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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다섯번 울었다.”(김동완) 지난 6월 22일 <소리꾼> 언론배급시사가 끝난 뒤 스튜디오에 들어온 이봉근, 이유리, 김동완 세 사람은 영화에 대한 감흥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7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은 소리꾼 학규(이봉근)가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하는 뮤지컬영화이자 로드무비다.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명창 이봉근의 소리는 구수하고 시원해 권선징악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빡빡한 홍보 일정을 소화하는데도 세 배우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소리꾼' 이봉근·이유리·김동완 - 소리에 눈물을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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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cm의 큰 키에 웃으면 동그랗게 볼록해지는 볼. 영화 <침입자>에서 위태로워 보이는 서진(김무열)의 아내 수정을 연기한 배우 임선우는 카메라 밖에서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골똘히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럴 때면 도톰한 그의 볼살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초반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되어 극의 분위기를 잡고, 클라이맥스에서 비밀을 지닌 캐릭터로서 확실히 제 역할을 했던 수정과 달리 실제 모습은 귀엽고 매력적이다. 긴 대화의 끝에 “한 작품 한 작품 겸손한 마음으로 하고 싶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그에게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연기하기 전에 회사를 다녔다고 들었다.
=한 회사에서 4년 정도 일했다. 회사 다니면서 연기를 배웠는데 연기가 너무 재밌고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고민하면서 다니다가 결국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에 입학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연기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지 않
'침입자' 임선우 - 나의 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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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 등을 오가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김량 감독은 분쟁의 공간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왔다. 첫 번째 작품 <경계에서 꿈꾸는 집>(2013)은 철원의 민간인 통제구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였고, 두 번째 작품 <영원한 거주자>(2015)는 터키, 아제르바이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르메니아의 접경지역 이야기를 다룬다. 세 번째 영화 <바다로 가자>는 실향민인 감독의 아버지와 가족이 등장하는 보다 사적인 작품이다.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실향민 1세대와 그들의 영향 아래 자란 실향민 2, 3세대의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영화 작업으로 이어가는 김량 감독을 만났다.
-그동안 파리, 부산,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 생활과 작업의 기반이 되는 도시는 어디인가.
=계속 여러 도시를 오가며 작업 중이다. 디아스포라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바다로 가자' 김량 감독 - 그렇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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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 수인(이주영)의 곁엔 방글(주해은)이 있다. 아이돌이 되겠다며 저녁마다 춤을 배우는 그는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수인의 친구이자 조언자, 멀게만 보이는 내일을 향해 함께 걷는 듬직한 동반자다. 무심한 듯 너그럽게 위로를 건네는 방글을 연기한 이는 <스윙키즈>에서 병삼(오정세)의 아내 매화로 나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주해은. 그는 지난 월 <씨네21>이 만난 1990년대생 영화인 50명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어느덧 데뷔 4년차, 배우 주해은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매해 성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신인답게 두달 만에 ‘작품으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 4월 <씨네21> 창간 25주년 특집 ‘1990년대생 영화인 50명을 만나다’ 인터뷰에 참여했다. <야구소녀> 개봉과 함께 두달여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그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디엠(DM)이 많이 왔다.
'야구소녀' 주해은 - 간절함과 진심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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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오랜만에 귀국한 미라(김호정)가 과거 함께 연극을 공부했던 친구들과 재회하는 것을 서사의 기본 뼈대로 삼으면서 혼란한 기억과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죽음들을 이야기한다. 서울과 파리,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뒤섞인 시공간은 차분하고 모호하며 불안하고 날카로운 공기로 채워진다. <설행_눈길을 걷다>에 미술팀장으로 참여하면서 김희정 감독과 인연을 맺은 유정하 미술감독은 실내극적 상황이 많은 <프랑스여자>의 시나리오를 읽고 “언젠가 보았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일상에 진득하게 내려앉은 고독의 정조를 희미한 음영으로 표현한 호퍼의 그림처럼 <프랑스여자> 또한 미라의 고독과 혼란한 심상이 영화 전반을 관통한다.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표현할 때 경계를 없애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흐르길 바랐다.” 그에 따라 영화의 주요 공간인 미라가 서울에서 지내는 게
'프랑스여자' 유정하 미술감독 - 호퍼의 그림 같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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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로 점령당한 세상, 당황한 준우(유아인)에게 누군가가 레이저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 상대의 안녕을 묻는 것도 신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빈(박신혜)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준우와 함께 생존을 도모한다. 지금까지 배우 박신혜는 대체로 당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그 풋풋한 에너지 위로 박신혜는 <#살아있다> 속 유빈의 묘한 눈빛을 얹는다. 힘없는 표정, 현실에 순응하는 유빈은 전에 본 적 없는 배우 박신혜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드라마 <시지프스>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낸 박신혜 배우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겼다.
-<#살아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의 심정이 궁금하다.
=재밌게 금방 읽히는 시나리오였다. 준우에 비해 늦게 등장하는 유빈이가 기다려졌고, 과연 내 역할이 무엇이기에 이 책을 주셨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시나리오를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최근 작업한 <침묵> <콜> 등에 비해 상
'#살아있다' 박신혜 - 잊을 수 없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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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좀비라는 외부의 적이 무척 거세고 빠른 데 반해 인물의 내면은 심플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준우(유아인)는 좀비가 창궐하는 아파트에 고립되자 우선 인스타그램을 열어 ‘#ALONE’부터 남기는 게이머다. 랜선 만남에 익숙한 그가 현실의 재난을 어떻게 돌파할지 염려스럽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적당히 영민하고 또 적당히 미숙한 보통 청년이 온갖 잡기를 쥐어짜내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은 그래서 짠내와 웃음이 공존한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성향에 기반해 장르적 재미를 쌓아가는 <#살아있다>에서, 배우 유아인은 늘 그래왔듯 독보적인 개성을 뽐낸다.
-그동안 출연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혼자 연기하는 구간이 많은 작품이다.
=살아 있는 인간은 아니었지만 블루스크린, 벽, 하늘, 컴퓨터와 합을 맞추긴했다. (웃음) 막상 해보니 배우들과 섬세히 액션-리액션을 맞춰나가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달까. 소리, 풍경에 대한 내 몸의
'#살아있다' 유아인 - 가장 편안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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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두절, 식량 부족, 부서진 현관문은 얼마나 더 버텨줄지 모름, 바깥의 좀비 지옥은 진정될 기미가 없음. 할리우드 시나리오작가 맷 네일러의 원작 <얼론>을 한국화한 <#살아있다>는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급격히 좀비가 된 사람들 틈에서 살아남아 아파트에 고립된 두 인물을 그린다. 게이머인 준우(유아인)는 드론 조종에 능숙하고, 유빈(박신혜)은 특유의 꼼꼼한 성정으로 자신만의 요새를 지어놓았다. 영화는 이 당혹스러운 고립과 공포 앞에서 서로의 존재를 깨닫게 된 두 사람이 생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밝고 신선하게 담아낸다. 만연한 좀비 장르가 98분의 짧고 굵은 아파트 활극으로 정제되는 과정에서 작품에 신뢰와 생기를 불어넣은 건 두 젊은 배우의 존재였을 것이란 답이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나온다. 신인 시절인 중학생 때 서로를 처음 만났던 배우 유아인과 박신혜는 이번 신작에서 디지털기기와 잡학다식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청춘이 재난영화에서 어떻게 굳세고 사랑
'#살아있다' 유아인·박신혜 - 오직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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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태 감독은 <야구소녀>를 완벽히 수인(이주영)만의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자 유일한 여성 야구부선수인 수인은 최고구속 134km를 던지며 ‘천재 야구소녀’로 불리지만, 곧 글러브를 벗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여성이란 이유로 프로야구 신인 선수 선발 과정에 참여할 기회도 잡지 못하고, 엄마 해숙(염혜란)은 그만큼 했으면 포기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새로 부임한 최 코치(이준혁) 역시 처음에는 수인을 곧 야구를 그만둘 아이로만 보다가 서서히 그를 돕기 시작한다. 최윤태 감독은 “자칫 잘못하면 최 코치가 수인을 이끌어준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고민이 많았다”며 “어떻게 하면 수인이가 가장 주체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를 배우 이주영과 함께 고민했다”고 한다.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으로,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야구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2017년 7월 즈음 운전 중에 아
'야구소녀' 최윤태 감독, “10대부터 50대까지, 시대의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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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를 실제로 만난 사람들은 코믹한 캐릭터와 달리 너무 진지한 모습에 놀랐다고들 한다. 정확히는, 그런 반응이 수년간 이어진 까닭에 이제는 ‘예상한 것과 이미지가 많이 다른 배우’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가 <국도극장>으로 관객을 만났을 때도 어울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법고시 장수생 기태가 원치 않게 고향에 내려오면서 얻은 직장, ‘국도극장’을 배경으로 소소한 일상을 느리게 밟아가는 이 작품은 이동휘의 심드렁한 무표정이 곧 영화의 룩을 완성한다. 이동휘는 6개월 넘게 일을 쉬고 있던 시절, 먼저 시나리오를 받은 동료 배우가 이 작품을 못하게 되자 자신이 직접 감독을 만나보고 싶다고 청하며 적극적으로 쟁취했다고 고백했다.
-<국도극장>에 욕심을 많이 냈다고 들었다. 왜 그렇게 시나리오에 끌렸나.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고 화려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들도 많지만, 그냥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도 늘 궁금하고 내가 좋
[액터] '국도극장' 이동휘 - 새로운 얼굴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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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이루며 사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신기하다.” 배우 전미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스포트라이트의 순간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그가 연기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신경외과 교수는 맡은 수술과 업무를 완벽히 해내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침착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지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이익준 교수(조정석)와 레지던트 안치홍 선생(김준한)과의 삼각관계 역시 연일 화제에 올랐다. 배우 전미도는 “송화가 너무 완벽해서 걱정이 많았다” 며 후일담을 전했지만, 채송화를 넘어 배우 전미도에게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애정과 관심은 그가 송화를 제대로 표현해냈음을 증명한다. 일찍부터 공연계에서 이름을 알리며 더 뮤지컬 어워즈,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세번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그에게선 겸손이란 단어로 뭉뚱그릴 수 없는 깊은 힘이 느껴졌다.
-뮤지컬계에서 이미 입지를 탄탄히 다진 배우인데, 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미도 - 어쩌면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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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의 장례식장에서 일군의 마을 남자들이 농약 막걸리를 마시고 갑자기 토악질을 하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변호사로 성공한 장녀 정인(신혜선)은 엄마 화자(배종옥)가 용의자로 몰리자 급히 귀향해 진실 추적에 나선다. 범죄스릴러와 법정물, 진한 모녀 드라마로 장르가 변주를 거듭할 동안 <결백>을 꼼꼼히 채우는 건 베테랑 배우들의 선명하고 정교한 연기력이다. 배우의 얼굴에 바짝 붙어서 숨소리마저 담아내는 듯한 절도 있는 촬영은 이번 영화로 첫 번째 장편 상업영화 데뷔를 알린 유일승 촬영감독의 손에서 나왔다. “사람이 중요하다. 카메라가 너무 눈에 띄도록 하지 말자.” 절제된 촬영은 허투루 겸손한 까닭이 아닌 배우들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했다. “카메라를 흔들거나 망원렌즈를 사용하는 등 배우의 감정을 받쳐줄 수 있는 촬영 방법”도 있지만 그는 “도입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표준렌즈를 활용해 카메라가 인물을 왜곡시키지 않고 최대한 깨끗하게 전달하는” 편을 택했다. 사실성에 대한 유
'결백' 유일승 촬영감독 - 있는 그대로의 정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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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떨어지는 인물이 아니었다.” 신혜선은 인터뷰 내내 <결백>은 정인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연기한 정인은 성공하기 위해 엄마와 동생을 집에 둔 채 상경해 잘나가는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어느 날 엄마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는 정인의 마음은 어땠을까. 때때로 과거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이다. 정인 또한 고향에서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면서 서서히 변화한다. 영화로는 첫 주연을 맡은 신혜선은 “뿌듯한 동시에 관객이 어떻게 볼지 겁도 난다”고 소감을 말했다.
-출연을 결정하는 데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다. 당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아버지가 시나리오를 읽고 ‘이걸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던데.
=아버지가 읽고 재미있으셨나보다. 아버지가 ‘해보라’고 말씀하신 건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재미있게 읽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정인
<결백> 신혜선 - 안개 같은 인물을 포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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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은 늘 시대의 평균보다 훌쩍 앞선 자리에 있었다. 쉽게 지지 않는 여성 캐릭터가 거의 재현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를 거친 여성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카메라 앞에서 자기 얘기를 했다. <결백>에서 남편의 장례식장에 온 손님들을 농약 막걸리로 죽였다는 혐의를 받는 화자(배종옥) 역시 억울한 사연을 가진 노모 이면에 흥미로운 화두를 담는다. 60대 치매 노인을 연기하기 위해 두 시간 넘는 특수분장을 감행했지만 “외적인 변화는 현상일 뿐이고 전체 스토리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배종옥은 말한다. 그가 전하는, <결백>이 진짜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치매 연기는 다른 베테랑 배우들도 많이 고민하며 연기할 만큼 쉽지 않은 것 같더라. 어떤 준비를 했나.
=드라마 <원더풀 마마>에서 치매 걸린 엄마를 연기해 치매에 대한 공부는 그때 했었다. 당시엔 현실을 인식하다가 점차 치매가 진행되는 캐릭터였는데 <결백>의 화자는 현실과 치매
<결백> 배종옥 - 여자, 때때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