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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었을 때부터 화제를 모은 <헌트>가 마침내 여름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헌트>는 1980년대 국가안전기획부에 잠입한 북한 간첩을 둘러싼 정보기관의 혈투를 그린 첩보 액션물이다.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가 대립하며 내부 스파이를 추적하는 가운데 대통령 암살 음모가 더해져 보는 이가 정신없게 휘몰아친다. 배우 이정재가 기획, 공동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연출 데뷔작이라 믿기 힘들 만큼 준수하다. 첩보물 특유의 긴장감, 시대를 고증한 리얼리티, 매끄럽고 짜임새 있는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 1980년대의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묘사까지 촘촘히 엮어낸, 풍성한 결과물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헌트>의 완성도를 빛내는 건 믿고 보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다. 영화의 두 기둥인 이정재·정우성 배우,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국내팀 요원 장철성 역의 허성태와 해외팀 에이스 방주
매끈한 한국형 첩보 액션이 왔다!: ‘헌트’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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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아이>는 현우석의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때는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우고 준비했는지 되새겨봤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소리를 더 내보라, 딕션에 더 신경써보라’고 들었던 피드백이 생각났다. 펜을 물고 대사 연습을 하고 발성 영상도 찾아보며 훈련했다. <아이를 위한 아이>를 촬영할 때 감독님이 나보고 딕션이 좋다고 칭찬해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연습한 덕이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보육원 퇴소를 앞둔 도윤 앞에 얼굴도 기억에 없는 아버지가 나타난다. ‘다 너를 위한 일’이라며 일방적으로 한 가족 안에 밀어넣어진 도윤은 찜찜한 기분과 상처 입은 기억,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상처 많은 도윤에게서 모난 반항심보다는 우직하고 미더운 심성이 먼저 느껴지는 까닭은 현우석이 도윤을 “정말 마음이 따뜻한 친구”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줄 아는 도윤이었기 때문에 그의 뜻밖
[WHO ARE YOU] '아이를 위한 아이' 배우 현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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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이어 <비상선언>으로 마주한 이병헌은 힘을 빼고 뉘앙스를 찾는 데 통달한 베테랑 같다. <남한산성>의 최명길, <남산의 부장들>의 김규평을 연기할 때와 같이 극적으로 우아하게 다듬은 마스크는 잠시 벗어둔 채, 그는 멋있기보다는 차라리 누추한 순간이 더 많은 보통의 초상을 스크린에 옮긴다. “말투나 걸음걸이, 시선의 디테일들이 만드는 차이가 모여서 영화가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할 때 설득력을 만든다”는 그의 원칙은 설정값이 극도로 제한된 기내 공간에 배우가 내내 붙잡혀 있는 동안에도 캐릭터의 개성이 활보할 통로를 뚫고 만다. <비상선언>의 재혁은 아토피를 앓는 딸과 함께 하와이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는 아버지이며, 끔찍한 테러의 초입부터 상황을 주시하는 비상한 목격자다. 배우 이병헌은 점차 아수라장으로 변해가는 기내에서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남자의 비범한 과거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비상선언’ 배우 이병헌, “디테일의 설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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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얼굴은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이자 소시민을 보여주는 메타포다. 관객 역시 동시대 한국을 다룬 영화에 송강호가 나올 때 그 지점을 기대한다. <비상선언>의 인호는 비행기 테러범을 쫓는 형사팀장이자 비행기에 탄 아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남편으로서 관객이 가장 이입하며 볼 수 있는 캐릭터다. 여기에 송강호가 주로 표현해왔던 부성애 대신 부부애가 두드러지고, 현장에 개입하지 못하는 단절감이 극적인 감정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또 다른 평범성을 완성시킨다.
- 한재림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했다. (장편영화 주연 기준으로) 5편을 함께한 김지운 감독과 4편을 함께한 봉준호 감독에는 못 미치지만 박찬욱 감독과는 타이 기록이다. (웃음) <우아한 세계> 때도 시놉시스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는데,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것 같다.
= 정확히는 시놉시스가 아니라 밥 먹으면서 줄거리를 들은 게 전부였다. 한창 <괴물>을 찍고 있을 때 만났는
‘비상선언’ 배우 송강호, “재난 앞의 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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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이병헌이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22년 만에 <씨네21> 표지에 함께 등장했다(<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때는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3종 개인 커버로 제작됐다.-편집자). 역설적이게도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에서 두 배우는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지상의 송강호가 비행기 테러를 막으려고 애쓰는 사이, 상공에서 생화학 테러의 대상자가 된 이병헌은 착륙을 시도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배우가 <비상선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오묘하게 상대를 닮아 있다는 점이다. 한국영화에서 송강호는 가장 보통의 얼굴로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며 당혹스러워한다. 많은 작품에서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그의 행동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인자는 부성애였다. 반면 <비상선언>의 인호는 테러범과 같은 비행기를 탄 아내를 구하기 위해 형사로서 더욱 분투하는 남자다. 모처럼 송강호를 가족애가 아닌 로맨스의 주체로 내세운
평범해서 더 특별한 : ‘비상선언’ 배우 이병헌,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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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끔해 보이지만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눈매. 이현욱이라는 이름을 시청자에게 각인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와 <마인>은 ‘냉미남’으로 불리는 이현욱의 서늘한 매력을 장르적으로 한껏 부각시킨 작품이다. 중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꾸며 숱한 오디션을 치른 이현욱은 자신의 페르소나를 분명하게 파악했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순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가진 분위기가 일상 드라마보다 장르물에 잘 어울린다고 여긴다. 나 역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의외성을 가진 장르적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회만 주어지면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저 빌런으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현욱은 나름대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연기 변신이란 극과 극의 성격을 오가는 게 아니라 캐릭터의 개성을 디테일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악역으로 통칭할 수 있는 배역들도 그때마다 목소리나 시선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캐릭터만의 색깔을 만들려고 했다.”
[WHO ARE YOU] '블랙의 신부' 배우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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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박진영에겐 ‘첫사랑 기억조작남’ 내지는 ‘남자 수지’ 같은 별명이 있었다. 마치 저렇게 생긴 첫사랑이 있었던 것만 같은, 겪어본 적 없는 노스탤지어마저 조작하는 말간 얼굴은 바쁜 가수 활동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찌감치 배우로 각인될 수 있는 경쟁력이 됐다. 어느덧 소년은 훌쩍 자라 회사원이 됐다. 앳된 얼굴에 굵은 선이 여럿 더해지면서 그의 얼굴엔 풋풋함부터 피로한 직장인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스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2>의 유바비는 세상에 없는 완벽한 ‘남친’이었다가 현실적인 감정 변화를 드러내며 인류 보편의 연애사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연재될 때 유바비는 논란의 중심에 선 캐릭터였다. 유미(김고은)와 연애 중이면서 다은(신예은)에게 흔들리는 모습이 나올 때 욕을 많이 먹을 거라 예감했을 것이다. (웃음)
= 친누나에게 연락이 왔었다. 너 정말 괜찮겠냐고. (웃음) 하지만 제대로 연기해낸다면 정말 입체
‘유미의 세포들2’ 배우 박진영, “연기로, 음악으로 지금의 나를 채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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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쉼톡-단점뿐이라고? 개성으로 빚자! 반전매력 현봉식' 설치기사 연수원 상황극서 진상고객 연기 배우의 꿈
“네 얼굴에?” 모두 반대할 때 “보여주겠다” 오기
외모 편견에 단역 알바도 쫓겨났던 시절 거쳐 데뷔 4년 만에 ‘노안+사투리’ 봉식표 캐릭터 완성
“잘 할 수 있는 걸 밀고 나가세요”
“저를요? 이 일을 우짜면 좋노.”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를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됐다는 한 팬의 마음을 전해 주자, 배우 현봉식(38)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디피>에서 그가 맡은 헌병대장 ‘천용덕’은 병사를 소모품 취급하는 악역이다. 캐릭터만 봐서는 도저히 마음을 줄 수 없는 인물이다. “제가 얄미운 역할을 많이 맡았고, 작품에서 비중도 작고. 특히 <디피>는 군부대에서 악행을 벌이니, 시청자들이 절 좋아해 줄 거란 기대를 안 했지예.”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오시엔)에서 고시원에 사는 조직폭력배를 사실적으로 연기해
배우 현봉식, “네 얼굴에? 모두 안된다고 했지만 ‘노안’을 나의 경쟁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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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악역이 무려 이순신의 적이다.
= 작품에서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악역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안타고니스트(작품 속에서 주인공에 대립적이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로 정의하고 촬영에 임했다. 오로지 악역으로만 규정해 연기하면 캐릭터가 납작해지고 입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감정의 폭이 좁아지지 않도록 야만적이면서도 패기가 있고 야망이 넘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 작품에 함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 한창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를 촬영 중일 때, 분장팀이 <한산>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만 해도 나와 무관하다고 여겼다. 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만난 일본어 선생님도 이 작품에 참여할 거란 소식을 들었다. 그때도 역시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러다 운명처럼 와키자카 역을 제안받았고, 시나리오를 접하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작품이 들어온다는 건 무척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변요한 "한끗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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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참 바쁘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김한민 감독의 <한산>이 연이어 개봉한다.
=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한산>의 개봉이 밀리면서 공교롭게 일정이 이렇게 되었다. 보통 작품마다 휴식기를 가지는 편이라 연달아 작품을 찍은 건 물론이고 연달아 관객과 만나는 것도 처음이다. 한편으론 극장가에 다시 사람이 모이는 시기에 이렇게 선보일 수 있어 다행스럽다. <한산>은 2020년 여름 무렵에 찍었다. 한산대첩도 여름에 있었던 전투인데 특히 올해는 한산대첩 430주년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
- 2019년에 임상수 감독과 <행복의 나라로>를 마친 후 2020년 여름 <한산>, 같은 해 10월경 <헤어질 결심>을 촬영했다. <행복의 나라로>가 아직 개봉하지 않았으니 촬영을 마친 순에서 거꾸로 개봉하는 셈이다.
= 의지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임상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박해일 "활을 든 군자, 이순신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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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2013)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조선을 구한 영웅의 위대한 전투를 그린다. <명량>보다 좀더 젊은, 40대의 이순신으로 변신한 박해일 배우는 위기의 조선을 구할 역사적 임무를 짊어졌다. 차분하고 투명한 물의 기운으로 전장을 지배하는 박해일의 이순신은 이제껏 숱한 작품에서 재현된 이순신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발산한다. 배우 박해일이 이순신이 되는 과정은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과정을 닮았다. 그는 길고 깊은 호흡으로 한산대첩에 이르는 과정 전반을 팽팽히 당기고, 고요한 집중 끝에 끝내 역사의 과녁을 꿰뚫는다. 한편 조선 앞바다를 위협했던 왜장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배우 역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왜군의 모습을 선보인다. 변요한의 와키자카는 단지 제거해야 할 악이 아니라 극복하고 물리쳐야 할, 살아 있는 적장이다.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의 위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인물은 아이러
의(義)와 불의(不義)의 전장에서: '한산: 용의 출현' 배우 박해일, 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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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에 따르면, <외계+인>은 그가 지금 30살이었다면 만들고 싶어 했을 영화다. 10대 시절 열광했던 외계인 영화는 그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 고전 설화가 더해지면 어떨까. <외계+인>이 할리우드의 SF영화와 차별화된, 누구도 도전한 적 없는 프로젝트가 되는 지점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질적인 요소일지라도 어떤 원자를 어떻게 충돌시키느냐에 따라 화학 결합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동훈 감독은 2022년과 1390년, 외계인과 우주선 그리고 고려 무사들을 충돌시키며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추출하고자 한다.
- 시나리오를 많이 고쳐 쓰는 스타일이다. <암살>도 초고와 많이 달라졌었고. 이번 <외계+인> 시나리오는 어땠나.
= 완성하는 데 딱 2년 반 걸렸다. 처음에는 휙휙 썼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제쳐두고 전혀 다른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깨달은 건 1년이 지나서
'외계+인' 최동훈 감독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의 흐름과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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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배우는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그런 그가 권총을 들고 나온다면 얼마나 흥미롭겠나.”(최동훈 감독) 고려 시대 복장을 한 채 오른손엔 총을 쥐고 왼쪽 손목엔 시계를 찼다. 이 모순된 광경의 주인공인 이안은 대체 누구인가. 김태리가 연기한 이안은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도사 무륵(류준열)과 다투는 인물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무륵에게 “정확히 630년 후의 미래”를 고지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와 고려 시대가 공존하는 <외계+인>의 서사를 더욱 궁금케 한다. 지난 4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종영 뒤 김태리는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열린 기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우주가 열린 느낌이다. 너무 행복해도 잠을 잘 못 잔다던데 요즘의 내가 그렇다.” 그는 핸드폰에 빼곡히 적힌 메모를 꼼꼼히 살피며 에너지 가득한 목소리로 <외계+인> 촬영 당시의 열기를 전해주었다.
- <외계+인>은
'외계+인' 배우 김태리 "천둥을 손에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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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은 “김우빈씨 때문에 나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김우빈은 미래의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부담감이 있겠지만 일을 즐기자는 태도를 주변에도 전파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외계+인>보다 뒤에 촬영했다.-편집자)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우빈은 전보다 편한 분위기로, 내밀한 지점까지 건드리는 배우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공개되는 <외계+인>에서 김우빈은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를 연기한다. 한국 전통 판타지와 SF의 과감한 장르 믹스로 화제가 되는 이 시리즈에서 김우빈만의 단단한 이미지는 영화의 장르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안정적인 무게감을 준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상은 어땠나. 제작발표회에서는 “응? 이게 여기서 이렇게 나온다고? 물음표를 던지며 읽었다”고 했는데.
=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해야
'외계+인' 배우 김우빈 "동료들과 든든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