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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극장가 대전에서 승기를 잡은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명절 영화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영화 초반부터 충족시킨다. 국도에서 경찰 승합차와 죄수들이 탄 호송버스, 덤프트럭 등이 부딪치는 시퀀스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가장 공들인 부분이었다. 배수홍 프로듀서는 “충남 아산에 있는 미개통 도로에서 촬영했다. 원래 2차선 도로였는데, 거대한 추돌사고를 구현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새로 선을 그어 3차선 도로로 만든 후 나머지 한쪽 차선은 CG로 채웠다”고 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신을 비롯해 다양한 액션 물량을 선사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촬영 당시 효율적인 프로덕션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호송버스가 주유소에 들르기 전 드론으로 찍은 도로 부감숏은 김포 외곽, ‘나쁜 녀석들’이 김창민(박상욱)을 추격하는 골목길은 수원에 있는 재개발 단지, 박성태(박형수)를 찾아낸 노래방은 부천에 있었다. 이렇게 충청도·대전지역 위쪽으로 로케이션을 밀집한 덕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배수홍 프로듀서 - 꼼꼼한 일정 관리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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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왜 박찬욱이나 봉준호, 홍상수 감독과 달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던 <메기>는 1여년간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반응을 묻자 구교환 배우가 들려준 일화가 귀에 꽂혔다. 해외 영화기자들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계보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메기>의 개성에 주목했다. 단편 <4학년 보경이>(2014),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 <걸스 온 탑>(2017) 등에서 증명된 바 있던 이옥섭 감독·구교환 배우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장편영화 호흡에서도 온전히 빛을 발한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공간도 이상한 곳으로 만드는”(문소리) 이옥섭 감독의 독특한 화면 구성은 불법촬영이나 데이트 폭력 같은 동시대 이슈를 흡수하고, 절묘한 캐스팅을 더하며 진화했다. <춘몽>(2016), <꿈의 제인>(2016), <누에치던 방>(2016) 등에서 자신만의 영
<메기> 이옥섭 감독, 배우 이주영·구교환·문소리, " 내가 괜찮은 사람이어야, 마음 편하게 영화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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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과 ‘투명성’. 메가폰코리아 김철원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가장 강조한 단어다. 캐스팅 과정의 중간다리가 되어 배우와 감독 혹은 제작자를 연결해주는 일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안고 시작한 플랫폼이 메가폰코리아다.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나 연기 강사 등의 명사를 초청해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고, 연기 영상 무료편집 강연을 진행하는 등 “무조건 배우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모토하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을’이 될 수 밖에 없던 배우들의 편에 서서 그들이 타석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 김철원 메가폰코리아 대표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직 메가폰코리아가 낯선 이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메가폰코리아는 기본적으로 제작자와 배우, 즉 아티스트의 연결고리가 되는 플랫폼이다. 초기에는 영화가 중심이었고, 이제는 드라마, 예능, 광고모델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어떻게, 왜 시작하게 된 플랫폼인가.
김철원 메가폰코리아 대표 -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캐스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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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윤 감독은 2002년 단편애니메이션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로 데뷔한 이래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이자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독특한 상상력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그의 활약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시장에서 실낱같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 후로 벌써 17년, 두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마왕의 딸 이리샤>를 들고 돌아온 장형윤 감독의 얼굴은 마냥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해왔던 장형윤 감독은 지금까지 작업해온 결과물 중 가장 판타지스러운 작품을 완성한 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2013) 이후 6년 만에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다. 원래 2016년에 시작해 2년 안에 마무리하는 프로젝트로 계획했다. 2018년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상영
<마왕의 딸 이리샤> 장형윤 감독 - 전형적인 판타지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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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면 빠진다.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은 굴러가는 낙엽까지 합심해서 송강에게 반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원래 20만여명이었던 그의 SNS 팔로워는 8월22일 시즌1 공개 후 80만명 이상까지 치솟았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반경 10m 이내에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는 애플리케이션, ‘좋알람’에 얽힌 세 남녀의 애정사를 다룬다. 고등학교 시절 조조(김소현)와 사랑에 빠지는 선오(송강)는 천계영 작가의 원작 웹툰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적절한 각색과 배우 본연의 매력을 더한 드라마판은 그보다 강력하게 ‘선오파’(두 남자주인공, 혜영(정가람)과 선오 중 후자를 더 좋아하는 무리를 일컫는 말)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인기 모델 출신이라 그냥 걷기만 해도 알람이 십수번 울리는 선오는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가장 만화 같은 설정을 갖고 있다. ‘오글거리는’ 대사를 쳐야 할 때도 많다. 유치해 보이지 않도록 연기할 때 의식한 부분이
<좋아하면 울리는> 송강 - 좋아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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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 한 덩치가 믿을 만한 구석도 없으면서 큰소리치는 모습이 시원시원하면서도 아슬아슬하다. <퍼펙트맨>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영기는 철없어 보이기도 하고, 단순무식해 보이기도 하는 건달이다. 앞뒤 재지 않고 앞만 보고 돌진하는 그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장수(설경구)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언론배급시사가 열렸던 지난 9월 16일, 영화 상영이 끝나자마자 만난 조진웅은 “내가 가진 에너지와 (설)경구 형이 가진 에너지가 조화를 이뤄 되게 감동적이었다”고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어땠나.
=우리가 만들 때 예상한 지점으로 무사히 간 것 같아 다행이다. 영화에서 온갖 체념이 뒤섞인 장수의 표정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보니 ‘어!’ 할 만큼 좋았다.
-용수 감독으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야기가 어땠나.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감독님을 직접 만나보니 거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말 속에 진솔함이 있었다. 그에게서 들은 영기와 장수
<퍼펙트맨> 조진웅 - 원 없이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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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같은 신앙심이 들었다.” <퍼펙트맨>의 용수 감독이 설경구 배우를 두고 한 말이다. 너스레 섞인 칭찬처럼 들리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그의 말이 과장 없는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경구는 <퍼펙트맨>에서 전신마비로 움직이지 못하는 까칠한 변호사 장수 역을 맡았다. 게다가 <퍼펙트맨>은 첫인상과 달리 두 남자가 이인삼각으로 뛰는 버디무비라기보다 영기 역의 조진웅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며 이끌어가는 영화에 가깝다. 그러나 분량과 상관없이 영화에 안정감을 주고 무게를 더하는 건 대부분 설경구의 공이다. 조진웅과의 기가 막힌 호흡은 물론 사소한 장면 하나에도 진심을 더하는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퍼펙트맨>은 오랜만에 돌아온 휴먼 코미디다. <살인자의 기억법> <우상> <생일> 등 한동안 묵직한 드라마를 이어나가다 다소 가벼운 작품을 골랐다.
=전작들보다 가볍긴 하지만
<퍼펙트맨> 설경구 - 퍼펙트 액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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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건 건강한 몸 하나뿐인 허세 가득한 건달 영기(조진웅)와 모든 걸 가졌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신마비의 변호사 장수(설경구), <퍼펙트맨>은 전혀 다른 두 남자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외견부터 취향까지 하나도 맞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가 한국영화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연기 고수들이라는 것. <퍼펙트맨>은 설정부터 전개까지 비슷한 영화들을 금방이라도 몇편 꼽을 수 있을 만큼 전형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그 과정을 채우는 두 사람의 연기 덕분이다. 쉴 새 없이 날리는 농담에도 인간미가 묻어나고 가만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에 무게가 더해지는 존재감이 돋보인다. 조진웅, 설경구 두 배우의 호흡이야말로 <퍼펙트맨>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여기 과장된 캐릭터에 피와 살이 돌게 하는 두 배우의 진심을 전한다.
<퍼펙트맨> 설경구·조진웅 - 완벽에 완벽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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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들이 형형색색이라 인물도 이야기도 지루할 새가 없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공간도 많고, 공간마다 컨셉도 제각각이다. 화면을 채워야 하는 김보묵 미술감독으로선 욕심이 날 만했고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고 현대적이었다.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전작 못지않게 잘 만들고 싶었다.” 화투를 소재로 다룬 시대물이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는 시리즈 처음으로 포커를 소재로 한 현대물이라는 게 큰 차이다. 그는 권오광 감독과 영화 속 공간을 현실에 맞게 그리기로 했다.
등장인물들이 각기 다른 욕망을 가졌듯이 공간마다 각기 다른 색감으로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다. 도일출(박정민)이 밤마다 포커하러 가는 용산 털보하우스는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스트레스와 욕망을 해소하는 곳”으로 “누구나 익숙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일출이 이상무(윤제문)와 처음 맞붙는 털보하우스의 VIP룸은 “용산에 위치한 털보하우
<타짜: 원 아이드 잭> 김보묵 미술감독 - 욕망에 따른 공간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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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변화에 대해 너무 겁을 내요. 처지가 아무리 나빠도 거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바꾸기가 힘든가 봐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소년 트레버는 ‘세상 바꾸기 프로젝트’에 대해 취재하러온 기자에게 이렇게 답한다. 때론 선한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거기에 행동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선한 영향력이 현실이 되어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올해 초 문을 연 영상제작지원 플랫폼 무비다는 ‘당신의 창작을 도와줄 스마트 플랫폼’을 기치로 내걸고 선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무비다는 효율적인 이타주의를 기반으로 도움이 필요한 제작자에게 환경과 기회를 제공 중이다. 특히 지난 5월 1일부터 2019 무비다 단편영화 공모전을 시작, 5천만원의 상금을 걸고 미래의 크리에이터들을 모으고 있다. 김도빈 무비다 대표를 만나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무비다는 익숙한 듯 생소한 플랫폼이다. 크라우드 펀딩과 콘텐츠 플랫폼이 결합한 형태인데
김도빈 무비다 대표, "창작자 육성 텃밭, 제대로 물꼬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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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프레스콧이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헨리와 함께 출연했을 때,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와, 에밀리다!’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에밀리는 드라마 <스킨스> 시리즈에서 캐서린 프레스콧이 맡은 캐릭터 이름이다. <스킨스>로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캐서린 프레스콧이 <안녕 베일리> 개봉을 앞둔 지난 8월 한국을 찾았다. <안녕 베일리>에서 프레스콧은 환생하는 강아지 베일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대상인 주인공 씨제이를 연기한다. 프레스콧은 실제로 마지라는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자신의 반려견 마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녕 베일리>가 국내 개봉하기 전 혼자서 한국 여행을 다녔다고.
=항상 한국에 와보고 싶었다.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헨리가 한국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여행을 왔고, 혼자서 5일 정도 한국의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절도 가고, 서울의 인사동도 가고, 찜질방,
<안녕 베일리> 캐서린 프레스콧 - 쾌활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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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가 들어오자 서먹서먹했던 스튜디오는 갑자기 시끌벅적거렸다. 특유의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후배 배우들을 챙기는 모습이 영락없는 영화 속 박기헌이었다. <모비딕>(2011), <목격자>(2017) 등 전작에서 그랬듯이, 그가 연기한 박기헌은 경찰이라는 직업윤리에 충실한 범죄 정보과 형사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많지 않지만, 정보원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태도와 여유에서 정보경찰로서 그의 삶과 경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이 영화의 장점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버겁지만 끙끙거리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잘 만든다면 관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비딕> <목격자> 등 전작에서도 여러 차례 형사 역할을 맡았는데, 박기헌은 어떤 점에서 새로웠나.
=전작에서 맡았던 형사나 경찰이 칼을 칼집에 숨겨둔 인물들이라면, 박기헌은 칼을 밖
<양자물리학> 김상호 - 평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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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피디'로도 불리는 성은영은 클럽의 고객 관리부터 총괄 매니저 역할까지 소화하는 업계의 퀸이다. <양자물리학>은 클럽의 사장 찬우(박해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야망과 프라이드가 강한 성은영은 사건의 핸들을 꺾는 중요 인물로 활약한다. tvN 드라마 <감자별 2013QR3>로 데뷔해 드라마 <구해줘>에서 열연하며 화제를 모았고, 영화 <사도>(2014), <암전>(2018)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확장해온 서예지가 <양자물리학>의 성은영 역할을 맡았다. 작품에 대한 욕심이 큰 배우 서예지의 모습이 야망 있는 여자 성은영의 모습과 겹쳤다.
-한두달 사이를 두고 두편의 영화 <암전>과 <양자물리학>이 개봉한다.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행복한 시기일 것 같다.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피곤하면서도 행복하다. 그 피로가 행복에서 오는 피로라 체력만 된다면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어도
<양자물리학> 서예지 - 배우의 에너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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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현실을 만든다.' <양자물리학>의 찬우가 주문처럼 되풀이하는 말이다. 그는 간절하게 바라면 의지가 생기고, 그 의지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스캔들에 휘말려 이제까지 이뤄왔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릴 상황에 처했음에도 찬우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찬우의 모토는 그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는 ‘생각이 현실을 이뤄낸다’는 말의 중요한 포인트는 ‘행동’에 있다고 말한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부단히 움직여야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박해수의 현실적인 긍정주의는 그를 첫 영화 주연작 <양자물리학>으로 이끌었다.
-<양자물리학>이라는 제목을 듣고 영화의 장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제목은 <양자물리학>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에 심취한 술집 사장님>이었다. 재밌지 않나? (웃음)
<양자물리학> 박해수 - 마음껏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