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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의 표지는 2종으로 제작되었다. 자동차 일러스트가 있는 표지는 나가이 히로시의 시티팝 음반 커버 일러스트를 사용했고, 껴안은 남자들 일러스트 표지는 전나환 작가가 올랜도 총기난사사건 때 기부금 마련을 위해 제작한 포스터 <Pray for Orlando>를 썼다. 두 이미지 모두 박상영 작가가 골라 편집부에 보낸 것들이다. <슬픔과 눈물의 투움바 파스타>를 비롯한 수많은 2차 창작 제목을 보유했던 전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의 교훈을 떠올려 단편들의 제목 역시 미리 표제작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 쓰는 단계에서부터 네편의 소설이 한권으로 묶일 것을 전제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박상영의 아이디어대로 구현된 책이 <대도시의 사랑법>인 셈이다. 진지하다가, 웃기다가, 울적해지는 영과 그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박상영은 사랑하는 대도시방콕과 상하이, 무엇보다 서울에 바친
<대도시의 사랑법> 출간한 소설가 박상영, "소설의 코어 중 하나가 공간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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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는 한국형 벽을 넘는 영화다. 백현익 프로듀서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두 청춘의 힘겨운 현실과 고민을 재난 장르를 통해 드러내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동시에 프로듀서로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백 프로듀서는 <짝패>(2006),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아저씨>(2010) 등 많은 액션영화에 참여해 ‘액션영화 전문 프로듀서’라 불릴 만큼 경험이 많지만, <엑시트>는 높이 몇 미터짜리 건물 세트를 지어야 할지, 시각특수효과(VFX)가 어느 범위까지 커버해야 하는지 등 이제껏 해보지 않은 고민거리를 그에게 던져주었다. 신인감독이고,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된 까닭에 촬영 전부터 촬영감독, 미술감독, VFX팀, 클라이밍 선수 등 모든 스탭들이 호흡을 긴밀하게 주고받았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 현장에서 그는
<엑시트> 백현익 프로듀서 - 안전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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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에 있어 영화와 게임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서도 실시간 렌더링 작업이나 VR제작 스튜디오 등 게임엔진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에 소프트웨어 회사인 유니티는 프로그램 툴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자의 제작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임엔진 회사가 인식하고 있는 영화와 게임의 밀접한 관계와 기술 개발 계획 등은 뭘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마련한 가상현실(VR) 섹션 ‘비욘드 리얼리티’ 내의 유니티 부스를 찾은 유니티의 전략개발 매니저 론 마틴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게임과 영화의 진화, 나아가 미래 시각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유니티에서 전략개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정확히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
=쉽게 말해 영화 제작 스튜디오의 제작진을 만나 해당 영화의 프로덕션 과정에서부터 게임엔진이 제작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론 마틴 유니티 전략개발 매니저 - 창작자의 비전을 구현할 방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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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일이 잡지 마감과 비슷한 점이 많다. (웃음) 마감이 닥칠수록 바빠지고 한꺼번에 일이 몰린다. 개막을 2주 앞둔 지금이 월간지로 따지면 마감 3일 전, 주간지로 따지면 마감 하루 전쯤 되는 것 같다.”(최은영 프로그래머)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맡은 김형석·최은영 프로그래머는 공교롭게도 둘 다 영화잡지 기자 출신이다. 덕분에 영화제 준비 막바지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짙은 전우애를 다지고 있었다. 올해 첫 출범을 앞둔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더욱 뜨거워진 ‘평화’라는 테마에 관한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는 테마 영화제다. 한국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개막작 <새>(감독 림창범, 1992)를 비롯해 여러 북한영화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제는 8월 16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및 강릉시 일원에서 열린다.
-‘스펙트럼’ 섹션은 전쟁, 이민, 인종, 차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최신작이 소개된다. 이쪽이 영화제를 찾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김형석·최은영 프로그래머 -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문을 두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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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배우의 절대다수가 백인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롱 샷>에서 오셔 잭슨 주니어는 백인 남자주인공의 절친으로 출연해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머와 결부시킨다. <롱 샷>은 백수가 된 전직 기자 프레드(세스 로건)가 자신의 첫사랑 누나이자 미국 최연소 국무장관이며 대선에까지 도전하는 샬롯(샤를리즈 테론)의 연설문 작가로 고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셔잭슨 주니어는 프레드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마음 넓은 친구 랜스 역을 맡았다. 뉴욕의 성공한 사업가 랜스는“요~맨! 보이즈 투 맨이 파티에 온다고!”라며 무기력한 프레드를 자선 파티에 데리고 가 샬롯을 만나게끔하고, 프레드에게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한다며 라임까지 맞춰 “GOP(공화당)이자 GOD(기독교)”인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며 영화에 특별한 잔재미를 더한다.
오셔 잭슨 주니어가 태어난 1991년은 오셔 잭슨 주니어의 아버지인 래퍼 아이스 큐브가 주연한 블랙시네마 <
<롱 샷> 오셔 잭슨 주니어 - 내 힘으로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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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의 결투. <사자>의 클라이맥스, 용후(박서준)와 지신(우도환)의 액션신은 김주환 감독의 명확한 컨셉에서 탄생했다. 뱀의 비늘을 피부에 하나하나 붙이는 특수분장을 7시간 동안 받은 우도환이 스파이더맨이라면,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 용후를 연기한 박서준은 캡틴 아메리카였다는 것. 슈퍼히어로물에서 착안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CG의 힘을 빌리기보다 실제 느낌을 살린 액션은 박영식 무술감독의 솜씨다. “김주환 감독님이 지신의 공간은 또 다른 링이라고 설명했다. 지신은 악마에게 제사를 지낸 후 신체가 강화되는데, 인간의 능력치를 뛰어넘은 격투기 선수 용후와 비로소 맞붙을 수 있게 된다.” 지신의 꾐에 넘어간 부마자들의 움직임은 동물에서 많이 착안했다. 초반 안 신부(안성기)와 최 신부(최우식)가 구마 의식을 행하는 사내의 경우 ‘두꺼비’, 666마리의 악령이 들어간 호석(정지훈)은 많은 알을 까고 생명력이 강한 ‘바퀴벌레’였다. 이렇듯 명확한 이미지 컨셉
<사자> 박영식 무술감독 - 화려하면서도 리얼한 액션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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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의 영화. 의미가 재미를 넘어선다.” 조철현 감독의 오랜 영화적 동지인 이준익 감독은 <나랏말싸미>를 보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의 말대로, 무엇보다 재미를 우선으로 하는 여름영화 대전에서 <나랏말싸미>가 차지하는 위치는 꽤나 독특하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 스님의 도움이 있었다는 가설로부터 출발한 이 작품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이들의 치열한 연구와 고뇌를 세밀한 필치로 보여준다. 조철현 감독은 이러한 선택이 필연적이었다고 말한다. “세종대왕이 위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나는 그의 위대성이 어떻게 형성되어 완성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랏말싸미>는 <황산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사도> 등 이준익 감독 영화의 제작자, 각본가, 기획자로 이름을 알린 조철현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이다. 책상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는 그는 최근 고 전미선 배우의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가장 가까운 세 사람의 갈등, 충돌, 화해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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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비치는 여름 교내 운동장, 썸 타는 10대 소년 현재(정제원)와 수민(김보라)의 해사한 웃음. 비극이 들어설 공간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들의 시공간에는 곧 죽음을 앞둔 현재의 시간이 깔려, 이들의 관계에 갈등과 불화를 일으킨다. 해야 할 것도, 생각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닌 10대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로 발화되고, 의미를 가지는 걸까. <굿바이 썸머>는 현재와 수민 그리고 친구들의 미묘한 일상의 감정선 안에 ‘죽음’을 배치하고 이들의 예민한 감정선을 묘사하는 성장 멜로드라마다. 시한부, 10대, 멜로드라마라는 키워드를 나눠 갖는, 조시 분의 <안녕, 헤이즐>(2014)과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2011)의 어느 중간쯤, 장편 데뷔작으로 가장 밝은 슬픔을 묘사한 이유를, 박주영 감독에게 들었다.
-죽음을 앞둔 소년의 이야기지만 마냥 어둡거나 비극적이지 않게 묘사한다.
=웬만한 또래 10대가 나오는 영화들은 다 본 것 같다. ‘시한부
<굿바이 썸머> 박주영 감독 - 10대, 죽음,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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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창제하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일도 중요하다. <나랏말싸미>에서 금새록이 연기한 진아는 소헌왕후(전미선)의 명을 받아 신미 스님 일행을 돕는 중궁전 나인이다. 막 만들어진 한글을 배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쓰고, 학조(탕준상)와 한글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가의 여인들에게 한글을 전한다. 금새록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진아의 시점으로 보면 이 영화는 진아의 성장담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에서 어떤 대사를 읽었는지 기억나나.
=영화에서는 편집됐는데 함께 지내는 궁녀 언니와 오미자를 만들면서 “세종대왕님은 오미자차를 마실 때 수염에 오미자가 묻어서 되게 무섭다” 같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어땠나.
=오디션을 본 뒤 감독님을 찾아뵈었을 때 감독님이 ‘마음이 맑고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었는데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영화로 어떻게 그려질지 쉬이 상상이
<나랏말싸미> 금새록 - 내일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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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정장 차림의 실장님이나 부장님은 잊어도 좋다. <봉오동 전투>에서 조우진의 뾰족한 콧수염과 길게 기른 머리는 한눈에 쏙 들어올 만큼 강렬하다.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병구는 마적 출신으로, 해철(유해진)을 따라 독립군이 된 남자다. 영화 속 독립군 중 유일하게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알고, 총쏘기에 능한 인물이다. 조우진은 “병구를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봉오동전투라는 만만치 않은 여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서사가 추격 신, 전투 신, 인물 몇몇의 드라마가 촘촘하게 배치돼 상승 곡선을 타는 구조다. 희한하게도 책을 읽을수록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그만큼 쾌감이 극대화된다는 뜻인가.
=이 책의 매력이, 감정이 상승 곡선을 타면서 이야기 끝까지 달림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회가 주어져 행복했다. 지금 사람들은 결코 실감하지 못할, 그때 그들의 각오가 어떠했는지 좇을 각오가 돼
<봉오동 전투> 조우진 - 유연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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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이 총을 들었다. 지형이 거친 만주 봉오동 숲속에서 총구를 겨눴다 하면 백발백중. 류준열이 연기한 냉철한 저격수 이장하는 시대가 낳은 비범하고 뜨거운 청년의 초상을 보여준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넉넉한 마음씨를 지닌 농촌 총각을, <돈>에서 성공의 욕망에 이끌리는 사회 초년생을, <뺑반>에서 에이스 순경을 연기했던 류준열은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청춘의 아이콘이다. 시대를 거슬러 <봉오동 전투>의 젊은 독립군 투사로 분한 그는 “내가 못할 것 같고, 내 분수보다 더 큰 몫을 해내는 인물에 항상 끌린다. 이장하의 마음을 품으면서 나 자신이 좀더 성장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라고 진중한 고민을 내비쳤다.
-영화 내내 액션이 이어지는 <봉오동 전투>는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작품이었을 것 같다. 휴식기는 어떻게 가졌나.
=난 쉴 때가 더 힘들고 피곤하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잘 못 쉬는 스타일이다. 요새는
<봉오동 전투> 류준열 - 시대가 만든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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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 시절을 살아냈을까. 얼마나 치열했을까. 독립군들의 사진을 마주했을 때 그들의 치열함이 사진을 뚫고 전해졌다.” 전작 <말모이>에선 우리의 말을 모아 나라를 지킨소시민이었고, 이번엔 칼을 들어 이 땅을 지키는 독립군이다.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은 일제강점기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한다. 독립군들의 큰형 해철은 크고 묵직한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일본군을 제압한다. 휘두르는 검의 무게만큼 <봉오동 전투>에 임하는 유해진의 마음 또한 묵직할 수밖에 없었다.
-<봉오동 전투> 촬영 이후 어떻게 지냈나.
=여행을 좀 길게 다녀왔다. 워낙 <봉오동 전투>가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마음먹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으로 유럽에 간 김에 겸사겸사 여행을 다녔다.
-어떤 점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었나.
=전쟁영화다 보니 폭파 장면도 많고 안전문제에 신경을 써야 하니 항상 긴장
<봉오동 전투> 유해진 - 투박하게 베어버리다, 투박하게 막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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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이 백점이다.” <봉오동 전투>의 시나리오를 읽고 “배우가 중요한 작품이겠구나” 생각했다는 김민수 무술감독이 한 말이다. 백발백중의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저격해온 세 배우 유해진·류준열·조우진이 <봉오동 전투>로 만나 뜻을 모았다. 영화에서 100년 전 독립군을 연기한 세 배우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독립군들의 결기 어린 눈빛을 보여준다. 잠시나마 독립군이 되어 뜨거운 마음을 품었던 세 사람을 만났다.
<봉오동 전투> 유해진·류준열·조우진 - 역사가 살아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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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는 혁명을 다룬 이야기다. 한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소수의 사대부가 권력을 쥐고 유교가 국가의 근본이던 조선에서, 세종대왕(송강호)과 신미 스님(박해일)이 사람들의 힘을 모아 백성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줄 아는 언어를 만드는 것은 기득권세력한테는 통탄할 일이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스님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가설은 조철현 감독과 이송원 작가의 오랜 관심사다. 실록을 포함한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당시 기득권세력이던 사대부들이 한글 창제에 큰 관심이 없었고, 집현전 또한 한글 창제에 힘을 실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 데다 신미 스님에 대한 이야기 등을 감안했을 때 이송원 작가와 조철현 감독은 이 가설을 역사의 빈 공간에 충분히 채울 수 있는 근거로 보았다.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던 세종대왕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3년 전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진짜 21세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나랏말싸미> 이송원 작가 - 치열했던 집단 창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