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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이처럼 아기 띠를 멨을 때의 느낌을 보셨으면 해서 오디션 때 일부러 백팩을 앞으로 메고 갔다. 그런 의도였다는 건 아마 감독님도 모르실 거다.” <홈리스>의 고운을 떠올리면, 무거운 가방에 우림이까지 안아든 채 뙤약볕 아래를 걷는 뒷모습이 연상된다. 그의 지친 발걸음은 전세 사기를 당해 찜질방을 전전하는 고운과 한결(전봉석) 부부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고운은 담담하다. 옆에서 한결이 온몸으로 불안을 표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나리오에서도 고운이의 감정은 꼭꼭 숨겨져 있었다. 그걸 찾아나가는 과정이 재밌을 것 같더라.” 한 할머니의 집에서 몰래 생활하기로 한 두 사람의 결정이 처음엔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고. “그런데 나를 우림이 입장에 두고 부모님을 떠올리니 비로소 이해가 됐다. 사실 고운이도 두려웠겠구나. 그렇지만 우림이를 위해 내린 결정이겠구나. 두려움을 바탕에 두고 연기하면 관객이 응원까진 못해도 이들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줄 것 같았다.”
[WHO ARE YOU] '홈리스' 배우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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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가 스크린 데뷔작이지만 윤아는 소녀시대로 무대에 선 2007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과 드라마 <빅마우스>에서 드러난 존재감은 비단 15년의 시간에서 나오는 노련함만이 아니다. 데뷔 이듬해 178부작 일일연속극 <너는 내 운명>의 주연을 시작으로 윤아는 다양한 장르에 뛰어들어 필요한 경험치를 쌓았다. 소녀시대의 윤아가 앨범 컨셉을 바꿔가며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는 동안 스크린 속 윤아는 자기만의 인상을 선명하게 그렸다. 그는 781만명을 동원한 <공조>와 942만명을 동원한 <엑시트>를 통해 자신이 배우로서 어떤 강점과 매력이 있는지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여전히 자기다움을 탐구하는 중이다.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도 아는 이 지혜로운 아티스트는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 8월에 소녀시대 15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했고
‘공조2: 인터내셔날’ ‘빅마우스’ 배우 임윤아, 가수 15년, 배우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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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못하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정직한 후보>가 이 질문에 대한 직관적 상상을 관객에게 제시했다면 <정직한 후보2>는 전작보다 확장된 레이어를 한겹 더 두르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질주한다. 그리고 그 속도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인물, 조태주와 봉만순이 새롭게 등장한다. <남산의 부장들>(2019), <유체이탈자>(2020), <모럴센스>(2022), <헤어질 결심>(2022) 등을 통해 안정적이고 강렬한 연기를 펼친 서현우는 얍삽하고 잔꾀에 능한 건설교통과 국장 조태주를 그려냈다. 영화 <써니>(2011), 드라마 <질투의 화신>(2016),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 <그해 우리는>(2021) 등에서 통통 튀는 감각으로 현실 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 박진주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시누이 봉만순이 되었다. 시리즈가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리에
‘정직한 후보2’ 배우 서현우, 박진주, “웃음 설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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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주상숙(라미란)과 박희철(김무열), 봉만식(윤경호)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코미디의 농도는 짙어진다. 세 사람은 전편에서 이어온 관계성을 토대로 <정직한 후보2>에서 더욱 밀도 높은 유머를 장전한다. ‘진실의 주둥이’는 사회 풍자의 통쾌함과 더불어 가까운 관계 속에서 오랫동안 소화되지 않은 감정들을 분출시키며 공감과 경쾌함을 안긴다. 비서실장 박희철마저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되면서 두축의 유머 코드는 배가되고 자연스럽게 봉만식의 수난은 커졌다. 계산대로 두배의 유쾌함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김무열, 윤경호 배우는 이렇게 고민했다.
김무열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코미디 장르는 여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김무열 <정직한 후보> 때부터 의외의 행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결이 다르긴 하지만 그동안 블랙코미디에도 출연했고 진지한 작품에서도 나름 위트를 발휘해왔다. 뮤지컬도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깔고 가는 장르잖나. 무대 경험까지 통틀어보면 나에게 코미
‘정직한 후보2’ 배우 김무열, 윤경호, “끝내주게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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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형 주인공들은 다혈질과 의협심을 소유한 영웅과로 보이지만, 군중 사이에서 혼자 벌떡 일어난 후 뒤늦게 자기도 민망해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평범한 초상을 자처한다. 전설의 형사에서 민원실 퇴출 0순위가 된 <걸캅스>의 미영과 서울시장 낙선 후 백수가 된 <정직한 후보2> 속 상숙의 간극은 그렇게 좁혀진다. 훤히 펼쳐진 고생길을 배짱좋게 걷는 여자의 얼굴에 적역이나 코미디적 페르소나를 벗은 실제의 라미란은 낙천적이기보다는 연기에 갈급하고 철저한 배우다.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지사가 되어 청렴과 부패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주상숙의 인생 2막을 연기하는 동안, 그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의심하는 사람의 자세로 웃음을 연구했다.
- 코미디영화 속편에 처음 도전한다. 9월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지금의 전망은 어떤가.
= 설정의 강도가 점점 더 세지니까 배우로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투 머치(too much)해지면 어쩌나, 내 연기가 선을 넘으면 어쩌나 우려는
‘정직한 후보2’ 배우 라미란, “코미디! 일단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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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낙방 후 백수가 된 주상숙(라미란)은 자신의 고향 강원도 어촌에 터를 잡는다. 그의 남편 봉만식(윤경호)의 말마따나 퇴직한 국회의원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전무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주상숙이 아니다. 물실호기(勿失好機,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아니함)의 정신으로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세를 몰아 강원도지사 자리에 안착한다. <정직한 후보2>는 정치인보다 행정가로서의 주상숙을 부각하며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게다가 이번엔 ‘진실의 주둥이’가 둘이다. 전작에서 주상숙의 실언을 수습하고 가려주던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떤 것도 쉽게 확신할 수 없는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극의 긴장감은 무한대로 수직상승하고, 자연스레 웃음의 농도도 함께 짙어진다. 속편에 새롭게 합류한 강원도청 건설교통과 국장 조태주(서현우)와 봉만식의 동생 봉만순(박진주)은 조밀한 스토리를 여유롭게 넘나들며
지금까지 이런 앙상블은 없었다, '정직한 후보2' 배우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서현우, 박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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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지는 배역을 연구할 때 늘 일기를 쓰며 대본에 없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인 <둠둠>의 이나를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극 중 가장 큰 갈등을 빚는 엄마와의 대치 상황을 체화하기 위해 김용지는 어김없이 일기를 썼다. “이나는 말을 삼키는 여자다. 이나의 입장에서 엄마에게 하고픈 말을 쓴 뒤 그 문장들을 이나처럼 삼켰다.” 김용지는 이나를 소화하기 위해 평소 자신의 성정에 부대끼는 길을 제 발로 택했다. “고민이나 근심을 길게 가져가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하지만 이나의 삶은 이나의 의지와 별개로 어두움의 연속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우울한 감정이나 힘든 상태에 나를 가두고 탈출구를 없애 보았다.” 김용지는 연기 이외에도 이야기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그의 아이폰 메모장에는 훗날 연출하고 싶은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트리트먼트가 빼곡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 “종별로 역사가 있고 각 생산지의 특색이 담긴” 위스키인 점도 놀
[WHO ARE YOU] '둠둠' 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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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때부터 그랬다. 내가 직접 신을 상상하고 거울 보고 연기하길 좋아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즉석에서 상황을 만들어낸다. 어릴 때부터 연출자이자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니, “감독이 원하는 대로 확확 변할 수 있는 배우”라는 칭찬도 과장이 아니다. 장재영(박서함)의 절친한 친구 최유나 역으로 <시맨틱 에러: 더 무비>에 출연한 송지오는 오디션 때부터 과감하게 대사를 바꿔 연기했다. “‘너 짐은 어떻게 할 건데’에 ‘이 새끼야’를 붙여 말했더니 다 웃으시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미쳤었나 싶은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웃음)” 의상부터 앉는 자세까지 자신의 모든 걸 최유나에게 녹여냈고 모든 대사를 조금씩 바꿔나갔지만, 유일하게 바꾸지 않은 대사가 있었다. “‘꼴리는 대로, 장재영답게.’ 레즈비언인 유나는 원하는 대로 사랑을 하고 상처도 받아봐서 그런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안다. 그렇기에 재영에게도 네가 원하는 대로
[WHO ARE YOU] '시맨틱 에러: 더 무비' 송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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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이다. 남북 최초의 비공식 공조 수사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공조>(2017)가 속편 <공조2: 인터내셔날>로 관객 앞에 나선다. 김성훈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석훈 감독은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 더 치밀하고 확장된 세계관을 구현했다. 림철령(현빈)과 강진태(유해진) 앞에 나타난 FBI 형사 잭(다니엘 헤니). 서로를 쉽게 믿을 수 없지만 서로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미묘한 상황 속에서 강력한 빌런 장명준(진선규)을 잡기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세운다. 능청스러운 철령과 전투적인 진태, 사뭇 진지해진 민영(임윤아)까지, 전작에서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수식어를 달고 이들이 돌아왔다. 5년의 시간 동안 <공조>의 세계관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9월7일 개봉을 앞두고 변화의 지점을 둘러보았다.
01 쉬지 않는 액션- 카 체이싱, 총격, 격투⋯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
‘공조2: 인터내셔날’ 미리 보기- 세밀하고 거침없이 확장된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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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리가 조선의 부유층 자녀 지윤 역으로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할 때였다. 촬영차 머물던 캐나다로 영화 <카터>의 오디션 소식이 들려왔고, 그는 셀프 테이프를 만들어 한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4차 오디션까지 참여한 뒤 카터(주원)의 아내이자 조선노동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한정희 역에 캐스팅됐다. “귓속 장치로 카터에게 지시를 내리는데, 감독님이 기계처럼 말하되 조금의 감정 동요는 있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 균형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서울말에 가까운 북한말을 구사하기 위해 사투리 선생님과 매일 통화하고 북한말로 일기를 써서 피드백을 받았다. “엄마인 정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엄마에게 직접 여쭤보고 아이를 안을 때의 움직임과 손길도 유심히 살폈다.” 와이어 액션에 처음 도전해 한번에 촬영을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닌 순간도 있었다. “<카터>는 부딪쳐보자는 마음으로 임한 작품이어서, 배우로서 조금의 발전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상남
[WHO ARE YOU] '카터' 배우 정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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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단편영화 <진실 리트머스>에서 섬세한 눈빛과 단호한 목소리를 선보인 이제훈은 5년 뒤인 2011년 <파수꾼>과 <고지전>을 통해 자기만의 독보적인 자리를 확장해나갔다. 드라마, 영화를 종횡무진해온 그는 말간 얼굴 위로 진실된 표정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어나더 레코드: 이제훈>(이하 <어나더 레코드>)은 데뷔 17년차인 그의 역사에서 가장 솔직담백한 작품일 것이다. 어제의 초심과 오늘의 고민, 내일 하고 싶은 일 등 대중이 여태껏 보지 못한 배우 이제훈의 여집합을 허심탄회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매의 여름밤>으로 다정한 가족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낸 윤단비 감독은 이제훈과의 긴 대화를 통해 영화 중간마다 작은 상상을 덧붙였다.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던 인물 다큐멘터리가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라는 신비스러운 이름을 가질 수 있던 것은 단연 윤단비 감독의 경쾌한 시선 덕분이다. 덜어냄으로써 본질에 가닿는
지금 이 순간, ‘나’를 기록한다는 일: '어나더 레코드: 이제훈', 배우 이제훈, 윤단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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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다는 건 연기를 영 못하지는 않았다는 뜻 같아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나도 ‘봄날의 햇살’같이 좀 따뜻해지고 싶은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얄미운 그 이름,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는 요즘 비호감의 대명사로 통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비범한 능력을 시기하는 그에게, 동료는 곧 ‘공정’하게 경쟁할 상대이고 업무는 곧 성과와 ‘페널티’의 장이다. 그러나 자체 제작한 아기자기한 명함을 기자에게 건넨 배우 주종혁의 첫인상은, 어디선가 누군가의 절친일 것만 같은 ‘동그라미’쪽에 가까웠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태권도를 배우다, 10대 시절에 필리핀과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난 주종혁은 몽골음식점 철판 담당을 시작으로 생계형 아르바이트의 달인으로 거듭났다. 귀국 후에는 크루즈 바텐더로 일했는데, 이때 우연찮게 PR 영상 출연 제의를 받으면서 카메라 앞에 서는 재미에 눈떴다. “필름메이커스에서 만난 연극영화학과 친구들을 붙잡고
[WHO ARE YOU]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주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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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대건은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을 시작으로 이야기 심연에 숨은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그는 미스터리물과 단연 가까워 보인다. 10년 전 자신을 유괴했던 범인을 다시 마주한 민구의 애수(<호흡>)를, 정체를 숨긴 채 진실을 묵시한 거북이의 은밀함(<왓쳐>)을, 학대 사실을 폭로하는 증인 진우의 단호함(<닥터로이어>)을 체화하며 다음 챕터를 여는 열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살다 보면 마음속에 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잔여물이 남기 마련이다. 연기는 그 모든 것을 밖으로 배출해내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직면하도록 한다.” 연기가 자신에게 남긴 것을 설명하는 그를 보며 <파로호>의 호승이 배우 김대건에게 남긴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 <파로호>의 호승은 “남이 지어준 이름은 버리고 산 지 오래됐어요”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한다. 개인사를 알 수 없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나.
= 시나리오에도
'파로호' 배우 김대건, '묘연하고 비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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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연기 말고 다른 뭘 할 수 있을까.” 2000년 연극 <돼지사냥>으로 데뷔한 이중옥 배우에게 20년 연기 생활을 이어온 비결을 묻자 덤덤히 말했다. 그에게 연기란 그렇게 당연한 듯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그는 <밀양>(2007)으로 매체 연기를 시작한 이후 <마약왕>(2017), <극한직업>(2018), <히트맨>(2019), <스텔라>(2021) 등 영화는 물론 <타인은 지옥이다>(2019), <방법>(2020), <구경이>(2021), <마인>(2021) 등 드라마까지 크고 작은 역할을 가리지 않고 신스틸러의 존재감을 자랑하며 활약해왔다. 그런 이중옥 배우가 자신의 첫 주연작 <파로호>에서 이제껏 쌓아온 연기 내공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선보인다. 신경쇠약 직전의 남자 도우의 자기 분열적인 모습 하나하나에 배우 이중옥의 지난 세월이 묻어 있다.
'파로호' 배우 이중옥, '이중옥 종합선물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