하는 배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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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느라 청소년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는 요즈음, 책과 유튜브는 결코 융화될 수 없는 매체처럼 보인다. 단순히 책을 낭독하는 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실제 독서만큼 밀도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몇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김겨울은 책을 다루는 유튜버, 즉 ‘북튜버’로 가장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은 책에 ‘관한’ 이모저모를 플랫폼 성격에 맞게 기획한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다. 알라딘 굿즈를 소개한다거나, 독서광의 일과를 담은 브이로그를 만들어 올리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이란 주제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 일련의 과정을 독학으로 배운 그는 최근 출간한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쌓은 노하우를 친절하게 전수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게 책이었다”는 김겨울 작가를 만났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출간한 김겨울 작가, "글쓰는 김겨울, 유튜버 김겨울은 다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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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의상 전문이나 군복 전문, 그냥 합쳐서 사극 군복 전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곰곰스튜디오의 오정근 의상실장은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부터 촬영을 마친 이해준·김병서 감독의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시대극에 주로 참여했다. <봉오동 전투> 역시 “산악 지형 배경에 독립군이 전투를 벌이는 시대극에 ‘피탄 묘사’(총탄에 맞아 손상을 입은 의상을 표현하는 것)가 많은 영화”다. 그는 독립군 소재의 다른 영화가 다뤘던 방향보다는 실제 독립군의 사진 자료에 집중했다. “아주 단정하고 전형적인 군인형인 장하(류준열) 그룹은 신흥무관학교 시절의 독립군 복장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마적단 출신의 해철(유해진) 그룹 의상은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와 접목을 꾀했다.” 마적단과 독립군과 치파오의 조합이라니. 그 이유는 원신연 감독이 해철이 아끼는 부하 중 병구(조우진)의 경우에 특별히 “패셔니스타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주문을 했기 때문. 오정근 실장은 실크
<봉오동 전투> 오정근 의상실장 - 철저한 자료조사와 상상력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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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뜨겁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처음 승리를 거둔 역사,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쟁취한 승리의 기억을 스크린 위에 옮겼다. 원래 김한민 감독이 기획했던 영화는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7)의 원신연 감독의 손을 거쳐 생생한 현재로 되살아났다. 독립군의 저항정신을 담아낸 내용도 뜨겁지만 영화를 둘러싼 반응도 그에 못지않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간의 대립이 첨예해지는 시점에 기억하는 항일무장운동의 역사는 그저 지나간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다. 우리는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재현한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봉오동 전투>는 얼핏 직선적으로 내달리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굽이굽이 굴곡진 사연을 지닌 다양
<봉오동 전투> 원신연 감독, "독립군의 ‘어떻게’보다는 ‘왜’에 집중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