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자뷰>에서 이천희는 어딘가 수상한 우진(이규한)과 지민(남규리) 커플을 지켜보는 형사 차인태를 연기한다. 커플이 차로 친 건 사람이 아니라 노루라고 하지만, 그 말을 의심하며 커플의 주변을 맴돈다. <데자뷰>의 속을 알 수 없는 차인태와 달리 이천희는 솔직하다. 꿍꿍이나 전전긍긍 같은 단어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사람. <돌연변이>(201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남영동1985>(2012), <바비>(2011) 등 작품의 의미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천희는 배우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조화롭게 디자인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돌연변이> 이후 3년 만의 영화다.
=공방에서 가구 만드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마음이 확 끌리는 작품이 아니면 고사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은퇴한 거야?” 묻기도 하더라. (웃음)
<데자뷰> 이천희 - 연기, 정말 재밌다
-
저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데자뷰> 표지 촬영 현장의 이규한을 보며 생각했다. 드라마 <부잣집 아들>의 밤샘 촬영을 마치고 왔다는 그는, 스튜디오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끊임없이 웃게 만들었다. 그건 이규한이 “얼굴 보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그들을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뭇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밝고 유쾌한 모습 그대로의 배우 이규한이 <데자뷰>에 출연한다는 건 그래서 뜻밖이었다. 웃음기를 지운 그의 모습은 어떨까. 그보다도, 데뷔 20년을 눈앞에 둔 배우로서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에 뒤늦게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마파도2>(2007) 이후 11년 만의 영화다.
=그렇다. <공범>(2012)에 특별출연하고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에 카메오로 등장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영화를 하는 건 정말 오
<데자뷰> 이규한 - 현장을 즐기다
-
<데자뷰>에서 남규리가 연기한 인물 지민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영역을 시시각각 오가며 미스터리를 남기고, 끝내 애틋하게 사라진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인물인 지민을 연기하는 데 있어 배우 남규리의 실제 삶이 반영된 지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고, 강남 한가운데서 혼밥을 즐기고, 온라인 속 익명의 댓글에 무덤덤하다는 그의 말은 여리고 화사한 첫인상과 놀라운 괴리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그사이 더욱 변모한 배우 남규리가 <데자뷰>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았다.
-<고死: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死>, 2008) 이후로 장편영화의 주연은 10년 만이다.
=그동안 꾸준히 기다렸다. 기다리면 언젠가 내게 맞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확신이 강하게 있었던 것 같다. 또 <고死>의 경험을 통해서 영화가 매우 인간적인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데자뷰> 남규리 - 의외의 강인함
-
차로 사람을 치었다고 믿으며 환각에 시달리는 지민(남규리), 교통사고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지민을 안심시키는 남자친구 우진(이규한), 그런 커플을 수상쩍게 지켜보는 형사 인태(이천희). <데자뷰>(2018)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무엇이 환각이고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스릴러영화다. 남규리·이천희·이규한 세 배우 역시 각자의 반전을 손에 꼭 쥐고 이중적 캐릭터를 연기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터라 더 반가웠던 세 배우와의 만남,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데자뷰> 남규리·이규한·이천희 - 반전의 그들
-
-
프로덕션 디자이너에 관한 거의 교과서에 가까운 책이 나왔다. <왕의 남자> <강남 1970> <사도> 등에서 시대의 맥락을 재현하는 영화미술의 품격을 높였던 강승용 미술감독이 <님은 먼곳에>를 촬영하던 당시에 구상해 최근 4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써내려간 결과물이다. “공백기에도 쉬지 않고 ‘포인트’를 잡기 위해” 책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그는 영화미술의 이론과 실제, 그간의 작업물을 접목시켜 꼼꼼히 풀어나간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할리우드 키드”였던 강승용 미술감독은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하는 와중에도 항상 영화를 놓지 않았다. “조각가의 입장에서는 난감했던 특수분장에 관한 해외 서적들까지 독파”하며 <구미호> <화엄경> <그 섬에 가고 싶다> 등에서 조금씩 배워나갔고, 1994년 <테러리스트>로 처음 미술감독의 직책을 얻었다.
“대부분의 영화미술 서적이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한 번역서”
<프로덕션 디자이너> 쓴 강승용 미술감독 - 영화미술 서적의 새 장을 열다
-
이명세 감독이 서울환경영화제(5월 17~23일)의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됐다.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영화제를 찾은 적은 많지만 특정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회를 맞은 서울환경영화제는 영화제 영문명을 GFFIS(Green Film Festival in Seoul)에서 SEFF (Seoul Eco Film Festival)로 바꾸었고,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맡았던 집행위원장 자리를 이명세 감독에게 넘겨주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명세 신임 집행위원장은 ‘환경의 외연은 넓히고 영화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누가 서울환경영화제의 신임 집행위원장 아니랄까봐, 인터뷰가 진행된 촬영 스튜디오에도 그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아닌 개인 텀블러를 들고 왔다. 환경에 대한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한명의 시민으로서, 올해 서울환경영화제를 이끌어갈 집행위원장으로서, 그리고 <M>(2007) 이후 10년 만에 JTBC 예능 프로
서울환경영화제 이명세 집행위원장, “축제로서의 영화제를 강조한다”
-
송운화의 얼굴은 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송운화는 의류학과 3학년 무렵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의 오디션에 응모했다. 제작자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은 오디션에서 “우리가 기다리던 완벽한” 소녀를 찾았고, 그렇게 전에 없던 활기로 가득 찬 젊은 배우가 대만영화계를 사로잡았다.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에서 사랑의 설렘에 달뜬 대학생을 연기하며 제 나이에 맞는 건강한 데뷔를 만끽한 송운화는 자신의 강점을 재빨리 눈치챈 배우다. 한국 관객이라면 송운화의 얼굴에서 얼핏 <응답하라 1988>의 혜리를 떠올릴 법한데, 그건 송운화 역시 물색없는 ‘그 시절’ 소녀를 표현하기에 타고난 생김새를 지닌 덕분이다. 크고 또렷하면서 영락없이 개궂은 눈, 웃을 때면 한없이 시원하게 벌어지는 입매, 제멋대로 튀어오르는 팔다리에 까만 피부까지.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송운화 - 어느덧 어른의 미소로
-
이 선생 조직에 몸담고 있는 연옥과 선창은 김성령과 박해준, 두 배우에게서 이제껏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인물이다. 연옥은 산전수전 다 겪은 조직의 실세고, 선창은 조직이 몇 차례 물갈이 될 때마다 끝까지 살아남은 지독한 남자다. 연옥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해 사건의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기고, 선창은 영화의 중반부에 나타나 속내를 감춘 채 원호(조진웅)와 긴장감 넘치는 ‘밀당’을 벌인다. 영화에서 한번도 부딪히지 않는 김성령, 박해준 두 사람은 “회식할 때나 부딪혀서(김성령) 아직도 서로 쑥스럽다(박해준)”고 웃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연옥과 선창이 각각 어떻게 다가왔나.
=김성령_ 이 선생과 오랫동안 마약사업을 해온 탓에 웬만해선 기가 안죽는 여자. 목숨을 여러 번 건졌다니 보통 여자가 아닌 것 같다.
=박해준_ 자세한 전사(全史)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선창은 엘리트 출신으로 멀쩡한 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다가 이 바닥으로 넘어왔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마약에
<독전> 김성령·박해준 - 날 선 뚝심
-
형사 원호(조진웅)의 목표는 하나다. 국내 최대 마약 조직, 일명 ‘이 선생’ 조직을 소탕하는 것. 마약 조직에서 내쳐진 락(류준열)은, 그런 원호의 수사를 돕는 이용도구에 불과해 보였다. 그런데 락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누군지 본 적도 없는 오야’ 하나 때문에 엄마도, 개도 잃게 된 가련하고 비밀이 가득한 존재. 단순해 보였던 둘의 공생관계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울리는 조진웅의 연기와 류준열의 섬세한 눈빛이 일으키는 해석 불가의 화학작용. <독전>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이번 작업으로 영화 속 원호와 락처럼 서로에 대한 깊은 면모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원작 <마약전쟁>(감독 두기봉, 2013)을 먼저 접했나?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조진웅_ 원작이 있는 작품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어떤 기준점이 생겨버려서 가능하면 안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원작이 있는지 몰랐다. 결정하고 나서 제작사 관계자와 식사를 하는데
<독전> 조진웅·류준열 - 소통의 기술
-
“예고편에서 (박)해준씨 너어무 멋있어. 주먹으로 때리는 그 장면. (웃음)”(김성령) “감독님이 톤을 잘 잡아주셔서.”(박해준)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네 배우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까닭일까, 스튜디오는 꽉 차고 시끌벅적했다. 5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배급 NEW)은 원호(조진웅)가 아시아 최대의 마약 커넥션을 이끄는 정체불명의 보스 ‘이 선생’을 잡기 위해 락(류준열)과 손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직의 실세 오연옥(김성령)이 사건의 시발점이 되고, 조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지독한 남자 선창(박해준)은 이야기 중반에 등장해 긴장감을 선사한다. ‘독한 전쟁’에 뛰어든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이 <독전> 작업기를 들려주었다.
<독전> 조진웅·류준열·김성령·박해준 - 독해야 산다
-
전주프로젝트마켓(JPM)이 확 달라졌다. 프로젝트 개발기금 지원작을 선정하는 ‘전주시네마펀드 프로모션’(JCF) 행사와 비즈니스 미팅, 세미나 등으로 이뤄지던 기존 형태에 더해 올해부터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의 해외 작품을 선정하는 피칭 행사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넥스트 에디션’(이하 넥스트 에디션)을 출범시킨 것.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JPM을 성공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던 JPM팀 강사라 팀장은 “프로그래머들의 접촉과 별도의 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부터는 기존 선정 방식과 공모 형태를 병행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JCP를 해외에 알릴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해외 감독들과 국제 공동제작 형태로 제작지원을 하게 된다. JCF에 선정된 6편의 영화를 포함해 올해 넥스트 에디션에 선정된 6편의 영화 역시 마켓 기간인 5월 7일에 열리는 행사에서 공개됐다. 1회 선정작은 <공원의 연인>(2016)으로 전주국제영화제
강사라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프로젝트마켓팀 팀장 - 창작자 중심의 마켓을 열겠다
-
*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와 카메라. 이게 다다. 개 한 마리가 더해지면 더욱 바람직하다.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낫다. 홍상수 감독의 스물한 번째 장편 <클레어의 카메라>(2016) 이야기다. 지난해에 개봉한 <그 후>(2017)보다 앞서 촬영됐고, 촬영지이기도 한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2017년 5월 나란히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던 <클레어의 카메라>가 극장에 도착했다. 영화 세일즈사 직원 전만희(김민희)는 칸영화제 출장기간 중 갑자기 회사 대표 남양혜(장미희)로부터 “순수하지만 정직하지 않아 함께 일할 수 없다. 정직함은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니까 이유는 알 필요 없다”는 해고 통보를 받는다. 만희는 모르지만 양혜는 세일즈를 맡은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와 연인 관계였고 남자가 만희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어차피 비행기표도 바꾸기 어려운 터라, 만희는 곧장 귀국하지 않고 칸에서 며칠 더 생각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 "사물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
-
<챔피언>(2018)은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가 팔씨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그의 손을 잡아주는 친구와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다. 김용완 감독은 ‘마동석이 팔씨름하는 영화’라는 한줄 컨셉을 웃음과 감동이 버무러진 훈훈한 가족영화로 발전시켰다. “사람들이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 극장을 나왔을 때 행복한 마음이 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챔피언>엔 김용완 감독의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편 <이 별에 필요한>(2013), <리턴매치>(2013), 웹드라마 <우리 헤어졌어요>(2015), <연애세포>(2014) 등을 만들고 장편 데뷔작 <챔피언>을 선보인 김용완 감독을 만났다.
-한주 먼저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극장에서 경쟁하게 됐다.
=모두가 피해 가고 싶은 강력한 영화인데…. (웃음) 어쨌든 <챔피언>은
<챔피언> 김용완 감독 - 마동석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
<데드풀2>(2018)의 개봉을 앞두고 라이언 레이놀즈가 생애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저스트 프렌드>(2005)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유쾌하고 섹시한 아이콘인 동시에 액션과 범죄, 스릴러에도 친숙한 다재다능형 배우지만 그 어떤 라이언 레이놀즈도 <데드풀> 시리즈의 웨이드 윌슨에 대적하긴 어려워졌다. 데드풀은 복수와 순애보, 액션과 수다, 혹은 재생과 수다의 기막힌 멀티플레이를 자랑하는 B급 슈퍼히어로다. 카메라를 쳐다보며 관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영웅에게 관객은 곧바로 열광했고, 덕분에 오리지널이 등장한 지 2년 만에 거침없이 더럽고 야한 농담의 귀재가 돌아왔다. 배우는 물론 제작과 각본에도 참여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영화 바깥의 진지한 생각까지 아낌없이 들려줬다.
-전작의 성공에 더해 제작비가 조금 늘었고, 팬들의 기대치도 함께 높아졌다. 촬영 과정이 한결 수월해진 동시에 1편과의 차별화를 위해 제작자로서 더
<데드풀2>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 - 고통이 커질수록 오락성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