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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는 특별한 아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그는 결코 아픈 아이는 아니다. 게임 중독이면서 피아노 천재인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면부지의 형이 생기면서 그의 일상도 변화를 겪는다. 진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진태의 모습을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그러면서도 결코 희화화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며 코미디를 만들어가야 했다. 쉽게 말해 그는 불편하지 않은 긍정의 웃음을 만들어야 했다.
-진태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다.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이 처음 만나 가까워지며 벌어지는 일들이 진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태를 우울하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호감 가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또 진태의 감정 표현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점을, 그의 섬세한 감정이 영화에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준비해나갔다.
-또 피아노 천재라는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 사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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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권투선수라는 타이틀은 빛바랜 영광일 뿐, 지금은 젊은 친구들의 스파링 상대나 하고 있는 반백수 조하(이병헌). 자신을 버리고 새살림을 차린 엄마(윤여정)에 대한 원망도 묵은 감정이 된 지 오래. 하지만 17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진태(박정민)와의 동거가 조하의 삶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이병헌은 모처럼 힘을 쭉 뺀다. 웃기도 많이 웃고, 몸개그도 선보인다. 거의 20년 전 출연한 드라마 <해피투게더>(1999)에서 무명의 야구선수 서태풍이 보여준 인간적 매력을 다시 소환한 느낌이랄까.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허술하고 투박한 동네 형이 된 이병헌을 만났다.
-<싱글라이더>(2017), <남한산성>(2017)에 이어 <그것만이 내 세상>까지 2017년에만 <씨네21> 표지 촬영을 세번이나 했다.
=이제 당분간은 못 볼 수도 있다. (웃음) 곧 드라마를 찍게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 - 힘 빼기의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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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란 배우가 보통 연구하는 배우가 아니다.” 이병헌도 보통 배우가 아니란 걸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보통내기가 아닌 두 배우가 만났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이병헌은 집 나간 엄마와 17년 만에 재회한 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진태와 동거를 시작하는 전직 복서 조하를 연기한다. 박정민이 연기하는 진태는 정신지체 장애가 있지만 피아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치는 캐릭터다. 카리스마를 벗고 털털함을 입은 이병헌과 발성부터 손가락 움직임 하나까지 모든 것을 계산해서 연기해야 했던 박정민은 진심의 연기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연기만이 내 세상이라는 듯 누구보다 바쁘게 2017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은 두 배우, 이병헌과 박정민을 만났다.
<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박정민 - 진심의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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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절대 저승의 지옥문을 통과하지 못할 것 같은 캐릭터 중 하나는 박 중위다. 박 중위는 제대를 앞둔 병장 수홍(김동욱)과 관심병인 원 일병(도경수) 사이에서 벌어진 총기사고를 덮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박 중위는 타고난 악인이 아니라 못난 악인이다. 박 중위를 연기한 이준혁의 커다란 두눈에는 박 중위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겁먹은 두눈, 그러나 애써 두려움을 숨기려는 두눈은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그가 연기한 서동재 검사가 보여준 눈빛이기도 했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적도의 남자> 등으로 얼굴을 알린 이준혁에게 2017년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짜릿함”을 맛보게 해준 해였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 천만 관객을 넘기기 이틀 전, 스크린 속 박 중위와는 딴판의 이준혁을 만났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기분이
<신과 함께-죄와 벌> 이준혁 - 선악의 양면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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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들에게 한번씩 다 상이 돌아가서 받았나 했다. (웃음)” 2017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서 홍보·마케팅상을 수상한 무브먼트의 송서진 대표가 겸손하게 말했다. 무브먼트는 KT&G 상상마당 영화사업팀에서 나온 진명현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독립영화 배급·홍보·마케팅 회사로, 2017년 <불온한 당신> <분장> 등을 배급 및 마케팅했다. 송서진 대표는 진 대표의 제안으로 2016년에 합류했다. 양질의 리뷰가 담긴 보도자료, 벽에 붙여두고 싶은 세련된 팸플릿이 눈에 띄는 영화가 있다면 무브먼트에서 홍보를 맡았다고 보면 된다.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모더레이터로 자주 이름을 올리며 팟캐스트 진행자로도 활약하는 진명현 대표의 이름이 대중에게는 보다 익숙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송서진 대표 역시 독립영화계에서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첫 직장은 영화 제작사 주피터필름과 함께 운영됐던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 영화방이었다. 흥
송서진 무브먼트 대표 -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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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김혜자·김해숙 선생님과 함께 거론될 어머니의 얼굴이 하나 더 늘었다.”언젠가 아는 기자들과 배우 예수정을 두고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최근 매체에서 어머니 캐릭터로 자주 등장한 그는, 처창한 눈빛으로 무조건적인 헌신을 보여주는 모성을 연기하곤 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에서 예수정은 최근 필모그래피의 집결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농아 어머니는 화재로 첫째 아들 자홍(차태현)을 잃고 군부대 총기 오발 사고로 둘째 아들 수홍(김동욱)마저 떠나보낸다. 어떤 상황에도 자식에게 보이는 무한한 포용력은 영화의 주제와 직결된다. 하지만 처연한 모성애는 수십년간 무대 연기를 해온 예수정의 편린에 불과하다. 평소 즐겨 찾는다는 갤러리 카페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청바지에 부츠를 신은 ‘멋쟁이’였다. 인터뷰를 마친 후, 예수정의 진수는 그간 그가 보여준 모성애 외에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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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죄와 벌> 배우 예수정, "내가 배운 신파는 감정에 충실하다는 의미... 요즘일수록 신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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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탐정>은 중국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된 여자가 국내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제 수사를 담당하던 형사들이 그림자로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한 능력을 가진 탐정 미스터 케이에게 사건을 의뢰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다. 만약 영화화된다면 이제껏 본 적 없는 독특한 액션과 비주얼이 가능할 것 같다는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이야기다. 바로 그 확장 가능성을 내포한 이야기의 아이디어가 올해로 2회를 맞은 덱스터스튜디오 시나리오 공모대전의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은 것 같다. 시나리오작가, 연출부, 제작부 등 한편의 영화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오고 있는 이광호 작가를 만나 시나리오 안팎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림자를 추적해 그로부터 사건의 실체를 보게 되는 탐정이라는 이색적인 소재의 시나리오 <그림자탐정>으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독일 환상문학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으며 그림자란
<그림자탐정> 이광호 작가 - 상상력으로 뻗어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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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 군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배우들은 어느 때보다 더 상상에 의존해 연기할 수밖에 없다. <강철비>의 북한 여군 해커병은 출연 분량이 짧지만 극의 흐름상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역할이기에 신인배우 이지원에게는 꽤 큰 숙제였으리라.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면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에 ‘<강철비> 해커병’이라 표기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유명세에 당황해하는 그녀를 만나 이제 막 상업영화에 입문한 신인배우가 바라본 현장은 어땠는지, 캐릭터를 만들어간 과정이 어땠는지에 대해 물었다.
-처음엔 해커병이 아닌 다른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고.
=원진아 배우가 맡은 려민경 역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해커병 역을 준비해서 다시 오디션을 보라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해커병이 남자 역할이었는데 여자로 설정을 바꿨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내 이미지가 해커병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학교 선배 결혼식장에서 확정 전화를 받았는
<강철비> 이지원 - 평범해서 특별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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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에 등장하는 수많은 군 장비와 미사일, 북한군 전력 시스템과 국내 특수부대원들의 작전 흐름, 그리고 그들의 세세한 동작 하나에까지 깊이 관여한 인물이 있다. 영화 전체의 군사 자문 역을 맡은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양욱 수석연구위원이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의 시나리오를 쓴 다음 제작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문가에게 모니터링 및 촬영장 전반의 군사 자문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국방부와 방산업체를 오가며 컨설팅과 연구 자문을 해오던 양욱 위원은 양우석 감독이 방대한 군사 지식을 지니고 있어 놀라웠다고 한다. “웹툰과 시나리오가 이미 국제정세와 군사학 등에 탄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자연스레 영화 전체 자문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국제 정세에 따른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시했고, 북한이 핵도발을 위해 작전을 꾸밀 때 탈취하는 MLRS(동시에 여러 발의 로켓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발사포체계)
<강철비> 양욱 군사 자문 - 진짜보다 진짜 같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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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 갔습니다.” 그가 다녀간 곳은 모두 없어진다 하여 ‘파괴지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주호민 작가가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 촬영현장에 다녀온 것을 두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촬영 중 김용화 감독님이 득녀하셨다는 소식에 선물도 드릴 겸 겸사겸사….” 행여 흥행에 누를 끼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었는지 이 질문에는 준비한 답변도 있단다. “흥행 기록을 파괴할 것이라는 뜻의 그 파괴지왕이죠.”
제작비 400억원, 제작까지 6년여, 한국 최초로 기획 단계부터 1, 2부 시리즈물로 구성한 새로운 시도. 주호민 작가는 이토록 기념비적 판타지물 <신과 함께>의 뼈대를 만든 원작자다. 주인공이 죽어야 비로소 시작되는, 죽어서 저승에 가서도 ‘더 나은 죽음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망자와 그를 도와주는 저승차사들의 이야기. 전통사상과 불교의 윤회사상에 입각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선과 악을 아우른 저승 세계관을 확
<신과 함께-죄와 벌> 원작자 주호민 작가, "내게 늘 첫째는 만화적인 재미에 집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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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신데렐라>의 다른 버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꽤 있다. 그러나 원작의 배경이 이탈리아 나폴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애니메이션 <가타 신데렐라>(2017)는 원작의 도시 나폴리에서 전해온 <신데렐라> 업데이트 버전이다. 직역하면 ‘고양이 신데렐라’라는 뜻이다. 쇠락해가는 디스토피아로 묘사된 극중 나폴리와 재투성이 공주 신데렐라 이야기는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 채 애상적인 노랫말을 타고 흘러나온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17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마리노 구아르니에리 감독을 만나 주로 서사와 캐릭터의 창조와 해석에 관해 물었다.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펜타메론>에 기초한 로베르토 데 시모네의 희곡이 원작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재해석이자 관객에게 잊힌 원전을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고 여겨진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테마는 결혼이다. 결혼
<가타 신데렐라> 마리노 구아르니에리 감독 - 현실과 맞추다보니 결혼하지 않는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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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취재를 못하게 해!” 박종철 열사의 부모가 아들의 유해를 강물에 흩뿌릴 때 먼발치에서 그 풍경을 지켜보던 윤 기자(이희준)는 기자들을 통제하는 형사들을 향해 분노한다. 윤 기자의 취재는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세상에 알렸고,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윤 기자를 연기한 이희준은 “<1987>과 윤 기자를 통해 내 삶을 반추할 수 있게 됐다. 이 작품을 계기로 내 삶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6월 민주항쟁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나.
=하굣길에 최루탄의 매운 냄새 때문에 대학생 형들은 공부는 안 하고 왜 저러는지 불만을 터트렸던 기억이 난다.
-기억이 선명한 편인데.
=<1987> 시나리오를 읽고 당시 있었던 일들을 조사해보니 무시무시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흔인데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 정말 부끄러웠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곧바로 촛불집회로 뛰쳐나갔다.
<1987> 이희준 - 3D 캐릭터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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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는 <1987>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촛불집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6월 민주항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이지만, <1987>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당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그녀가 연기한 연희는 삼촌인 교도관 한병용(유해진)의 부탁을 받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수배 중인 재야 인사에게 몰래 알리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아픈 과거 때문에 데모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다가 어떤 일을 겪으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1987년 6월 거리로 나선 많은 시민들처럼.
-<1987>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책을 다 읽은 뒤 덮고 ‘좋다’고 생각했다. 인물들이 제 역할을 한 뒤 사라지는 ‘쿨함’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한두명이 감정을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고 싹 사라지는데도, 감정과 정서의 에너지는 점점 커지는 게 매력적이었다.
-6월 민주항쟁에 대해 알고 있었나.
=겉핥기로 알고
<1987> 김태리 - 감정과 정서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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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 퍼런 독재 치하, 단지 옳은 일이라는 믿음 하나로 위험을 무릅쓴 소시민들이 있었다. <TV가이드>와 <선데이 서울>을 ‘즐겨 읽는 척’하는 교도관 한병용도 그중 한명이다. 사건의 진실을 담은 옥중 서신을 잡지에 몰래 숨겨 실어나른 민주화의 배달원. 긴장의 시대 그 한가운데서 유해진은 특유의 소시민다운 면모로, 또 화면을 장악하는 존재감으로 <1987>의 시간을 때로 정감 있게, 때로 박진감 넘치게 하는 인물이다.
-<택시운전사>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이어 이번엔 1987년 6월항쟁으로 간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는 택시운전사 황태술(<택시운전사>)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화의 진실을 담은 편지를 전하는 교도관 한병용으로 분한다.
=<택시운전사>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 대한민국에 아픈 현대사가 있었고, 그 안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조명한다. 민주화를 쟁취하기
<1987> 유해진 - 가장 보통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