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꽃> <스틸 플라워> <재꽃> 등 ‘꽃 3부작’을 연출한 박석영 감독이 신작 <바람의 언덕>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리고 떠난 엄마 영분(정은경)이 고향으로 돌아와 딸 한희(장선)와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작 <재꽃>의 이야기가 인물들이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면, <바람의 언덕> 속 인물들은 서로를 마주하며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박석영 감독은 “그간 잘 촬영하지 않던 대화 신을 영화에 넣었고, 해당 신을 무척 고심해 촬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물들은 그간 쌓인 말들을 온 힘을 다해 쏟아내며 대적하지만 어디로도 도망치지 않으며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바람의 언덕>이 더 밝게 느껴지는 이유다. “<바람의 언덕>을 찍으며 한 발짝 나아간 것 같다”고 말하는 박석영 감독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았다.
-<재꽃>
'바람의 언덕' 박석영 감독, “나의 영화들은 나의 두려움에 대한 고백”
-
“요즘 누가 짝사랑을 하냐”는 서우(채수빈)의 말대로 발전 가능성이 없으면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다. 그러나 <반의반>의 하원(정해인)은 오랜 시간 혼자서 지수(박주현)를 좋아해왔다. 서우는 그런 하원에 대한 감정이 점점 커지지만 그저 멀리서 그를 바라볼 뿐이다. 자기감정을 강요하지도, 그 감정에 상응하는 애정을 억지로 갈구하지도 않는 <반의반> 속 하원과 서우의 엇갈린 사랑은 조심스럽고 그렇기에 더 애틋하다.
“신선했다.” <반의반> 대본을 받아든 배우 정해인과 채수빈의 소감은 정확히 일치했다. 우선 두 인물의 직업이 그러하다. 인공지능 프로그래머(하원/정해인)와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서우/채수빈). 뭇 드라마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던 직업을 업으로 삼은 인물을 연기하는 건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했다. “하원에게 깊이 빠져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던 정해인 배우는 극중 하원이 개발한 디바이스에 관해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디바
드라마 '반의반' 정해인·채수빈 - 그저 멀리서만
-
“요즘 누가 짝사랑해요? 사랑 하나에도 얼마나 경쟁적인데.” 2020년 3월 23일 월요일 밤 9시에 첫 방송되는 tvN 월화드라마 <반의반>의 대사처럼,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애틋한 짝사랑 이야기를 만나기 어렵다. <반의반>은 실로 오랜만에 단비처럼 찾아온 멜로드라마다. “목소리면 충분해. 난 너의 한 조각, 반의반만 있으면 돼”라고 말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하원(정해인)은 어린 시절 만난 지수(박주현)를 몇년째 짝사랑 중이다. 이를 지켜보던 클래식 녹음엔지니어 서우(채수빈)는 하원에게 애틋한 감정이 샘솟는 걸 느낀다. 또 다른 짝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반의반>은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하고 <유열의 음악앨범> <증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따뜻한 감성의 영화를 만든 영화 제작사 무비락과 드라마 제작사인 더유니콘이 공동 제작한 드라마다. <유열의 음악앨범> 각본을 썼던 이숙연 작가가 <반의반&g
드라마 '반의반' 정해인·채수빈·김성규·이하나 - 짝사랑해도 괜찮아
-
<바람의 언덕>의 한희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았음에도 어떠한 원망 없이 엄마의 상처까지 보듬고 껴안고자 하는 속 깊은 딸이다. 서툰 엄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한희의 노력은, 오랜만에 재회한 두 모녀가 조금씩 거리감을 좁혀가는 원동력으로 기능한다. 매 작품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를 선보이는 박석영 감독의 캐스팅 감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장선은 <바람의 언덕>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자신의 연기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게 매번 미안함이 남는다는 장선의 말에서 그가 연기한 한희의 자상함과 따뜻함이 배어나왔다.
-어떻게 <바람의 언덕>에 캐스팅되었나.
=2015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박석영 감독님을 뵀는데 그때 나중에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후 내가 참여한 연극 <모럴 패밀리>를 직접 보러 오셨고, 잘 봤다는 후기와 함께 배역을 제안해주셨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바람의 언덕' 장선 - 연기는 내 운명
-
-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한데 모이기 힘든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만난다. 이들이 <관상>(2013) <더 킹>(2016)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에 출연하기로 알려지면서 <비상선언>은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영화계 안팎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 작품은 워낙 철통 같은 보안 탓에 “항공 재난 영화” 정도로만 알려진 상태다. 평소 정치적, 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한 한재림 감독이 만든 재난영화라면 재난을 단순히 전시하진 않을 것 같다. <씨네21> 1252호에 실린 한재림 감독의 단독 인터뷰는 <비상선언>이 어떤 재난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 몇 가지를 던져주었다. <비상선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씨네21> 1252호 씨네인터뷰 ‘항공재난영화가 온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힌트 1. 비행기 안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는 재난영화다.
인터뷰 내내 한재림 감독은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의 항공재난영화 '비상선언' 첫 공개
-
중년 여성 영분(정은경)은 어릴 때 두고 떠난 딸 한희(장선)가 운영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충동적으로 찾아간다. 그러곤 차마 자신을 엄마라고 밝히지 못하고 필라테스 회원권만 끊는다. 사정을 모르는 한희는 영분의 팔을 잡으며 같이 운동하자며 웃는다. 따라 웃는 영분에게 무언가 씁쓸함이 남는다. 엄마와 딸.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연결고리. <바람의 언덕>의 포스터는 영화의 시작처럼 한없이 밝게 웃는 딸과 미묘한 표정이 걸린 엄마가 서로 몸을 포갠 모습이다. 포스터에 “엄마와 딸의 인생이 만나는 <바람의 언덕>”이라는 카피를 쓴 최유리 아워스 실장은 “엄마와 딸 사이지만 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관객이 포스터를 봤을 때 엄마와 딸인지 모호할 수 있어서 쓴 카피”라고 설명했다.
10년차 영화 마케터 최유리 실장은 <바람의 언덕>이 어떻게 탄생을 준비하게 됐는지부터 시작해서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박석영 감독의 전작 <재꽃>으로
최유리 아워스 실장 - 영화에 홀린 마케터
-
최근의 허준호에 관한 검증된 사용법 중 하나는 그를 ‘비장의 무기’로 등장시키는 것이다. 2016년에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로 6년여의 공백을 깨고 나타난 허준호의 새로운 전성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주인공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거나 정신적 지주로 기능하는 조력자의 예(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킹덤>), 자신의 프로페셔널에 지극히 충실한 악당의 예(<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퍼펙트맨> <결백>), 순박하고 평범한 초상을 대변하는 소시민의 예(<이끼> <국가부도의 날>)까지 허준호가 연기한 표본들은 육중한 두드림으로 스크린에 안착했다. 1986년에 영화 <청 블루 스케치>로 데뷔한 허준호는 날렵한 개성이 두드러지는 성격파 연기로 1990년대에 믿음직한 주조연으
[액터] '킹덤' 시즌2 허준호 - 단련된 카리스마
-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직감적으로 잘해낼 수 있는 감각. 나는 이런 게 중요한 것 같다.” 심은우의 직감은 정확했다. 그가 선택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단 2화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연일 화제에 올랐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현서 역의 심은우는 단연 눈에 띈다. 현서는 선우(김희애)에게 바람피운 남편 내쫓으면 그만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사랑해서 그렇다며 폭력을 일삼는 애인을 떨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런 현서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기해내는 저 배우는 대체 누구일까. 호기심에 가득 찬 채로 만난 심은우는 생각보다 발랄하고, 예상보다 단단한 사람이었다.
-<부부의 세계> 방영 이후 반응이 뜨겁다. 이를 실감하고 있는가.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점점 생기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까지 실감나진 않는다. 다만 심은우 연관 검색어에 심은우 머리가 있어서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이 좋아하신다. (웃음)
-<
드라마 <부부의 세계> 심은우 - 인물의 감정을 따라, 자연스럽게
-
18년간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지내온 동생과 한집에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자 동명의 책을 펴낸 작가. 영화에서 동생과 함께 노래한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를 앨범으로 발매했으며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에서 자신을 통과한 수많은 생각을 나눠온 크리에이터. 그런 장혜영 감독에게 지난해 10월부터 붙은 정치인이라는 새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카메라를 들고, 글을 쓰고, 가사를 읊으며 했던 이야기를 정치의 언어로, 더 분명한 결말을 향해 다시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21대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년 전부터 그래왔듯,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제도 보장 및 탈시설기본법 제정을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영화인은 장혜영 감독이 유일하다. “<어른이 되면>의 감독 장혜영을 응원했던 팬들을 정치적 지지자로 바꿔내는 작업”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 영화의 언어를 정치의 언어로
-
4월 11일, 54석 규모의 서울극장 12관이 예술영화 상영관 ‘플러스관’으로 재탄생한다. 다양성영화 상영 및 관객 이벤트용으로 공간을 활용할 예정인 서울극장은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갖가지 변화를 시도 중이다. 아늑한 관객 라운지를 꾸렸고, 중앙 스피커를 보강했다. 관객이 영화의 사운드를 풍성하게 느끼게 하기 위함은 물론이고 각종 동호회 및 모임 회원들이 DCP 포맷이 아닌 방식으로 영상을 출력해도 제대로 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커피를 비롯한 스낵바 메뉴들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변화를 주도한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 밖에 나올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는 전지영 서울극장 기획실 실장.“서울극장은 대중적인 관객이 메인이지만 예술영화 관객이 늘어나고 있고, 단일 사이트로는 의미 있는 스코어가 나와 다양성영화 배급사들이 주목한다”는 점이 플러스관 기획에 주효했다고 설명한 그는 “한 건물에 있는 인디스페이스는 한국 독립영화, 서울아트시네마는 고전영
전지영 서울극장 기획실 실장 - 관객의 욕망을 좇아서
-
“기술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봤는데 내가 못한 것만 두드러져 보였다. 그런데 시나리오에서 재미있게 봤던 부분들이 잘 살아서 재밌더라.”(배종옥) “배종옥 선배님이 잘 보셨다면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신혜선) 스튜디오에 들어온 배종옥, 신혜선 두 배우는 함께 찍은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을 만족스러워했다. 이 영화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모녀 역할을 맡았다. 성공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잘나가는 변호사가 된 정인(신혜선)이, 치매에 걸린 엄마 화자(배종옥)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고향으로 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결백>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개봉이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개봉이 연기되기 전에 만난 배종옥, 신혜선과의 대화가 다음 장부터 펼쳐진다.
<결백> 배종옥 · 신혜선 - 여자, 여자를 만나다
-
영화제 스탭의 권익을 보호하는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영화제 스탭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주고 영화제도 내실을 다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조합의 이름을 ‘단단’이라고 지었다. 지난 2018년 청년유니온이 영화제 스탭들의 노동 현실을 고발하면서 스탭들의 노동환경과 권익보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스탭들의 근로환경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영화제 스탭 모집 공고에 지원하는 청년들이 눈에 띄게 준 것도 이러한 노동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속 가능한 영화제가 되려면 스탭들도 응당 행복해야 할 것이다. 몇년간 논의돼오던 영화제 스탭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단단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지 김조광수 이사장과 박혜미 이사를 만나 물었다.
-지난 3월 26일 창립총회를 열었고 단단의 공식 출범을 준비 중이다.
=김조광수_ 나는 이사장을, 박혜미씨는 이사를 맡는다. 이사진
영화제스탭협동조합 ‘단단’ 김조광수 이사장·박혜미 이사 - 영화제 스탭들의 행복을 찾아서
-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코믹캐’ 최승권이 아닌 줄 알았다. 생애 처음으로 클럽에 간 승권의 표정과 몸짓은 분위기에 맞지 않아 웃겼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직접 만난 류경수는 그와 딴판이었다. 깊고 낮은 음성은 차분했고 연기에 대해 말할 땐 신중하고 느린 답변이 돌아왔다. 여러 독립·단편영화부터 시작해 장편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출연한 영화만 18편이라고 하니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연기에만 매진한 세월이 느껴졌다.
-<이태원 클라쓰>가 종영했는데 최승권으로부터 빠져나왔나.
=이 드라마를 준비할 때 최승권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 승권이 주변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고 위하는 건 나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그처럼 클럽을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웃음) 시간을 두고 일상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역할과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15살 때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와 연극을 보면 배우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류경수 - 오로지 한길만
-
<이장>은 관성에 의해 같은 궤도를 맴도는 한 가족의 로드무비다.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 장녀는 동생들을 하나둘 차에 태우고, 네 자매는 섬으로 가는 배를 탄다. 그들은 그러나 “장남을 데려오라”는 큰아버지의 불호령에 몇번이고 선착장 매표소를 오가게 된다. 미션을 받고 다시 한길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 않다. “각각의 자매들에게서 나를 발견했다”는 <이장>의 최이슬 제작실장은 이 로드무비의 크레딧에 한번은 제작부 일원으로, 다른 한번은 ‘매표소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네 자매에게 탑승권을 건네는 손이 바로 그의 것. “단역을 모두 캐스팅하기 어려워 스탭들이 십시일반 출연했다”는 전말을 들려준 최이슬 제작실장은 현장에서도 그 손처럼, “프로듀서와 팀원들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해냈다. 박지은 프로듀서의 부름을 받고 제작회계 역할로 합류한 그는 “위로부터 배우며 아래도 이끌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정산과 계약 진행 서포트를 담당했고 한정된 예산과
<이장> 최이슬 제작실장 - 영화라는 마이 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