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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마케터로, 제작자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구경만 하다가 직접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이 되니 어색하다.” 곽신애 대표가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기생충>을 제작한 그는 영화잡지 <키노>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제작사 청년필름, LJ필름의 기획마케팅실을 거쳐 바른손이앤에이의 대표이사가 된 흔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를 기획, 홍보하고 <모던보이>의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여자, 정혜> <러브토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삼거리극장>의 마케팅 총괄을 거쳐 <가려진 시간>과 <기생충>을 제작한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어떤 일관성이 엿보인다. 작가로서 뚜렷한 개성을 가진 감독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서포터로서 업계에 몸담아온 곽신애 대표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과 국내 흥행으로 영화인으로서 가장 화려한 순간을
<기생충> 제작자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고유의 결이 있는 감독을 서포트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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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017)의 688만 관객 동원. 강윤성 감독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까. “찍는 동안은 즐겁게 찍었는데, 지금은 핸드폰 중독자라고 할 정도로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 중이다. (웃음)” 참신한 기획으로, 그악스런 범죄도시를 창조해 낸 강윤성 감독이 이번엔 목포를 배경으로 한 코믹, 액션, 멜로의 혼용 장르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으로 돌아왔다. <범죄도시>의 마석도(마동석) 같은 영웅 캐릭터 장세출(김래원)이 메인 캐릭터, 마동석, 윤계상의 깜짝출연, <범죄도시>를 함께 했던 스탭들의 대거 참여, 배우들과의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캐릭터 모두 전작과 비슷한 과정이지만, 잔혹한 폭력 서사가 배제된 순수하고 착한 면이 부각된 차기작은 ‘강윤성 감독 작품 맞아?’라고 되물을 정도로 사뭇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범죄도시>의 흥행 성공으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 개발 중인 작품들도 있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강윤성 감독 - 오락영화의 원칙은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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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의 방파제가, <기생충>의 인터폰이라도 되고 싶어요.’ 그렇게라도 상대를 향해 좀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애정 표현. 이 ‘웃기지도 않은’ 고백의 도착지는 요즘 ‘대세 배우’ 이정은이다. 1991년 연극 <한 여름밤의 꿈>으로 데뷔, 연기 경력 30년차 배우 이정은에게 2019년은 특별한 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의 엄마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조연상을 수상했고, <기생충>으로는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그렇게 연달아 레드카펫 밟을 일이 생겼다. 따지고 보면 그건 이정은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 특별한 배우가 안착한 해라는 말이 더 맞지 싶다. 지난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이 보여준 믿음직스러움은 작품 속 애기씨(김태리)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같은 강도로 전달됐다. <미성년>의 대원(김윤석)을 겁주던 취객, <눈이 부시게>의 혜자 엄마의 먹먹한 감정, 어느 하나도 닮아
<기생충> 이정은 - 두려우면 지는 것… 어쨌든 계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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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던 아빠가 살아 있다면? 엄마와 단둘이 사는 중학교 1학년 보희(안지호)는 단짝 녹양(김주아)과 함께 아빠를 찾아 서울을 배회한다. 딱 14살에 걸맞은 성장통을 담아낸 로드무비 <보희와 녹양>은 통통 튀는 촬영을 통해 극중 인물의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살렸다. <보희와 녹양>으로 데뷔한 이성용 촬영감독은 안주영 감독과 나란히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한 학교 동료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지원한 이성용 촬영감독의 첫 사수는 <줄탁동시>(2011), <무뢰한>(2015), <벌새>(2018)의 강국현 촬영감독. 그는 처음 만나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 강국현 촬영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촬영도 다른 포지션과 마찬가지로 글(시나리오)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그는 “작가로서의 개성이 일관되게 드러나는” 안주영 감독의 시나리오를 단편영화 시절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다. <보희와 녹양
<보희와 녹양> 이성용 촬영감독 - 색은 서정적으로, 움직임은 에너제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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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머물던 근세가 지상으로 올라와 빛을 쬘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웃음)” <기생충>이 개봉한 지 2주 만에 매체 인터뷰에 나선 배우 박명훈의 소감이다. 영화의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 캐릭터로서, 박명훈의 존재는 <기생충>의 마케팅 과정 내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혹여나 관객이 눈치챌까 칸국제영화제 공식 시사에서도 박명훈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입장하지 못했다. 그런 점이 아쉬웠을 법도 한데, 그는 뤼미에르 극장에서 관객의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순간,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15년여간 대학로 무대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산다> <스틸 플라워> <재꽃> 등의 독립영화를 통해 영화와 인연을 맺은 박명훈은 사회와 모든 관계를 단절한 채 지하실에 머무는 <기생충>의 근세 역으로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을 만난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
<기생충> 배우 박명훈 - 기이함보다는 평범함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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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전설적인 여성 대법관조차 자신의 딸을 이기지는 못한다.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 조명하는 모녀 관계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엄마 루스가 학생들에게 성차별과 관련된 법을 가르칠 때, 그의 딸 제인은 학교 수업을 빠지고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연설을 들으러 간다. “앉아만 있는 게 무슨 운동이냐”고 엄마에게 되묻는 딸은 자신의 눈앞에서 기회의 문이 닫히더라도 쉽게 체념하거나 무너지지 않는 전투력을 갖췄다. “널 좀 봐! 넌 자유롭고 두려움 없는 젊은 여성이야.” 음담패설을 일삼는 남성 노동자들에게 한바탕 욕을 퍼붓는 딸을 보며 루스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한다. 변화를 갈망하던 1970년대 미국의 호방함과 자유로움을 표상하는 신여성으로서의 제인 긴즈버그를 연기하는 건 올해 스무살이 된 미국 미주리 출신의 신인배우 케일리 스페이니다. 그는 2018년
<세상을 바꾼 변호인> 케일리 스페이니 - 실화의 강인함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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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배우의 언어는 단단하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그의 이야기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흔들림이 없다. 부산에서 ‘배관공’(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이란 극단을 운영하며 연기에 매진해온 15년의 세월, 그는 스스로 무식할 정도로 괴물같이 살아왔다고 토로한다. “일상, 여행, 가족, 관계처럼 내게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을 주지 않고 모질게 살았다.” 서울에 와서 영상연기를 시작한 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7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연기에 몰두해온 그에게 이번 영화는 어쩌면 좋은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유재명 배우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인마를 잡기 위해 대립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비스트>에서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욕망을 지닌 강력반 팀장 민태 역을 맡아 특유의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정답이 없는 곳에서 끝내 정답을 찾아나가는 그의 연기는 이제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있다.
-근래 본
<비스트> 유재명 - 무엇보다 입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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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정보원에게 자신이 수사 중인 사건의 정보를 얻는 강력계 형사.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더 나쁜 놈이 되는 걸 주저하지 않는 남자. 한수의 선택은 이렇게 매번 위태롭고, 무모하며, 자기 파멸로 향하는 직진의 길이다. 보장된 ‘차기 과장’ 자리를 욕심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범인 잡는 게 직업적 소명이어서 끝장을 보겠다고 매달리는 남자. 이성민은 그렇게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거친 울분을 토할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괴물’이 된 형사 한수를 연기한다. 말 그대로 동정할 지점을 단 한순간도 주지 않는 캐릭터다. 그리하여 우리는 영화 후반부 폭주 신에 이르러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이성민의 처절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비스트>는 연기에 있어서,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베테랑 배우 이성민에게도 몸과 마음이 고갈되는, 난이도 최상의 연기였다.
-<베스트셀러>(2010), <방황하는 칼날>(2013)을 함께한
<비스트> 이성민 - 브레이크를 고장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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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계 괴물들의 만남이네요.” <비스트>의 괴물에서 따와 이런 수식을 붙여주자 이성민, 유재명 배우 모두 손사래를 치기 바쁘다. 이미 연기로 정평난 이성민, 유재명 두 배우가 <비스트>에서는 강력반 형사 한수와 민태, 두 라이벌 형사로 격돌한다.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범인을 쫓는 기존 형사물의 플롯을 중심에 두지만 사건을 추적하는 두 형사의 방법론을 통해 인간의 선택에 관한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독특한 범죄 액션물이다. 사건을 대하는 소신도, 방법도 전혀 다른 두 라이벌의 정면 돌파인 만큼 두 배우의 연기가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극을 이끌어나간다. 심리전과 액션 신으로 이루어진 고강도 촬영의 연속에, 끝나면 술 한잔하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는, 극도의 긴장으로 이루어진 현장을 통과해온 이성민, 유재명 배우를 만났다.
<비스트> 이성민·유재명 - 괴물, 괴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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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부터 5일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 함께 16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함께하는 행운을 가졌다. 경쟁작 상영 틈틈이, 마스터클래스 참석, 인터뷰 등 서울에서 오기가미 감독의 시간은 <카모메 식당>(2004)이나 <안경>(2007)의 ‘슬로 슬로’와 달리 연일 빡빡해 보였다. 하지만 휴식 중 가진 짧은 대화의 시간이면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방금 본 영화 이야기부터 일전의 제주도 가족 여행기,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까지를 눈을 반짝이며 건네고, 또 도쿄에서 쌍둥이 두딸과 강아지 세 마리와 함께하는 일상도 유쾌하게 들려주었다. <카모메 식당>에서처럼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며 <안경>에서처럼 랍스터를 배터지게 먹어보지 못했고(비싸서!),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2017)의 중요한 모티브인 뜨개질도 못한다는 ‘작은 폭로’도 아끼지 않은 오기가미 감독. “한국에 큰 경사(<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
16회 서울환경영화제 찾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꿈의 공간에서 나와 현실 사회를 그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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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어디에나 있다.” <옹알스>는 12년간 전세계를 다니며 한국 코미디를 널리 알린 넌버벌 코미디 퍼포먼스팀 ‘옹알스’가 꿈의 무대인 라스베이거스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 런던 웨스트엔드 소호극장, 한국 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한 옹알스는 이미 성공한 팀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해피엔딩에 머물러 있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주축 멤버인 조수원의 암 투병을 비롯해 크고 작은 난관이 산적해 있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라스베이거스 도전은 구름 위의 꿈처럼 점점 멀어져가는 것 같다. 팀 ‘옹알스’의 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똘똘 뭉쳐 함께 오늘을 버티며 힘들 땐 쉬어가기도 하면서 내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옹알스>의 미덕은 그런 ‘옹알스’의 진짜 고민에 귀 기울이고 동참하는 솔직함에 있다. 제작, 연출, 출연을 맡으며 이번 영화를 만든 차인표
<옹알스> 차인표·전혜림 감독 - 길이 이어지는 한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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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불투명함에도 꿈을 향해 도전하고, 멤버 중 한명은 몸이 아픈데도 다음 공연을 위해 병원에서 무대로 달려온다. 도전과 열정, 꿈과 우정은 휴먼 다큐멘터리의 흔한 소재지만, <옹알스>에는 좌절 속에서도 희극을 긷는 과정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옹알스>는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 수상이라는 성공을 손에 쥐었음에도 여전히 공연을 올릴 때마다 경제적 타산을 해야 하는 옹알스가 다음 목표인 라스베이거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개그 무대에는 12년 동안 올랐지만, 영화 개봉은 처음이라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젖힌 것 같다는 옹알스의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을 만났다.
-영화 개봉을 맞아 무대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공연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과 영화 관객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일 것 같다.
=채경선_ 정말 어색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한테 처음 인사를 드리는데 약간 혼란이 오더라. 개그맨들은 방송이나 무대 위에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
<옹알스> 조수원·조준우·채경선 - 아직 과정 속에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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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영 감독의 데뷔작 <보희와 녹양>은 다가오는 여름의 햇살을 닮았다. 모든 것이 찬란하고 싱싱한, 그래서 가끔은 더 아픈 10대 중반의 나이. 영화는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소년 보희(안지호)와 그의 단짝 녹양(김주아)이 겪는 푸릇한 성장통을 맑은 시선으로 지켜본다. 저마다의 우울과 슬픔으로 버거워 보이는 어른들을 헤아리기 시작한 두 친구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가르지르는 로드무비 끝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단편 <옆 구르기>로 2016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던 안주영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을 통해 만든 작품답게, <보희와 녹양>은 성장담을 애호하는 감독의 재기발랄한 취향이 한껏 빛나는 영화다.
-뜻대로 되지 않는 짝사랑과 옆 구르기 연습에 매진하는 중학생의 이야기를 단편 <옆 구르기>로 풀어내 주목받았다. <보희와 녹양>도 아빠를 찾으려고 애쓰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 아이들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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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로 태런 에저턴은 스타가 됐다. 하지만 <킹스맨> 시리즈만으로는 태런 에저턴의 넘치는 재능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이 진지하고 재능 많은 배우는 <로켓맨>에서 제대로 폭발한다. 엘튼 존의 삶을 영화화한 뮤지컬 영화 <로켓맨>에서 태런 에저턴은 엘튼 존이 되어 유유히 비상한다. <독수리 에디>(2015)를 함께한 덱스터 플레처 감독과 제작자로 참여한 엘튼 존은 태런 에저턴의 숨겨진 음악적 재능을 끌어내 배우로서의 또 다른 도약과 비상을 이끌었다. 지난 5월 23일, 한국을 찾은 태런 에저턴을 만났다.
-애니메이션 <씽>(2016)에서 엘튼 존의 <I’m Still Standing>을 불렀고, <킹스맨: 골든 서클>(2017)에선 엘튼 존과 함께 연기했고, <로켓맨>에선 엘튼 존을 연기한다. 신기하게도 엘튼 존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실감나
<로켓맨> 배우 태런 에저턴, “엘튼 존이 느끼는 걸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