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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에서 늘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던 경비원이 스토커로 돌변한다면? 김성기 감독의 <왓칭>은 폐쇄된 지하 주차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여자와 CCTV를 통해 그의 행방을 쫓는 살인마 스토커의 대결을 다룬 영화다. 상대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며, 별다른 액션 없이 쫓기는 자의 숨통을 조이는 스토커로 분한 이는 영화 <협상>과 <뺑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신인배우 이학주다. 그는 <검은 사제들>의 모티브가 된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의 보조사제 역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선한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복합적인 매력의 이학주를 만났다.
-스릴러 장르로서 <왓칭>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지하 주차장에 CCTV를 설치하는 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나를 지켜줄 거라 생각했던 존재가 오히려 나를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영화의 역발상적
<왓칭> 이학주 - 선하고도 날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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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작가와의 인터뷰는 4월 16일에 있었다. 단편소설 중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에 대한 말을 꺼냈을 때의 일이다. 프러포즈를 위한 글을 청탁받은 팬을 위해 쓴 소설인데, 서간체 소설로, 성간비행을 통해 4년 정도면 만나 결혼할 수 있으리라던 두 사람이 어긋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 소설을 읽고 대성통곡했다고 말하자 김보영 작가는, 정작 글을 청탁한 분들께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에 쓴 소설이었다. 그때는 세월호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창작이 불가능했다.” SF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실을 보여주는 작업을, 김보영 작가는 2004년 데뷔 이래 꾸준히 해왔다. 소설 <저 이승의 선지자>, 논픽션 <SF는 인류종말에 반대합니다>에 연이어 소설 <천국보다 성스러운>을 발표한 김보영 작가를 만났다.
-<천국보다 성스러운>의 시작은 ‘절대자가 차별주의자라면’이라는 생각이다.
<천국보다 성스러운> 소설가 김보영 - 가장 훌륭한 SF 작품은 진정한 반역을 꿈꿀 수 있는 여자들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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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치매에 걸린 부부가 서로를 돌보는 애틋한 과정을 담은 이창근 감독의 데뷔작 <로망>은 이 따뜻한 러브 스토리의 힘을 믿은 제작자와 프로듀서의 신념이 더욱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신영일 프로듀서는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고 호흡할 수 있는 힘은 살아 있는 캐릭터에서 나온다”라고 운을 뗐다. 신 프로듀서가 현장에서 제작실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조명감독으로 인연을 맺은 유재규 제이지픽처스 대표가 <로망>의 시나리오를 처음 건넸을 때 반려한 것도 “치매와 중풍을 앓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아직은 너무 버겁게 다가온” 까닭이었다. 이후 그는 곽경택 감독의 <사주>를 준비하다 제작이 지연되고, 같은 사무실의 옆방을 쓰던 김태균 감독과 친분을 맺으면서 자연스레 <암수살인>의 프로듀서로 낙점됐다. 그렇게 2~3년 지나 다시 읽어본 <로망> 시나리오는 개인적인 슬픔에서 한발 물러나 영화적으로 다가왔다. 적은 예산으로 완성해야 하는
<로망> 신영일 프로듀서 - 사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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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문사에 온 게 거의 10년 만인 것 같다. 예전엔 신문사 돌면서 ‘안녕하세요, 소녀시대입니다~!’ 인사하고 다녔는데. (웃음)” 신문사 내부에 위치한 <씨네21> 스튜디오에 들어선 최수영은 잠시 옛 추억을 떠올렸다. 소녀시대로 활동하던 시간은 자신의 이름보다 소녀시대라는 팀 이름이 언제나 앞서던 시간이었다. 앨범을 내면 그건 ‘소녀시대의 앨범’이었고, 콘서트를 하면 ‘소녀시대의 콘서트’였고, 상을 받아도 ‘소녀시대의 수상’이었으니까. 그래서 ‘수영의 첫 주연 영화’라는 이름으로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소개되는 게 배우 최수영에겐 퍽 낯설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각색한 최현영 감독의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일본에서 일하는 남자친구와 연락이 잘 닿지 않자 그를 만나러 일본 나고야로 향하는 유미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다. 최수영은 유미와 비슷한 성장통을 겪은 한 여성으로서 또래의 보편적 얼굴을 차분히 그려낸다. 배우 최수영으로 새로
<막다른 골목의 추억> 배우 최수영 - 성장통을 겪으며 새로운 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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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에는 별 대사 없이도 관객이 크게 웃기 시작하는 장면이 있는데(4월 1일 언론배급시사회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그랬다.-편집자), 바로 미희(김소진)가 입원한 병원에서 마주치는 염혜란과 정이랑이 연기하는 모녀의 존재 자체다. 예상치 못한 닮은꼴 배우를 붙여놓은 김윤석 감독의 아이디어와 오지랖 넓은 캐릭터를 불편하지 않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에 웃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이중 <SNL 코리아>에서 주로 얼굴을 알린 정이랑의 호연은 그동안 그가 해온 코미디 연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원체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개그맨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도 “무대 위와 아래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그는 앞으로 보여줄 얼굴이 훨씬 많은, 베테랑 신인배우다.
-염혜란 배우와 닮았다는 이유로 김윤석 감독이 직접 찾았다고 들었다.
=평상시에 염혜란 선배님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역시 (김윤석) 선배님 눈썰미가 대단하다.
<미성년> 정이랑 - 반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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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은 박형식의 첫 상업영화다. 드라마와 뮤지컬에는 꽤 출연했지만 영화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와 중편영화에 출연한 게 전부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하면서 뮤지컬,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형식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곧잘 살렸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 덕이다. <배심원들>에서 박형식이 맡은 8번 배심원 권남우도 배심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 유죄냐 무죄냐,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다. 남우를 닮은 박형식, 박형식을 닮은 남우를 통해, 이제 영화계가 박형식이란 보석을 캐낼 때가 된 것 같다.
-<슈츠> <힘쎈여자 도봉순> <화랑> 등 TV드라마에서 주연급 역할을 맡았던데 비해 영화 경험은 거의 없다. <배심원들>이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심원들’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문소리 선배님
<배심원들> 박형식 - 청년 박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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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김준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인 법원에 속한 판사다. 임용된 지 18년 동안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강단 있다. 사법부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첫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 재판장으로 그를 내세운 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다. 무난하게 진행될 거라고 믿었던 재판에서 김준겸은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인 배심원 8명을 상대하며 판사로서 관성에서 벗어나 조금씩 변화한다. 문소리는 김준겸 판사에 대해 하는 일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고, 쉽게 겁먹지 않는 태도는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 법복을 입은 건 처음인데.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시나리오를 일찍 받았다. 먼저 캐스팅이 되고도 투자사가 한번 바뀌고 다른 캐스팅을 기다리느라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지금과 달리 이런 여성 캐릭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컸던 때다.
<배심원들> 문소리 - 부장님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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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 모든 배우들이 함께 재판 리허설을 하면서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풍경이 연극 같았다.” 문소리의 말대로 촬영현장에서 함께하는 순간들이 많아서일까. 표지 촬영을 하는 배우 문소리와 박형식을 응원하기 위해 <배심원들>을 연출한 홍승완 감독, 영화를 제작한 김무령 반짝반짝 영화사 대표 등 영화를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걸 보고 팀워크가 보통 끈끈한 게 아니다 싶었다. 표지 촬영 전날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이미 만났는데도 말이다. 5월 16일 개봉하는 영화 <배심원들>은 첫 국민참여재판을 스크린에 불러들인 이야기다. 문소리는 첫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총대를 멘 김준겸 재판장을, 박형식은 어느 날 갑자기 배심원단에 선정돼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청년 창업가 권남우를 맡았다. 다음장부터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문소리, 박형식 두 배우의 국민참여재판 참여기가 펼쳐진다.
<배심원들> 문소리·박형식 - 신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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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되 나서지 않는다. <미성년>의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가로지르지 않는다. 각기 다른 성장통을 겪는 인물들을 따스하게 감싸안는다. 박성도 음악감독이 촬영 전부터 믹싱이 끝날 때까지 김윤석 감독과 생각을 긴밀하게 나누며 작업한 결과다. 두 사람은 <쎄시봉>(2014)에서 만나 함께했다. “그때는 배우들이 연주하는 장면이 있어 기타 연습을 도왔다. 감독님이 먼저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미성년>에서 그가 내놓은 음악은 총 17곡이다. 오래전부터 연주해온 기타를 포함해 피아노, 스트링 등을 활용한 곡들이다. 많은 곡이 쓰였음에도 티가 잘 나지 않는 건 음악이 이야기에 녹아든 덕분이다. “촬영 중반부까지 감독님이 ‘음악이 어떠해야 한다’는 식으로 제약을 두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가 촬영 후반부에 이르러 ‘배우가 연기를 잘하고 있으니 음악이 인물의 감정보다 먼저 나서면 안 된다’고 방향을 잡아주셨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든 곡이
<미성년> 박성도 음악감독 - 감독과의 대화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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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과 대화하는 건 재밌다. 그가 달변가여서가 아니라 솔직하기 때문이다.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아닌 건 아니다, 생각과 느낌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말한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솔직함이 무례함이라면, 전도연은 무례하지 않게 솔직하게 말하기의 대가다(때론 뼈아픈 훅을 날리기도 하지만). <생일>의 이종언 감독은 그걸 두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진심이 아닌 게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때로 배우들은 능수능란하게 포장의 기술을 발휘하곤 한다. 가령 “상대배우와의 작업은 어땠어요?” 같은 그 흔한 인터뷰 질문 앞에서. 신인일수록 여성일수록 이해와 인내와 포장술이 장려된다. 솔직하게 말하려면 눈치 보지 않을 힘이 필요한데 전도연은 드물게 그 힘을 가진 배우다.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자존감은 전도연의 또 다른 무기다. 그 힘의 원천은 연기이며, 그 힘을 갖기까지 누가 뭐래도 ‘열심히’ 연기했다. 감독은 감독의 본분을 다하고 배우는 배우의 본분을 다해서 좋
<생일> 배우 전도연, "작품으로 감독과 소통하면 된다 그러면 존중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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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답답하다며 친구들과 사고나 치는 철없는 기강(손호준)이지만 어머니 순옥(김해숙)에게는 금쪽같은 내 새끼다. ‘크게 될 거’라며 가출한 후 범죄자가 된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의 이야기인 <크게 될 놈>은 강우석 감독 연출부 출신으로 <도마뱀>(2006)을 만든 강지은 감독의 복귀작이다. “진부하고 올드해 보일지라도 이야기의 진심을 믿었다”고 말하는 강지은 감독을 만났다.
-<도마뱀> 이후 13년 만의 영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도마뱀> 이후엔 강우석 감독님 영화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다. <강철중: 공공의 적1-1>(2008) 이후엔 고향 부산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웃음) 다시 영화 현장에 참여한 작품이 <고산자, 대동여지도>(2016)인데, 그 영화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개봉 때 우연히 만난 박준석 대표에게 <크게 될 놈&g
<크게 될 놈> 강지은 감독 - 우직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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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아는 독특하면서도 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1기 출신으로 2기인 안재홍, 배유람 등과 함께 실습 현장을 주도했고, 지금까지 찍은 단편의 수는 “어느새 세는 걸 포기했을” 정도로 많다. 성우처럼 깊고 또렷한 목소리 덕분에 <발광하는 현대사>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등의 애니메이션 더빙에서도 두각을 드러냈고, 최근 <소공녀>에서는 링거 맞는 회사원 친구 문영 역을 예리하게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그런 그에게 첫 장편영화 주연작인 <한강에게>는 “한때 흘렀고, 지금은 잘 흘려보내고 있는 시절”에 관한 작품이다. 오랜 기간 시를 써왔던 국문학도 출신의 박근영 감독이 배우 강진아를 시인 강진아로 변신시켰다. 전과 달리 시가 써지지 않아 괴로워하는 시인 진아(강진아)는 사실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을 향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시달리고 있다. 찬란했던 기억이 불쑥불쑥 틈입하며 진아의 일상을 뒤흔드는 가운데, 한강은 여전히 제
<한강에게> 강진아 - 당신이 잘 아는 누군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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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윤석’보다 ‘감독 김윤석’과의 작업이 더 좋았다. (웃음)” <미성년> 스탭의 농담 섞인 증언을 접했다. 30년간 배우의 내공으로, 현장에서도 자신의 배역뿐 아니라 영화 전체의 판을 읽고 감독들과 교류해온 까닭에 ‘현장의 감독’으로 수식되어온 배우 김윤석. 처음 현장의 메가폰을 잡은 그는 컷 하나하나에, 배우, 스탭 등 현장에 있는 사람 하나하나를 모두 돌아보는 세심한 연출자였다. 그렇게 한국영화계가 다채로운 재능을 지닌 신인감독 하나를 새로이 얻었다.
-기술 시사까지 끝냈으니 한시름 놨겠다. 영화의 완성까지 불면으로 지새운 날이 많았겠다. (웃음)
=현장을 온전히 안고 가야 하니 준비가 안 되면 잠이 안 오더라. 머릿속에 계속 컷 연결할 것만 생각나고. 그런데 그게 고통스럽지 않고 재밌었다. 끝까지 고치고 또 고치니 편집감독님이 혀를 내두르시더라. 나홍진 감독 이래로 처음이라고 하시더라. (웃음)
-‘연출’을 하게 되면서 발견한 특성인가.
=연극할
<미성년> 김윤석 - 연기를 아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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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얼굴, 4차까지 이어진 500 대 2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해 데뷔할 기회를 얻은 모델 출신 배우. <미성년>에서 반항기 넘치는 태도 아래 외롭고 여린 마음을 숨겨둔 소녀 윤아를 연기한 박세진의 존재감을 묘사하기에 앞선 수식어들은 사뭇 기계적으로 느껴진다. 부모간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18살 윤아와 주리(김혜준)가 학교 옥상에서 얄궂게 서로의 마음을 할퀼 때, 다짜고짜 주리에게 입을 맞추고 “너 같으면 이게 없었던 일이 되겠냐?”라고 고함치는 윤아의 시원한 기백이야말로 박세진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여러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프로필 사진 속 박세진은 모델답게 또래보다 부쩍 세련되고 다듬어진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실제로 기자가 만난 그녀는 꾸밈없이 솔직한 기운이 생생한 사람이었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오랜 고민 끝에 다져진 구체적인 생각이 막힘없이 쏟아져 나왔다. 표지 촬영현장을 전하는 <씨네21>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김윤석 감독은 박세진을 “
<미성년> 박세진 - 처음이지만, 질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