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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승 감독의 <7호실>은 망해가는 DVD방을 중심으로 주인과 아르바이트생이 평범한 삶을 살아보겠다고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벌이면서 사건이 발생하는 영화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DVD방이 있어 이 공간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승택 촬영감독은 실제 압구정 인근에서 영업하는 DVD방을 답사하던 중, “1970년대 할리우드 팝아트 스타일의 너무 화려하고 영화적인 공간”에 놀랐다고 한다. “DVD방이라는 사실적인 공간을 영화적인 순간과 잘 만날 수 있게 정리해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동선이 복잡하고 긴 복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현장의 날것 같은 반응과 움직임, 대사를 어떻게 잘 잡아낼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성승택 감독은 이용승 감독의 전작 <10분>의 촬영감독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알고 지낸 이용승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따라 현장성을 중요하게 고민했다. “자연과 시간을 중시하고 날마다 배우의 움직임이나 대사, 현장
<7호실> 성승택 촬영감독 - 공간에 리얼리티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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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파 두목 장첸으로 <범죄도시>(2017)에서 윤계상이 전무후무한 악역 연기를 펼치는 동안, 스크린에서 지속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끄는 또 한명의 배우가 있었다. 장첸의 오른팔 위성락은, 정말이지 한시도 쉬지 않고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민머리의 험상궂은 마스크로 흑룡파의 잔악함을 드러내고, 어필한다. 낯이 익지만 영화 속 모습이 사뭇 달라서 신선했고, 그래서 이제는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각인됐다. 위성락 역의 진선규는 늘 악당이 아닌, 순하고 선한 역할로 얼굴을 알려온 배우고, 이번엔 그간의 연기를 ‘판돈’으로 걸고 필사의 도전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범죄도시>가 680만 관객몰이로 흥행하기까지, 진선규를 모르고 극장을 찾았던 이들은, 이제 진선규와 조연배우들의 활약 덕분에 이 영화가 매력적이었다고 입모아 말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최근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닥터스> 등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가며 지난 15년간 묵묵히
<범죄도시> 진선규 배우, "역시 나보다는 영화가 더 잘되는 게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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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버건디>는 프랑스 버건디 지방의 와인농장을 부모에게 물려 받은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10년간 고향을 떠나 있던 첫째 장(피오 마르마이), 아버지가 죽자 돌아온 그에게 둘째 줄리엣(아나 지라르도)과 셋째 제레미(프랑수아 시빌)가 갖고 있던 서운함, 그리고 와인농장의 상속 및 부동산 문제가 엮인다. 적잖은 시간을 들여 숙성해야 하는 와인과 관계의 회복은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조응하고, 더 나아가 영화의 호흡과도 썩 어울린다. 제2회 프렌치 시네마투어 참석차 한국을 찾은 <백 투 버건디>의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을 만나 이 기막힌 결합에 대해 좀더 자세히 물었다.
-와인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냥 직관이었다. 촬영하면서 와인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어떤 점이 흥미롭고 어디에 더 치중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게 바로 가족간의 연결고리였다. 특히 시간과 관련된 유사점이 많다. 만드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
<백 투 버건디>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 - 와인과 영화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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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버건디>는 실제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며 1년간 시간 순서대로 촬영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10년 만에 함께 살게 된 세남매다. 가족 사이의 갈등이 풀리며 화해하는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 실제 배우들이 친밀해지는 과정과 병행되는 셈이다.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이 “각자가 훌륭한 배우인가보다 어떤 합이 나올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고 캐스팅했다”고 말한 이유다. 한국을 찾은 아나 지라르도에게 이런 독특한 촬영현장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미 첫째 장(피오 마르마이)과 셋째 제레미(프랑수아 시빌)가 캐스팅된 상태였다. 평소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감독 중 하나이며 인간관계를 아주 잘 그린다. 그런 감독님이 캐스팅 건으로 다 함께 보고 싶다고 전화를 준 것이다. 차가 막혀서 약속 장소에 1시간 늦게 도착했다. 캐스팅에서 떨어졌겠구나 싶어서 울면서 귀가했는데 “
<백 투 버건디> 배우 아나 지라르도 - 시간과 연기가 함께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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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 슬리마니는 모로코 출신의 프랑스 소설가다. 2016년 <달콤한 노래>로 공쿠르상을 받은 슬리마니는 최근 지난 11월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의해 프랑스어 진흥 특사로 임명된 직후 한국을 방문했다. 배우, 기자로 일했고 두 아이를 둔 슬리마니의 두 번째 장편소설 <달콤한 노래>는 “아기가 죽었다. 단 몇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하게 말했다”라는 오싹한 도입부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죽음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지만, 미스터리를 해결하기보다 더 풍부하게 만들어간다. 평온해 보이는 한 가정의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 사건이나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는 쉽게 무시되는 갈등과 비밀. 슬리마니는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묘사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오히려 책 속에서 아이들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게 하겠다고 결정했다고. 그녀를 만나 소설과 여성의 삶에 대해, <달콤한 노래>에 대해 들었다.
-<달콤한 노래>
<달콤한 노래>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 - 여성의 이야기를 집 밖으로 끌어내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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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성동일은 부쩍 젊은 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 많았다. 가장 적극적으로 신인을 발굴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화랑>(2016) 등 청춘 사극, 영화 <수상한 그녀>(2014), <리얼>(2016), <청년경찰>(2017)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가 독특해 보일 정도다. 이들 작품에서 그는 주로 유쾌하거나 뭉클한 감정을 짧고 굵게 전달하는 인생 선배였다. 하지만 드물게 50대 이상 배우를 메인으로 내세운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평소보다 긴 시간 동안 성동일표 연기를 감상하고 곱씹을 시간을 마련한다. 30년만에 다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전직 형사 박평달은 수사 콤비의 일원이자 강력한 사연의 주인공이다. 성동일의 표현대로라면 ‘가성’이 아닌 ‘진성’으로 연기할 순간이 많았던 셈이다. 평소처럼 보기 편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순간을
<반드시 잡는다> 성동일 - 상대배우와 합쳐 100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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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동 연립주택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반드시 자기 손으로 잡겠다는 이 사람. 그런데 형사도, 젊은이도 아닌 70대 노인이다. 그가 팔 걷어붙이고 사건에 매달린다. 백윤식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과 팀을 이뤄 사건 조사에 착수한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로 분해 영화 전체를 이끈다. 노인이 주인공이고, 노인이 액션을 하고, 노인이 전면에 부각되는 독특한 시도. 액션 스릴러로 볼 때 가장 멀리 해야 할 ‘삐그덕거리는’ 설정에 백윤식은 과감히 자신의 필모그래피 한줄을 내놓는다. <지구를 지켜라!>(2003)부터 우리가 보아온, 이후 단 한번도 정형화되지 않은 백윤식이라는 배우의 존재감만이 줄 수 있는 최상의 도전이다.
-늘 일반적 의미의 ‘아버지’ 유형의 캐릭터에서 비껴나는 선택을 한다. 스크루지를 형상화한 것 같은 심덕수 역시 개성이 강한 캐릭터다.
=지금까지와 또 다른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전의 한국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않았던 캐릭터를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 - 카우보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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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점점 투자, 제작 모두 ‘안전빵’으로 가고 있다. 데이터로 판단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거기서 벗어난 소재는 아예 개발이 안 되고, 접근도 안 됐다. 우리 영화는 결국 관객이 판단하겠지만 결과는 예측 불허다. 기다릴 뿐이다.” 백윤식, 성동일 버디무비가 시장에서 가지는 특이함과 경쟁력에 대해 백윤식 배우는 이렇게 답변했다.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과 똑같은 연쇄살인이 일어난 지방도시 아리동이 배경이다. 70대 노인과 50대 형사가 의기투합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 액션 스릴러다. 비록 늙고 힘이 빠졌지만 마치 서부의 카우보이라도 된양 살인범을 잡기 위해 이들이 달린다. 액션, 연기 내공 둘이 합쳐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합이 나오는 백윤식, 성동일 두 배우에게 그들이 잡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성동일 -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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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의 주인공 도일은 철이 안 든 ‘한국 남자’다. 결혼식을 앞두고 여자친구 순영(정연주)이 아기와 자신만 두고 갑자기 사라지자 생계도 육아도 모든 게 막막하다. 설상가상으로 아기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백야>에서 삶의 다양한 층위를 담아낸 얼굴이 도일의 내면을 잘 드러내줄 것 같았다.” <아기와 나>를 연출한 손태겸 감독의 말대로 이이경은 도일의 복잡한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고백부부>로 더욱 주목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보여준 긴 머리로 인터뷰에 나올 줄 알았다. (웃음)
=앞머리가 진짜고, 중간쯤부터 얹은 가발이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사람들이 실제 헤어스타일인 줄 안다.
-<아기와 나>에 출연하기 전에 드라마와 예능(<일밤-진짜 사나이2> <정글의 법칙 in 얍>) 등 매체를
<아기와 나> 이이경- 앞을 향해 계속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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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이 연출하는 제작비 50억원대의 상업영화에 신인 편집감독이 합류하는 일은 요즘 현장에서 보기 드물다. 장창원 감독이 끝까지 나를 믿어줬다.” <꾼>은 고아모 편집감독의 입봉작이다(<여배우들>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는 공동편집으로 크레딧이 올라갔다). 장창원 감독과는 <반가운 살인자>의 조감독과 현장편집으로 처음 만났고, 이후 돈독한 친구 사이가 됐다. 장창원 감독이 <꾼>의 시나리오 초고를 제일 먼저 보여준 사람도 고아모 편집감독이었는데, 고아모 편집감독은 “이 정도 완성도의 초고라면 당장 영화사에 돌려도 되겠다”고 슬쩍 등 떠밀어준 장본인이다. 그렇게 <꾼>의 시작을 함께한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꾼> 촬영을 앞두고는 창업자금 대출을 받아 편집실도 차렸다. “그때 나름 시장조사라는 걸 해봤다. 2015년 개봉영화 중 스크린 100개 이상 걸린 한국영화의 편집감독 목록을 정리했는데,
<꾼> 고아모 편집감독 -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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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방송에 나가서 얼굴을 판다고?” JTBC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에 참여한 감독들이 자주 들은 얘기라고 한다. 그동안 영화의 개봉 직후에나 TV에서 볼 수 있었던 감독들의 모습을 예능에서 본다는 건 분명 신선하고도 낯선 경험이다. <전체관람가>는 10명의 감독이 12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만들고 완성된 영화를 상영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명세·봉만대·박광현·임필성·정윤철·이경미·양익준·이원석·창 감독과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독립영화 감독이 각 영화의 연출을 맡는다. 최근까지 5회분을 방영한 이 프로그램에서 단연 화제가 됐던 작품은 이원석 감독(<남자사용설명서> <상의원>)의 <랄라랜드>였다. ‘노래방 뮤지컬’이라는 신종 장르와 김보성, 이동준 등 왕년의 액션배우를 캐스팅한 파격적인 연출은 최근의 한국 상업영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전체관람가> 출연한 임필성·이원석 감독, "매체를 오가며 활동하면 자극도 되고 시너지 효과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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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감투보다 한량에 가까운 체질이다. 해만 지면 마른 멸치를 안주 삼아 혼자서 맥주 한잔하는 게 삶의 낙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신임 영진위원과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영화계에서 “준비된 영진위원”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제작자로서 평소 스크린 독과점, 수직계열화, 불공정거래 등 영화산업의 각종 현안과 관련한 사안에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일 거다. 신임 영진위원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위원장 직무대행까지 맡아 일주일에 한두번 서울과 부산을 오가고 있어서인지 그의 얼굴은 다소 야위어 보였다. 그는 신임 위원장이 선임되기 전이라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와 관련한 영진위의 협조 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기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업무 파악은 잘되고 있나.
=원래 부위원장은 상임이 아닌데 위원장이 공석이라 어쩔 수 없이 상임처럼 업무를 파악하고 결재를 해야 한다.
이준동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부위원장, "영진위가 적폐청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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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는 결혼식을 앞두고 순영(정연주)이 아기(손예준)와 전역을 앞둔 남자친구 도일(이이경)을 두고 가출하면서 시작된다. 도일은 아기가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되고, 아기와 함께 행방이 묘연한 순영을 찾아나선다. 영화는 순영이 어디에 숨었는지 찾는 추리극이 아니다. 순영의 흔적을 좇아가면서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가는 드라마이자 그 과정에서 조금씩 철이 드는 남자 도일의 성장담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영화인 단편 <야간비행>(2011)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하고, <자전거 도둑>(2012), <여름방학>(2012) 등 여러 단편을 연출해온 손태겸 감독은 “이제껏 내 취향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어왔다가 <아기와 나>는 좀더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 작업”이라고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소감을 전했다.
-제목 때문에 동명의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줄 알
<아기와 나> 손태겸 감독 -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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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은 따뜻한 영화다.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을 전면에 내세운 하이스트 무비가 따뜻하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사람을 향한 애정과 이야기가 품은 낙관적인 상상력이 묻어난다.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로 첫발을 디딘 지 12년 만에 첫 연출작을 선보인 장창원 감독을 직접 만나보니 이해가 됐다. 그는 영화처럼 따뜻한 사람이었다. “2시간 동안 재미있게 즐기고, 극장을 나섰을 때 찜찜함이 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 <꾼>은, 그래서 경쾌한 장르영화이면서 동시에 진한 사람 냄새가 난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로 영화계에 입문했고 오랜 시간 연출부 생활을 거친 후 드디어 첫 데뷔작을 선보인다.
=항상 뒤에서 바라보다가 전면에 나서려니 아직 어색하다. 아직까지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포커페이스라 그런지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니냐는 말도 종종 듣고. (웃음) 걱정도 있지만 후회 없이
<꾼> 장창원 감독 - 통쾌하게 즐기고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