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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감독의 9년 만의 신작, <사냥의 시간>이 2월 26일 개봉한다. 그간 개봉도 안 한 영화의 감독을, 심지어 아직 완성도 안 끝낸 그를 스튜디오로 불러내 추궁하듯 인터뷰한 게 몇번이던가. <사냥의 시간> 제작보고회가 있던 1월31일은 개봉일을 공식적으로 확정지은 날이었고, 이날 저녁 늦게야 하루 종일 스케줄을 소화한 배우들이 <씨네21> 표지 화보를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다. 공개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고 이야기하자면, <사냥의 시간>은 막 출소한 준석(이제훈)이 친구들인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과 상수(박정민)와 함께 새 인생을 꿈꾸려다가 정체 모를 추격전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배경은 경제 붕괴의 여파로 빈부격차가 극심해진 대한민국이며, 이들은 터전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통로로서 위험한 범죄를 계획한다. 공개된 스틸컷과 시놉시스로 유추해보건대, <터미네이터>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이의 어
<사냥의 시간> 이제훈·안재홍·최우식·박정민·박해수 - 하얗게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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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4K UHD(Ultra High Definition) 화질의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국내 안방 TV와 모니터에 제공하고 있다. 최고 화질의 콘텐츠를 제작, 서비스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하는 작품은 물론, 다른 제작사들과 협업하는 대부분의 작품에 대해서 현존 최고의 영상기술을 지원한다. 넷플릭스 소속의 이미징 스페셜리스트들은 바로 이런 최고 화질의 콘텐츠 구현을 위한 일을 한다. 2019년 11월 20일, 캐럴 페인 넷플릭스 이미징 스페셜리스트가 한국의 시각특수효과(VFX)업체들과 함께 콘텐츠 제작 영상기술을 논의하기 위한 워크숍에 참석했다. <씨네21>도 이 자리에 참석해 4K 기술을 비롯한 HDR, 컬러 매니지먼트 등 넷플릭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적 이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캐럴 페인을 만나 이번 워크숍의 의미와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방향성 등에 대해 물었다.
-이미징 스페셜리스트라는 직책이 낯설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어떤
캐럴 페인 넷플릭스 이미징 스페셜리스트 - 기술이야말로 창작을 위한 최고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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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 스몰렛은 오디션을 통해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에서 블랙 카나리 역을 꿰찼다. 블랙 카나리는 위기에 처한 이웃집의 10대 소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스한 마음과 특별한 고음을 무기로 삼는 캐릭터. 코믹북을 기반으로 한 블록버스터영화는 처음이지만, 저니 스몰렛은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왔다. 10살 때는 <이브의 시선>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아역배우상을 수상했고,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잭>으로 스크린 데뷔를 하는 행운도 누렸다.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에서 저니 스몰렛을 만났다.
-블랙 카나리는 어떤 캐릭터인가.
=코믹북에 그려진 다이애나/블랙 카나리의 모습을 따르지만, 이번 영화에선 아직 자신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다. 로만(이완 맥그리거)의 클럽에서 노래하고 있으며, 무술 실력을 갖췄지만 악당을 처벌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과거 어머니와 관련한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저니 스몰렛 - 가장 튼튼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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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열이 연기한 박희철은 주상숙(라미란)의 그림자다.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어딜 가든 믿고 기댈 수 있는 보좌관이다. 보좌관이 국회의원을 보좌하듯이 김무열은 라미란의 말과 행동에 충실하게 ‘리액션’하는데 공을 들인다. 상대배우와 대등하게 서사를 이끌어갔던 전작(<인랑>(2018), <악인전>(2019))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화에서 이렇게 많이 웃는 역할은 처음 아닌가.
=그간 코미디영화 출연 제안이 안 들어온 건 아니다. 장르나 캐릭터를 따지기보다 시나리오가 재미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편인데 <정직한 후보>는 시나리오가 무척 재미있었다. 라미란 선배가 출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평소 배우 라미란을 지켜보면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에 자극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와 함께 연기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재미있었나.
=처음 읽었을 때 박희철의 분량은 지금보다 훨씬 적
<정직한 후보> 김무열 - 리액션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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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는 라미란 ‘원톱’ 영화다. 그가 맡은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은 서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인물이다. 전체 분량의 98%에 등장할 만큼 주상숙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 없다. 라미란은 “주인공으로서 거리를 두고 서사의 흐름을 지켜보기보다 서사 안에 있었다. 이 장면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고민하면서. 그러니까 숲을 본 게 아니라 숲에 들어가 나무를 보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언론배급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 때 유독 말을 아꼈는데.
=블라인드 시사에 이은 두 번째 관람이었는데 두번 봐서 그런지 약간 혼란스러웠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던 <걸캅스>와 달리 이 영화는 ‘웃겨보자’ 작정하고 뛰어든 작품인데 그날 내 눈높이가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것 같다. 배급 관계자들이 모인 상영관에서 보았는데 반응이 조용해서 ‘멘붕’이 왔다. (웃음)
-<정직한 후보>는 <걸캅스>가 끝난 뒤 고른 작품인데
<정직한 후보> 라미란 - 마음에 들어서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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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는 액션과 리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코미디영화다.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4선에 도전하는 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을 할 수 없게된다. 최고의 무기인 거짓말을 잃게 된 주상숙은 선거전에서 불리하게 되고, 그의 보좌관인 박희철(김무열)은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이 영화는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직업 특성상 라미란이 장군을 던지면 김무열이 멍군으로 응수하는데서 웃음이 발생하는 이야기다. 배우 라미란·김무열이 전하는 액션과 리액션의 비결을 들어보자.
<정직한 후보> 라미란·김무열 - 나 이 사람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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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다. 기자가 일러두기 전부터 <씨네21>에 게재된 프로듀서들 인터뷰 기사를 검색해서 읽고 준비할 것들을 체크했다는 말에서, 김진우 프로듀서가 일할 때 어떤 사람인지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날씨 관련 애플리케이션만 12개라고 했는데, 촬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세먼지·일출·일몰·바람·물때(간조와 만조 사이의 시차) 등을 따로 확인하기 위함이란다. 그와 <파괴된 사나이> <내부자들> <마약왕>을 내리 함께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 <남산의 부장들>은 내용상 한국과 프랑스, 미국 로케이션을 오갈 수밖에 없는 대작이다. 제작진은 파리 개선문과 워싱턴 기념탑, 링컨 메모리얼 파크까지 스크린에 담아내며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의 취지를 비주얼적으로 완성했다. 김진우 프로듀서는 까다로운 과제를 해낸 실무자다. 파리의 경우 홍상수 감독과도 작업한 적 있는 남윤석 프로듀서가 도움을 줬지만, 현지 프로덕션의 힘을
<남산의 부장들> 김진우 프로듀서 - 지금 느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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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맨’ 같은 통통한 양볼이 쏙 들어갔다. 체중이 무려 8kg이나 빠진 덕분이다. 지난해 정정훈 촬영감독은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루빈 플라이셔 감독의 영화 <좀비랜드: 더블탭>(2019)을 찍자마자, 다음날 영국 런던으로 날아가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신작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올해 개봉예정이다.-편집자)를 연달아 작업했다. 또 알폰소 고메즈 레존 감독과 <커런트 워>(2018)의 보충촬영과 색보정 작업을 마무리해 영화를 개봉시켰다. 지난 1년 내내 앞만 보고 달려온 그와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하며 그간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미국 현지시각으로 2월 9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2주 앞둔 까닭에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한 그로부터 <기생충>의 LA 현지 분위기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라스트 나이트 인 소호> 촬영이 끝난 뒤 어떻게 지냈나.
=오랜만에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
미국 아카데미 회원으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 참여한 정정훈 촬영감독, "<기생충>팀 만나 부럽고 자랑스럽다고 얘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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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총 9시간씩 이틀. 오는 2월 5일부터 6일, 8일부터 9일 두 차례 예정된 움직임연기 감독 프란체스카 제인스의 마스터클래스는 일정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프란체스카 제인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를 시작으로 <그래비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얼라이드> <블랙 위도우>까지 쟁쟁한 영화의 움직임연기, 안무 등을 연출한 전문가다. 그와 눈을 맞추고 몸을 움직이며 실전 레슨이 가능한 이 워크숍에는 배우, 감독, 드라마 연출가 등 영상 콘텐츠 분야에 몸담고 있는 수강생들이 대기 중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마스터클래스가 가능하도록 기획한 이는 뉴플러스오리지널 대표인 이정섭 감독이다. <리얼> <로맨틱 아일랜드> 각본을 쓰고 <사랑을 놓치다>를 각색한 그는 마스터클래스와 영화 제작 워크숍 진행을 통해 영화인들에게 경험과 기회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시아필
아시아필름랩 설립한 이정섭 뉴플러스오리지널 대표 - 오스카 수상자들과 함께 워크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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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바라본 예술가의 모습은 언제나 한층 더 내밀하고 세심하다. 거기엔 존경과 두려움, 동경과 콤플렉스, 예찬과 좌절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후기작 <진저와 프레드>(1986)에 조감독으로 함께했던 에우제니오 카푸초 감독이 이 어려운 작업에 뛰어들었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길>(1957), <카비리아의 밤>(1957), <달콤한 인생>(1960), <8과 1/2>(1963), <영혼의 줄리에타>(1965) 등을 만들며 1950~60년대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영화의 미학적, 정신적 차원을 확장한 기념비적 인물이다. 펠리니의 작품 중 비교적 덜 알려진 <진저와 프레드>는 펠리니의 오랜 동반자인 배우 줄리에타 마시나와 마르첼로 마스트로이안니의 조우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영화로, 당시 조감독으로 활동하며 펠리니로부터 영화 만들기의 무수한 비밀을 엿봤던 카푸초 감독
<네버 엔딩 펠리니> 에우제니오 카푸초 감독, "펠리니, 그는 내게 부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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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 중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고 억울하게 해고당한 이력이 있는 성혜(송지인)는 이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버틴다. <성혜의 나라>에서 28살의 가난한 청춘을 연기한 배우 송지인은, 그 나이라면 누구나 누려볼 만한 욕구와 치기를 빼앗긴 채 말라버린 성혜의 얼굴로 깊숙이 잠수했다. 발랄한 얼굴이지만 어딘가 수심이 묻어 있고, 한없이 앳돼보이다가도 세상을 이미 다 알아버린 사람 같은 표정을 짓는다. 흑백 화면 속의 강단 있는 이목구비가 미세한 표정에도 힘을 불어넣어 성혜의 얼굴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기도 하다. 20대 시절 성혜처럼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고, 배우 데뷔 후에는 무명생활을 거쳐 불투명한 미래가 주는 불안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송지인의 나라는 어떤 곳일까. 첫 스크린 주연작 개봉을 앞둔 배우를 만났다.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캐스팅 당시 어떤 상황이었나.
=매니저도 회사도 없지만 그저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굉장
<성혜의 나라> 송지인 - 불안한 청춘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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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홈초이스의 배급팀 ‘씨나몬’이 론칭 이후 맹렬히 활약 중이다. 전체 인원 5명의 소규모 팀을 이끄는 김현정 배급사업담당 국장은 “어떤 음식에 가미해도 독특한 맛과 향을 내는 계핏가루처럼, 투자·배급 사업에 독특한 취향과 색깔을 내고 싶다”고 말한다. 2015년부터 디지털 배급업에 뛰어들어 <아이 필 프리티>를 출발점으로 본격적인 극장 배급업을 시작한 씨나몬은 <베일리 어게인>이 약 9만4천명의 스코어를 달성하고 VOD에서도 높은 수익을 내면서 팀의 사기를 높였다. 김 국장은 영화를 선택할 때 “이 영화가 대중과 꼭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지를 중시한다. “요즘 관객이 무엇을 좋아할까, 라는 트렌드보다는 각각의 영화가 가진 가치와 의미, 장점에 집중한다”는 김 국장은 약 43만 관객을 동원한 <장난스런 키스>를 대표적으로 언급했다. “<봄날은 간다> <클래식>처럼 마음에 팍 박히는 정
김현정 홈초이스 배급사업담당 국장 - 시나몬 같은 영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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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라면 종을 막론하고 질색하던 국정원 요원 주태주(이성민)는 임무 도중 가벼운 뇌진탕을 겪은 후 살아 있는 온갖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한국을 방문한 판다(목소리 출연 유인나) 특사를 지키기 위해 군견 알리(목소리 출연 신하균)와 콤비플레이를 펼치는 그는, 여러 동물들의 아우성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딸에게 점점 더 좋은 아버지가 되어간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는 말하는 동물과 인간이 부대끼며 사건·사고를 탐험하는 가족 판타지 드라마다. 몇몇 사랑받는 북미 프랜차이즈들이 떠오르지만 한국에서는 그 계보를 찾기 힘든 장르인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감독의 이름 또한 의외라 더욱 흥미롭다. <또 하나의 약속>(2013), <재심>(2016) 등 굵직한 실화에 기반한 영화를 만들었던 김태윤 감독에게 그 변신의 과정을 물었다.
-<또 하나의 약속>으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태를, <재
<미스터 주: 사라진 VIP> 김태윤 감독 - 장르적 외연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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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뀐 첫달에 벌써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올해의 독립영화를 만났다고. 지난해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대상)과 영화평론가상,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을 수상한 <작은 빛> 이야기다. 조민재 감독의 자전적 요소를 반영한 영화는, 한 남자를 둘러싼 남루한 삶의 표면을 뚫고 들어가 그 안에 저마다의 오롯한 빛과 생명력이 있으리라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기술공인 주인공 진무(곽진무)는 뇌수술을 앞두고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는다. 남자는 그길로 캠코더를 들고 가족들을 찾아다닌다. 가족의 얼굴과 생활공간이 기록되고, 한때의 꿈과 추억이 구술되는 과정에서 이들 가족을 내내 괴롭히는 것은 죽은 아버지의 자취다. 끈끈히 대물림되는 가난과 가정폭력의 진실을 마주하는 동안, 놀랍게도 진무의 카메라는 고통에 질식한 기억을 소생시키고, 가족을 연결하고, 진무 자신이 삶과 화해하도록 이끈다. 카메라의 윤리와 자전성, 배우의 연기에 이르기까지 홀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며 데뷔작
<작은 빛> 조민재 감독 - 영화가 던진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