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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많은 소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였으며,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사이비 종교를 취재하는 열혈기자 홍소린으로, tvN <라이브>에선 정유미 배우의 친구로 등장해 눈도장을 찍었다. 고원희는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수염까지 붙인 취준생 강서진의 코믹 연기로, KBS2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화려함과 평범함을 오가는 디자이너 윤상아 역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사이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가 개봉했다.
<죄 많은 소녀>는 친구 경민(전소니)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책임 추궁을 따라가는 영화다. 10대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민의 죽음은 그 아이 하나의 희생으로 끝날까. 전여빈과 고원희는 <죄 많은 소녀>가 던지는 ‘듣기
<죄 많은 소녀> 전여빈·고원희 - 10대, 여성,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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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20여년 이상 책을 판매하며 지역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온 노원문고가 문화플랫폼 ‘더숲’을 열고 영화상영업을 시작한 것이 지난 2016년 12월의 일이다. 최휘병 프로그래머는 상영관 공사가 끝난 직후 투입돼 지금껏 “프로그래밍과 예매, 영화관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하며 신생 소규모 영화관의 성장통을 함께해왔다. 최휘병 프로그래머는 “예술영화를 적극적으로 욕망하기보다는 우연히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더 많은 동네”라고 토양을 파악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치중한 예술영화 시장은 지양하고, 킬링타임용으로 영화를 보던 관객도 영화가 끝나고 새로운 생각을 이어나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숲’의 목표다. 물론 “씨네큐브 등 더이상 타 지역으로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해주시는 시네필”의 지원도 든든하다. “정가영 감독(<너와 극장에서> <밤치기>)이 <씨네21>과의 인터뷰 중 더숲을 이용한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는데, &l
최휘병 더숲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 노원구 유일의 예술영화관을 운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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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는 인터뷰를 사양했다. 제작자로서 <공작>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윤종빈 감독과 국수란 PD에게 한 유일한 주문은 촬영 전 대본과 예산을 각각 조금만 줄여달라고 읍소한 것뿐이라고 했다. 자신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그의 말과 달리 윤 감독과 국 PD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존재가 얼마나 든든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거친 외모와 달리 영화를 포함한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고 사리사욕이 타 제작자들에 비해 없는 편이다. 영화 제작자가 대부분 관심받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한 반면 한 사장은 자신보다 감독과 배우를 돋보이게 한다.”(윤종빈 감독)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누구보다 꼼꼼하고 세심하다. 촬영에 들어가면 관여를 일절 하지 않는다.”(국수란 PD) <공작>이 200만 관객(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돌파한 개봉 2주차인 지난 8월 13일, 오랜만에 한재덕 대표는 개봉 첫주라는 큰 고비 하나를 무사히 넘겨서인지
<공작>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 "영화사의 고전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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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가담자가, 자신의 얼굴을 모르는 피해자와 사랑에 빠졌다. <루나>의 설정은 이토록 센세이셔널하지만 영화는 폭력적인 시선을 배제함으로써 관객이 이 문제를 찬찬히 숙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영화를 연출한 엘자 디링거 감독을 만났다.
“참 집요한 것 같다.” 지난 8월 9일 <루나> 개봉에 앞서 한국 관객과 토크 시간을 가진 한 엘자 디링거 감독은 쏟아지는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을 이어나갔다. 폭행에 가담한 가해자가 그 피해자를 사랑하게 되는 문제적 설정. 죄의식을 가진 가해자는, 또 그 피해자는, 이 사랑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루나>는 질문을 만들어내는 영화고, 엘자 디링거 감독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시선으로 그들의 선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16살 소녀 루나(레티샤 클레망)는 불량한 남자친구와 어울려 임신하고 낙태를 앞둔 상황. 자신이 학대받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걸 사랑이라 착각하던 소녀는, 어느 날 남자친구의 폭행에 가담한
<루나> 엘자 디링거 감독 - 진창 속에서도 사랑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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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맞아요?” 14살 경언(이재인)은, 함께 사기를 치자는 삼촌 재민(엄태구)을 향해 쏘아붙인다. <어른도감>은 아빠의 죽음을 맞은 소녀 경언에게 그동안 연락이 없던 수상한 삼촌 재민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코믹 드라마다. 재민은 경언에게 남겨진 보험금 8천만원을 챙겼고, 그 돈을 갚는다는 빌미로 동네 약사를 ‘등쳐먹을’ 계획에 조카를 끌어들인다. 의심의 눈초리로 시작된 관계가 시간이 지나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기까지, 영화는 서두르지 않고 둘의 호흡을 따라 전진해 나간다. 코믹, 멜로, 버디무비까지. 지금 극장에서 가장 찾기 힘든 장르들의 결합. 김인선 감독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다시 찾게 되는 건강한 드라마를 완성해낸다. 멀리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부터 <어바웃 어 보이>(2002)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드라마들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게 만드는 <어른도감>의 매력을 들어보았다.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수
<어른도감> 김인선 감독 - 소녀의 버디무비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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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는 그 자체가 행복했다. 평화운동을 몸소 실천하는 할머니들과 한 공간에서 같이 밥을 먹고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소성리에 갔지만 결국 내가 그들에게 힘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했다.” 소성리에서 보낸 3개월 동안 아름다웠던 기억을 묻자 박배일 감독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이다. <밀양전>(2013), <밀양 아리랑>(2015)을 통해 밀양 송전탑 투쟁에 앞장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전했던 박배일 감독이 2017년 여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기지로 선정된 경상북도 성주군 소성리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다. 밀양과 소성리 작업을 거치며, 미디어 활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박배일 감독을 만났다. 고향인 부산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는 박배일 감독은 인터뷰를 위해 서울까지 먼 걸음을 했다.
-영화를 본 소성리 할머니들의 첫 반응은 어땠나.
=우리는 영화를 영화로 보
<소성리> 박배일 감독 -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들의 삶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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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는 삼촌과 너무 일찍 커버린 조카. 아빠의 죽음으로 한집에 살게 된 둘의 불안한 나날들. <어른도감>은 겉은 ‘웃기지만’ 속은 한없이 외로운 두 사람의 버디무비다. 첫 주연작. 이제 막 아역을 벗어던진 배우 이재인은 삼촌 역의 엄태구와 밀리지 않는 호흡으로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촬영했는데, 이제 중학교 2학년. 영화에서보다 부쩍 키가 자란 이재인을 만났다.
“아역이나 누구 딸 역할은 하기 싫다고 하더라.” <어른도감>의 김인선 감독은 이재인 배우와의 첫 만남에서, ‘배우 이재인’의 강단을 보았다고 한다. “아역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인데, 단독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 <어른도감>에 욕심이 났다”는 배우 이재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정심(손숙)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에서는 배두나의 아역으로 출연하는 등 출연작이 여럿이지만 극을 오롯이 이끌어나
<어른도감> 이재인 - 누구의 딸도 아닌, 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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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은 호감 가는 인터뷰이다. 준비한 듯한 대답으로 자기 포장을 하지 않아 신선한데, 오히려 곱씹을 만한 발언이 튀어나온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소년 같은 성정으로 대화 상대를 기분 좋게도 한다. <너의 결혼식> 역시 배우로서의 그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 변곡점 같은 영화다. 총 50회차 중 무려 49회차를 촬영하며 작품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힘을 보여준 그와의 만남을 전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서른 즈음까지의 시간을 담은 <너의 결혼식>은 결국 우연의 성장영화더라.
=고등학생 때 승희(박보영)를 향한 사랑은, 아이들이 엄마가 장난감 안 사준다고 길바닥에 누워서 떼쓰는 것 같았다.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였고. 사회 초년생 때는 마음과 다른 말이 나가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하지만 내 사랑이 어땠는지 이성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되고서는 “네 앞에서 당당해지는 게 꿈이다보니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석근
<너의 결혼식> 김영광 - 더 진한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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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과속스캔들> 개봉 10주년이 되는 해다. 미혼모 정남 역의 박보영이 어느덧 20대 후반의 로코퀸이 되었다. 물론 그녀가 여기까지 버티고 올라온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교복을 입고 스크린에 등장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풋풋한 면을 지님과 동시에 이제는 웬만한 욕설은 자연스럽게 내뱉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때묻은(?) 모습도 보인다. <너의 결혼식>의 승희를 연기하면서 그녀가 고민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너의 결혼식>은 우연(김영광)의 시선에서 첫사랑 승희의 자취를 쫓는 이야기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승희의 상황과 감정이 영화에 드러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이석근 감독이나 동료 배우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내 욕심만큼 승희가 지닌 면면을 영화에 드러낼 수는 없을 거라 여겼다. 남자들은 납득할지라도 여자들이 봤을 때 이해가 안 되는 승희의 모습이 드러날 경우에는 고쳤으
<너의 결혼식> 박보영 - 영화를 더 많이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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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영화만큼 캐스팅의 힘이 중요한 장르가 또 있을까. <너의 결혼식>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박보영과 김영광의 매력이 시작부터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다. 여기에 원래부터 커플 연기를 할 운명이었던 것처럼 조화로운 연기 쌍성이 인상적이다. 이석근 감독에 따르면 “실수 없이 정확한 연기를 하는 박보영과 매번 액션과 리액션이 다른 김영광은 넘치는 파도를 다 받아주는 흔들리지 않는 방파제” 같았다고. 계약 연애로 얽힌 일진 커플을 연기한 <피끓는 청춘>(2013) 이후 오랜만에 현실적인 사랑의 모양을 연기한 두 배우를 만났다.
<너의 결혼식> 박보영·김영광 -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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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김정호 조감독은 윤종빈 감독의 분신이 되어 사방팔방을 돌아다녔다. <공작>과 같은 규모의 영화라면 조감독을 두명 기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윤종빈 감독과 국수란 PD의 전폭적 신뢰(“믿음직한 너 하나면 충분해!”)를 등에 업고 수많은 영역의 일을 처리했다. “감독과 키 스탭을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조감독인 만큼 프로덕션 과정에서 조감독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김정호 조감독은 <공작>을 하며 해외 촬영, 해외 로케이션 물색, 해외 스탭 섭외 등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하는 해외 업무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뉴욕에 가서 특수분장팀을 만나 ‘왜 <공작>에 참여해야 하는지’ 설득”했고, 평양 시내 영상 소스를 구매하러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1990년대 중국 베이징에서 중학교를 다닌 덕을 보았다. 중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공작>의 배경이 되는 90년
<공작> 김정호 조감독 - 조감독의 역할에 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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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가 8월 1일 개봉일 스코어 16만명으로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기록을 경신하고 첫 주말까지 62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초등학교 1학년 차탄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계를 통해 변신 로봇을 불러들이는 설정인 <헬로카봇> 시리즈는 2014년 TV 첫 방영과 함께 완구 판매율을 이끄는 원천 소스의 힘을 증명했다. 기존의 자동차 변신 로봇에서 변화를 꾀한 이번 첫 극장판에선 공룡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4개 캐릭터가 등장한다. 손익분기점 105만명을 무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이름은 총감독을 맡은 최신규 전 손오공 회장이다. 최신규 총감독은 추억의 완구 ‘끈끈이’를 비롯해 발사대를 이용한 팽이 ‘탑블레이드’의 신화를 썼고,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를 연이어 출시하며 뉴밀레니엄세대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최 총감독은 1992년 창립한 국내 1위 완구회사 손오공을 2016년에 미국 마텔사에 매각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 최신규 총감독, "'같이 가자!'는 감성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지금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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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민족주의적 혐오주의자들에 대항해 일본 시민들이 카운터스라는 단체를 조직한다. 카운터스 안에는 여러 부대가 있는데, 그중 거친 남자들의 조직인 오토코구미는 혐오주의자들을 혼내주기 위해 무력도 불사하는 소수정예 부대다. 오토코구미의 대장은 전직 야쿠자였던 다카하시. <카운터스>는 매력적인 캐릭터 다카하시를 중심으로 카운터스가 극우단체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와 맞서 싸워 혐오표현금지법 제정까지 이끌어내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권투부 학생들의 짠내 나는 성장담 <울보 권투부>(2014)에 이어 또 한번 재일 조선인의 차별받는 현실에 주목한 이일하 감독은 <카운터스>에선 성실한 관찰자이자 운동가로서 일본 내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다. 이일하 감독은 2000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과 오사카예술대학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오사카예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의 스승은 <천황군대는 진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 - 카메라와 인물 그 사이의 화학작용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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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 하지만 <목격자>는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는 스릴러영화가 아니다. 범인은 시작부터 노출되며, 범인과 추적자의 대결구도는 희박하다. 오히려 영화는 그 시각, 범인의 얼굴을 본, 그로 인해 범인에게 신분이 노출된 목격자의 공포에 찬 심리를 좇아가는 특이한 스릴러다. ‘신고하면 보호해줄 수 있어?’라고 반문하는 영화 속 평범한 소시민 상훈(이성민)의 외침처럼, 사회의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도덕적 선택만을 강요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니라 그 질문이 우리에게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긴장과 쾌감보다는 씁쓸한 충격이 더 크게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날의 분위기>(2015) 이후 두 번째 작품으로 돌아온 조규장 감독을 만났다.
-살인을 목격하는 상훈을 비롯해 아파트 주민들의 대처까지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이 리얼하다. 실제 유사한 사례가 있었나.
=시작은 내 꿈 이야기였다. 혼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목격자> 조규장 감독 -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가정법이 공포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