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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슈즈>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한국의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우연히 마법 구두를 신고 레드슈즈로 변신한 스노우 화이트 공주가 저주를 받아 초록색 난쟁이로 변해버린 일곱 왕자들을 만나는 이야기로, 모두에게 친숙한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새롭게 변주했다.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2003)의 시각효과를 담당했고 CGI &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로커스를 설립한 홍성호 감독이 <레드슈즈>의 연출을 맡았다. 든든한 아군이 되어준 인물은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빅 히어로>(2014), <겨울왕국>(2014), <모아나>(2016) 등에 참여하며 애니메이터, 캐릭터 디자이너로 20년간 활약한 김상진 감독이다. 김상진 감독은 <레드슈즈>에 캐릭터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참여했다. 홍성호 감독과 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을 만나 10년 넘게 공들인 <레드슈즈>의 탄생 과정을 들
<레드슈즈> 홍성호 감독·김상진 애니메이션 감독,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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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단절된 채 후작 부인의 담배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마을 사람들. 어머니에게 반항심을 품고 있는 후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키코바니)는 착취당하는 순수한 농부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와 친구가 된다. 라짜로의 부활 전후로 시간과 공간이 이동하는 영화 속에서 탄크레디는 라짜로가 찾아 헤매는 친구이자 마을에 변화를 가져오는 인물이다. 탄크레디를 연기한 루카 키코바니는 <행복한 라짜로>로 처음 연기에 발을 디뎠다. 저스틴 비버의 데뷔 과정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어 유튜버를 시작했고, 팝 가수를 커버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가수로 데뷔까지 한, 진취적인 스타 루카 키코바니가 한국을 찾았다. <행복한 라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취했다는 그를 만났다.
-가수이자 모델로 활동했고, 이 영화 이전까지는 연기 경험이 없는데 <행복한 라짜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알리체 로
<행복한 라짜로> 배우 루카 키코바니 - 내 삶을 바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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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총리의 무역제재 조치로 도리어 <주전장>이 홍보된 것 같다.” <주전장>을 만든 미키 데자키 감독이 언론시사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주전장>은 현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얼마나 위험하고 문제적인지 드러내는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영화는 일본의 극우세력과 역사 수정주의자들, 이들의 생각을 대변하며 미국에서 선전 활동을 하는 미국인들, 일본과 한국의 진보적 학자와 활동가들을 전방위적으로 만나 그들의 논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말한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 2세이며, <주전장>은 그의 첫 영화다.
-올해 4월 도쿄에서 <주전장>이 개봉했다. 일본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공격이 거세다고.
=그들이 고소를 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폭력적 상황은 벌어
<주전장> 미키 데자키 감독 - 가짜뉴스는 어떻게 역사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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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청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화제 인물이자 YG엔터테인먼트에서 14년 만에 나온 남자 솔로가수 래퍼 ‘원’으로, <하트시그널> 시즌2 같은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혹은 드라마 <화유기> <아스달 연대기> 등에 출연한 배우로 접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됐든 독립영화 <굿바이 썸머>는 그를 알던 사람들에게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정제원에게 대해 조금만 들여다보면, <굿바이 썸머>야말로 가장 그다운 필모그래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영화 데뷔작으로 <굿바이 썸머>에 끌린 이유는.
=먼저 독립영화라서 현장에서 끈끈하게 소통하며 연기 고민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현재의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그려내서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원래 좀 아파 보이는 얼굴이라(웃음), 내가 가
<굿바이 썸머> 정제원 -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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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빠르고, 인상적인 도약이었다. <마스터>(2016)에서 넉넉잡아 3분 남짓 얼굴을 비춘 우도환은 업계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드라마 <구해줘> <매드독> <위대한 유혹자> 등에 연달아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행운을 누렸다. <사자>는 관객의 눈을 붙들어놓는 개성 있는 마스크와, 표정에 따라 순해 보이기도 악해 보이기도 하는 미묘한 인상을 가진 우도환의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지신은 특별한 힘을 가진 용후(박서준)와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가 맞서야 할, <사자>의 ‘최종 빌런’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인지라 이 유망한 신인배우에게 묵직한 숙제를 안겨줬다.
-지신은 추상적인 ‘악’을 캐릭터화한 것 같은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정말 추상적인 인물이라 연기에 답이 없었다. 어떻게 하
<사자> 우도환 -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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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Arma Lucis’(빛의 무기) 조직에서 악을 좇는 구마사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안 신부. 악마한테 제물을 바치는 ‘검은 주교’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안 신부는, 믿음을 잃은 용후(박서준)를 격려해 함께 악을 물리치는 강한 캐릭터다. 배우 안성기가 가진 노련함, 강인함 그리고 그 속의 부드러움이 판타지 장르 속 안 신부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다. 데뷔 62년차, 새로운 관객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배우, <사자>는 그의 이유 있는 도전이다.
-사제복을 입고 출연하는 게 이번이 두 번째다. <퇴마록>(1998)의 퇴마사 ‘박 신부’가 떠오르는데.
=정작 나는 전혀 떠오르지가 않았다. (웃음) <사자>의 안 신부는 바티칸에서 온 사제에, 악령을 퇴치할 때 라틴어를 쓰는 등 설정이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또 박서준씨랑 같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 일종의 버디무비처럼 다가왔다.
-얘기한 라틴어 대사는 이번 영화
<사자> 안성기 - 내공을 쌓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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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훈훈한 서니 사이드의 박서준은 <사자>에 없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신에 대한 미움을 키우며 격투기 챔피언으로 성장한 남자. 포효하는 신의 사자, 용후. <사자>에서 박서준이 연기하는 용후는 검붉게 달아오른 쇳덩이 같은 남자다. 낯선 장르에 낯선 캐릭터. 박서준 스스로 <사자>는 “연기하는 매 순간 어려웠던 작품”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않는 호기로움은 어둠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용후의 기운을 닮았다.
-<사자> 크랭크인 전,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넘겨주는 친구 민혁으로 잠깐 출연했다.
=봉준호 감독님 현장이 어떨지 늘 궁금했는데 잠깐이라도 그 현장을 경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당시 드라마(<김비서가 왜 그럴까>) 촬영 중이어서 ‘좀더 여유가 있었다면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충분히 행복한 경험이었다. 또 하나 뿌듯했던 건, 출
<사자> 박서준 - 시리즈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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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흥미로운 조합의 캐스팅이 또 있을까. <기생충>의 깜짝출연만으로도 역대급 화제를 불러모은 배우 박서준. 그는 <청년경찰>(2017)로 김주환 감독과는 두 번째 작업이다. 그리고 경력 62년차 배우로 한결같이 스크린에 어우러지는 안성기, 드라마 <구해줘> <위대한 유혹자> 등에 이어 이제 막 스크린에 입성한 신예 우도환. 한번도 상상하지 못한 조합의 세 배우가, 새로운 연기 스타일을 ‘개척’해나간다. 한국형 판타지 액션 장르물의 본격 서막을 열어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자>가 드디어 공개된다. 어느 날 용후(박서준)의 손바닥에 생긴 성흔. 격투기 챔피언 용후는 그날부터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의 세력에 맞선다. 지신(우도환)은 악의 세계의 강력한 빌런으로 등장한다. ‘악의 편에 설 것인가, 악에 맞설 것인가’. 절체절명의 과제 앞, 어두운 영화 속 세계와는 달리 세 배우가 함께 모인
<사자> 박서준·안성기·우도환 - 배우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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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여긴 조선시대 아니었던가? 분명 사극인데 어디선가 반도네온 소리가 들려온다. <기방도령>의 청년 허색(이준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기방을 폐업 위기에서 되살리기 위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을 자처한다. 수절 과부들을 연풍각으로 끌어들이는 허색의 매력, 그리고 첫사랑 해원(정소민)을 향한 순정을 확인한 이은주 음악감독은 단박에 반도네온을 떠올렸다. 처음엔 계획에 없었으나 “편집본을 받아보고는 허색이 가진 애절함에 잘 어울리겠다 싶은” 확신이 든 것이다. 과감한 악기 선택은 곧 현대극의 성격이 가미된 경쾌한 코미디 드라마의 미덕을 살리는 데 일조했다. 해원 아씨의 경우 “관객에게 보다 익숙한 플루트, 스트링 악기를 써서 예쁘고 고운 소리를 냈다”. 허색과 개그 콤비를 이루는 에너지 넘치는 육갑(최귀화)에겐 “팀발레스처럼 타악기 위주의 구성”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선배 모그 음악감독에게 “사극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들어온 이은주 음악감독은, 국악을 제대로 써보고
<기방도령> 이은주 음악감독, “반도네온은 사극 최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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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을 관람한 938만명 중 116만명(7월 9일 기준)은 더빙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극장에 걸린 실사 더빙판의 상영관이 확대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메가박스에 따르면 <알라딘> 더빙판은 재관람률이 4.1%, 자막영화에 비교해 더빙 관객 점유율이 15% 높다. 어린이 관객뿐 아니라 성인 관객이 <알라딘> 더빙판을 선택한 것은 흥겨운 노래와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연기의 공이 컸다. 자연스러운 더빙으로 알라딘, 자스민에게 한국어를 불어넣은 것은 성우 심규혁과 사문영이다.
-7월 6일 성우 팬들과 <알라딘> 상영회를 열었다. 상영회도 흔치 않은 이벤트지만 실사영화 더빙판에 관객이 100만명 이상 드는 것도 이례적이다.
=심규혁_ 3주 전에 사문영 성우와 함께 <A Whole New World>를 부른 커버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날 팬카페로부터 상영회를 열자는 전화를 받고 추진하게 됐다. 사실 상영회를 열 때까지 영화가 계속
<알라딘> 성우 심규혁·사문영 - 자연스러운 연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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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 중에 밉상이다. 저런 파렴치한이라면 한번은 응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일말의 동정이 가지 않는 남자 크리스티안. <미드소마>에서 잭 레이너의 밉상 연기가 영화의 전개에 동력을 더한다. 크리스티안은 스웨덴의 한 마을에서 열리는 이교도 축제의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펼쳐지는 147분간의 영화 상영 내내 밉상을 떨며 마을에 갇히는 인물이다. 90년에 한번, 9일 동안 이어지는 한여름의 축제, 밝은 태양 아래 펼쳐지는 광기 속, 겁에 질린 크리스티안의 표정은 이 영화가 말하는 공포가 무엇인지 정확히 일러준다. 특히 그는 전라를 한 채 뛰어다니는 공포영화 속 희생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잭 레이너는 이를 두고 “흔히 공포영화에서 눈 뜨고 보기 힘든 희생자 역할은 항상 여성에게 주어지는데, 남성에게 그 역할을 줌으로써 역전의 기회를 안겨준다”고 자신의 역할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한다.
1992년생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2살 때 아일랜드인인 어머니와 아일랜드로 가 그
<미드소마> 잭 레이너 - 배우가 된 영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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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은 ‘집’에 관한 영화다. 피해자 유정(한수연)이 칼에 찔려 처참하게 죽은 곳은 자신의 집이었고, 아내를 잃은 영훈(송새벽)은 차마 집에 머물지 못하고 모텔을 떠돈다. 유력 용의자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영훈과 용의자의 아내인 다연(유선)은 진실을 좇기 위해 다시 이 집에 모여 사건을 재현한다. 이민희 미술감독은 “유정이 죽으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정작 유정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 자체가 유정 캐릭터처럼 보이게끔 디자인했다”고 말한다. 그가 생각한 유정의 이미지는 ‘꽃’이었다. “영훈이 그토록 그리워할 만큼 아름다운 유정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불이나 벽지는 플라워 패턴으로 배치했다. 너무 순수하고 악의가 없고 가죽 공예 같은 취미가 있을 것 같은 친구라는 나름의 설정을 했는데, 그런 취향을 반영해 죽음을 맞이하는 침대도 예쁜 철재 재질로 골랐다. 그외에 아내를 지키지 못했다는 영훈의 죄책감을 보여주기 위해 커튼과 전등은 붉은색으로 정했다.” 미스
<진범> 이민희 미술감독 -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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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그리도 좋으냐?” “네, 저는 전하가 너무 좋습니다!” 배우 전미선이 인터뷰 도중 재현한 어린 세종과 소헌왕후의 달뜬 대화가 아직 생생하다.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특유의 따뜻하고 둥근 눈빛과 목소리 그대로였다. 상대가 너무나 좋았던 나머지 평생 그 옆을 지켰고, 죽어서도 나란히 묻혔다는 15세기의 여성을 상상하면서 배우는 줄곧 “아우르다”라는 말을 자주 썼다. 친정이 역적으로 몰려 수모를 겪어도,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로 시름시름 앓아도, 소헌왕후는 결코 흔들림을 내비치지 않는 인물이다. 사랑을 지키는 삶, 감내하고 견디는 삶, 그리고 참지 않고 말하며 행동하는 삶 사이의 균형을 고심한 전미선은 그 과정에서 자기 삶의 조각들을 찬찬히 되돌아본 듯했다. 배우 생활 30년의 관록을 쌓는 동안, “선의는 선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지켜낸 배우. 전미선과의 마지막 인터뷰를 전한다.
-조철현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씨네21> 1189호 ‘2019 한
<나랏말싸미> 전미선 -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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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에서 박해일은 한글 창제 과정에서 세종을 전진하게 만드는 숨은 조력자 신미 스님을 연기한다.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존 인물이자 이제까지 연기해본 적 없는 스님이라는 낯선 캐릭터를 받아든 박해일은 “스님이 기거했던 공간과 영화의 촬영장소”를 미리 돌아다니며 본인이 연기할 인물을 느끼려 했다. 그런 다음 절밥도 먹고 머리도 깎고 산스크리트어도 배우고, 수행하고 정진하는 이의 마음에 가닿아보려 했다. 단지 머리를 깎고 장삼을 입는다고 하루아침에 스님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박해일은 이 과정이 신미 스님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라고 표현했다.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 하나는, 박해일이 매 작품 최대치의 노력을 기울여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 배우라는 것이다.
-조철현 감독이 캐스팅 얘기를 꺼냈을 때 흔쾌히 수락했던 것으로 안다.
=<나랏말싸미> 이전에 조철현 감독님이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는데 그때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시간이 지나 &
<나랏말싸미> 박해일 - ‘익숙해지기’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