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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한성민)는 예뻤고 키도 컸고 성적도 최상위권이었다. 선생들은 우리라는 덩어리를 싫어했지만 소영이라는 개인을 아꼈다. 소영이 개입하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 영화 초반, 강이(방민아)의 내레이션만 듣고도 소영이란 인물이 머리에 그려진다. 선생님의 총애와 친구들과의 우정 속에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소영은 자신의 꿈과 부모의 기대가 엇갈리자 가차 없이 가출을 결심한다. 강이, 아람(심달기)과 서울에 다녀온 뒤, 돌연 소영은 두 친구에게 등을 돌리고 강이의 따돌림을 주도한다.
배우 한성민은 “선택도 행동도 서툴렀던 18살 소녀에겐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 말하며 소영을 헤아린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트웬티 트웬티> 등 연이어 학원물에 출연한 한성민은 <최선의 삶>에서 다시 한번 학교를 배경으로 친구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그린다. 그가 완성한 소영은 자신의 심경을 한없이 서늘하고 날카롭게 표현하며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혼란스러운 1
'최선의 삶' 한성민…‘나는 강하다’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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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달기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다. 마냥 해맑은가 싶다가도 문득 불안하고 장난기 가득한 것 같은 얼굴에 묘한 긴장이 감돈다. 언어로 포착되지 않은 존재감을 화면에 새기는 건 타고난 에너지에 힘입은 바 크다. 배우 특유의 눈빛과 타고난 몸짓, 육체적인 에너지가 편편한 캐릭터에 부피를 더한다. 심달기 배우를 직접 만나기 전엔 그렇게 생각했다.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난 뒤에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최선의 삶>의 아람은 어딘가 겉돌고 붕 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그 해맑음이 위태로워 보이는 인물이다. 복잡미묘한 캐릭터에 피와 살을 입히는 건 배우 심달기, 아니 자연인 심달기와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달기는 확신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되돌아본다. 배우 심달기는 자기 안의 어둠을 응시하고 하나씩 풀어내며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관객과 만난 후 세 배우가 오랜만에 뭉쳤다.
=우리 영화가 이렇게 큰
'최선의 삶' 심달기, 솔직한 욕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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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절박한지 모르는 채로 절박해서, 절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이의 최선은 별거 없다. 당장 갈증을 달랠 술을 마시고, 더위를 잊을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곁을 내준 누군가를 뒤쫓는 일. 배우 방민아가 연기한 고등학생 강이에겐 그런 선택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비가 오면 땅 밖으로 나와 밟히는 지렁이처럼, 집이 답답해 가출한 강이는 친구들과의 서툰 관계에 몸을 맡기고 헤맨다. 내내 바닥을 꿈틀거리는 강이로 인해 배우 방민아도 감정의 흙을 수시로 골라야 했다. 그는 시시때때로 강이의 내면에 접속하기 위해 어린 날의 방민아를 파고들었다. 그가 발굴한 소녀가 우리와 눈 맞추기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가 방영 중이다. 헤어진 연인과 발랄한 소동을 겪는 송이는 <최선의 삶> 속 강이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재질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최선의 삶>은 10대 여자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내야 해서 디테일하게 생각했다
'최선의 삶' 방민아, 두려움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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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언어는 한껏 풍부해져 있었다. <최선의 삶>에서 만난 배우 방민아·심달기·한성민은 급식실에서 화장실까지 붙어다니는 동급생들처럼 세 사람 사이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개발해 쓰고 있었다. 이들이 연기한 고등학생 강이(방민아), 소영(한성민), 아람(심달기)은 ‘강소아’라는 줄임말로 뭉쳐졌고, 강이와 소영이 교감 끝에 멀어지는 단초가 된 시퀀스는 ‘푸른 밤’으로 은유됐다. 친구들 틈에서 자주 사라졌다 돌아오는 아람은 현장에서 ‘뭘 해도 되는 아람’으로 불렸다.
<최선의 삶>에서 그려지는 강이, 소영, 아람의 이야기도 하나의 거대한 은어 같다.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충동과 불안, 그들도 이름 붙일 수 없는 동행과 반목의 시간이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박혀 있다.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졌다”라고 말하는 10대 여성들의 한때에는 관객 각자가 마주하게 되는 과거 또한 우두커니 서 있다. 멀어지는 그림자에 대고 할 수 있는 얘기는
'최선의 삶' 배우 방민아·심달기·한성민…이것이 우리의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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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달라지고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스튜디오가 만드는 첫 번째 아시안 슈퍼히어로의 단독 주연작이다. 아시안 히어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이름을 제목에 내건 단독 주연작은 없었다. 단지 슈퍼히어로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전체로 시선을 넓혀도 상당히 드문 시도다.
심지어 먼저 개봉한 <블랙 위도우>와 함께 샹치가 MCU의 새로운 시대, 즉 페이즈4 이후 어떤 활약을 펼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그 의미는 꽤나 확장될 것 같다.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기 전의 예측에 불과하다. 과연 마블은 아시안 히어로 영화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걸까. 공개된 예고편과 원작 코믹스의 정보를 바탕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는 어떤 비전을 펼쳐 보일지 예측해봤다. 국내에서 곧 출간될 그래픽노블에 대한 소식도 전한다.
KEYWORD 1. 세계 최강 범죄자의 아들
샹치가 누구인
마블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숨겨놓은 5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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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혜는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씨네21>에 실린 <모가디슈> 기사들을 전부 읽고 왔다”고 말했다. 그런 성실한 태도는 영화 <모가디슈> 속 박지은 사무관을 쏙 빼닮았다. 박지은은 주소말리아 한국 대사관에서 통역 업무를 맡은 사무관이다. 알이 큰 안경 때문에 모범생 같은 인상을 준다. 내전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경혜는 독립영화 <애드벌룬>으로 연기 경력을 시작한 뒤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녀 귀신 역할을 맡아 얼굴을 알렸으며 이후 <메기> <꿈의 제인> <1987>에 출연했다.
류승완 감독 ‘찐’팬이다. 감독님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최근 다시 봤던 작품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부당거래>다. 출연 제안을 받고 감독님의 실물을 뵙는다고 하니 너무 떨렸다. 외유내강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대화를
'모가디슈' 박경혜…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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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바비 인형,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 금발의 팜므파탈. 마고 로비에겐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이 있다. 하지만 마치 후광처럼 빛나는 외모는 그녀에게 축복과 기회인 동시에 속박이기도 했다. <어바웃 타임>에서 팀(도널 글리슨)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은 금발 여성의 내면엔 빛나는 외모보다 훨씬 화사하고 매력적인 영혼이 숨 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할리 퀸은 마고 로비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마고 로비만큼이나 반짝거리는 이 총천연색 캐릭터는 도리어 배우 마고 로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마스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마고 로비가 세 번째로 할리 퀸으로 분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개봉에 맞춰 배우 마고 로비의 궤적과 매력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첫눈에 반했다가 알고 나면 더 끌린다. 탈출할 수가 없다. 니콜 키드먼과 케이트 블란쳇의 뒤를 이어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오스트레일리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중심으로 배우 마고 로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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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해 많이 상상해요. 5년 뒤쯤,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면 그게 행복이겠죠.”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씨네21> 312호 커버를 장식한 전지현은 이처럼 말했다. 고작 5년뿐인가. 지난 20년 동안 그는 아찔한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는 예니콜(<도둑들>)이었고, 독립운동가이자 실력 있는 저격수(<암살>)였으며, 생사초의 비밀을 품은 여진족 여인(<킹덤: 아신전>)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엽기적인 그녀> 속 ‘그녀’처럼 타임캡슐을 묻는다면 출연작 대본과 비디오테이프를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 그를 대신해 <씨네21>이 전지현의 타임캡슐을 꺼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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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08호 기획 전지현에 대한 3가지 보고서
“<엽기적인 그녀>가 요즘 여성 캐릭터를 주도하는 영화의 시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누구보다 먼저 그런 영화를 통해 저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데 뿌듯함이 있죠. 다시 세월을
'씨네21' 사진으로 돌아보는 전지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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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은 <킹덤: 아신전>에서 그의 필모그래피 중 처음으로 안티히어로를 연기한다. 아신은 조선인에게 차별받으면서 그들의 밀정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같은 여진족에게도 멸시받는 부락민, 즉 이 세계관의 최하위 계층에 속한다. 국적과 핏줄로 그 사람을 규정하는 조선의 유교와 가부장제에 대한 분노는 조선인이든 여진족이든 모두 생사역으로 만들어 죽여버리겠다는 파괴 행위로 이어진다. 그런데 조선의 ‘조커’라고 비유할 수 있을 법한 이 캐릭터를 전지현이 연기한 점이 유별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1997년 패션 잡지 커버걸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24년 동안 전지현의 출연작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언젠가 아신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행보를 그려왔다. 그리고 그 궤적을 몇 가지 형용사로 정리하다 보면 전지현은 아주 옛날부터 자기다웠고 그 한결같음을 지금도 지켜내는 중이다. 충돌하면서 늘 도전하고,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며 자기 삶을 온전히 지켜내는 전지현에 대해서.
CF 스타에서 '킹덤: 아신전'의 안티히어로까지 - 4가지 키워드로 정의한 배우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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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좀비영화와 다르다. <방법: 재차의>(이하 <재차의>)의 되살아난 시체들은 날렵하게 달리는 건 물론 카 체이싱 액션까지 펼친다. 이들은 주술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말도 할 수 있는 시체다. 이들의 이름은 재차의(在此矣), 풀이하면 ‘여기 있다’는 뜻이다. 고려 문신 한종유가 출세하기 전, 손과 발을 검게 칠한 뒤 초상집을 찾아가 죽은 자인 척 “아재차의”(我在此矣)라고 말해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존재로, 되살아난 시체를 총칭하는 조선식 표현이다.(<용재총화>)
<재차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전작 tvN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사람에게 저주를 걸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사 백소진(정지소)과 그가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기자 임진희(엄지원) 듀오는 영화에서도 끈끈한 관계로 등장한다. 어느 날 진희 앞에 신원
'방법: 재차의' 김용완 감독, 연상호 작가 대담…<방법> 세계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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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1의 총 6부 전체와 시즌2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그는 김은희 작가로부터 거대한 ‘킹덤’ 세계관의 출발점이 된 <아신전>에 관한 아이디어를 처음 들은 그날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의 출발점과 종착점을 교묘하게 이어주면서 등장인물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을 심어주는 놀라운 이야기였던 까닭에, 그는 주저 없이 “한번 더” 연출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김은희 작가와 함께 전체 세계관 창조의 출발선부터 함께해온 동료로서, 그리고 장편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으로서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준 <아신전>의 연출 과정에 관해 물었다. 그는 어떤 제작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자주 내비쳤다.
-<킹덤> 시즌1을 만들 때, 시즌2의 첫 에피소드를 거쳐 <아신전>까지 연출할 거라 예상했나. 혹은 김은희 작가
'킹덤: 아신전' 김성훈 감독, 김은희 작가 최고의 글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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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은 김은희 작가가 창조한 <킹덤> 시리즈의 거대한 세계관 내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총 12부로 이뤄진 두 시즌의 이야기가 진행된 상황에서 <아신전>은 특정 캐릭터의 사연을, 그것도 이전 시즌에서는 한번도 본 적 없었던 미지의 캐릭터의 사연을 별도의 에피소드로 따로 빼내어 구성했다. 주인공은 바로 시즌2 엔딩에 잠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전지현이 분한 캐릭터, 아신이다.
시리즈 드라마의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스페셜 편성이지만 사실상 한편의 영화에 가깝다. 구성상의 시도도 새롭지만 그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신전>이 파격적이다 못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극단적인 캐릭터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생사역 사태의 근원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지만 숨겨진 비밀은 더 있다. 제작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은 시즌3를 향한 최선의 발걸음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비극의 시작을 알린 '킹덤: 아신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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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서사
<군함도>의 조선인 집단 탈주
<군함도>의 후반부에 조선인 징용 노동자들이 군함도에서 집단 탈주한다. 조선인들의 집단 탈주는 <군함도>를 시작할 때부터 구상했던 설정으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장면.
해외 로케이션
<베를린>의 독일과 라트비아
류승완 감독의 첫 해외 로케이션 촬영지는 모로코가 아니다. <베를린>을 찍을 때 냉전시대의 베를린을 재현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약 두달 동안 촬영했다.
자동차 추격 신 및 차량 액션
<베테랑>의 명동 거리 신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가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정체구간을 뚫고 인파가 많은 명동 거리를 질주하고,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오토바이를 탄 채 그를 쫓는 추격 신은 다시 봐도 아슬아슬하다.
남과 북
<베를린>
냉전의 격전지 베를린을 무대로 한 류승완표 첩보영화. 북한의 표종성(하정우)과 동명수(류승
'모가디슈'의 주요 키워드로 살펴보는 류승완 감독 전작과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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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열한 번째 장편영화 <모가디슈>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전작 <군함도>(2017) 이후 4년 만의 컴백이다. 알려진 대로 <모가디슈>는 30년 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남한과 북한이 손을 맞잡은 채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을 뚫고 사막을 탈출하는 이야기로,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류승완 감독이 영화로 재구성했다. 하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었던 탓에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고, 배우 김윤석·조인성·허준호·구교환 등 류승완 감독의 전작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7월 28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씨네21>은 지난해 3월 모로코에서 <모가디슈>를 촬영 중이던 류승완 감독과 나눈 대화와 김동식 프로듀서, 최영환 촬영감독, 이재혁 조명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이희경 특수효과 감
6가지 키워드로 미리 보는 '모가디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