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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독일의 네오나치 테러라는 문제적 주제와 논쟁적 결말을 보여주는 영화다. 무엇보다 테러로 가족을 잃은 카티아를 연기한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가 영화에 깊은 몰입감을 더하는 작품이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다이앤 크루거는 <심판>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파티 아킨 감독은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기쁘고 떨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 영화는 그녀의 연기가 완성해낸 작품이다.” <짧고 고통 없이>(1998), <미치고 싶을 때>(2004), <소울 키친>(2009) 등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파티 아킨 감독은 터키계 2세로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심판>은 그런 감독의 정체성이 일종의 동력으로 작용해 탄생한 작품이다. 파티 아킨 감독과 서면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의 최초 모티브는 무엇이었나.
=독일 극우집단 NSU(National Socialist
<심판> 파티 아킨 감독 -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논쟁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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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함 뒤에 소외, 외로움을 간직한 노인 ‘오베’ 이야기로 자국에서 180만 관객 동원으로 흥행에 성공,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 <오베라는 남자>(2015)의 한네스 홀름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스웨덴영화의 ‘현재’를 지난 8년간 꾸준히 한국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스웨덴영화제(주최 주한스웨덴대사관, 스웨덴대외홍보처, 스웨덴영화진흥원)의 개막작으로 차기작 <문 오브 마이 오운>이 초청됐기 때문이다. 영화는 1970년대 천재적인 음악성과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스웨덴의 국민가수로 성공했으나 정신질환으로 41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가수 테드 예르데스타드의 고통스러운 시간과 그가 남긴 음악, 또 그의 창작의 동반자이자 그를 지켜준 형 케네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베’에서 괴팍스러움은 모두 덜어낸, 창작자로서의 자유로움과 유머를 동반한 한네스 홀름 감독을 영화제가 열리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났다.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의 해에 열리는 스웨덴영화제는 지난
<문 오브 마이 오운> 한네스 홀름 감독 - 시대극은 과거를 다루며 현재를 관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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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2011)로 잠깐 주춤했는지 모른다. 이성한 감독이 8년의 공백을 깨고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13년간 ‘밤의 선생’으로 불리며 밤거리의 아이들을 직접 찾아나서 선도한 야간고등학교 선생 미즈타니 오사무의 교육 철학과 방법론을 기록한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바탕으로 만든 성장드라마다. ‘내가 아이를 죽였다’는 책임의식을 가진 선생 민재(김재철), 비행청소년 준영과 지근(윤찬영이 1인2역을 한다), 용주(손상연), 현정(김진영)의 이야기가 와닿는다. 야쿠자와 대적하는 원작의 상황을 덜어내고,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아파하고 고민하는 지점을 찾아낸 이성한 감독. 2012년부터 무려 7년간 준비를 거쳤으며, 연출·각본·촬영·음악까지 1인다역을 해냈다. 대한민국 성장 서사의 ‘숨은 고수’ 같은 영화 <바람>(2009)과 <스페어>(2008)와 엮어 생각하면 이성한의 ‘성장 3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이성한 감독 - 분명 필요한 사람이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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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강원도 해변으로 가면 매번 여기저기 아파트 창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봄날은 간다>(2001)의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를 배웅하던, 창가에 아무렇지 않게 늘어진 그 리얼하고도 찬란한 사랑의 순간, 그때의 이영애의 얼굴을 발견할까 싶은 신기루 같은 바람에.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부각과 필요성을 인지하는 지금에 <친절한 금자씨>(2005)의 금자(이영애)를 매번 언급하면서 배우로서 이영애가 가진 또 다른 에너지를 불러오고 가늠해본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스크린 배우로 공백의 시간을 갖는 동안, 이영애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로, 또 JTBC <전체관람가> 중 단편 프로젝트 <아랫집>으로, 스페셜 다큐멘터리 <이영애의 만찬>으로 그렇게 간간이 소식을 알려왔다. 하지만 스크린을 꽉 채우던, 배우 이영애가 관객에게 주었던 포만감은 늘 고팠다. <나를 찾아줘>는
<나를 찾아줘> 이영애 - 단단한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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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 꽁꽁 언 가슴을 녹여줄 따뜻한 차 한잔 같은 영화다.” <윤희에게>를 제작하고 현장 프로듀서를 겸직한 박두희 영화사 달리기 대표는 영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날아온 편지 한통을 받고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윤희(김희애)와 그의 딸 새봄(김소혜)의 여정을 그린 <윤희에게>는 제작자 말처럼 은은하게 마음을 적시고 일상의 용기와 지속을 긍정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각각 장편 데뷔를 마친 임대형 감독, 박두희 대표 두 사람은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동문. 2013년 무렵, 영화사 직원과 데뷔작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감독으로 만나 “영화적 취향은 은근히 잘 맞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성격부터 정치 성향에 이르기까지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의 우정이 시작됐다. 박두희 대표는 제작 현장을 처음 익힌 <써니>에서 목격한 강형철 감독과 이안나 프로듀서의 파트너십을 이상적인 롤모델로 꼽았다.
<윤희에게> 제작한 박두희 영화사 달리기 대표 - 영화적 동지와 신뢰를 지속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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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신의 한수: 귀수편>은 전편 <신의 한 수>(2014)에서 아주 짧게 등장한 바둑 고수 귀수의 스핀오프다. 귀수는 전편에서 태석(정우성)이 노트를 통해 벽을 두고 바둑을 두던 상대로, 나중에 관철동 주님(안성기)으로부터 그가 바둑 고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바둑밖에 모르는 어린 시절의 귀수(권상우)가 아픔을 겪고 집을 나가 스승(김성균)을 만나고, 그로부터 혹독한 수련을 거친 뒤 냉혹한 내기 바둑판에 뛰어들어 강호의 고수를 차례로 상대하는 무협영화의 서사를 따른다. 이 영화는 10편 남짓한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곽경택 감독의 <태풍>(2005), 장률 감독의 <경계>(2007) 등 여러 영화의 조감독으로 활동한 리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개봉(11월7일)을 하루 앞두고 만난 리건 감독은 “쉼 없이 달려왔다. 후련하면서도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이야기의 어떤 점에서
<신의 한수: 귀수편> 리건 감독 - 묵묵히 삶과 영화와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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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장편애니메이션에서 한국인 애니메이터의 이름을 발견하는 건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담스 패밀리>에서 캐릭터 애니메이팅을 담당한 김규현 역시 대표적인 한국 애니메이터 중 한 사람이다. <빅풋 주니어>(2017)를 시작으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김규현 애니메이터는 최근 후진 양성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신작 <아담스 패밀리>의 작업 과정과 함께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소중한 조언을 전한다.
-엔웨이브, 소니픽처스 이미지웍스, 시네사이트 등 해외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터로 오랜기간 활약해왔는데, 최근에 변화가 있었다고.
=올해부터 홍익대학교 게임그래픽디자인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을 하는 건 예전에도 경험이 있었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졸업 후 경험을 넓히고자 유학을 떠났다. 2012년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컴퓨
<아담스 패밀리> 애니메이터 김규현 - 무엇보다 재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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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은 1982년 데뷔 이후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까지 37년간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관통하는 사회고발적인 영화들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구태여 왜 힘든 길을 선택해왔느냐는 우문에 정지영 감독은 “만들 수 있으니까”라는 즉답을 내놓았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할 수 있으니까 한다. 이만큼 명쾌하고 올곧은 입장도 없을 것이다. 신작 <블랙머니> 역시 감독의 이러한 태도를 닮았다. 거기에 반드시 하나를 덧붙여야 한다면 바로 ‘재미’다. 그저 필요를 호소하는 영화가 아니라 쉽고 재미있고 친숙하게 오늘의 문제를 말하는 것. <블랙머니>가 지금 이 시점에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유의미한 대중영화가 될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영동1985> 이후 7년 만의 차기작이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할 때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 이 시대의 비극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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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과 배우 조진웅은 이하늬를 현장의 건전지에 비유했다. 과연 그녀는 커버 촬영장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활기가 넘쳤고,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며 호탕하게 웃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600만 관객을 웃긴 <극한직업>과 드라마 <열혈사제>를 연달아 거치며 코미디 퀸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를 자연스레 짐작할 수 있는 면모였다. 그러나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을 다루는 <블랙머니>는 이하늬 사용법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엘리트 변호사 김나리는, 은행을 인수하려는 회사의 법률대리인 입장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신념과 딜레마를 점검하는 인물. 블랙 버전의 이하늬가 보여줄 카리스마는 어떨지 배우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오랜 시간 사회파 영화를 만들어온 정지영 감독과 배우 이하늬의 조합, 흥미롭다. 캐스팅 제의는 어떻게 받았나.
=풍문으로 듣던 시나리오였다. 하루는 감독님이 내가 있는 어느 회식 자리에 오셨는데 유독 나를 유심히 보시더라. 꿰뚫어보시
<블랙머니> 이하늬 - 인물의 딜레마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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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를 캐내기 위해 불법도청도 불사하는, 그래서 막 나가고, 막무가내인 ‘막프로’. 조진웅은 <블랙머니>에서 조사하던 피의자의 자살로 누명을 쓰게 된 서울지검 검사 양민혁을 연기한다. 돌직구로 나가는 동안 70조원이 넘는 은행이 1조7천억원에 넘어간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고, 끝까지 사건을 파는 그는,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영화적 캐릭터다. 정지영 감독은 ‘대중영화’로 그 사건을 알리려 했고, 조진웅이 연기하는 양민혁은 사건을 둘러싼 이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가이드해줄 정의로운 안내자다.
-‘론스타 사건’이라는 소재의 민감성 때문에 준비도 비밀리에 한 걸로 알고 있다. 캐스팅 제안을 받고 선뜻 응했나.
=위험했다. 위험성을 모두가 공유하고, 이로 인한 상처도 서로 빨간약 발라주면서 헤쳐나가기로 했다. 처음 대본 보고 감독님께 드린 질문은 “왜 이런 영화 하시냐”였다. <부러진 화살>(2011)이나 <남영동1985>
<블랙머니> 조진웅 - 직구로 돌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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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 이후 7년 만이다. 정지영 감독이 2012년 ‘먹튀’ 사건으로 알려진 금융비리사건, 론스타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2012년에 매각하고 떠났다. 자산가치 70조원이 넘는 은행이 고작 1조 7천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이다. 외환은행의 2003년 말 예상 BIS 비율(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을 비정상적으로 낮게 추정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정당한 추정’으로 의혹을 일축했다. 사건 이후 지금도 다수의 피해자가 여전히 의혹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랙머니>는 2011년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벌이던 시기를 모티브로 극화한 영화다. 피의자의 자살로 누명을 쓰게 된 서울지검 검사 양민혁(조진웅)이 사건에 눈을 뜨고 고군분투하는 동안, 그 과정에서 대한은행을 인수한 미국 스타펀드측 법률대리인을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과 배우 이하늬·조진웅 - 영화로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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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윤희에게> 개봉을 앞두고 배우 김희애는 “내가 주인공이라 흥행 면에서는 솔직히 걱정이다. 여자고, 나이도 있으니 한국영화계에서 플러스 요인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희애는 지난 몇년간 중년 여성 주연의 영화와 드라마가 시장에서 세력 발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지런히, 그리고 굳건히 증명해온 배우다. 40대 여성의 로맨스와 직업적 야심을 뜨겁게 그린 드라마 <밀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관부재판을 주도한 실존 인물을 연기한 <허스토리>(2018), 그리고 첫사랑으로부터 편지를 받은 여성이 자신의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윤희에게>까지, 그녀는 매체와 작품의 규모를 아우르며 꾸준히 최고의 커리어를 갱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궤적은 배우 개인의 성취를 넘어, 대중에게 소개되는 중년 여성 캐릭터의 문턱이 낮아지고 다양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지표가 됐다. 배우 김희애에게 11월 14일
<윤희에게> 배우 김희애, "진심과 스킬을 균형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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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선생’, 야간고등학교 선생인 미즈타니 오사무가 밤거리의 아이들을 직접 찾아 선도한 지 13년. 그를 통해 폭력의 그늘에서 빠져나온 아이가 5천여명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손가락을 잃고, 마약 판매상의 흉기에 찔리는 등 고초를 겪어야 했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미즈타니 선생의 교육 철학과 방법론을 기록한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바람>(2009)으로 성장영화의 마니아층을 만든 이성한 감독이 원작을 토대로, 우리의 아이들을 돌아보고자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바람>과 <히트>(2011)에 이어 이성한 감독의 작품 3편에 연달아 출연한 김재철 배우가 아이들의 상처에 다가가는 민재 선생 역을, <당신의 부탁>(2017), <생일>(2018) 등에서 암울한 상황 속에도 해맑은 소년의 모습을 보여준 윤찬영 배우가 비행청소년 준영과 지근 1인2역을 연기한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김재철·윤찬영·손상연·김진영 - 배우라는 이름으로,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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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정유미)은 1982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평범한 30대 여성이다. 최의영 의상실장 역시 비슷한 세대의 여성으로서 보편적인 김지영의 서사에 공감했다.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도 없었다. 오히려 그 점이 의미 있었다. ‘이건 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의상 컨셉 역시 스타일과 컬러로 접근하지 않았다. “김지영의 감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그게 의상 컨셉이었다.” 더불어 평범함을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가가 난제였다. “평범함이 제일 어렵다. 리얼리티와 생활감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고, 공간에 녹아드는 의상과 육아의 얼룩들로 지영의 현실을 보여줬다.” 회색 트레이닝 바지에 코트 하나 툭 걸치고 외출하러 갈 때처럼 실내복과 외출복의 경계가 모호하다든지, 김지영의 공허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블루색을 많이 쓴다든지. 겹겹의 레이어나 의상의 색감은 김지영의 마음과 상황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장치들이었다. “사촌동생이 현실의 김지영인데,
<82년생 김지영> 최의영 의상실장 - 평범함을 시각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