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구마사제’인가 싶다가도,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배성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변신>의 중수는 타인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직업이 타인에게 고통을 줬다는 죄책감 때문에 귀농을 택한, 직업을 제외하면 보통의 평범한 남자다. 그는 형 강구(성동일)의 집에서 악마가 가족의 얼굴로 변신해 서로를 헐뜯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자 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사제복을 입는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의 징글징글한 악역부터 드라마 <라이브>에서 연상의 전 부인을 향한 순애보를 뽐낸 오양촌까지, 극단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매번 현실감을 잃지 않는 배성우는 정서적 요소가 강한 오컬트영화 <변신>이 가진 결정적 승부수다.
-드라마 <라이브>를 한창 찍고 있을 때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고.
=원래 제작사 대표와 친분이 있어서 일찌감치 제안을 받았다. 시나리오가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드라마 촬영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바로 결정을 못하겠
<변신> 배성우 - 장르가 아니라 인물에 집중한다
-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하는 호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양면적인 모습을 들추면서 공포를 건드린다." 배우 장영남이 표현한 <변신>의 매력은 정확했다. 빙의가 아닌, 직접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악마의 대사는 가족들의 신뢰를 뒤흔들 만큼 교묘하고 음습하다. 장영남은 눈앞의 가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을 수 없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을 지닌 명주를 연기했다. “과하게 표현하지 않고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했다”는 배우의 말 속에는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내이기 전에 한 사람의 중년 여성인 캐릭터를 향한 단단한 존중이 서려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2007), <불신지옥>(2009) 이후 오랜만에 공포영화에 출연했다. 호러영화에 성동일, 배성우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새롭다면, 장영남 배우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실제론 아닌데 사람들은 내가 호러영화를 많이 찍은 줄 안다. 약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있다
<변신> 장영남 - 늘 새로운 자극을 기다린다
-
“굳이 메이크업 해야 하나? 영화도 맨얼굴로 찍는데.” 성동일 배우가 있는 현장은 언제나 분위기를 풀어주는 그의 가벼운 농담으로 문을 연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촬영하자는 농담 섞인 격려겠지만 가만히 곱씹어보면 그 안에 연기에 대한 철학과 무게가 느껴진다. <변신>에서 생애 처음 공포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연기를 안 하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이라 말했다.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고 상황이 무서운 거다. 거기다 대고 과장된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진짜 같은 공포,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두려움은 그렇게 완성됐다. “연기를 즐긴다기보다는 배우라는 직업과 현장을 즐긴다”는 성동일 배우에게 이번 ‘연기 변신’에 대해 물었다.
-공포영화는 처음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전달받았을 때는 고사했다. 당시 윤제균 감독의 <귀환>을 준비 중이었는데 제작이 뒤로 밀리면서 공백이 생겼다. 김홍선 감독이 그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직접 집에 찾아와서 배
<변신> 성동일 - 연기를 안 하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이다
-
익숙한 것이 예상치 못한 변화를 보일 때 충격이 가장 큰 법이다. 김홍선 감독의 <변신>은 평범한 가족에 숨어든 악마로 인해 벌어지는 파국을 따라가는 영화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인 집, 마지막까지 내 편이라 생각했던 가족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낼 때 덮쳐오는 공포의 밀도는 여느 오컬트영화와 사뭇 다르다. 성동일·장영남·배성우는 가족 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한 이번 영화에서 숨 쉴 틈 없는 연기 호흡을 선보인다. 장르영화 특유의 과장된 상상이 바로 우리 이웃집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건 이들의 사실적인 연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이들에게 호러 연기는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세 베테랑 배우에게 설레고 긴장되는 연기 변신의 과정에 대해 물었다.
<변신> 성동일·장영남·배성우 - 장르를 말이 되게 하는 배우의 힘
-
-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느라 청소년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쏟아지는 요즈음, 책과 유튜브는 결코 융화될 수 없는 매체처럼 보인다. 단순히 책을 낭독하는 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실제 독서만큼 밀도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몇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김겨울은 책을 다루는 유튜버, 즉 ‘북튜버’로 가장 성공한 인물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은 책에 ‘관한’ 이모저모를 플랫폼 성격에 맞게 기획한 아이템으로 채워져 있다. 알라딘 굿즈를 소개한다거나, 독서광의 일과를 담은 브이로그를 만들어 올리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이란 주제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한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 일련의 과정을 독학으로 배운 그는 최근 출간한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쌓은 노하우를 친절하게 전수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게 책이었다”는 김겨울 작가를 만났다.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출간한 김겨울 작가, "글쓰는 김겨울, 유튜버 김겨울은 다른 사람이다"
-
사극 의상 전문이나 군복 전문, 그냥 합쳐서 사극 군복 전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곰곰스튜디오의 오정근 의상실장은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부터 촬영을 마친 이해준·김병서 감독의 <백두산>에 이르기까지 시대극에 주로 참여했다. <봉오동 전투> 역시 “산악 지형 배경에 독립군이 전투를 벌이는 시대극에 ‘피탄 묘사’(총탄에 맞아 손상을 입은 의상을 표현하는 것)가 많은 영화”다. 그는 독립군 소재의 다른 영화가 다뤘던 방향보다는 실제 독립군의 사진 자료에 집중했다. “아주 단정하고 전형적인 군인형인 장하(류준열) 그룹은 신흥무관학교 시절의 독립군 복장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마적단 출신의 해철(유해진) 그룹 의상은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와 접목을 꾀했다.” 마적단과 독립군과 치파오의 조합이라니. 그 이유는 원신연 감독이 해철이 아끼는 부하 중 병구(조우진)의 경우에 특별히 “패셔니스타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주문을 했기 때문. 오정근 실장은 실크
<봉오동 전투> 오정근 의상실장 - 철저한 자료조사와 상상력의 결합
-
안팎으로 뜨겁다.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처음 승리를 거둔 역사,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쟁취한 승리의 기억을 스크린 위에 옮겼다. 원래 김한민 감독이 기획했던 영화는 <용의자>(2013), <살인자의 기억법>(2017)의 원신연 감독의 손을 거쳐 생생한 현재로 되살아났다. 독립군의 저항정신을 담아낸 내용도 뜨겁지만 영화를 둘러싼 반응도 그에 못지않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간의 대립이 첨예해지는 시점에 기억하는 항일무장운동의 역사는 그저 지나간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역사가 스포일러인 영화다. 우리는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재현한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봉오동 전투>는 얼핏 직선적으로 내달리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굽이굽이 굴곡진 사연을 지닌 다양
<봉오동 전투> 원신연 감독, "독립군의 ‘어떻게’보다는 ‘왜’에 집중하고 싶었다"
-
알려진 대로 8월 14일 개봉하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감독 시즈노 고분)는 한국의 미디어캐슬, 일본의 데즈카 프로덕션, 중국의 베이징레졸루션 등 동아시아 3개국이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중에서 데즈카 프로덕션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블랙잭> <불새> 등 수많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내놓은 거장 데즈카 오사무 작가가 설립한, 전통의 애니메이션 명가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제작 진행을 맡고 있는 시미즈 요시히로 데즈카 프로덕션 대표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를 공동 제작하게 된 사연부터 데즈카 오사무 작가와의 개인적 일화까지, 그와 나눈 대화를 공개한다. 그는 “친구와의 우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 애니메이션은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미야니시 다쓰야 작가의 <고 녀석 맛나겠다> 시리즈 중에서 11권에 해당되는 <계속 계속 함께해>의 어떤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시미즈 요시히로 데즈카 프로덕션 대표, "현지 문화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
<앨리스 죽이기>는 북한 여행기를 공개한 재미 한인 성악가 신은미씨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2011년에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여행한 그는 이후 언론에 여행기를 연재하고, 각종 토크 행사를 진행하면서 종북주의자로 낙인찍힌다. 김상규 감독은 논란이 격화된 2014년의 상황을 좇아가면서, 신은미씨 부부가 5년간의 강제 출국 조치에 처하기까지의 맹렬한 시간을 기록한다. “기존에 미디어에 노출된 장면과 내가 찍은 현실의 모습을 대조해서 관객 스스로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무엇이 왜곡되었는지 찾아갈 수 있길 바랐다”는 그는 ‘종북과 좌빨’ 언급에 들불처럼 번져가는 사회적 분노를 비추며 한국의 병든 단면을 드러낸다. SNS 형태로 화면을 시각화하고 빠른 편집으로 팽팽하게 긴장감을 직조해나가는 노련한 화법이 돋보이는 <앨리스 죽이기>는 김상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해당 기사가 실린 <씨네21> 1218호 64면 중 김상규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신은미씨에
<앨리스 죽이기> 김상규 감독 - 우리 안의 혐오에 맞선 투쟁을 기록했다
-
꼬박 7년이 걸렸다.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사회 초년생 의주(임윤아)가 산악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갈고닦은 클라이밍 기술을 응용해 가스 테러 현장을 탈출하는 과정을 담은 재난액션영화 <엑시트>가 구상부터 극장에 걸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말이다. 2013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기획개발지원사업에 선정됐던 <결혼피로연>은 옛사랑의 결혼식장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두 남녀가 가스 테러 현장에 남겨진 이야기를 담은 저예산 소동극이었다.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 연출부를 거친 이상근 감독의 사수였던 류승완 감독의 제작사인 외유내강이 제작을 맡으면서 제작비 100억원대 상업영화로 판이 커졌다. 고민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엑시트>는 기존 재난영화의 공식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고유의 개성까지 더한 웰메이드 오락영화로 탄생했다. 이상근 감독은 “원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나 이른바 ‘고구마 캐릭터’ 같은 클리셰도
<엑시트> 이상근 감독 - 보여주고 싶은 것에 집중했다
-
건물 위로 차오르는 유독가스를 피해 칠순 잔치에 모인 일가친척이 옥상에 피신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라오긴 했는데 뉴스에선 구조 헬기가 부족하다고 겁을 준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영화 <엑시트>에서 모두가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에 옥상 문을 열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한 젊은이가 있다. 한때 산악 동아리의 에이스였던 용남(조정석)과 연회장 부점장인 의주(윤아) 캐릭터가 이끌고 나가는 이 영화에서 짧지만 막강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용남의 사촌동생 용수(유수빈)다. 직전까지 어딘가 소심하게만 보이던 이 남자는, 더이상 절박할 수 없는 표정과 몸짓으로 기어이 관객을 와락 웃기고 만다. 흥행궤도를 빠르게 달리고 있는 <엑시트>의 신스틸러, 유수빈을 만났다.
-<엑시트>가 무서운 속도로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주변 반응을 체감하고 있나.
=연락이 많이 온다. 내 얼굴이 스크린에 크게 나오니까 어머니가 특히 좋아하신다. 그런데 누가 뭐래도 가장 좋아하고
<엑시트> 유수빈 - 비장하고 절실한데, 웃긴 남자
-
드라마 <봄밤>의 유지호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준희와 같은 남자면 어쩌지. 이제는 ‘멜로’의 대명사가 된 정해인의 내공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한 기우였다. 둘은 너무도 다른 ‘남자’였고, 이번 봄은 지난해처럼 또다시 정해인표 멜로에 심각하게 빠졌었다. 이번에 정해인이 택한 캐릭터는 정지우 감독이 연출하는 <유열의 음악앨범>의 남자 현우다. 라디오의 호흡, 그 시대의 속도를 담은 인물. “현우는 지금까지 내가 한 캐릭터 중 누구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안 들 거다.” 정해인이 또 한명의,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을 남자로 다가온다.
-올해 1/4분기는 <봄밤>과 함께 보낸 것 같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후 <봄밤>까지 연달아 멜로계를 석권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웃음) <봄밤> 찍기 전에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유열의 음악앨범> 촬영을 했다. <밥 잘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 배우 정해인의 시간
-
<유열의 음악앨범>은 배우 김고은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상대 캐릭터와 나이 차이가 가장 적은, 그러니까 동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인물과 호흡을 맞추는 영화다. 캐릭터나 상대 배우와 물리적인 나이 차이가 있던 작품이 많다 보니 또래 배우 정해인과의 작업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 같다. “정말 그러네요. 뭐, 저는 좋아요”라며 고개 숙여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극중 현우(정해인)를 처음 만난 미수(김고은)처럼 느껴졌다. 1990년대에서부터 시작해 십수년간 이어져오면서 관객을 애태우게 만들 이번 영화의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제작보고회에서 눈물을 흘렸다. 정지우 감독이 데뷔 이후 배우 김고은의 변화에 대해,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에서 어느새 고민이 많은 어른이 됐다. 그 모습이 이번 영화에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다”라고 한 말을 듣고서였는데.
=정지우 감독님은 나를 데뷔시켜준 분이다. 다시 작품을 같이 하기 전에도 1년에 한번씩 꾸준히 뵀던 것
<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 - 잔잔한 호수처럼
-
마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열의 음악앨범>을 듣는 것처럼. 정지우 감독의 서정 멜로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122분의 러닝타임 동안 미수(김고은)의 사연 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1994년, 고등학생 현우(정해인)와 제과점에서 일하던 대학생 미수는 서로에 대한 호감은 있지만, 마치 먹구름처럼 그들을 가로막는 현실 앞에서 만났다 헤어졌다 하며,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않고 2000년대까지 긴 시간 동안 인연을 이어왔다. SNS와 페이스타임이 도착하기 훨씬 전, 우리의 몸이 아날로그 시대에 적응되어 있던 시절의 라디오 속도를 머금은 멜로.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신부(김고은)와 첫사랑 야구부 선배(정해인)로 만났던 김고은, 정해인이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다. 트레이드마크 같은 두 사람의 사랑스런 미소가 가득했던 현장을 화보로 전한다.
<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정해인 - 시처럼 영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