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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인 출신 아니랄까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시 흥덕구)이 건네준 명함 뒷면을 보다가 시구(詩句)가 눈에 들어왔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그가 낸 산문집 제목으로, 세상 모든 꽃이 그렇듯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꽃이 가진 향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 의원은 얼마 전 22개월간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직에서 내려와 국회에 복귀했다. 문체부 장관 시절은 그에게 온갖 난관의 연속이었다. 그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이하 진상조사위)를 꾸려 박근혜 정권 시절 자행된 블랙리스트 사건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백서 열권에 담아냈고, 우려도 컸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후 차례로 열린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다졌다. 장관 시절 늘 굳은 얼굴이었는데 오랜만에 국회에서 보니 미소가 활짝 피어 있었다.
-장관 시절 늘 검은색 머리카락을 보다가 갈색 머리카락은 좀 낯설다. (웃음)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설명하고 그게 부족하다면 더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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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씨네21>과 밴드경연대회 ‘2018 라이징스타를 찾아라’를 함께하며, 최종 우승을 거머쥔 밴드 ‘바투’와 더불어 ‘헤이맨’과 ‘오드’를 각각 2, 3위로 배출한 화성시가 올해도 여러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화성시(華城市)는 동북쪽으로 수원시, 동쪽으로 용인시, 남쪽으로는 오산시와 평택시, 북쪽으로는 안산시와 접하고 서북쪽으로 시화호를 사이에 두고 시흥시와 접하고 서쪽으로는 바다인 경기만도 있는 경기도 서남부의 도농복합시다. 경기도 지역 중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하며 활발한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화성시가 6월 1일부터 열리는 밀크업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정조 효문화제, 공룡알 화석지 개발 등을 준비하며 화려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서철모 화성시장을 만나 보다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건네준 명함 이미지가 독특하다.
=일단 내 사진을 명함에 박는 게 너무 이상하고(웃음), 명함만으로 화성시를 알릴 수 있게끔 심플하게 전달할 것만 전달하고자 생각했다. 지난 2009년
서철모 화성시장 - 문화 축제의 중심지로의 도약을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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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이 당도한 사회에서 발버둥치는 젊은 영화인들을 그린 <그들이 죽었다>(2014), 낯선 타국에서 음악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직장인이 나오는 <대관람차>(2018) 등 청춘영화를 만들어온 백재호 감독이 첫 번째 다큐멘터리에서 의외의 대상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극장가를 찾는 <시민 노무현>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퇴임 이후 귀향을 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생활을 충실히 담은 영화다. 이 시기에 찍힌 200시간 이상의 기록 영상을 꼼꼼히 솎아낸 영화는 작품 전체를 노 전 대통령의 발자취로 가득 채웠고, 여기에 오늘날 봉하마을의 모습을 포개두면서 현재진행형의 가치를 질문한다. 특히 백재호 감독은 화창한 풍경 숏, 부드럽고 산뜻한 음악, 가벼운 폰트 등을 통해 작품을 밝고 따뜻한 색채로 꾸렸다. 기존의 정치인 다큐멘터리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스타일임은 물론이고, 45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새롭게 ‘진보의
<시민 노무현> 백재호 감독 -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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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은 ‘말의 영화’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집과 카페, 펍과 호텔, 회사와 포럼장 등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지식인들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면 대 면의 만남이 사라지고 모두가 디지털 기기를 들여다보는 시대,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세계의 가장 유서 깊은 문화인 책과 출판업에 대한 토론의 영화를 만든 것이다. 발표하는 작품을 통해 세계의 풍경 속에서 변화하는 삶과 인간관계의 양상을 면밀하게 포착해온 아사야스는 <논-픽션>을 통해 문화와 언어는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영화의 역할이라 믿으며. 최근 차기작 <와스프 네트워크>의 촬영을 마치고 파리에서 후반작업 중인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에게 서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퍼스널 쇼퍼>(2016)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내게 현대 세계는, 팽창하는 물질주의와 그것을 해독(解毒)하려는
<논-픽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 나는 사회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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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몸놀림은 거구의 마동석조차 긴장하게 한다. <악인전>에서 김성규가 연기한 K는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이 미친 듯이 잡으려고 하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다. 영화에서 김성규는 꿈에 나올까 무서울 만큼 징글징글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범죄도시>에서 장첸 일당 중 한명인 양태를 연기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비밀이 많은 남자 영신을 맡은 그다. 김성규는 “K는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내가 고민했던 지점을 감독님께서 잘 담아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나쁜 놈을 맡았는데. (웃음)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장동수, 정태석, K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세 남자가 달려가는 구조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동시에 K가 동수, 태석으로부터 쫓기는 한편, 연쇄살인마의 전형적인 모습이 연상돼 표현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작인 <범죄도시>
<악인전> 김성규 - ‘또 악역이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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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배역을 연기한 것, 포스터에 이름이 올라간 것, 화보를 촬영한 것 모두 다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겸손과 달리, 배우 장혜진은 베테랑이다. 연극무대와 여러 영화의 조·단역을 거쳐 최근 <우리들>(2015), <어른도감>(2017)과 같은 일련의 한국 독립영화에서 중년의 초상을 견고하고 생활감 넘치게 그려낸 그녀다. 올해 세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에서 장혜진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이, 그리고 멀리 뛰어올랐다. 가난한 가장 기택(송강호)의 부인인 충숙(장혜진)은 해머던지기 선수였던 이력과는 한참 동떨어진 뜨개질과 피자 박스 납품을 통해 가족의 최소 생계를 유지 중이다. 적어도 끼니는 굶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아득바득 소일거리를 찾아나서는 여자, 충숙은 전원 백수 가족의 마지막 안전핀 같은 존재다.
-<기생충>의 1, 2차 예고편 모두 충숙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핸드폰도 다 끊기고… 와이파이도
<기생충> 장혜진 - 산뜻한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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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한 날 아침, 홍경표 촬영감독을 잠에서 깨워 박소담이 연기한 기정이 어떤 인물인지 대뜸 물었다. 보안 서약이 떠올랐는지 홍 촬영감독은 “기정은… 송강호 딸이야”라고 말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송강호와 나란히 서서 표지를 촬영하는 박소담을 보니 송강호와 어딘가 닮아 보이기도 하고, 안 닮아 보이기도 하고. 이 얘기를 들은 박소담은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족인데요, 뭘”이라고 활짝 웃었다. 기정은 기택(송강호)과 충숙(장혜진) 부부의 딸이자 기우(최우식)의 동생이다.
-봉준호 감독에게 박소담 배우가 최우식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송강호 선배, (최)우식 오빠가 출연하기로 결정됐을 때 감독님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극중 오빠(최우식)를 만날 계획이니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와달라고 하셨다. 감독님을 뵙자마자 감독님이 나와 우식 오빠 둘이 나란히 붙어보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으셨다. 얼마 전 감독님이 사진을 보내주면서
<기생충> 박소담 - 퍼즐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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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은 <기생충> 제작발표회에서 <부산행>(2016)과 <옥자>(2017)보다 역할이 커졌다는 말을 하려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기생충>에서 큰 역할을 맡아 긴장이 된다”고 했다. 덕분에 행사 내내 선배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에게 “<기생충>은 우리 중 최우식 분량이 가장 많은 영화”라며 애정 섞인 놀림을 받았다. 네티즌의 열렬한 호감을 얻은 그의 ‘동공이 흔들리고 목에 땀이 흐르는’ 모습은 같은 날 오후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행여나 말실수를 할까 걱정된다며 수시로 영화 관계자들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이제부터 편안하게 얘기하겠다”는 그는 데뷔 9년차 배우 같지 않다. 정제된 화려함보다 친근한 매력으로 호감을 얻은 그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품고 있다. 유연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기묘한 측은지심을 자아낸다”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대사가 많
<기생충> 최우식, “영화 보면 놀라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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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걸>(2014)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배우 조여정이 <기생충>에서 맡은 연교라는 캐릭터는 순수해서 남편을 잘 믿고 또 그에 발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물이다. 아이를 향한 맹목적인 교육열을 불태우는 여느 평범한 엄마의 마음을 지닌,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잘나가는 기업 CEO의 교양 넘치는 아내. 물론 이 정도 정보만으로는 그녀가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현재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그녀에게 분명히 달라도 뭔가 확연히 다를 거라 예측되는 이번 역할의 분위기를 캐물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어땠는지 궁금하다.
=시나리오가 정식으로 나오기 직전에 감독님과 가볍게 미팅을 했다. 만나자마자 “두 아이의 엄마인데 괜찮겠냐”고 물으시기에 정말 그걸 물어보려고 만나자고 한 거냐고 내가 오히려 반문했다. “저야 당연히 아무 상관이 없죠. 실제로 제 또래 사람들이 학부모인데”라고 답했다
<기생충> 조여정 - 완전한 충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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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봉준호 감독과 첫 촬영, 칸국제영화제 초청까지 이어지면서 <기생충>은 베테랑 배우 이선균에게도 낯설고 새로운 긴장을 많이 선사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월드 안에서 보자면 이선균은 기존에 없던 카드다. 봉준호 감독이 찍으며 즐거웠다고 말한, 고급 세단 안의 이선균의 옆모습, 세련된 신흥 재벌 박 사장의 모습은 봉준호 감독에게도 사뭇 새로운 묘사다. “<살인의 추억>(2003)을 좋아했다”는 이선균은 “심플한데 먹먹하고 기괴함이 담긴 놀라운 시나리오, 마치 찰리 채플린의 표정 같은 희비극”이라고 <기생충>을 설명한다.
-아직까지 봉준호 감독과 작업한 적 없다는 게 오히려 의외라고 해야 할까.
=봉 감독님은 했던 분들과 주로 하셔서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접어왔다. 캐스팅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그때도 큰 기대는 안 했었다. 여러 배우 중 한명으로 물망에 오른 거겠지, 애써 태연한 척했는데도 심장은 두근거
<기생충> 이선균 - 좁디좁은 인간 연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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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의 두만이 시대의 공기를 담는다면, <기생충>의 기택은 이 시대의 환경을 담는다.” 인터뷰 내내 송강호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어떤 조건, 그것이 환경이라면 <기생충>은 부자를 부자로 만들고, 빈자를 빈자일 수밖에 없게 하는 한국 사회 속 서로의 욕망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동선을 이야기하는 영화로 짐작된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가족 전체가 백수인 집안의 가장 기택을 연기한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환경에든 적응할 수 있는 “연체동물”의 유연함을 배운 기택은 봉준호 감독이 생각하는 ‘지금, 여기’의 환경을 표상하는 인물일 것이다. 동시대의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으로 돌아온 송강호를 만났다.
-<기생충>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살인의 추억>(2003)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나 구성이 비슷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전혀 다
<기생충> 송강호 - 연체동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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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개봉 5월 30일)이 현재 열리고 있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5월 21일(현지시각) 첫 공개를 앞두고 있다. 현재 <기생충>은 알려진 줄거리를 제외하면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다. 네 식구 모두 백수라 생계가 막막한 기택(송강호) 가족과 역시 똑같은 가족 구성인 신흥 재벌 박 사장(이선균) 가족,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두 가족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박 사장 집에 과외하러 갔다가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4월 22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여섯 배우를 한자리에 모았다. 다음장부터 이들의 흥미진진한 봉준호 월드의 작업기가 펼쳐진다.
<기생충>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 - 어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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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는 한때 전설의 형사였지만 지금은 민원실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박미영(라미란), 그를 보고 형사의 꿈을 키운 시누이 조지혜(이성경)가 마약 및 불법 촬영, 성폭행 피해자를 돕기 위해 연대하는 이야기다. 평범한 건달 정도야 미영 혼자서도 가뿐히 물리칠 수 있지만, 노남석 무술감독은 “같은 나이, 같은 체형의 남녀를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남자쪽이 힘이 더 세다”며 두 사람의 협공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미영이 몸을 사리지 않고 상대를 넘어뜨리고 태클을 거는 식의 근성을 보여준다면, 조지혜는 주먹 지르기나 발차기 위주로 세련된 액션을 선보이며” 서로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한편 박미영은 레슬링 선수 출신이다. “레슬링 기술은 단순 타격으로는 반격할 수 없는 힘의 차이를 극복시킬 수 있다.” 그렇게 <걸캅스>의 액션은 여성들이 힘을 합쳐 여성 피해자를 구하는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허명행 무술감독과 함께 <걸캅스>의 액션을 구성한 노남
<걸캅스> 노남석 무술감독 -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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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배심원들>은 변호사와 검사가 비장의 증거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이야기가 아니다. 임용된 지 18년 동안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강단 있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김준겸 재판장이 맡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배심원 8명이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법 하면 딱딱하고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지만 이 영화는 때로는 경쾌하고, 또 때로는 피의자의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울컥한다. 홍승완 감독은 인터뷰 내내 “새로운 법정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의 어떤 점에 흥미를 느꼈나.
=배심제가 도입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재판에 참여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명이 등장해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국민참여재판 또한 그런 상황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아 취재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만난 판사님들이 해주신 자문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도입됐을 때
<배심원들> 홍승완 감독 - 새로운 법정영화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