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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여성들의 자립과 동행, 연대를 그린 영화다. 배우 김향기가 보호종료아동이자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아영을, 류현경이 아영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 나가는 싱글맘 영채를 연기한다. 영화는 일보 후퇴하더라도 이보 전진하는 아영의 꿋꿋한 삶의 태도를 따라간다. 카메라도 내내 인물들을 따라 움직인다. 아영과 영채, 두 사람의 일렁이는 마음과 엇박자 걸음을 묵묵히 따라간다. 김보라 촬영감독에게 <아이>는 움직임이 중요한 영화였다. 일부를 제외하고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핸드헬드로 찍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계속 움직여야 하는 영화라는 걸 알았다.”
김현탁 감독과 촬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언급한 영화 중엔 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이 있었다. “한 호흡으로” 쭉 공간과 인물을 촬영하는 방식에서 레퍼런스가 된 작품이다. 이외에도 김보라 촬영감독은 어떤 느낌의 핸드헬드가 좋을지 고민하며 <내일을 위한 시간>이 인물의 감정과 표정
'아이' 김보라 촬영감독 - 영화에 필요한 올바른 시선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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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든 다 고만고만하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이의 사연에서도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한편 각각의 사연은 직접 겪은 당사자나 해당 공동체가 아니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고유한 속성이 있다. 문화적 경험이란 공간과 함께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의 터전을 옮긴 이민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미나리>는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 이민 1세대의 모습을 그린다. 이들이 낯선 땅에 정착해 뿌리내리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사연의 깊이를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이 영화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했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것을 넘어 개인적인 기억에서 보편적인 체험을 찾아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듬어내는 솜씨가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하여 <미나리>는 1970년대 이민자의 기억에서 머무는 대신 지금 현재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민족의 역사를 되짚어
'미나리' 정이삭 감독 - <미나리>는 보편적인 모든 인간들을 위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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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이처럼 일단 몸으로 부딪혔다. (웃음)” <더블패티>의 O.S.T <밤한울>을 부른 순간을 회상하며 신승호 배우가 미소 지었다.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뚝심이 극중 우람과 똑 닮았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좋아하면 울리는> <에이틴> 시리즈 등으로 얼굴을 알린 신승호는 <더블패티>에서 씨름 유망주인 우람을 연기한다. 우람은 믿고 따르던 선배를 잃고 방황하다 앵커 지망생 현지(배주현)와 가까워진 뒤 다시 마음을 잡고 씨름 훈련에 전력을 다하는 인물이다. 신승호는 10년 넘게 축구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우람에게 공감하고, 직접 흙을 밟고 상대 선수와 겨뤄가며 우람을 이해했다. 그가 “본능적으로 몸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임을 알아본 백승환 감독은 “이 배우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신승호에게 <더블패티>의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전작에선 주로 거칠게 구는 일진을 연기했는데, <더블패
'더블패티' 신승호 - 뒤집기의 기술, 연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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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들의 조선’이 펼쳐진다. 3월 22일 밤 10시에 방영 예정인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 괴력난신의 시대>(이하 <조선구마사>)는 조선에 생시(살아 있는 시체)들이 나타난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크리처 장르물이다. 하지만 단순한 좀비물은 아니다. 시간적 배경은 두 차례 왕자의 난으로 왕위에 오른 태종(감우성)의 시대다. <조선구마사>는 또한 심령물로서 서역에서 온 악령이 생시들을 홀리고 자유자재로 조종한다는 설정까지 더했다. 조선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여러모로 마음 편할 리 없는 태종과 후에 세종으로 성장할 운명적 인물 충녕대군(장동윤), 아버지에게 인정받길 원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양녕대군(박성훈) 사이에 생시들이 들이닥치면서 몰입감은 한껏 고양된다.
드라마 <녹두꽃>과 <육룡이 나르샤>를 연출한 신경수 감독이 <조선구마사>의 연출을, 드라마 <철인왕후>와 영화 <천군
'조선구마사' 첫 공개… 배우 감우성, 장동윤, 박성훈과 신경수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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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전야>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설 연휴 극장가를 찾았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을 통과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6년을 만난 연인과 결별하고 서울에서 가장 먼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난 진아(이연희)와 그곳의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 전남편의 위협에 시달리는 재활 트레이너 효영(유인나)과 신변보호차 효영 곁을 맴도는 형사 지호(김강우), 장애가 있는 스노보드 선수 래환(유태오)과 든든한 연인인 원예사 오월(최수영), 결혼식을 준비 중인 여행사 대표 용찬(이동휘)과 중국인 신부 야오린(천두링), 마음씨 좋은 용찬의 누나 용미(염혜란)까지, 9명의 각기 다른 초상들이 저마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새해를 기다린다.
<결혼전야>(2013)에 이어 ‘전야’ 시리즈를 확장하며 자신만의 계보를 탐색 중인 홍지영 감독은, 네 번째 영화 <새해전야>를 준비하며 <키친>(2009) 이
'새해전야' 홍지영 감독, 인물에게 최적화된 공간을 찾는 일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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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영(김향기)과 영채(류현경), 두 여성의 자립과 동행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 영화다. 보호종료아동이자 아동학과 졸업반인 아영과 젖도 덜 마른 상태에서 일 나가야 하는 싱글맘 영채. 그리고 영채가 일하는 술집의 사장 미자(염혜란)까지,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체화하며 꿋꿋하게 살아온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육아, 복지, 가족에 관한 큰 논의를 품고 있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건드리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에 <아이>의 성취가 있다. 첫 영화 <아이>를 만든 김현탁 감독을 만나, 그가 이 영화에 얼마나 진심을 담으려 했는지 들었다.
-설을 앞둔 2월 10일 영화가 개봉했다. 설 연휴는 어떤 마음으로 보냈나.
=개봉 전까지도 후반작업하느라 설 연휴라는 생각도 못했다. 영화를 완성하자마자 덜컥 사람들에게 선보인 기분이다. 영화와 계속 밀착해 지냈고 거리두기하며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아직은 영화를
'아이' 김현탁 감독 -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해도 인물을 멈춰 세우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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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의 철수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10년 전 처음 봤을 때와 똑같다.” <승리호>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배우 송중기가 조성희 감독에 대해 한 말은 그의 10여년간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남매의 집> <짐승의 끝>처럼 계보나 좌표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독창적 디스토피아를 그렸던 그가 <늑대소년> 같은 멜로영화를 만들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이후 확실히 그의 고유 인자는 재정의됐다.
조성희 감독의 마음속엔 변하지 않는 소년이 있다. <남매의 집>에서 괴한들로부터 여동생 순이를 지키지 못했던 오빠 철수는, 아직 세상과 소통하는 법은 모르지만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순정을 간직한 ‘늑대소년’의 이름으로 반복되고, 이곳의 순이(박보영)는 말랑한 순정 만화 속 소녀가 된다.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승리호>는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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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게 나타나 다정하게 돌아선다. <승리호>에서 배우 진선규가 연기한 타이거 박은 온몸에 문신을 새긴 채 티타늄 도끼를 든 육체파 대원이지만, 시선을 그의 이목구비에만 고정시킨다면 고된 우주살이에서 이보다 여린 남자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 조그만 감동에도 자주 글썽이는 눈과 씰룩이는 입꼬리는 그가 한때 유명 지하조직의 두목이었다는 사실을 의심케 한다. 의문의 실종 아동 도로시를 데리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인 <승리호>에서 타이거 박은 기꺼이 아이의 보호자로 지목하고 싶게 만드는 인물이다. 제각기 한 성격하는 크루들의 관계를 부드럽게 다지고, 관객에겐 푸근한 호감을 안겨주는 인물의 완성은 배우 진선규가 가진 느긋한 따뜻함, 그리고 반전 매력으로부터 나왔다.
-한국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전무했던 만큼 출연에도 결심이 필요했을 듯하다. 어떤 이유에서 끌렸나.
=감독님을 만나보니 ‘역시 디자인 전공자답구나’ 할 정도로 승리호에 대한 훌륭한
<승리호> 진선규 - 우주의 사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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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라고? 올백 단발머리, 보잉 선글라스, 작중 배경은 2092년이지만 1992년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복고풍 옷차림을 한 <승리호> 속 장 선장의 비주얼이 처음 공개됐을 때 느낀 충격을 잊지 못한다. 선장이라고? UTS 기동대 최고의 에이스 출신 태호(송중기), 지구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이끌었던 타이거 박(진선규), 로봇 업동이(유해진)가 그들보다 어리고 물 대신 술을 마시며 사기 고스톱에 심취한 장 선장의 말에 복종한다. 하지만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브레인이자 우주선 승리호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설정이 하나씩 드러나고, 옳은 길을 위해 희생을 불사하는 장 선장의 추진력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특유의 당당함이 돋보이는 김태리를 통해 설득력을 입는다.
-처음 <승리호>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대감을 안고 이 작품을 선택했나.
=두근두근했다. 이야기도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팀플’이라는 점이 좋았다. 히어로물처럼 누군가가
<승리호> 김태리 - 뻔뻔하게, 주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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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가 마지막으로 대중과 소통한 영화는 <군함도>(2017), 드라마는 <아스달 연대기>(2019)였다. 그동안 꾸준히 영화 촬영은 하고 있었지만 2020년에 송중기와 관객 사이엔 공백 아닌 공백이 있었다. 기다림에 대한 보답처럼 2021년 연초부터 송중기는 두편의 작품, 2월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승리호>와 2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빈센조>로 찾아온다. <승리호>에서 송중기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가 되어 우주선을 몬다. 돈이 되는 일에는 뭐든 달려드는 뻔뻔함과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니는 궁핍함이 태호를 설명하지만 사실 태호는 복잡하고 심란한 과거사를 가진 인물이다. 이전에는 연기해본 적 없는, 부성애라는 낯선 감정 연기에도 도전한 송중기는 <승리호> 공개를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인다 생각하니 신인 때 기분도 나고, 굉장히 설레는 2월이 될 것 같다
<승리호> 송중기 "최초의 OOO를 연기한다는 것, 본능적으로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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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감독의 작품은 늘 인간 본성에 깊이 파고들면서도 인간관계가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순간에 집중한다. ‘이승원 감독스럽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 <세자매>는 아버지의 생일을 앞둔 세 자매가 각자 처한 상황의 온도를 서서히 높여 끓고야 마는 이야기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건강 문제로, 둘째 미연(문소리)은 남편 문제로, 셋째 미옥(장윤주)은 재능 문제로 괴롭고 고단하다. 그런데도 기쁜 척하며 아버지의 생일까지 챙겨야 한다.
<세자매>는 가족이란 이유로 묻고 넘어갔던 상처를 헤집으며 쉽사리 느낄 수 없었던 영화적 경험으로 관객을 이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승원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소통과 거짓말>),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홍콩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해피뻐스데이>)을 수상하며 데뷔 때부터 영화계의 관심을 받아온 인물이다. <세자매>의 극장 개봉 하루
'세자매' 이승원 감독 - 가족이란 관계의 아이러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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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들고일어났다. 1월 21일 극장 개봉한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명절 때마다 전을 부치고 제사를 준비하던 여성들이 부엌을 박차고 나가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소동을 그려내는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반란을 주도하는 이는 큰엄마(정영주)다. 예상치 못한 큰엄마의 행동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여자들과, 그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남자들의 우스꽝스러움이 교차하는 이야기는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다. 이 영화는 <창간호>(2018), <첫잔처럼>(2019) 그리고 개봉을 앞둔 <더블 패티>를 연출한 백승환 감독의 신작이다.
-명절 때 큰엄마가 전을 부치다 말고 여자들만 데리고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설정이 통쾌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네티즌의 사연을 바탕으로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써서 보여주셨는데 여성들이 명절 때 소소한 반란을 일으키는 설정과 글이 무척 재미있었다. 평소 여성 서사
'큰엄마의 미친봉고' 백승환 감독 "평생 제사 지내는 어머니 생각하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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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가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동시 출항한다. 2092년 황폐화된 지구를 떠난 ‘승리호’는 무중력으로 떠다니는 쓰레기를 그러모아 돈을 버는 우주 청소선이자 다른 우주선이 모은 쓰레기를 빠르게 빼앗아가는 우주 해적선. 이제껏 한국영화계에 없었던 우주 배경 SF영화 <승리호>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탑승하고 있다. 승리호를 만든 장본인 장 선장(김태리)과 조종사 태호(송중기), 엔진 크루 타이거 박(진선규), 안드로이드 업동이(유해진)는 조성희 감독만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한층 유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씨네21>은 배우 송중기·김태리·진선규의 인터뷰와 함께 <승리호>의 미공개 스틸컷을 독점 공개한다. 배우들이 감탄한 세트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승리호> 제작 과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까지 인터뷰에 모두 담았으니 주목해주길 바란다. 조성희 감독이 10년간 가다듬은 SF 세계를 이해
[인터뷰] '승리호' 송중기·김태리·진선규와의 만남과 미공개 스틸컷 독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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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생선의 시선을 그린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의 이대희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엔 물이 아닌 불이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소 음료 ‘스트레스 킬러’를 마시며 살아가는 현대사회. 음료를 과잉 복용한 탓에 불괴물로 변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40대 평범한 가장인 짱돌은 불괴물을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고 ‘불괴물 잡는 히어로’가 된다. 퇴근길 횟집 수조를 보고 <파닥파닥>을 떠올렸던 이대희 감독은 주말에 아이들을 돌보다 막내딸이 떼쓰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 제로>를 떠올렸다.
“떼를 쓸 때 아기들은 표정이 순간적으로 바뀌면서 어른이 짓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 버리지 않나. 그 순간 불을 확 태워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영감을 받은 이대희 감독은 그 자리에서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불괴물을 그렸다. 이렇게 탄생한 3D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는 <뽀로로> <코코몽> 시리즈를 제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 떼 쓰는 아기 보며 ‘불괴물’ 떠올린 사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