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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2010), <레미제라블>(2012), <대니쉬 걸>(2015)의 톰 후퍼 감독이 <레미제라블>에 이어 다시 뮤지컬영화에 도전했다. T. 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캣츠>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의 춤과 노래로 황홀경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스토리가 아닌 퍼포먼스 중심의 공연이다. 톰 후퍼 감독은 뮤지컬 <캣츠>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라는 인물을 내세워 고양이들의 세계로 관객을 친절히 안내한다.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이 감동적 대서사시라면 <캣츠>는 감각적인 뮤지컬영화라 할 수 있는데, <레미제라블>을 열렬히 사랑해준 한국 관객을 직접 만나기 위해 톰 후퍼 감독이 <캣츠> 개봉을 앞두고 지난 12월 23일 내한했다. 뮤지컬 <캣츠> <
<캣츠> 톰 후퍼 감독 - 8살의 나도 만족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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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의 빈도수와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아이리시맨>,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등 촬영이나 러닝타임 면에서 극장 관람이 알맞은 영화들이 넷플릭스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 어떻게 하면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빔프로젝터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영화산업의 지각변동과 관객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국내 프로젝터 시장에서 꾸준히 1위를 선점하고 있는 한국엡손이 젊은 소비자층 공략에 나섰다. 한국엡손은 프린터, 산업용 로봇, 대형 프린터 등을 판매하는, 18년 연속 프로젝터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 11월, 신제품 홈 프로젝터 2종(모델명 EH-TW7100/EH-TW7000)을 발표한 한국엡손의 김대연 이사를 만나 홈시네마족을 위한 프로젝터 구매의 팁에 대해 물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의 증가로 가정에서 영화를 즐기는 관람 형
신제품 홈시네마 프로젝터 선보이는 김대연 한국엡손 이사 - 독보적인 색감과 선명함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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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청춘들이 성장통을 겪는 <시동>에서, 경주는 유일하게 매 순간 전력을 다하는 소녀다. 상대가 누구든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고 아무리 맞아도 주저앉지 않고 어떻게든 반격한다. 새빨간 염색머리 때문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남다른 ‘깡다구’를 가진 이 인물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인배우가 연기해 신선함을 더한다. 실제로 <시동>은 학교에서의 단편영화 작업 외에 이렇다 할 필모그래피가 없는 배우 최성은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발탁한 건지 극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관객을 궁금하게 만드는 신인을 만났다.
-<시동> 오디션 과정이 궁금하다.
=1차는 다른 영화 오디션과 비슷했고, 2차 오디션 때 감독님과 단둘이 미팅을 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셔서 그에 대한 말을 많이 했다. 그다음에 만났을 때는 내가 얼마나 몸을 잘 쓸 수 있는지 보고 싶어 하시더라. 그래서 제작사 외유내강 옥상도
<시동> 최성은 - 네 ‘깡’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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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허진호 감독의 신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에서 세종과 그의 충직한 벗 장영실의 즐거운 한때는 늦은 밤 강녕전 마루에서 나란히 별빛을 바라보는 것으로 묘사된다. 조선만의 기술로 천문기기와 시계를 만들고자 했던 왕과 신하의 절절한 진심을 표현하는 이 장면. 조화성 미술감독과 함께 <천문>에 참여한 곽호정 미술팀장은 “세종과 영실이 누운 장면의 우물마루가, 보통 오래된 한옥이 그러하듯 나무가 약간 뒤틀린 것처럼 보이도록” 공을 들였다. 묵직한 배우의 얼굴과 빛나는 별까지, 관객의 시선을 빼앗을 요소들이 다분한 장면임에도 미술팀은 안성 디마세트장에 세월을 묻히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비화다. 손이 많이 가는 정통 사극인 데다, 과학자 장영실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천문기기 간의, 물시계 자격루 등이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영화 <천문>은 미술품의 고증
<천문: 하늘에 묻는다> 곽호정 미술팀장 - 시대와 호흡하는 은은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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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드라마라면, 인터뷰에 임하는 염혜란의 캐릭터는 이런 지문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말이나 행동을 과장하지 않고. 웃을 땐 시원하게 말할 땐 솔직하게. 배우 염혜란은 약점을 찾아보기 힘든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홀리지 않지만 정직한 생각과 말이 주는 힘은 컸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염혜란이 연기한 옹산의 고학력 이혼 전문 변호사 홍자영의 말도 그랬다. 홍자영은 결혼한 여성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어록을 남겼고, 누구에게도 아부하지 않고 정확하게 사리 분별하는 모습으로 스스로 멋진 여자임을 증명했다. 염혜란은 <동백꽃 필 무렵>의 홍자영으로 올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전부터 그를 눈여겨본 관객이라면 그가 영화와 드라마에 모습을 비추기 시작한 초반부터 염혜란이 남다른 떡잎을 지닌 배우였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올해는 영화에서의 활약도 특별했는
배우 염혜란 -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고 시대의 흐름을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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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 배우가 그 배우인지 서둘러 알아보지 못했다. <호흡>의 민구는 감히 그 심정을 헤아려보려는 시도조차 미안하고 주저될 만큼 지옥 같은 바닥을 경험해본 남자다.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정주(윤지혜) 부부에게 12년 전 유괴당했던 민구는 이후 인생이 완전히 무너진다. 교도소에서 나와 청소업체 직원으로 취직한 그가 정주와 재회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밝은 모습으로 기자에게 인사를 건넨 김대건은 <호흡>의 민구보다 차기작에서 연기한다는 모범생 캐릭터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의 학창 시절 역시 첫인상만큼이나 ‘반전’의 연속이다. 중1 때부터 시작한 비보이 경력이 무려 6년,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도 출연했다.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 입시를 준비하게 된 건 뮤지컬 연출가에게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라”는 말을 자꾸 듣게 되어서다. 그는 “도대체 ‘연기’란 게 뭔지 궁금했”고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고 싶은 마음에 들어간 대
<호흡> 김대건 - 연기 그 이상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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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를 설명할 단 한 문장이 허락된다면 이렇게밖에 답할 수 없다. 정성일은 누벨바그 시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와 지금 우리 앞에 떨어진 존재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하는 세 단계가 있다고 했다. 영화를 보고, 글로 표현하고, 끝내 영화를 만들기. 정성일은 시간을 거슬러 이 고색창연한 명제를 직접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애정과 영화의 가치를 증명한다. 모든 평론가에겐 각자의 감독이 있는데 정성일에겐 임권택이 있다.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임권택 감독을 말해왔다. 1987년 <한국영화연구1: 임권택>, 2003년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뿐 아니라 2012년부터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 <임권택X102>로 연재를 진행 중이다. 그런 정성일이 감독이 되어 임권택에 대한 영화를 찍겠다고 했을 때 떠오른 질문은 하나다. 당신 안에 더이상 임권택에 대해서 질문할 것이 남아 있는가. 정성일은 답한다. “임권택
<녹차의 중력> 정성일 감독 - 임권택이라는 중력, 영화로만 말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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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비틀린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질문했던 <애국자게임>(2000) 이후 19년 만에 속편이 나왔다. <애국자게임2: 지록위마>는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과, 그 발단이 된 2013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을 기억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집약한 다큐멘터리다. 2015년에 한국과 일본의 성노동자, 매춘부 출신의 위안부 피해자를 다루면서 여성주의 화두 안에서도 자주 소외되고 금기시되는 주제를 끄집어낸 바 있는 경순 감독이 이번엔 진영을 막론하고 우리 내부에 자리잡은 검열 본능과 분노, 피해의식을 꼬집는다. 경순 감독은 그 어떤 구호에도 쉽사리 안주하지 않는다. 헌정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가 정당의 해산 판결을 내린 5년 전의 사건은, 그리하여 굵직한 사건과 이슈의 외피를 뚫고 수많은 개인의 체험까지 내밀히 당도한다.
-2013년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내가 이 주
<애국자게임2: 지록위마> 경순 감독 -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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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잘 아는 분야이기도 하고 다뤄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신아가·이상철 감독의 신작 <속물들>은 불법 비자금과 횡령 등 부패한 미술계 일각의 부조리를 배경으로 인간 군상의 속물근성을 그린다. 사회고발적인 일면은 물론이고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는 만큼 자칫 무겁고 심각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는 소재였다. 하지만 정작 <속물들>을 보고 있자면 시종일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마주하기 힘든 인간의 비겁하고 지질한 일면이 일종의 희극처럼 우리의 삶을 풍자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소재를 고른 이유를 묻자 본인들에겐 그게 “친숙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실체가 없는 불특정 다수의 취향을 맞춰 계산하는 대신 자신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재미있게 만드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감독이라고 부른다. 2011년 <밍크코트>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신아가·이상철 감독은 두 번째 작품에서 좀더 선명하게
<속물들> 신아가·이상철 감독 - 선을 넘은 사람들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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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10대의 끝무렵, 여자들의 사랑을 인정받지 못했던 두 소녀가 20여년이 훌쩍 지나 재회하는 이야기다. 윤희(김희애)와 준(나카무라 유코)의 유예된 사랑과 상처는, 이제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의 성장과 함께 뜻밖의 복원 궤도에 오른다. 오타루의 설원과 담담한 편지 내레이션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한국과 일본을 잇는 중년 여성의 퀴어 멜로드라마이자 일상의 근심을 덜어내는 아스라한 겨울 여행기로서 구석구석 충만하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후 빠르게 개봉(11월 14일)까지 달려온 지금, 영화는 현재 4주째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10만 관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관객의 입소문에 힘입어 배급 상황의 악조건을 버텨내는 중인 <윤희에게>의 아름다움을 가능한 한 더 세심하게 들어보고 싶었고, 이에 화답한 임대형 감독이 부산, 광주, 대구 등 지방 순회 GV(관객과의 대화)가 한창인 와중에 <씨네21> 스튜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 오타루에서 윤희가 코트를 입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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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타>는 어느 한적한 국도변,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작은 카센터에서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 부부가 벌이는 사기행각을 그린다. 도로 위에 못을 박아 카센터 앞을 지나는 자동차는 이곳을 들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부부의 작전이다. 10년 전 <빵꾸>라는 제목으로 초고를 썼던 하윤재 감독에게 <카센타>는 “언제가 됐든 반드시 세상에 내놓겠다고 다짐한” 작품이었다. “김태성 촬영감독이 <빵꾸>는 신인감독의 연출력을 보여주기에 좋은 아이템이라며, 투자를 받지 못해도 우리끼리 소액 투자를 받아서 찍자고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알던 스탭들을 모으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장편/저예산영화 제작지원작으로, 경기콘텐츠진흥원 G-시네마 제작투자지원작으로 선정되며 제작에 급물살을 탄 <카센타>는 11월 27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10년 전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들른 카센터 주인과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카센타> 하윤재 감독 - 사람들은 사소한 계기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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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매거진, 방송 광고 등 여러 매체에서 뷰티 모델로 풍성한 커리어를 쌓아온 김아현이 배우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이상덕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영화로운 나날>에서 그녀는 가난한 배우 영화(조현철)의 연인 아현을 연기한다. 젊은 커플은 서로의 커리어를, 공과금을, 그리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꽤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 모델로 보여준 화려한 외양을 내려놓고 제 나이 또래의 일상을 살아가는 배우 김아현의 모습이 유독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그녀 특유의 말갛고 무심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왜 진작 스크린에 나타나지 않았는지 의아해지고 만다.
-뷰티 모델로서 특히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원래 모델을 꿈꿨나.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회사를 다녔는데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패션잡지 <쎄씨> 기자님이 기획 화보에 참여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오셨다. 그때 현장에서 “대단한 애가 나타났다”고 해주셨다. 그 뒤로 삽시간에 거의 모든
<영화로운 나날> 김아현 -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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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어떤 배우를 계승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속 노년의 배우 파비안느는 기자의 물음에 답한다. “전 언제나 저 자신이었어요.” 다음 질문. “그러면 거꾸로 선생님을 계승한다고 보시는 배우는 있나요?” 대답은 한결같다. “프랑스에는 전혀 없어요.” 이 대사를 듣다 불현듯 전도연이 떠올랐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속 전도연을 넘어서는 배우는 존재할까. 어쩌면 그 넘어섬은 전도연 자신에 의해서만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1997년 한국영화 뉴웨이브의 도착을 알린 <접속>을 시작으로, 파격과 도전의 다른 이름으로 점철된 <해피엔드>(1999),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을 안긴 <밀양>(2007), 사각의 스크린이 감당하지 못할 에너지를 뿜어냈던 <무뢰한>(2015), 그리고 이 사회의 아픔을 절절하게 토해냈던 최근작
배우 전도연, 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 여성 영화인으로는 첫 선정 -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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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타>는 한적한 국도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 부부가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다. 도로변에 날카로운 금속 조각을 뿌리는 것으로 시작한 일은 도로에 못을 박는 계획적 범죄로 발전한다. 흙먼지만 날리던 카센터에 현금이 쌓이면서 부부의 욕망도 커지는데,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아슬아슬 양심의 줄타기를 하는 두 캐릭터의 심리에 집중한다. 하윤재 감독은 재구 역에 박용우 배우를 떠올린 건 “눈빛” 때문이라 했다. “재구의 상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눈을 가진 배우라 생각했다. 그의 눈에는 복합적인 느낌이 담겨 있다.” 역시나 <카센타>에서 박용우는 루저의 눈빛에서 욕망과 허세의 눈빛까지 너른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최근작이 영화 <순정>(2015)과 드라마 <프리스트>였으니 스크린에서의 만남은 오랜만인데, 그 갈증을 해소시켜줄 만큼 <카센타>에서의 박용우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떡인다. “회피 동
<카센타> 배우 박용우, "현대인의 양심과 염치를 생각하며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