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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급변하는 뉴미디어 산업 중에서도 특히 가상현실(VR)의 발전에 주목해 산업 프로그램(B. I. G)의 일환으로 VR 빌리지를 운영했다.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그래빗’의 공동설립자 김종민 프로듀서는 올해 객원 프로그래머로 참여해 VR 부스와 패널토크 기획 등을 총괄했다. 3년 전부터 BIFAN과 연을 맺어온 그는 지난해에는 시뮬레이터와 연동한 시네마틱 VR의 소개에 집중했고 올해는 규모를 키워서 본격적으로 “체험형 콘텐츠가 이야기의 형태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부천중앙공원에 오면 가장 눈에 띄는 VR 빌리지는 “VR은 공간을 경험하는 데 최적화된 포맷”이라는 걸 알리고 “가상과 현실이 디졸브되어 창작자와 관객과의 생산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할 목적”으로 디자인됐다. 부스에서 소개되는 작품의 면면도 올해 선댄스영화제 뉴프론티어 섹션, 트라이베카영화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뮤직페스티벌 등에서 소개된 가장 최신의
김종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객원 프로그래머 - VR 빌리지의 설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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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11개국에 1만개 스크린을 확보한다는 사업 목표를 세웠다.” 지난 7월 10일 CGV강변에서 열린 ‘20주년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이하 미디어포럼)에서 서정 CJ CGV 대표는 향후 사업의 그림을 공개했다. CGV 브랜드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컬처플렉스로 재단장한 CGV강변에서 열린 행사다. 미디어포럼 전날 서정 대표를 따로 만난 자리에서 그는 지금이 극장산업의 위기임을 강조했다. 넷플릭스 같은 뉴미디어가 나타나고, 한국 영화시장 사이즈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10대와 20대 젊은 관객의 선호 매체가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CGV를 포함한 극장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여전히 유통사업이 산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에서 그는 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CGV 브랜드 출범 20주년을 축하한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성인이 된 셈이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서 또 한번 변화와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서정 CJ CGV 대표, "관람객의 영화 트렌드가 점점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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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어 슈니츨러가 1897년에 완성한 희곡 <윤무>는 1950년 막스 오퓔스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다. 그 후 1993년, 뮤지컬의 거장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윤무>를 <헬로 어게인>이라는 이름의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라키우사를 존경하던 톰 구스타프슨과 코리 크루에케버그는 라키우사와의 협업을 통해 이 뮤지컬을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고 얼마 전 열린 제3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에 초청됐다. 2012년 제천음악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로 내한한 이들을 만나 <헬로 어게인>의 제작과정을 물어보았다.
-뮤지컬 <헬로 어게인>을 영화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코리 크루에케버그_ 약 20년 전,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이 뮤지컬에 대해 처음 들었다. 나는 당시 음반가게에서 일하는 대학생이었는데, 공연잡지 <아메리카 시어터 매거진>에 실린 라키우사에 대한 특집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의 말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의 뮤지컬을 여러
<헬로 어게인>으로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찾은 톰 구스타프슨 감독, 코리 크루에케버그 각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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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은 어떤 식으로든 관객의 뇌리에 각인될 올해의 문제작이다. 18살 여고생 박화영은 자신처럼 가족에게 버림받은 또래 친구들에게 아지트를 제공하며 ‘엄마’의 역할을 자처하지만, 아이들은 그의 호의만 이용할 뿐 진짜 친구로 대하지는 않는다. 박화영을 연기한 신인배우 김가희는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라 이게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전한다.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영화 끝나면 국숫집이나 할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은 “<박화영>을 찍기 전과 후로 인생을 나눌 수 있다”고 할 만큼 연기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신인을 만났다.
-같은 소재를 다룬 이환 감독의 단편영화 <집>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화영> 오디션을 5차까지 봤다고.
=원래 감독님은 나는 아예 캐스팅에서 배제하겠다고 하셨는데, 나의 엉뚱한 면과 다듬어지지 않고 횡설수설한 모습이 캐릭터에 적합할 것 같다고 해서 오디션을 거듭 보게
<박화영> 김가희 - 너무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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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액션, 신인배우, 전작 흥행에 실패한 감독을 향한 세간의 우려. <마녀>를 투자·배급한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이하 워너)의 변승민 한국영화팀장은 그 ‘불안한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부디 <마녀>가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하길 바랐다. 다행히 230만명이 손익분기점인 <마녀>는 개봉 2주차에 200만명을 동원하며 선전 중이다. “새로움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는 변승민 팀장은 “과거의 흥행 추이를 투자·배급의 판단 요소로 하는 관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선례가 되는 작품이 없더라도 시의적으로 새로움을 주는 작품, 신선하고 독창적인 컨셉으로 접근한다면 대중이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밀정> <싱글라이더> <브이아이피>를 거쳐 올해 <챔피언>과 <마녀>를 개봉했고 곧 <인랑>과 <악질경찰> 개봉을 앞둔 그는 그간의 업무를 두고 ‘작품 농사’를 지었다고
변승민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한국영화팀장 - 새로운 영화로 관객을 움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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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의 뇌를 아무렇지도 않게 갈라 유전자 조작에 이용하는 뇌과학 박사. 잔인함을 형상화한 <마녀>의 빌런 닥터 백의 연기는, 적어도 보기 전까지는 감정의 바닥까지 내려가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는 조민수와는 선뜻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럴법한 캐스팅에서 벗어난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닥터 백은 연기 30년차, 조민수의 내공으로 똘똘 뭉친 독특한 캐릭터다. 자주 기회가 오지 않는 역할 앞에서 조민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민을 더해 닥터 백을 하나하나 만들어갔고, 그래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닥터 백은 원래 시나리오에서 남성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가 지금의 여성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마녀> 제작·투자사인 변승민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영화 팀장이 <피에타>(2012) 때 참여했었다. 그때 인연으로 영화 할 때 전화해서 이것저것 상의를 한다. 그분이 “선배님 영화 출연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마녀> 배우 조민수, "전작이 만든 선입견으로 배우를 규정 짓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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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발생한다. 감독이나 배우가 SNS에 올린 글 하나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세상이다. 영화 홍보하기 힘든 ‘리스크 시대’에서 영화 홍보 대행사 호호호비치가 법률 회사 브로인로펌과 사업을 제휴해 위기관리 및 대응 업무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김준혁 브로인로펌 대표를 만나 이번 사업과 관련된 밑그림을 물었다.
-호호호비치는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됐나.
=법적 자문을 한 적 있다. 문제가 잘 마무리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그 일 뒤로 편하게 법적 자문을 해오고 있었다.
-이슈 하나가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영화야말로 전문적인 리스크 대응 전략이 절실한 산업이 아닌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관심이 많다. 감독 입봉을 준비하고 있는 친동생과 영화계 네트워크 덕분에 영화계에 다양한 법률 자문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작가부터 감독, 제작자, 많은 기술 스탭들이 공들
김준혁 브로인로펌 대표 - 영화의 온당한 평가를 위해선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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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겐타로는 잡지 모델로 활동할 당시 투명하고 깨끗한 소년의 이미지와 남성적 매력을 모두 갖춘 소금남(흰 피부에 쌍꺼풀이 없고 마르고 키가 큰 남자를 일컫는 신조어, 소금의 결정처럼 하얗고 깨끗한 이미지라는 뜻.-편집자)의 대표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2014년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너와 100번째 사랑>(2017), <히로인 실격>(2015), <내 이야기>(2015) 등에서 외모도 마음도 허점 없이 완벽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일본의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드라마 <모방범>(2016), <나라타주>(2017)에선 대중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유유히 배신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고, 한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 버전에 출연하며 한국 팬들에게 더 친숙해지기도 했다. 판타지 로맨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흑백 고전영화 속 공주 미유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 - 순정만화에서 걸어나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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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미남은커녕 딱히 인상에 남을 만한 특징도 없다. 이웃집 학생마냥 스쳐 지나가도 모를 법한 외모에 약간 모자란 듯 멍한 표정이 더해지면 나도 모르게 경계의 끈을 놓게 된다. 외견만 본다면 배리 케오간에겐 순박, 평범, 무난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백지처럼 비어 있는 이 남자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 영화 <킬링 디어>의 숨 막히는 분위기 중 팔할을 담당한다. 배리 케오간이 열연한 마틴은 설명되지 않을 미묘한 틈새에 놓인 남자로 여느 사이코패스 캐릭터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마틴은 소년과 어른 사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섬뜩함과 몽롱함 사이 하나의 역할로 지정되는 걸 거부한 채 유령(혹은 심판자)처럼 화면 위를 부유한다. 배리 케오간의 이러한 연기를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틴의 시선은 시종일관 산만하게 주변으로 흩어져 있다가도 불꽃이 점화되면 순식간에 어떤 열망으로 가득 메워진다. 초점을 잃은 채 어딘가를 응시하
<킬링 디어> 배리 케오간 - 가늠할 수 없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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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성실한 사람에게는 종종 ‘재미는 없다’는 편견이 붙기 마련이다. 하지만 열정과 승부욕으로 유명한 최민호는 재미도 있다. 샤이니 데뷔 때부터 랩메이킹을 해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왜 그동안 티를 안 냈느냐”고 묻자 그는 “유세 떠는 것 같아서”라는 겸손한데 흥미로운 대답을 했다. 또한 편안한 표정으로 내내 상대와 눈을 맞추며 모든 질문에 꼼꼼하게 답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최민호의 새로운 얼굴은 물론 기존 매력과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인랑>으로 돌아온 배우 최민호를 만났다.
-<달콤한 인생>(2005)을 수십번 볼 만큼 김지운 감독님의 열렬한 팬이라 <인랑> 오디션이라도 보고 싶다고 먼저 말했다고.
=캐스팅보드에 올라갔다는 소식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미팅 연락을 해오셨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나갔는데, 바로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 너무 좋아서 미소를
<인랑> 최민호 -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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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에서 김무열이 연기한 공안부 차장 한상우는 말끔한 외양을 하고 짐승처럼 포효한다. 멜로물의 주인공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다정한 이미지를 비틀면 <은교>(2012)와 <기억의 밤>(2017) 속의 서늘함이 새어나오는 배우에겐 더없이 제격인 역할이다.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이자 공안부가 제거 대상으로 삼는 특기대 출신의 친구 임중경(강동원)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열등감은 한상우를 위력적인 괴물로 만든다. 그런데도 한상우를 악인이라 칭할 수 없는 것은 그에게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인간의 연약함과 애잔함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인랑>은 김무열에 의하면 “배우로서 다시 한번 틀을 깨고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다. 데뷔 14년차, “점점 새로워지기가 어렵다”라고 말하는 김무열에게 파격과 도약의 기회를 준 <인랑>에 관해 물었다.
-공안부 차장을 젊은 배우가 연기해서 놀랐다. 야심가 한상우는 어떤 인물인가.
=한상우
<인랑> 김무열 -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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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의 위협에서 한반도를 구하더니 이번엔 통일에 반대하는 테러단체와 맞선다. <강철비>(2017)에 이어 <인랑>을 선택한 배우 정우성의 필모그래피 시계는 정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두 작품의 시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우연”은 <인랑>의 출연진 중 오직 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극중 정우성이 연기하는 장진태는 반정부 테러단체 섹트에 맞서는 경찰조직 특기대의 브레인이다. 다른 이들보다 몇수 앞서 판을 읽고 전략을 세우는 그의 치밀함은 <인랑>의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인랑>으로 김지운 감독과 11년 만에 재회했다.
=<강철비>를 촬영하기 직전쯤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다. 작은 배역인데 맡겨도 될까 하며 조심스럽게 연락하신 것 같더라. 마침 ‘센’ 작품들을 연달아 하고 있었기에 오히려 부담 없이 <인랑>을 선택했다. 김지운 감독은 물론 <아수라>(2016)를 함께한 이모
<인랑> 정우성 - 후배들 사이의 작은 역할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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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치 지형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남북한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이 선포된 2029년. 영화 <인랑>이 제시하는 가상의 미래 속에서 배우 한효주가 연기하는 이윤희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홀로 외롭고 처절하게 싸워나갈 인물이다. 임중경으로 대표되는 대통령 직속 경찰기구 특기대와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 그리고 공안부의 대립 속에서 이윤희는 어떤 활약을 보여주게 될까. 한효주에게 남자들로 둘러싸인 세계 속에서 홀로 버티고 선 이윤희의 아픔, 삶의 무게에 관해 물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원작 애니메이션은 20대 때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김지운 감독님이 리메이크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나올 즈음이었나? 그땐 이야기가 좀 모호하다고 느꼈고, 캐릭터에는 자꾸만 연민이 생기더라. 다음날에도 영화의 주제가가 귓가에 계속 맴돌고. 시나리오를 받아 읽고는 내가 연기할 윤희가 참 어렵겠다,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이윤
<인랑> 한효주 -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거침없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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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복을 입은 인간병기.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1999)을 실사로 구현한다고 할 때, 비주얼의 설득력은 절대적인 과제가 된다. 동시에 ‘무리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한국영화에서 위험부담이 큰 대작 SF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꽤 만만찮은 작업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2015)의 사제복을 몸에 맞게 일체화했던 것처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모험을 즐겼던 지금까지의 행보에서처럼, 30kg에 달하는 육중한 강화복을 입고 30 대 1의 액션에 뛰어든다. 강동원이라서 기대되는 그 세계로.
-영화화 발표는 꽤 오래전인데, 인고의 프로젝트가 됐다.
=2013년에 촬영 들어가려고 했으니 소집해제하고 출연한 첫 작품이었다. 5년 동안 준비했다. 마음으로. (웃음) 그동안 시나리오를 몇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시대배경도 50~60년대 설정도 있었고. 80년대는 물론 유신 정권 설정도 있었다. 제작 규모가 커서 들어가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한국 SF 장르
<인랑> 강동원 - 의외의 모험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