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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인색한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재간이 없다. <감쪽같은 그녀>는 손녀 공주(김수안)와 갓난아기 진주 자매가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 말순(나문희) 앞에 나타나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족은 항상 함께여야 한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요즘처럼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뜬금없거나 촌스러울지 몰라도, 마음이 절로 무장해제될 만큼 보편적이고 묵직하다. 이 영화는 <신부수업>(2004), <허브>(2007),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2011), 중국영화 <웨딩 다이어리>(2014) 등을 연출한 허인무 감독의 신작이다. 12월 4일 개봉을 앞두고 긴장됐는지 그의 목소리는 다소 쉬어 있었다.
-원래 제목은 <소공녀>였는데.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같은 제목의 영화가 이미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의 제목으로 바꿨다. 영화를 보면 어떤 뜻인지 알아차릴 수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 - 이유 있는 휴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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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시빌(버지니아 에피라)은 관객에게 사랑받기 힘든 캐릭터다. 은근한 코미디에 강박이 있는 영화 <시빌>의 난감한 웃음은 대개 직업적 본분을 잃은 시빌의 막장 행보에서 비롯된다. 상담자의 사연을 소설로 쓰는가 하면, 오랜 알코올중독 이력에 힘입어 과감한 만취 행패를 선보이는 식이다. 그런데도 시빌은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싶은 여자다. 환자들을 치료하지만 정작 자신의 트라우마는 돌보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매력적인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환자의 사연에 깊이 이입하다 못해 모든 사연의 주인공을 자기로 치환하는 뻔뻔한 능력의 출처가 궁금한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여기엔 얼핏 의외의 캐스팅처럼 보이는 버지니아 에피라의 힘이 컸다. 벨기에 출신인 버지니아 에피라는 20대 초반부터 주로 TV시리즈에서 활동하면서 부드럽고 친숙한 이미지로 알려졌다. 30대 이후로는 스크린으로 넘어가 코미디 장르의 조연으로 활약하며 연기의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서른아홉, 열아홉> &
<시빌> 버지니아 에피라 - 전복과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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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2>의 흥행 조짐이 심상찮다. 어쩌면 1편을 넘어서는 흥행도 가능할 듯 보인다. 1편에 이어 2편을 연출한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은 <겨울왕국2> 개봉 첫 주말이 지나 한국을 찾았다. 흥행 축하 인사를 건네자 두 감독은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 답을 했는데, 그 말과 표정엔 흥분된 기쁨이 아닌 차분한 감사가 담겨 있었다. 두 감독의 말의 속도가 빨라질 때는 오직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캐릭터와 하나되어 보낸 시간이 긴 만큼, 이들은 안나와 엘사 혹은 크리스토프의 대변인이 된 것처럼 <겨울왕국>의 모험과 사랑에 대해 들려줬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이기도 한 제니퍼 리 감독과 크리스 벅 감독을 만났다.
-<겨울왕국>의 성공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내부에 가져온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올드하다고 느껴진 공주 캐릭터의 부활이라든지, 오리지널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적
<겨울왕국2>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 -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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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힘!” <블랙머니>의 이종호 프로듀서는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포털사이트의 관객 평점 9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관객의 공으로 돌렸다. <블랙머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을 각색한 작품으로, 삐딱한 평검사 양민혁(조진웅)과 국제통상전문가 김나리 변호사(이하늬)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시킨다. <블랙머니>의 제작자인 양기환 질라라비 대표와의 인연으로 영화에 합류한 그는 시나리오 모니터링 과정에서 “방대하고 복잡한 사건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것 못지않게 양민혁 검사의 마지막 고발 장면, 다시 말해 영화의 진짜 메시지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고.
정지영 감독과 영화 작업을 함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연의 시작은 1999년 스크린쿼터 투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엔 김산의 일대기를 그린 님 웨일스의 <
<블랙머니> 이종호 프로듀서 - 영감을 주는 영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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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영화사 대표, 영화제 집행위원장, 성소수자인권운동가 등 김조광수 대표(청년필름)를 수식하는 직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모든 걸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아마도 지치지 않는 활동가가 아닐까 싶다. 김조광수는 학생운동부터 소수자인권운동까지 36년간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가 얼마 전 정의당에 입당해 차별금지법추진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영화에 반하고 영화를 꿈꿨던 14살 소년은 결국에 영화인이 되었다. 성정체성을 감추고 혼란을 겪던 청년은 결국 커밍아웃을 통해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이후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그는 이제 현실 정치의 영역에 새롭게 발을 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1월, 제9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를 만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지난 9월 25일,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주변에서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걷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
김조광수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집행위원장 겸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위원장, "차별금지법, 동성결혼 법제화 위해 ‘조금씩’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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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영화는 운명처럼 맺어진다. 변호사였던 전후석 감독이 <헤로니모>를 연출하게 된 과정은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태어나 3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미국에서 법대를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된 그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늘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쿠바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쿠바혁명에 동참했던 코레아노 헤로니모의 후손을 우연히 만났고, 이 놀라운 사연에 완전히 매료되어 결국 생업을 중단한 채 다큐멘터리까지 만들고야 말았다. 헤로니모(한국명 임은조)가 누구인지 따라가던 이야기는 쿠바 이민자 3, 4세대의 삶으로 연결되고 결국엔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할 만한 작품도 아니고 예술적인 야심을 품고 기획한 것도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헤로니모>는 우리가 잊고 있던 사실을 조명해 끝내 잊지 못할 다큐멘터리로 완성될 수 있었다. 전후석 감독에게 그 운명 같은 여정에 대해 물었다.
-변호사를 하
<헤로니모> 전후석 감독 - 한국인의 정체성,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재정의하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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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장 서사는 크고 작은 아픔을 동반하지만, <영하의 바람> 속 영하의 10대는 유달리 시리고 황량하다. 부모의 이혼, 사촌 미진과의 이별과 재회, 새아빠의 성추행, 엄마의 가출 등 영화는 하나의 서사로 귀결되지 않는 삶의 요소들을 그러모아 영하의 한 시절을 비춘다. 닥쳐오는 시련들을 부단히 통과하는 동안 영하를 살게 하는 것은 결국 미진이라는 자그맣고 단단한 연대의 존재다. 이 소녀들의 애틋한 자립과 상생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을까. 11월14일 개봉한 <영하의 바람>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한 김유리 감독의 데뷔작이다. 단편영화 <저 문은 언제부터 열려 있었던 거지?>(2013) 등 여성과 가족을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선을 지속해왔던 김유리 감독을 만나 이 부조리한 성장담의 근원지를 물었다.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고통이 영하의 성장기를 촘촘히 메운다. 첫 장편영화의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영하의 바람> 김유리 감독 - 서로의 존재로 버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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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의 14년 만의 복귀작이란 타이틀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 짐을 짊어지고 이끌어가야 할 감독이 첫 장편영화를 찍는 데뷔 감독이라면? 영화 <나를 찾아줘>는 충무로의 초호화 스탭들이 모두 모여 이영애의 복귀를 축하한다는 듯 만들어진 영화 같다. 김승우 감독으로서는 여간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현장이 아니었을까, 넘겨짚으며 영화를 보자마자 인터뷰를 청했다. 마침 언론 시사회 이후 갖는 첫 인터뷰 자리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던 감독은 오랫동안 자식처럼 품어왔던 시나리오의 진심에 대해 물을 때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답변해줬다.
-<나를 찾아줘>가 첫 장편 데뷔작이다. 아이들의 실종을 소재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시나리오라고. 제작보고회 때는 12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2008년 즈음에 완성한 시나리오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보고서 그 현수막을 내건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가졌을까, 라는 궁금증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고, 인간이기에 용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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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안은 프로다. 그와 작업한 많은 영화인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얘기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감독이 던져주는 디렉팅을 바로 흡수하며 연기로 표현”(허인무 감독)하고, 직접 포장한 간식을 나눠주며 수십명의 스탭들을 살뜰히 챙기기까지 하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보면, “세상엔 잘생긴 사람이 너무 많다”며 좋아하는 아이돌과 배우, 최근에 본 드라마 얘기를 떠드는 평범한 14살 소녀가 된다. 김수안이 “볼매”(볼수록 매력 있다)라고 소개한 <감쪽같은 그녀>는 배우 특유의 성숙함은 물론 일상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갓난아기를 업고 다짜고짜 할머니 말순(나문희)을 찾아온 공주(김수안)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12살 초등학생이다. 능숙하게 아기를 어르고 달래다가도 학교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는 전환이 매끄럽다.
-<부산행>(2016), <군함도>(2017) 등 주로 아빠 캐릭터와 호흡을 맞춘 작품이 많았다. 이
<감쪽같은 그녀> 김수안 - 어려움? 그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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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은 그녀>는 <아이 캔 스피크>(2017)로 무려 10개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문희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72살 할머니 ‘말순’은 느닷없이 갓난아기를 들쳐 업고 나타난 12살 손녀 공주(김수안)를 식구로 받아들이며 가족이 되어간다. 제작비 면에서나 이야기 면에서나 소박하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이지만, 나문희는 “내 평생 그렇게 순수하고 착한 마음으로 촬영한 영화가 없다”고 전했다. 항상 대본과 녹음기를 들고 다니며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사를 다시 듣는, 58년차 경력에도 여전히 ‘노력파 배우’의 면모를 보여주는 나문희를 만났다.
-<감쪽같은 그녀>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편찮으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상포진을 좀 심하게 앓았다. 일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하지 못하게 될까봐, 내 차례가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허인무 감독과 김정군 지오필름 대표가 굉장히 용기 있었다. 처음
<감쪽같은 그녀> 나문희 - 함께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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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대표하는 연기 장인들이 만났다. <감쪽같은 그녀>는 나문희와 김수안, 두 배우의 다르게 탁월한 명연기를 러닝타임 내내 감탄하며 볼 수 있는 휴먼드라마다. 허인무 감독은 나문희를 “말없이 나가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무림의 고수”에 비유하고, 김수안은 “스펀지처럼 어떤 주문이든 바로 흡수해서 마치 성인 배우와 일하는 것 같았다”고 전한다. 감쪽같은 비밀을 안고 한집에 살게된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담은 흐뭇한 미소를, 뒤끝 없는 눈물을 안기며 거친 영화들이 메인 스트림을 장악한 극장가를 환기할 예정이다. 그 완벽한 리듬과 호흡을 완성한 두 배우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감쪽같은 그녀> 나문희·김수안 - 환상의 복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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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소재로 한 내기도박판 범죄와 액션이 결합한 리건 감독의 <신의 한수: 귀수편>은 전편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액션을 보여준다. 김철준 무술감독은 누나를 다치게 만든 바둑 고수 황덕용(정인겸)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도박판에 뛰어들어 스승 허일도(김성균)를 만난 귀수(권상우)가 “제대로 무술 수련을 해본 적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 그저 “주먹을 잘 보고 잘 치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한 액션 설계를 했다. 전편보다는 액션 장면의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권상우 배우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해 “방어가 거의 없는, 상대가 한대 때리면 두대로 되갚아주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어려서부터 냉혹한 환경에서 자란 귀수는 내일이 없이 오늘만 사는 인물이기에 싸울 때 상대의 공격을 애써 막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김철준 무술감독의 설명이다. 또한 김철준 무술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합을 보여주기 위해 인물들이 싸울 때 상대의 공격을 막고 때리는 동작 사이의 템포도 확 줄이는
<신의 한수: 귀수편> 김철준 무술감독 - 절박함이 만들어낸 필사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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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한 모양새가 고만고만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제각각인 조약돌 같은 인물들. <니나 내나>는 그 조약돌 같은 인물들이 복닥복닥 아웅다웅 부딪히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진주와 부산에 사는 미정(장혜진), 경환(태인호), 재윤(이가섭) 삼남매가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를 만나러 파주로 길을 떠나는 로드무비이자 가족영화. 전작인 <환절기>(2018), <당신의 부탁>(2018)과 마찬가지로 <니나 내나> 또한 한 가족의 사정을 들여다보는데, 그 사정의 중앙엔 상실과 애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동은 감독은 복잡한 감정과 사건을 요란하게 그리지 않으면서 인물들의 진짜 삶에 다가가려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간의 대화와 행동은 공감과 위로를 안긴다. 전작들과 비교해 더 사실적인 생활의 온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느덧 세 번째 장편영화를 내놓은 이동은 감독을 만났다.
-<니나 내나>까지 3편의 영화를 개봉했다. 아
<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 "단점이 있더라도 색깔 있고 울퉁불퉁한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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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때부터 ‘영화제’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조성륜 김포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제보다 ‘청소년’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싶다. 아이들이 또래 집단과 협업하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담담하지만 진중한 목소리를 이어가는 조 위원장의 설명을 들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10년 이상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을 맡아온 경험을 밑바탕으로, 김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화 수업을 진행하던 것이 발단이 되어 김포청소년영화제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포청소년영화제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원래 마포에서 지역문화공간 동네미술관을 운영하다 6년 전에 김포로 왔다. 김포의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무료로 영화학교를 열었다. 매해 10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마땅히 출품할 영화제가 없었다. 청소년영화제가 생기면 또래 청소년들과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하나
제2회 김포청소년영화제 조성륜 집행위원장 - 포커스는 청소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