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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일 것 같다. 존재감 있는 한국영화에는 항상 조진웅이 있다. 그가 상반기 화제작 <독전>에 이어 여름 블록버스터 화제작 <공작>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땐 연기 그 자체가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수단이다. 캐릭터를, 메시지를, 나를 대변하는 도구. 그래서 더 신중하게 연마 중이다.” 안기부 해외파트 국장 최학성 역을 맡아 또 한번 존재감을 과시한 조진웅 배우는 거꾸로 ‘내려놓는 법’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지금 하는 체념들은 내게는 더 아름다운 자유를 준다. 모든 영화, 모든 역할들이 내게 질문을 남긴다.” 비워낼수록 채워지는 연기, 지금 한국영화에서 배우 조진웅이 서 있는 자리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공작>이 초청됐는데 스케줄 문제로 레드카펫에 함께하지 못했다. 많이 아쉬웠을 것 같은데.
=가고 싶긴 했지만 당시 촬영 중인 작품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멀리서 기사로 보니 감회가 또 남
<공작> 조진웅 - 음성과 연기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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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으로 아주 강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공작>의 시나리오에 쓰인 리명운에 대한 설명 중 일부다. 중국에서 북한의 외화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대외경제위원회 처장 리명운은 대북사업가로 위장한 스파이 흑금성(황정민)을 만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캐릭터다. 이성민은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 리명운에게 바위 같은 묵직한 존재감을 덧입힌다. 이 땅의 가장 보편적인 중년의 얼굴을 하고 진솔한 감정을 토해냈던 이성민은 <공작>에서만큼은 섣불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고도의 심리전이 쉽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성민의 포커페이스는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월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접했을 때 <공작>의 장면들이 떠올랐을 것 같다.
=두 정상이 도보다리를 걷는 장면 등을 보면서, 어쩜 우리 영화와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나 싶었다. 영화와 현실이 이처럼 포개지는 게 신기해서, 남북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캡처해서 윤종빈 감독한테
<공작> 이성민 - 연기는 언제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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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흑금성’이라 불린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은 여러 얼굴을 가진 사나이다. 퇴역 군인 시절의 박석영, 베이징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북 고위직에 접근하는 대북 사업가 박석영, 안기부 공작원 박석영 등 영화 속 그는 한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황정민은 그런 흑금성이 “도전인 동시에 오랜만에 연기하는 쾌감을 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군함도>(2017) 개봉이 끝난 뒤 올해 초 연극 <리차드 3세>를 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줄곧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는 <공작> 개봉을 앞두고 “관객이 대사 위주로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윤종빈 감독을 통해 흑금성 사건을 알게 됐다고.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에서 흑금성 사건을 소개한 적 있다. 윤 감독에게서 그 에피소드가 담긴 파일을 받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1
<공작> 황정민 - 덧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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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만큼 영화 역시 팀워크가 중요한 작업이다. <공작>의 배우들은 각자 주연으로 영화를 떠맡아도 무리가 없을 만큼 단단한 내공을 자랑하지만,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본 후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원 팀’이었다. 상대의 사소한 버릇마저 감지하고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연기라기보다는 차라리 하나되는 호흡이나 다름없었다. <공작>팀의 호흡은 영화 바깥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싼 첩보영화 <공작>에서 속내를 감추고 상대의 진심을 파악해야 했던 경험이 도리어 상대를 깊숙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일까. 낯선 촬영장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익숙한 공간에 온 듯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얼마나 살갑게 뭉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함께한 팀 <공작>의 작전은 계속된다.
<공작> 황정민·이성민·조진웅·주지훈 - 연기라는 공작의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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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10%대를 기록하며 한국 어린이 채널 프로그램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투니버스의 <신비아파트> 시리즈가 극장판으로 여름방학 공략에 나섰다. 2016년 7월 <신비아파트: 고스트볼의 비밀>이 처음 방영된 이후 올해 3월에 시즌2의 1부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이 종영하기까지, 초등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신비아파트>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리즈를 탄생시킨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의 석종서 국장은 2014년 기획 당시를 회상하며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유아물이나 로봇물, 배틀물 등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의 결과는 그때 석 국장이 과감하게 “호러를 밀어붙인” 덕분이다. 그는 “우리가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을 좋아한 것처럼,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는 뚝심을 지켰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는 하리·두리 남매가 102년 묵은 도깨비 신비와 함께 원한 많은 귀신들을 만나
석종서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 국장 - 극장판은 가족극의 재미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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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를 타고 현장을 지휘하다가 내려서 시속 112km의 보트를 타고 촬영을 재개했다. 이 모든 게 30분 안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모험 같은 현장에 있을 때에는 내가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두편의 영화를 연출하게 된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의 말이다. ‘불가능한 미션’이 트레이드 마크인 시리즈 영화의 연출을 맡으려면 감독 역시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제안으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하 <로그네이션>, 2015)에 이어 다시금 프랜차이즈에 합류한 매쿼리 감독은 시리즈의 6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에서 다양한 변화를 선보였다. 프랜차이즈의 전통적인 액션 시퀀스 오프닝에서 벗어났으며, 악당을 재등장시켰고, 인물의 내면에 주목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예전과 다른 감독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 - 시리즈의 규칙을 깨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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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연출작을 내놓은 신인감독의 얼굴이 어쩐지 낯익다면 당신의 예감이 맞다.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그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폭력배가 되는 <똥파리>(2008)의 영재를 비롯해 <암살>(2015), <밀정>(2016) 등에 출연해왔다. 최근에는 박정범 감독의 신작 <이 세상에 없는>의 배역을 위해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메가폰을 잡게 된 계기는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10대 비행 청소년들의 삶을 가감 없이 조명한 이환 감독의 첫 연출작 <박화영>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보다 더 가혹한 현실의 목격자가 되게 한다. 술과 담배, 섹스와 욕설,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 속을 배회하는 10대 소녀 화영(김가희)의 모습을 통해 그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기를 권한다.
-첫 장편영화 개봉을 준비하는 소감은.
<박화영> 이환 감독 - 누구나 10대인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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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분야별로 다 해봤네요.” 지난 2년 동안 브랜드 룩북 모델, 뮤직비디오, 광고, 웹드라마 그리고 영화 <속닥속닥>을 연이어 경험한 신인 소주연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는 이 과정이 모두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걱정보다는 신기하고 설레는 감정이 앞선다는 소주연의 첫 주연영화 <속닥속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들이 폐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겪는 끔찍한 일을 그린 공포영화로, 그는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신경 쓰지 못한 친구가 죽은 사실에 죄책감을 안고 있는 주인공 은하를 집중력 있게 연기한다.
-왁자한 친구들과 달리 혼자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를 연기해야 했다.
=또래 배우들과 사적으로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대본 리딩을 7번 넘게 했고, 다 같이 스키장도 놀러갔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심각한 감정을 연기할 때 혼자 에너지를 죽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속닥속닥> 소주연 - 아직은 모든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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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과의 우정이 이렇게 깊었었나. (웃음)” <신과 함께> 시리즈에 ‘우정출연’ 하는 이정재가 의상 및 분장 테스트만 3일, 30회차 이상 현장에 나가고 홍보 활동에도 참여한다는 일화는 어느덧 이 작품에 관한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됐다. 그만큼 우정출연이라기에는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는 캐릭터인데, <신과 함께-인과 연>의 염라대왕은 전편보다도 중요도가 높다. 무엇보다 분장부터 발성 톤을 잡기까지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힘든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그냥 웃자고 회자되는 에피소드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베테랑 배우에게도 큰 과제였다.
-그동안 인터뷰를 보면 캐릭터의 전사를 꼼꼼하게 생각하며 연기하는 스타일이던데, 염라대왕은 접근방식이 좀 달랐을 것 같다. 비주얼이나 연기 톤에 대해 고민도 많았을 테고.
=초반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설정으로 보이는 게 중요했다면, 후반부에는 어떤 강력한 설정이 등장한다. 이것이 억지스럽지 않게 감독과 함께
<신과 함께-인과 연> 이정재 - 염라대왕의 적정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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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동욱이 연기하는 <신과 함께-죄와 벌>의 수홍은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복수심에 사로잡혀 원귀가 되고, 형인 자홍(차태현)의 저승길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다. 너무나 억울한 그의 죽음 앞에서 1400여만명의 관객이 눈물을 흘렸지만 실은 영화 내내 “원귀로밖에 등장하지 않아서” 배우가 지닌 매력을 온전하게 바라봤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을지 모른다. 강림이 저승 삼차사의 환생을 걸고 망자 수홍을 환생시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2부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수홍의 존재감은 확실히 다르다. 한층 더 드라마틱한 김동욱의 얼굴을 오래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에 열린 제23회 춘사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을 축하한다.
=작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결실을 맺고 보답을 받으면 행복하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흥행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지금은 그때의 감상에 젖어 있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제작발표회나 다른 매체를
<신과 함께-인과 연> 김동욱 - 큰 산을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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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기의 따뜻한 눈망울은 설령 그것이 판타지라 할지라도 넉넉한 위안을 준다.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르러 그녀는 선량함 이상의 깊이까지 갖추며 스크린 속 존재감을 한뼘 더 키웠다. 이승에서 괴력의 성주신(마동석)을 상대하는 동시에, 천년 전의 잃어버린 기억과 씨름하느라 바쁜 저승차사 덕춘에겐 전에 없던 쓸쓸한 기운마저 비친다. <마음이…>(2006)로 6살에 데뷔한 지 이제 13년차, “시리즈를 끝내고 나니 어느덧 20대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김향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말로 훌쩍 성장해버렸다.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달라진 덕춘의 모습이 있을까.
=1부와 비교해서 한층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한편으로 덕춘은 웹툰 속 특징을 가장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던 캐릭터여서 다른 차사들에 비해 천년 전 과거의 모습까지 한결같은 면이 있다. 감독님도 오히려 그 부분을 강조하셨는데, 이를테면 덕춘의 변하지 않는 ‘선한 마
<신과 함께-인과 연> 김향기 - 깊어진 선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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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맥은 저승차사 강림, 덕춘과 함께 천년 동안 인간에게 지옥길을 안내했다. 시니컬한 태도로 비죽 솟아오르는 비애감을 삼긴 채 우매한 인간들을 상대했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천년 묵은 해원맥의 과거와 그 과거에서 비롯되는 깊은 비애감을 응시한다. 지상의 성주신이 들려주는 저승 삼차사의 과거에서 해원맥의 과거는 이들의 돌고 도는 생을 연결하는 핵심고리 역할을 한다. 2편의 중심에 해원맥이 그리고 주지훈이 있다.
-캐릭터 및 배경 설명이 많은 1편보다 해원맥의 전사가 펼쳐지는 2편의 시나리오를 더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다.
=1편에선 지옥에 대한 설명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캐릭터나 지옥의 세계 등 기본 설정이 구축되어 있는 2편에선 드라마가 부각된다. 드라마가 세니까 시나리오도 더 잘 읽히고 몰입도 잘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신도 많아서 촬영할 때도 2편이 더 재밌었다.
-천년 전의 과거와 현재 모습의 간극이 커서인지, 2
<신과 함께-인과 연> 주지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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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그을린 피부. 하정우는 지난 6개월간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배우로, 연출가로 또 제작자로 역할하는 와중, 가장 긴 휴지기였다. “10년 전 인터뷰 때 기자님에게 한국영화의 한축을 이루는 영화인이 되겠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인 것 같다.” 한국영화의 도전과 성공의 집약체인 <신과 함께> 시리즈에 출연한 것도 배우로, 연출가로, 제작자로 외연을 넓혀가는 그의 계획에 딱 맞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저승 삼차사 강림의 천년의 비밀이 밝혀지는 만큼, 1편에서와 달리 본격적으로 활약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다시 시작이다. 1편에 비해 한층 디테일한 전개가 돋보인다.
=제작보고회를 하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신과 함께-죄와 벌> 제작보고회를 한 게 기억나는데 다시 <신과 함께> 이야기를 하니까. 모두 1편이 잘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그때는 제작진이나 감독님, 배우 모두 2편까지 보면 관객이 인정해줄 거라
<신과 함께-인과 연> 하정우 - 배우·감독·제작자… 역할과 공감의 폭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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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인과 연>의 시나리오를 넘기면서 생각했다. 1편은 2편의 세계를 펼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걸. 지난해 겨울 144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역대 흥행기록 2위에 오른 <신과 함께-죄와 벌>(2017), 그 후속편이 ‘예고대로’ 도착했다. 두편 동시 제작에 착수한 제작방식에 관객만큼 배우들도 이전 영화들에서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기획, 촬영의 첫 경험에 이어 2편을 개봉하는 지금의 이 상황도 새롭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가 그들의 천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비밀의 조각을 맞춰나가는 과정. 비주얼은 더 스펙터클해졌고, 이야기는 더 방대해졌다. 1편 개봉 이후 대대적인 재회. 저승 삼차사 역의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와 수홍 역의 김동욱 그리고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를 한꺼번에 만났다.
<신과 함께-인과 연> 하정우·주지훈·김향기·김동욱·이정재 - 인연의 수레바퀴 아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