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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비치는 여름 교내 운동장, 썸 타는 10대 소년 현재(정제원)와 수민(김보라)의 해사한 웃음. 비극이 들어설 공간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들의 시공간에는 곧 죽음을 앞둔 현재의 시간이 깔려, 이들의 관계에 갈등과 불화를 일으킨다. 해야 할 것도, 생각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닌 10대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로 발화되고, 의미를 가지는 걸까. <굿바이 썸머>는 현재와 수민 그리고 친구들의 미묘한 일상의 감정선 안에 ‘죽음’을 배치하고 이들의 예민한 감정선을 묘사하는 성장 멜로드라마다. 시한부, 10대, 멜로드라마라는 키워드를 나눠 갖는, 조시 분의 <안녕, 헤이즐>(2014)과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2011)의 어느 중간쯤, 장편 데뷔작으로 가장 밝은 슬픔을 묘사한 이유를, 박주영 감독에게 들었다.
-죽음을 앞둔 소년의 이야기지만 마냥 어둡거나 비극적이지 않게 묘사한다.
=웬만한 또래 10대가 나오는 영화들은 다 본 것 같다. ‘시한부
<굿바이 썸머> 박주영 감독 - 10대, 죽음,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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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창제하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일도 중요하다. <나랏말싸미>에서 금새록이 연기한 진아는 소헌왕후(전미선)의 명을 받아 신미 스님 일행을 돕는 중궁전 나인이다. 막 만들어진 한글을 배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쓰고, 학조(탕준상)와 한글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가의 여인들에게 한글을 전한다. 금새록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진아의 시점으로 보면 이 영화는 진아의 성장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에서 어떤 대사를 읽었는지 기억나나.
=영화에서는 편집됐는데 함께 지내는 궁녀 언니와 오미자를 만들면서 “세종대왕님은 오미자차를 마실 때 수염에 오미자가 묻어서 되게 무섭다” 같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어땠나.
=오디션을 본 뒤 감독님을 찾아뵈었을 때 감독님이 ‘마음이 맑고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었는데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영화로 어떻게 그려질지 쉬이 상상이
<나랏말싸미> 금새록 - 내일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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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정장 차림의 실장님이나 부장님은 잊어도 좋다. <봉오동 전투>에서 조우진의 뾰족한 콧수염과 길게 기른 머리는 한눈에 쏙 들어올 만큼 강렬하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병구는 마적 출신으로, 해철(유해진)을 따라 독립군이 된 남자다. 영화 속 독립군 중 유일하게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알고, 총쏘기에 능한 인물이다. 조우진은 “병구를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봉오동전투라는 만만치 않은 여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서사가 추격 신, 전투 신, 인물 몇몇의 드라마가 촘촘하게 배치돼 상승 곡선을 타는 구조다. 희한하게도 책을 읽을수록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그만큼 쾌감이 극대화된다는 뜻인가.
=이 책의 매력이, 감정이 상승 곡선을 타면서 이야기 끝까지 달림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회가 주어져 행복했다. 지금 사람들은 결코 실감하지 못할, 그때 그들의 각오가 어떠했는지 좇을 각오가 돼
<봉오동 전투> 조우진 - 유연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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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이 총을 들었다. 지형이 거친 만주 봉오동 숲속에서 총구를 겨눴다 하면 백발백중. 류준열이 연기한 냉철한 저격수 이장하는 시대가 낳은 비범하고 뜨거운 청년의 초상을 보여준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넉넉한 마음씨를 지닌 농촌 총각을, <돈>에서 성공의 욕망에 이끌리는 사회 초년생을, <뺑반>에서 에이스 순경을 연기했던 류준열은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청춘의 아이콘이다. 시대를 거슬러 <봉오동 전투>의 젊은 독립군 투사로 분한 그는 “내가 못할 것 같고, 내 분수보다 더 큰 몫을 해내는 인물에 항상 끌린다. 이장하의 마음을 품으면서 나 자신이 좀더 성장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라고 진중한 고민을 내비쳤다.
-영화 내내 액션이 이어지는 <봉오동 전투>는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작품이었을 것 같다. 휴식기는 어떻게 가졌나.
=난 쉴 때가 더 힘들고 피곤하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잘 못 쉬는 스타일이다. 요새는
<봉오동 전투> 류준열 - 시대가 만든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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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 시절을 살아냈을까. 얼마나 치열했을까. 독립군들의 사진을 마주했을 때 그들의 치열함이 사진을 뚫고 전해졌다.” 전작 <말모이>에선 우리의 말을 모아 나라를 지킨소시민이었고, 이번엔 칼을 들어 이 땅을 지키는 독립군이다.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은 일제강점기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한다. 독립군들의 큰형 해철은 크고 묵직한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일본군을 제압한다. 휘두르는 검의 무게만큼 <봉오동 전투>에 임하는 유해진의 마음 또한 묵직할 수밖에 없었다.
-<봉오동 전투> 촬영 이후 어떻게 지냈나.
=여행을 좀 길게 다녀왔다. 워낙 <봉오동 전투>가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마음먹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으로 유럽에 간 김에 겸사겸사 여행을 다녔다.
-어떤 점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나.
=전쟁영화다 보니 폭파 장면도 많고 안전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니 항상 긴장
<봉오동 전투> 유해진 - 투박하게 베어버리다, 투박하게 막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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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이 백점이다.” <봉오동 전투>의 시나리오를 읽고 “배우가 중요한 작품이겠구나” 생각했다는 김민수 무술감독이 한 말이다. 백발백중의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저격해온 세 배우 유해진·류준열·조우진이 <봉오동 전투>로 만나 뜻을 모았다. 영화에서 100년 전 독립군을 연기한 세 배우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독립군들의 결기 어린 눈빛을 보여준다. 잠시나마 독립군이 되어 뜨거운 마음을 품었던 세 사람을 만났다.
<봉오동 전투> 유해진·류준열·조우진 - 역사가 살아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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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는 혁명을 다룬 이야기다. 한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소수의 사대부가 권력을 쥐고 유교가 국가의 근본이던 조선에서, 세종대왕(송강호)과 신미 스님(박해일)이 사람들의 힘을 모아 백성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줄 아는 언어를 만드는 것은 기득권세력한테는 통탄할 일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스님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가설은 조철현 감독과 이송원 작가의 오랜 관심사다. 실록을 포함한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당시 기득권세력이던 사대부들이 한글 창제에 큰 관심이 없었고, 집현전 또한 한글 창제에 힘을 실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 데다 신미 스님에 대한 이야기 등을 감안했을 때 이송원 작가와 조철현 감독은 이 가설을 역사의 빈 공간에 충분히 채울 수 있는 근거로 보았다.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던 세종대왕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3년 전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진짜 21세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나랏말싸미> 이송원 작가 - 치열했던 집단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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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슈즈>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한국의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우연히 마법 구두를 신고 레드슈즈로 변신한 스노우 화이트 공주가 저주를 받아 초록색 난쟁이로 변해버린 일곱 왕자들을 만나는 이야기로, 모두에게 친숙한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새롭게 변주했다.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2003)의 시각효과를 담당했고 CGI &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로커스를 설립한 홍성호 감독이 <레드슈즈>의 연출을 맡았다.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 인물은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빅 히어로>(2014), <겨울왕국>(2014), <모아나>(2016) 등에 참여하며 애니메이터, 캐릭터 디자이너로 20년간 활약한 김상진 감독이다. 김상진 감독은 <레드슈즈>에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참여했다. 홍성호 감독과 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나 10년 넘게 공들인 <레드슈즈>의 탄생 과정을 들
<레드슈즈> 홍성호 감독·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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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단절된 채 후작 부인의 담배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마을 사람들. 어머니에게 반항심을 품고 있는 후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키코바니)는 착취당하는 순수한 농부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와 친구가 된다. 라짜로의 부활 전후로 시간과 공간이 이동하는 영화 속에서 탄크레디는 라짜로가 찾아 헤매는 친구이자 마을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이다. 탄크레디를 연기한 루카 키코바니는 <행복한 라짜로>로 처음 연기에 발을 디뎠다. 저스틴 비버의 데뷔 과정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어 유튜버를 시작했고, 팝 가수를 커버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가수로 데뷔까지 한, 진취적인 스타 루카 키코바니가 한국을 찾았다. <행복한 라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취했다는 그를 만났다.
-가수이자 모델로 활동했고, 이 영화 이전까지는 연기 경험이 없는데 <행복한 라짜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알리체 로
<행복한 라짜로> 배우 루카 키코바니 - 내 삶을 바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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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총리의 무역제재 조치로 도리어 <주전장>이 홍보된 것 같다.” <주전장>을 만든 미키 데자키 감독이 언론시사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주전장>은 현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얼마나 위험하고 문제적인지 드러내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영화는 일본의 극우세력과 역사 수정주의자들, 이들의 생각을 대변하며 미국에서 선전 활동을 하는 미국인들, 일본과 한국의 진보적 학자와 활동가들을 전방위적으로 만나 그들의 논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말한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 2세이며, <주전장>은 그의 첫 영화다.
-올해 4월 도쿄에서 <주전장>이 개봉했다. 일본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이 거세다고.
=그들이 고소를 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폭력적 상황은 벌어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 가짜뉴스는 어떻게 역사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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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청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화제 인물이자 YG엔터테인먼트에서 14년 만에 나온 남자 솔로가수 래퍼 ‘원’으로, <하트시그널> 시즌2 같은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혹은 드라마 <화유기> <아스달 연대기> 등에 출연한 배우로 접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됐든 독립영화 <굿바이 썸머>는 그를 알던 사람들에게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정제원에게 대해 조금만 들여다보면, <굿바이 썸머>야말로 가장 그다운 필모그래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영화 데뷔작으로 <굿바이 썸머>에 끌린 이유는.
=먼저 독립영화라서 현장에서 끈끈하게 소통하며 연기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현재의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그려내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원래 좀 아파 보이는 얼굴이라(웃음), 내가 가
<굿바이 썸머> 정제원 -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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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빠르고, 인상적인 도약이었다. <마스터>(2016)에서 넉넉잡아 3분 남짓 얼굴을 비춘 우도환은 업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드라마 <구해줘> <매드독> <위대한 유혹자> 등에 연달아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행운을 누렸다. <사자>는 관객의 눈을 붙들어놓는 개성 있는 마스크와, 표정에 따라 순해 보이기도 악해 보이기도 하는 미묘한 인상을 가진 우도환의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지신은 특별한 힘을 가진 용후(박서준)와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가 맞서야 할, <사자>의 ‘최종 빌런’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인지라 이 유망한 신인배우에게 묵직한 숙제를 안겨줬다.
-지신은 추상적인 ‘악’을 캐릭터화한 것 같은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정말 추상적인 인물이라 연기에 답이 없었다. 어떻게 하
<사자> 우도환 -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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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Arma Lucis’(빛의 무기) 조직에서 악을 좇는 구마사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안 신부. 악마한테 제물을 바치는 ‘검은 주교’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안 신부는, 믿음을 잃은 용후(박서준)를 격려해 함께 악을 물리치는 강한 캐릭터다. 배우 안성기가 가진 노련함, 강인함 그리고 그 속의 부드러움이 판타지 장르 속 안 신부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데뷔 62년차, 새로운 관객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배우, <사자>는 그의 이유 있는 도전이다.
-사제복을 입고 출연하는 게 이번이 두 번째다. <퇴마록>(1998)의 퇴마사 ‘박 신부’가 떠오르는데.
=정작 나는 전혀 떠오르지가 않았다. (웃음) <사자>의 안 신부는 바티칸에서 온 사제에, 악령을 퇴치할 때 라틴어를 쓰는 등 설정이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또 박서준씨랑 같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 일종의 버디무비처럼 다가왔다.
-얘기한 라틴어 대사는 이번 영화
<사자> 안성기 - 내공을 쌓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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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훈훈한 서니 사이드의 박서준은 <사자>에 없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신에 대한 미움을 키우며 격투기 챔피언으로 성장한 남자. 포효하는 신의 사자, 용후. <사자>에서 박서준이 연기하는 용후는 검붉게 달아오른 쇳덩이 같은 남자다. 낯선 장르에 낯선 캐릭터. 박서준 스스로 <사자>는 “연기하는 매 순간 어려웠던 작품”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는 호기로움은 어둠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용후의 기운을 닮았다.
-<사자> 크랭크인 전,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넘겨주는 친구 민혁으로 잠깐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님 현장이 어떨지 늘 궁금했는데 잠깐이라도 그 현장을 경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당시 드라마(<김비서가 왜 그럴까>) 촬영 중이어서 ‘좀더 여유가 있었다면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충분히 행복한 경험이었다. 또 하나 뿌듯했던 건, 출
<사자> 박서준 - 시리즈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