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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은 CGV아트하우스가 꾸려온 신인감독 중심 라인업에서 비죽 솟아나온 영화 중 한편이다. 파인하우스필름이 제작하고 CGV아트하우스(전 무비꼴라쥬)가 배급한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2014)를 통해 맺은 지속적인 파트너십이 이어진 결과였다. 강경호 사업담당의 손에 <버닝>의 시나리오가 쥐어져 있을 무렵 영화계 안팎의 기대도, 회사의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8년 만에 공개되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규모에 걸맞은 투자 유치에 대한 불안도 있었지만, 감독님의 연출력에 대한 굉장한 기대가 있었기에 흔들림이 없었다”. 여기엔 택배 기사로 일하는 가난한 청년 종수(유아인)를 중심으로 미스터리가 파생되는 <버닝>이 “요즘 20대들의 삶과 인간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관객과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리란 예측도 포함됐다.
아트하우스 전용관을 포함해 일반 상영관으로 확대 개봉한 <버닝>은 개봉일인 5월 17일 72
<버닝> 강경호 CGV아트하우스 사업담당 - 관객과 예술영화의 긴밀한 접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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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배우의 실제 삶과 너무 밀접해서, 배우가 곧 영화가 되는 작품들이 있다. <판타스틱 우먼>의 트랜스젠더 가수를 연기한 다니엘라 베가처럼. 마리나는 동거하던 남자친구 오를란도(프란시스코 리예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이를 온전히 슬퍼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성소수자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용의자 취급을 받고,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온갖 폭력을 견뎌내야 한다. 마리나가 극중에서 받아야 했던 모욕처럼, 다니엘라 베가 역시 10~12살에 처음으로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차별을 경험했다. 여성의 정체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에 남학교를 다녔던 그는 주변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폭력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절을 거치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나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소리에 더 민감했던 그의 할머니는 그의 직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리’에 집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성장배경
<판타스틱 우먼> 다니엘라 베가 - 오직 내가 되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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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으로 데뷔했을 때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 후배들이 나 무서워하는 게 어이가 없지. (웃음) 그땐 겁도 많고 부끄러운 것도 많았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였는데.” <박하사탕>(1999) 개봉 이후 18년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문소리는 까마득한 선배 배우가 됐고, 스크린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가 됐고, <여배우는 오늘도>(2017)를 연출한 감독이 됐고, TV프로그램 <전체관람가>에 출연해 단편영화를 찍은 동료 감독들에게 날카로운 평을 날리는 진행자로도 활약하기에 이르렀다. 연극, 무용 등 공연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덕에 최근엔 제37회 국제현대무용제(이하 모다페, 5월1 6~27일)의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 부쩍 다방면에서 얼굴 볼 일이 많아진 것 같다고 하자 문소리는 “어떤 성과나 남들의 평가에 상관없이, 그동안 공부해왔고 애정을 가져왔던 것들을 가지고 재밌게 이것저것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제37회 국제현대무용제 홍보대사 문소리, "쉰살, 예순살 넘어서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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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질문이 필요했다.” <종로의 기적>(2010), <공동정범>(2016)의 이혁상 감독에게 이제는 프로그래머라는 직함 또한 무척 자연스럽다. 지난해에 이어 5월 18일 개막한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역시 영화제의 유일한 프로그래머인 이혁상 프로그래머의 든든한 존재감에 힘입는 중이다. 디아스포라영화제의 본뜻에 더욱 첨예하게 다가가려는 노력과 동시대의 목소리 안에 산재하는 모두의 디아스포라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올해는 더욱 또렷한 공명을 자아낸다. 공안사범으로 쫓겨 일본으로 도망친 청년이 우연히 재일조선인들의 마을에 스며드는 영화 <조선의 태양>을 준비 중이기도 한 이혁상 프로그래머에게 영화제 안과 밖, 감독과 프로그래머, 개인과 사회를 넘나드는 다양한 고민을 청해 들었다.
-먼저 지난해로 돌아가보자. 처음 프로그래머직을 수락한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
=강석필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의 역할이 컸는데, 내가 그분의 스탭 제의
이혁상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 - 우리 안의 디아스포라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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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만화의 주인공 같은 올망졸망한 이목구비로 과장된 표정 연기를 하고, 설렁설렁 팔자걸음을 걷고 대충대충 오목을 두는 박세완의 모습은 시트콤 <뉴 논스톱>(2000)의 장나라와 <걷기왕>(2016)의 심은경을 떠올리게 한다. <오목소녀>에서 박세완이 연기하는 이바둑은 한때는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라고 말하던 바둑 신동이었지만 패배의 쓴맛을 본 뒤 바둑을 접고, 상금이나 타볼까 하여 참가한 오목대회에서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캐릭터다. 드라마 <학교 2017> <로봇이 아니야> <같이 살래요>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박세완은 털털하고 꾸밈없는 자신의 성격이 이바둑과 닮았다고 했다.
-<오목소녀>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백승화 감독님이 <학교 2017>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 내게 코미디 연기를 맡겨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더라. 나 역시 <걷기왕>
<오목소녀> 박세완 - 명랑 소녀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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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에서 이천희는 어딘가 수상한 우진(이규한)과 지민(남규리) 커플을 지켜보는 형사 차인태를 연기한다. 커플이 차로 친 건 사람이 아니라 노루라고 하지만, 그 말을 의심하며 커플의 주변을 맴돈다. <데자뷰>의 속을 알 수 없는 차인태와 달리 이천희는 솔직하다. 꿍꿍이나 전전긍긍 같은 단어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사람. <돌연변이>(201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남영동1985>(2012), <바비>(2011) 등 작품의 의미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천희는 배우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조화롭게 디자인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돌연변이> 이후 3년 만의 영화다.
=공방에서 가구 만드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마음이 확 끌리는 작품이 아니면 고사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은퇴한 거야?” 묻기도 하더라. (웃음)
<데자뷰> 이천희 - 연기,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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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데자뷰> 표지 촬영 현장의 이규한을 보며 생각했다. 드라마 <부잣집 아들>의 밤샘 촬영을 마치고 왔다는 그는, 스튜디오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끊임없이 웃게 만들었다. 그건 이규한이 “얼굴 보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 그들을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뭇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던 밝고 유쾌한 모습 그대로의 배우 이규한이 <데자뷰>에 출연한다는 건 그래서 뜻밖이었다. 웃음기를 지운 그의 모습은 어떨까. 그보다도, 데뷔 20년을 눈앞에 둔 배우로서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에 뒤늦게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마파도2>(2007) 이후 11년 만의 영화다.
=그렇다. <공범>(2012)에 특별출연하고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에 카메오로 등장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영화를 하는 건 정말 오
<데자뷰> 이규한 - 현장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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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에서 남규리가 연기한 인물 지민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영역을 시시각각 오가며 미스터리를 남기고, 끝내 애틋하게 사라진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인물인 지민을 연기하는 데 있어 배우 남규리의 실제 삶이 반영된 지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책임지고, 강남 한가운데서 혼밥을 즐기고, 온라인 속 익명의 댓글에 무덤덤하다는 그의 말은 여리고 화사한 첫인상과 놀라운 괴리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몰랐던, 혹은 그사이 더욱 변모한 배우 남규리가 <데자뷰>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을 찾았다.
-<고死: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死>, 2008) 이후로 장편영화의 주연은 10년 만이다.
=그동안 꾸준히 기다렸다. 기다리면 언젠가 내게 맞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확신이 강하게 있었던 것 같다. 또 <고死>의 경험을 통해서 영화가 매우 인간적인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데자뷰> 남규리 - 의외의 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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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사람을 치었다고 믿으며 환각에 시달리는 지민(남규리), 교통사고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지민을 안심시키는 남자친구 우진(이규한), 그런 커플을 수상쩍게 지켜보는 형사 인태(이천희). <데자뷰>(2018)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무엇이 환각이고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스릴러영화다. 남규리·이천희·이규한 세 배우 역시 각자의 반전을 손에 꼭 쥐고 이중적 캐릭터를 연기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터라 더 반가웠던 세 배우와의 만남,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데자뷰> 남규리·이규한·이천희 - 반전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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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션 디자이너에 관한 거의 교과서에 가까운 책이 나왔다. <왕의 남자> <강남 1970> <사도> 등에서 시대의 맥락을 재현하는 영화미술의 품격을 높였던 강승용 미술감독이 <님은 먼곳에>를 촬영하던 당시에 구상해 최근 4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써내려간 결과물이다. “공백기에도 쉬지 않고 ‘포인트’를 잡기 위해” 책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그는 영화미술의 이론과 실제, 그간의 작업물을 접목시켜 꼼꼼히 풀어나간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할리우드 키드”였던 강승용 미술감독은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하는 와중에도 항상 영화를 놓지 않았다. “조각가의 입장에서는 난감했던 특수분장에 관한 해외 서적들까지 독파”하며 <구미호> <화엄경> <그 섬에 가고 싶다> 등에서 조금씩 배워나갔고, 1994년 <테러리스트>로 처음 미술감독의 직책을 얻었다.
“대부분의 영화미술 서적이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한 번역서”
<프로덕션 디자이너> 쓴 강승용 미술감독 - 영화미술 서적의 새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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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이 서울환경영화제(5월 17~23일)의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됐다.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영화제를 찾은 적은 많지만 특정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회를 맞은 서울환경영화제는 영화제 영문명을 GFFIS(Green Film Festival in Seoul)에서 SEFF (Seoul Eco Film Festival)로 바꾸었고,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맡았던 집행위원장 자리를 이명세 감독에게 넘겨주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명세 신임 집행위원장은 ‘환경의 외연은 넓히고 영화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누가 서울환경영화제의 신임 집행위원장 아니랄까봐, 인터뷰가 진행된 촬영 스튜디오에도 그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아닌 개인 텀블러를 들고 왔다. 환경에 대한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한명의 시민으로서, 올해 서울환경영화제를 이끌어갈 집행위원장으로서, 그리고 <M>(2007) 이후 10년 만에 JTBC 예능 프로
서울환경영화제 이명세 집행위원장, “축제로서의 영화제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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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운화의 얼굴은 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송운화는 의류학과 3학년 무렵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의 오디션에 응모했다. 제작자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은 오디션에서 “우리가 기다리던 완벽한” 소녀를 찾았고, 그렇게 전에 없던 활기로 가득 찬 젊은 배우가 대만영화계를 사로잡았다.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에서 사랑의 설렘에 달뜬 대학생을 연기하며 제 나이에 맞는 건강한 데뷔를 만끽한 송운화는 자신의 강점을 재빨리 눈치챈 배우다. 한국 관객이라면 송운화의 얼굴에서 얼핏 <응답하라 1988>의 혜리를 떠올릴 법한데, 그건 송운화 역시 물색없는 ‘그 시절’ 소녀를 표현하기에 타고난 생김새를 지닌 덕분이다. 크고 또렷하면서 영락없이 개궂은 눈, 웃을 때면 한없이 시원하게 벌어지는 입매, 제멋대로 튀어오르는 팔다리에 까만 피부까지. <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송운화 - 어느덧 어른의 미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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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생 조직에 몸담고 있는 연옥과 선창은 김성령과 박해준, 두 배우에게서 이제껏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인물이다. 연옥은 산전수전 다 겪은 조직의 실세고, 선창은 조직이 몇 차례 물갈이 될 때마다 끝까지 살아남은 지독한 남자다. 연옥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해 사건의 출발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기고, 선창은 영화의 중반부에 나타나 속내를 감춘 채 원호(조진웅)와 긴장감 넘치는 ‘밀당’을 벌인다. 영화에서 한번도 부딪히지 않는 김성령, 박해준 두 사람은 “회식할 때나 부딪혀서(김성령) 아직도 서로 쑥스럽다(박해준)”고 웃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연옥과 선창이 각각 어떻게 다가왔나.
=김성령_ 이 선생과 오랫동안 마약사업을 해온 탓에 웬만해선 기가 안죽는 여자. 목숨을 여러 번 건졌다니 보통 여자가 아닌 것 같다.
=박해준_ 자세한 전사(全史)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선창은 엘리트 출신으로 멀쩡한 회사의 임원으로 일하다가 이 바닥으로 넘어왔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마약에
<독전> 김성령·박해준 - 날 선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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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원호(조진웅)의 목표는 하나다. 국내 최대 마약 조직, 일명 ‘이 선생’ 조직을 소탕하는 것. 마약 조직에서 내쳐진 락(류준열)은, 그런 원호의 수사를 돕는 이용도구에 불과해 보였다. 그런데 락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누군지 본 적도 없는 오야’ 하나 때문에 엄마도, 개도 잃게 된 가련하고 비밀이 가득한 존재. 단순해 보였던 둘의 공생관계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울리는 조진웅의 연기와 류준열의 섬세한 눈빛이 일으키는 해석 불가의 화학작용. <독전>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이번 작업으로 영화 속 원호와 락처럼 서로에 대한 깊은 면모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원작 <마약전쟁>(감독 두기봉, 2013)을 먼저 접했나?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조진웅_ 원작이 있는 작품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어떤 기준점이 생겨버려서 가능하면 안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원작이 있는지 몰랐다. 결정하고 나서 제작사 관계자와 식사를 하는데
<독전> 조진웅·류준열 - 소통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