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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코믹캐’ 최승권이 아닌 줄 알았다. 생애 처음으로 클럽에 간 승권의 표정과 몸짓은 분위기에 맞지 않아 웃겼고,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직접 만난 류경수는 그와 딴판이었다. 깊고 낮은 음성은 차분했고 연기에 대해 말할 땐 신중하고 느린 답변이 돌아왔다. 여러 독립·단편영화부터 시작해 장편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 출연한 영화만 18편이라고 하니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연기에만 매진한 세월이 느껴졌다.
-<이태원 클라쓰>가 종영했는데 최승권으로부터 빠져나왔나.
=이 드라마를 준비할 때 최승권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했다. 승권이 주변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고 위하는 건 나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그처럼 클럽을 안 좋아한다는 것이다. (웃음) 시간을 두고 일상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역할과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15살 때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와 연극을 보면 배우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류경수 - 오로지 한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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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은 관성에 의해 같은 궤도를 맴도는 한 가족의 로드무비다.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 장녀는 동생들을 하나둘 차에 태우고, 네 자매는 섬으로 가는 배를 탄다. 그들은 그러나 “장남을 데려오라”는 큰아버지의 불호령에 몇번이고 선착장 매표소를 오가게 된다. 미션을 받고 다시 한길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 않다. “각각의 자매들에게서 나를 발견했다”는 <이장>의 최이슬 제작실장은 이 로드무비의 크레딧에 한번은 제작부 일원으로, 다른 한번은 ‘매표소 직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네 자매에게 탑승권을 건네는 손이 바로 그의 것. “단역을 모두 캐스팅하기 어려워 스탭들이 십시일반 출연했다”는 전말을 들려준 최이슬 제작실장은 현장에서도 그 손처럼, “프로듀서와 팀원들 사이의 중간자 역할”을 해냈다. 박지은 프로듀서의 부름을 받고 제작회계 역할로 합류한 그는 “위로부터 배우며 아래도 이끌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정산과 계약 진행 서포트를 담당했고 한정된 예산과
<이장> 최이슬 제작실장 - 영화라는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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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 보였다. 매일 아침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방역관리를 점검하며,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뒤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하는 일과가 일상이 된 지 3개월여째다. 코로나19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며 코로나19 이후의 국정을 대비하는 일이 문재인 정부 4년차의 역점 사업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전세계 영화산업이 ‘올 스톱’했고, 극장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으며, 영화계가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지난 3월 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에게 급하게 만남을 청했다. 올해로 임기 2년차에 접어든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 3월 31일 서계동 문체부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박양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소 규모의 영화에 대한 지원 포함 다양한 정책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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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지옥은 인간의 욕망이 격렬하게 끓는 용광로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 <고백>(2010), <갈증>(2014) 등 그의 전작은 냉탕과 열탕을 오가며 인간 욕망의 이면을 탐구하고, 또 들추어낸다.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원작 소설 <보기왕이 온다>가 그렇듯이, 그의 신작 <온다>는 히데키(쓰마부시 사토시)와 카나(구로키 하루) 그리고 노자키(오카다 준이치) 세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시점이 바뀔 때마다 그들의 본심이 드러나고, 그 민낯은 꽤 섬뜩하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과 서면으로 <온다>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메일이 아닌 손수 쓴 편지도 함께 싣는다.
-사와무라 이치 작가가 쓴 원작 소설 <보기왕이 온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등장인물들이 매우 다양했다. 현대적인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도 있는 반면,
<온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 - 문제적 인간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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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정씨가 제2회 ‘독립영화비평상’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독립영화비평상은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발간하는 비평 전문지 <독립영화>가 주관하는 비평상으로, 올해 처음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를 냈다. 강소정씨의 ‘홍상수의 카메라’는 사진과 카메라라는 소재를 통해 홍상수의 영화세계를 살피는 일종의 영상비평이다. <클레어의 카메라>를 중심으로 홍상수 감독의 14편의 영화에서 사진, 카메라, 카메라를 든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모아 시각적 유사성을 보여주고 그것의 의미를 읽어내는 작업물이다. 글로써 영화를 분석하는 문서비평이 지배적인 환경에서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라는 새로운 비평매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강소정씨를 만나 그것의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영화비평 응모는 처음인가.
=글을 써서 응모해본 적도 없고,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도 처음이다.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이 생소한 사람도 많은데 쉽게 설명해준다면.
=문
강소정 제2회 ‘독립영화비평상’ 오디오비주얼필름 크리틱 부문 수상자 - 영화의 매체로 ‘자유롭게’ 비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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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즌3? 죽어도 상관없다. 물론 살고 싶다… 아니, 제발 살려달라!” 배우 전석호는 될 수 있다면 <킹덤>의 세계 안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했다. 촬영장에 도착해 분장차에 들어가는 순간을 말할 땐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석호가 연기한 범팔은 무능한 탐관오리에서 외척 가문 중 의외의 생존자로 등극했고, 어쩌다 보니 환란을 직접 통과한 증인의 임무까지 지게 됐다. 범팔의 작은 담력만큼 소소한 성장은 이제 시즌3의 기대 요소 중 하나다. 데뷔 7년차, <킹덤> 시즌2와 방영 중인 드라마 <하이에나>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으로 부지런히 달리기 중인 배우 전석호를 만났다. 드라마 <미생>의 꼰대 상사로 눈도장을 찍은 뒤, 맡는 역할마다 사람 사는 냄새를 진하게 풍겨낸 성실하고 흔들림 없는 배우. 그의 말에 따르면 <미생>과 <킹덤>처럼 반짝이
[액터] 좋은 사람의 앙상블 - <킹덤> 시즌2 전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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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에(대니얼 맥도널드)는 체중을 감량하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파라다이스 힐스에 오게 되었다. 파라다이스 힐스는 상류층 자녀들이 맞춤형 식단, 체력 훈련 등을 통해 사회의 미적 기준에 걸맞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내가 여기에 두달 동안 있으면 다른 자매들처럼 미인대회의 여왕이 될 거라 생각하는 거지.” 그는 웃으며 덧붙인다. “물론 그럴 일은 없어. 난 지금 이대로도 괜찮으니까.” <파라다이스 힐스>는 화려한 외형만으론 진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영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클로에는 이러한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하는 인물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나 18살에 배우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건너온 대니얼 맥도널드는 통통한 외모로 인해 한정된 배역만을 제안받곤 했다. 그러나 맥도널드는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지않고 대중 앞에 당당히 자신을 드러낸다. 맥도널드는 클로에의 자신감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는데, 어
<파라다이스 힐스> 대니얼 맥도널드 - 세상의 중심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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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아스트라 칭송받는 지 감독(서상원)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실업자 신세가 된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은 여배우 소피(윤승아)의 집을 쓸고 닦으며 돈을 번다. 그때 흘러나오는 뚱땅거리는 묘한 리듬. 예스럽고 엉뚱한데 귀엽다. 찬실을 닮았다. 정중엽 음악감독은 1979년에 생산된 코르그 드럼머신 리듬55(Korg KR 55)를 이용해서 찬실을 위한 리듬을 만들었다. 찬실이가 영이(배유람)와 다정하게 도시락을 먹는 장면에서도 드럼머신 리듬을 썼다. “오프닝에서 지 감독이 죽을 때 쇼팽의 <장송행진곡>이 나왔다. 그 뒤에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미니멀한 음악을 써야겠다 싶었다. 드럼머신은 위트 있고 아날로그 질감이 느껴져서 찬실이와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크리스마스를 사흘 앞둔 오후, 정중엽 음악감독은 김초희 감독을 만나 미래의 입봉작이 될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았다. 1시간 남짓 만났던 두 사람은 4시간 넘게 여러 음악 링크를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정중엽 음악감독 - 영화를 위한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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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은 <작은 아씨들>의 온기를 판타지로 만든다. 여성에게 많은 선택지를 주지 않는 사회에서, 아씨들은 자애로운 부모를 만나 서로를 보듬었다. 그러나 <이장>의 네 자매는 때로 가족 안에서 더한 폭력과 착취를 경험해야 했다. 아들에게 가는 징검다리로써 내가 존재하게 된 건 아닐까 의심하며 살았을 그들은 아버지를 이장하기 위해 모인 하루조차 장남을 데려오기 위해 반나절을 허비한다. “이 모든 게 큰아버지의 고집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체제는 사실 벌 한 마리에 의해 와르르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정승오 감독은 이 쓰라린 가족에 대해 말하며 자주 고개를 숙이고 살며시 웃었다. 자신이 영화 속 남성들 같았던 시간이 계속 떠올랐단다. 가족이 그리워 가족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그가 어쩌면 자매들의 로리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장>은 어머니 병문안을 가는 네 자매의 한나절을 그린 전작 단편 <새들이 돌아오는 시간&g
<이장> 정승오 감독 - 일상의 차별, 그 정체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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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장을 위해 모인 네 자매가 막내이자 장남인 녀석을 끌고 오기 위해선 한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다. 막내의 거처조차 모르는 누나들의 무차별 메시지 전송 끝에 연락이 닿은 단 한명, 녀석의 전 여자친구 윤화다. 송희준 배우가 연기한 <이장>의 윤화는 멀어진 가족을 한데 모은 후 유일한 이방인을 자처하며 그들의 여정에 동행한다. 비겁하게 도망친 애인에게 사과를 받고, 못다 한 이야기를 매듭짓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는 처음 보는 어른들 앞에서도 조곤조곤 할 말을 다 한다. 제 할 일을 해내기 위해 낯선 이들을 따라나선 윤화처럼, 새로운 캔버스를 찾던 신인 송희준이 스크린에 도착했다.
-미대를 다니던 중 모델이 되었고 단편영화를 찍었다. 원래 배우를 꿈꿨나.
=꿈을 정해놓고 모델이 하고 싶다, 배우가 하고 싶다, 생각한 적은 없다. 그림 그리는 작업이 그러하듯 나의 색을 꺼내놓을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모델 일을 시작했고 연기할 기회도 생겼다. 혼
<이장> 송희준 - 나의 색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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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윤희에게>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배지 등 최근 인기를 끈 굿즈 뒤에는 오세범 딴짓의 세상 대표가 있었다. 2011년에 문을 연 1인 스튜디오 딴짓의 세상은 디자인, 독립출판을 아우르며 지금까지 50편이 넘는 영화의 굿즈를 제작했다. 오세범 대표는 마이크 밀스 감독의 <우리의 20세기>를 “개봉영화 굿즈 작업의 물꼬를 터준 영화”로 기억했다. 수입사인 그린나래미디어의 제안을 받아 주인공 도로시아(아네트 베닝)가 즐겨 피우는 고풍스런 ‘살렘’ 담뱃갑을 디자인했고, 그 안에 영화 스틸컷을 담은 포토카드를 넣었다.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핫 썸머 나이츠> 카드사진집, 4개월의 긴 준비 기간을 거쳤던 <서스페리아> 작업” 등도 각별했던 작업물들이다.
사람들은 왜 굿즈를 소비할까? 오 대표는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 속에 계속 살고 있는 기분, 혹은 그러고 싶은 욕망”을 언급했다. 딴짓의
오세범 딴짓의 세상 대표 - ‘딴짓’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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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장국영이라 우기는 이 남자는 그냥 걸어와도 될 걸 꼭 사뿐히 점프 한번을 한다. 내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들어주다가도 외로움과 사랑을 구분하라 일침을 가한다. 멀리 우주에서도 응원하겠다며 홀연히 돌아서는 그를 언제라도 다시 만나고 싶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장국영(김영민)은 찬실(강말금)에게 그런 존재다. 일과 연애 모두 갈 곳을 잃은 찬실이 다시 손전등을 들기까지, 장국영은 묵묵히 그의 곁을 맴돈다. 장국영을 연기한 배우 김영민은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귀때기’로 주목받은 데 이어 드라마 <부부의 세계> 방영을 앞두고 있다. “언젠가 겪고 싶었던 일을 지금 겪고 있다”는 그는 자신이 찬실과 같았던 시절을 곱씹었다.
-<씨네21>과의 인터뷰가 무려 12년 만이다. 2008년 <경축! 우리사랑> 개봉과 함께 진행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2020년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다시 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 배우 김영민 - 장국영처럼 걷는 연습 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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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매드맨>과 <핸드메이즈 테일>, 공포영화 <인비저블맨>으로 이어지는 엘리자베스 모스의 필모그래피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여기에 제인 캠피온이 제작·연출을 겸한 TV시리즈 <탑 오브 더 레이크>를 더할 수도 있겠다. 모스는 지난 10여년간 21세기를 살아가는 10대들에게 대중문화 속 페미니스트 아이콘으로 각인되기 충분한 캐릭터들을 연이어 연기해왔다. 여기서 이런 가정법의 질문도 가능해진다. <매드맨>과 <탑 오브 더 레이크>와 <핸드메이즈 테일>이 없었다면모스는 <인비저블맨>의 세실리아가 될 수 있었을까? 혹은 엘리자베스 모스가 아니었다면 <인비저블맨>은 지금과 같은 호평을 받을 수 있었을까?
<겟 아웃> <어스> 등을 성공시킨 블룸하우스의 공포영화 <인비저블맨>은 엘리자베스 모스가 구축한 이미지와 연기력에 크게 기댄 영화다. 영화
[액트리스] 저항과 투쟁의 얼굴- <인비저블맨> 엘리자베스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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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들이 새로운 재능을 알리는 시대에, 출판사 투고로 2018년 12월 출간된 문목하의 장편소설 <돌이킬 수 있는>은 읽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사랑받았다. <돌이킬 수 있는>은 초대형 싱크홀이 산 하나를 통째로 삼켜버린 재난 이후 시간이 흘러, 가족 중 홀로 살아남아 성인이 된 윤서리가 경찰에서 수사관으로 일하다 부패경찰을 돕는 부서로 옮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후 암살작전에 투입되어 유령도시가 된 싱크홀의 도시에 잠입한 윤서리는 그곳에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돌이킬 수 있는>은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할 때까지 쉼 없이 이야기가 이어지고, 윤서리, 정여준을 비롯한 인물들을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잊기 어렵다. 2019년 11월 두 번째 장편소설 <유령해마>를 발표한 문목하 작가를 만났다.
-장편소설만 두권을 출간했다.
=단편이 어렵다. 좋은 단편들을 읽으니 보는 눈은 높아졌는데 쓰기는 어
<돌이킬 수 있는> <유령해마> 소설가 문목하, "매번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