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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에서 김도훈이 연기한 병준은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다. 전직 권투 선수 출신인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최면에 걸린 뒤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도현(이다윗)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영화 <게이트>(2017)로 데뷔한 뒤 웹드라마 <나의 개같은 연애>, 드라마 <절대그이> <의사요한>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배우 김도훈은 영화에서 심리적으로 예민해지는 병준의 변화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김도훈은 “캐릭터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오디션을 봤나.
=감독님이 골라준 신에서 병준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 분량을 읽었다. 그중에서 거친 이미지인 병준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병준은 전직 권투 선수라 그런지 다부진 체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운동을 그만두고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자서
[인터뷰] '최면' 김도훈 - 심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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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걸그룹 베리굿의 새 멤버로 합류하며 데뷔한 조현은 지난해 드라마 <학교기담-오지 않는 아이>와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출발을 알렸다. 그는 첫 주연작 <최면>에서 현직 아이돌 가수이자 대학생인 현정을 연기했다. 약을 처방받아 생활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현정에게 친구들은 최면 치료를 권하고, 그때부터 기묘한 환상이 현정을 괴롭힌다.
독특한 안무와 분장을 캐릭터에 녹여내 장르적 매력을 살리고자 노력한 그에 대해 이다윗 배우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있다”고, “아마 감독님을 가장 많이 만나 대화한 배우일 것”이라고 칭찬했다. 어머니가 좋아했다는 배우 왕조현의 이름을 따서 지은 활동명으로, 그는 “걸그룹 활동과는 또 다른 영감을 받는 연기 생활”을 지속하려 한다.
-<최면>에서 연기한 현정은 가수 활동과 학업을 병행해온 경험을 떠올리게 한 캐릭터였을 것 같다.
=학교를 다니고 아
[인터뷰] '최면' 조현 - 한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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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9년차인 배우 이다윗은 더 깊고 여유로워졌다. 영화 <시> <고지전> <스플릿> <사바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이다윗은 <최면>에서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영문학과생 도현을 연기한다. 도현은 편입생 진호(김남우)를 통해 최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깊이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 교수(손병호)로부터 최면 치료를 받은 뒤로, 도현과 친구들은 환각과 환영에 시달리며 혼란스러워한다.
수많은 현장 경험으로 꼼꼼한 사전 준비를 체화한 이다윗은 몰입을 위해 ‘셀프 전생 체험’까지 시도하며 촬영에 임했다. “최면 체험에 관한 정보가 너무 많아 어려웠다”고 말하면서도, 이다윗은 결국 자신의 해석에 살을 붙여 현재의 도현을 완성해냈다.
-공포, 스릴러 영화는 평소 잘 보는 편인가.
=아니다. 손으로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겨우 보곤 한다. (웃음) 하지만 내가 공포영화를 못
[인터뷰] '최면' 이다윗 - 꽂혀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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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할까? 성실한 모범생인 도현(이다윗)은 심리 치료 중인 편입생을 도와주라는 학과 교수의 부탁으로 진호(김남우)와 가까워진다. 진호의 소개로 도현은 최 교수(손병호)를 통해 최면을 경험한다. 최면 치료 중 섬뜩한 광경을 목격한 도현은 최면에 관해 샅샅이 파고들고, 마찬가지로 최 교수에게서 최면 치료를 받은 현정(조현)은 환영을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병준(김도훈)은 친구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고 도현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최면>은 굳게 잠겨 있던 인물들의 기억을 최면을 통해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다. 친구들의 리더 격인 도현은 이다윗이, 아이돌 가수이자 대학생인 현정은 조현이, 행동파 병준은 김도훈이 연기한다. 악몽 같은 최면 속을 헤매며 두려움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낸 세명의 배우 이다윗, 조현, 김도훈을 만났다. 사건의 키를 쥔 그들의 안내를 따라 <최면>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보
[인터뷰] '최면'의 세 배우 이다윗·조현·김도훈 - 환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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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처를 찾는 어느 동성 커플의 발걸음을 따르는 영화 <정말 먼 곳>에서 풍경은 종종 사람을 품은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처럼 화면을 압도한다. 그곳에서 도시의 상처를 회복하려는 남자 진우(강길우), 연인과 행복하고 싶은 시인 현민(홍경), 딸을 찾으러 나타난 진우의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이 갈등한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2>)에서 오멸 감독과 제주의 동굴 속을, <겨울밤에>에서 장우진 감독과 춘천의 어두운 밤을 헤맸던 양정훈 촬영감독이 이번엔 박근영 감독과 화천의 초원을 걸었다.
미대생을 꿈꾸다 비디오 키드의 이력을 살려 영화 촬영감독이 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그는 내재된 회화적 재능을 <정말 먼 곳>에서 거리낌 없이 펼쳐 보인다. 양정훈 촬영감독은 우연히 미술관에서 본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해질녘, 일과를 끝낸 농부 부부가 밭에 서서 감사 기도를 하고 있다.-편집자)에서 받은
'정말 먼 곳' 양정훈 촬영감독 - 공간을 그리는 회화적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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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으로 전하영 작가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이하 <조명등>)가 선정되었다. 필립 가렐의 영화로부터 제목을 따온 이 소설에는 영화를 전공한 남자와 그에게 교양 강의를 들은 여자들의 한 때가 웅덩이처럼 고여 있다. 남자는 예술을 말하며 시선을 끌고, 우울을 흘리며 관심을 얻는다. 자신의 빈곤과 상대의 여유를 견주어야 했던 여자들은 첨벙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글을 쓴다. 남자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그와의 시간이 어떤 자국을 남겼는지 들여다보며 말이다.
2019년 단편소설 <영향>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한 전하영 작가 또한 영화와 함께한 나날을 되새기며 글을 쓰고 있다.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후 단편 <빨간모자> <박제된 공주> <프레임 워크>를 연출했고, <북촌방향> <완벽한 파트너> 연출부로 일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한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하영 작가 - 영화를 연출하듯 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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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영화를 염원하는 작가들의 이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박근영 감독은 지금 한국 독립영화 신에서 그런 드문 움직임을 조용히 이어나가고 있는 감독이다. 데뷔작 <한강에게>(2018)에서 어느 시인의 일상을 빌려 동시대와 호흡하는 죄의식을 풀어낸 그는, 이번 신작 <정말 먼 곳>에서 안식처를 찾는 동성 연인의 발자취를 따라 풍경과 정서를 쌓아나간다.
서울을 떠나 딸 설(김시하)과 함께 목장에서 생활하는 남자 진우(강길우)에게 어느 날 연인 현민(홍경)과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이 찾아오면서 균열은 시작된다. 강원도 화천에서 얻은 공간의 심상으로부터 시나리오를 써내려간 뒤, 그곳의 자연이 안기는 우연과 신비에 힘입어 비로소 영화를 완성한 박근영 감독과 영화처럼 가만가만 대화를 나눴다.
-양의 몸통을 익스트림 클로즈업한 장면으로 오프닝을 시작해, 죽은 양의 털을 벗기는 남자 진우, 그를 엄마라고 부르는 딸 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일반적인 연상을 조금씩 위배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 - 잠시, 영화의 안식처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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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빈틈을 살뜰히 메워주는 사람. <정말 먼 곳>의 문경은 아빠의 농장 일을 돕고, 치매 환자인 할머니와 진우(강길우)의 딸 설을 지극히 돌보는 인물이다. 거리낌 없이 모두를 대하면서도 좀체 자기 속을 내보이지 않는 문경은, 힘든 기색 대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기도영 배우는 좋아하는 진우에게조차 말을 아끼는 문경의 마음을 다정한 행동과 눈빛에 녹여냈다. 조용하고 차근하게 답하는 기도영 배우를 보며 “실제 문경의 성격은 나와 비슷하다”는 그의 말이 이해됐다. <메소드> <우리 지금 만나> <버티고>를 거쳐 <정말 먼 곳>에 도착한 그는, 이번 작품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일깨운 또 다른 ‘시작’이라 말한다.
-아버지인 기주봉 배우가 문경 역에 기도영 배우를 제안했다고.
=중만(기주봉)의 딸 문경의 배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때였다. 아빠가 “내 딸이 연기를 하는데 미팅해보지 않겠냐”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더라
'정말 먼 곳' 기도영 -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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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상희)은 “다 바로잡으려 온” 여자다. 그는 딸 설(김시하)을 쌍둥이 형제 진우(강길우)에게 맡겨놓고 연락을 끊었다 다시 찾아와 설의 엄마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자식에게 평범한 삶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고, 살아보니 그 평범함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며 평범치 않은 길을 걷는 가족을 나무란다.
그러나 은영은 준비가 안돼 있다. 아이와 뛰노는 들판의 양들에게 다가서지도, 아이에게 능숙히 음식을 먹여주지도 못한다. 요의를 참지 못한 아이가 새벽잠을 깨우는 상황도 낯설기만 하다. 그럼에도 은영은 설이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만큼은 그 곁에 있어주고자 몸을 일으킨다. 영화가 끝나기까지 딱 한뼘의 성장을 해내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 이상희는 이야기 너머에 있을 인물의 삶을 생각했다. 은영이 은영만의 엄마다움으로 딸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영화 시작 30분 만에 <정말 먼 곳>에 나타난다. 짙은 감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등장해 마치 탐
[인터뷰] '정말 먼 곳' 이상희 - 옆에 선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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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웃는 해사한 청년. 배우 홍경의 첫인상은 곧바로 <정말 먼 곳>의 현민을 떠오르게 한다. 홍경이 연기한 현민은 진우(강길우)의 오랜 연인으로, 그를 따라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한 인물이다. 현민은 성당에서 시를 가르치며 마을 주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린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돈된 웃음 아래로 감정을 꾹꾹 눌러담은 현민의 이면이 드러난다.
배우 홍경은 ‘현민은 이 또한 이해할 사람’이라는 박근영 감독의 조언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시선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현민의 감정을 가만히 헤아렸다. 지난해 <결백>에서 자폐 장애를 가진 정수 역으로 관객과 마주했던 홍경은 시인 현민으로 분한 채 다시 스크린 앞에 섰다. 현민이 차분히 시를 읊듯, 홍경은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정말 먼 곳>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독립영화를 하고 싶어서 2018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린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에 참여
[인터뷰] '정말 먼 곳' 홍경 - 고정 관념을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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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에게서 문득 편안함을 느낄 때처럼, 배우 강길우는 아직 낯선 이름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미덥고 묵직하다. 박근영 감독의 데뷔작 <한강에게>(2018)로 본격적인 장편영화 활동에 시동을 건 그는, <파도를 걷는 소년>(2019), <마음 울적한 날엔>(2020)을 거쳐 올해 <정말 먼 곳>에서 그동안 집약한 내공을 펼쳐 보인다. 미술학도에서 연기로 전향해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연기의 태도를 다진 뒤, <명태> <시체들의 아침>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의 단편영화에서 꾸준히 활약한 강길우는 자신만의 궤적을 흔들림 없이 지켜온 배우다.
<정말 먼 곳>에서 그가 연기한 진우는 연인 현민(홍경)과의 사랑을 곁눈질하는 사람들로부터 고통받고, 동생 은영(이상희)에게 오랫 동안 함께한 딸(김시하)을 내주어야 할 처지에 있다. 말 없는 동물처럼 묵묵히 자기 삶의 무게를 진 남자에게서 비극을 읽어내기란 쉬
[인터뷰] '정말 먼 곳' 강길우 - 편안함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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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먼 곳’에는 구원이 있을까? 모종의 상처를 안고 서울을 떠난 남자 진우(강길우)는 강원도 화천에 터를 잡고 딸 설(김시하)을 보살핀다. 마음씨 좋은 목장 주인인 중만(기주봉) 가족과 안락한 새 울타리를 이룬 그의 삶은, 얼마 못 가 도시에서 찾아온 연인 현민(홍경)과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의 출현으로 시련에 처한다. 먼 곳이 가까운 곳이 되자 상처는 허무하리만치 금세 반복된다.
혼수상태의 연인을 뒤로하고 일상을 살아내는 한 여자의 조용한 비탄을 성찰했던 데뷔작 <한강에게>(2018)에 이어, 박근영 감독은 <정말 먼 곳>에서 안식을 방해받는 연인들의 슬픔 속을 유유히 산책한다. 강원도의 눈부신 가을 풍광에 매혹되었다가 아득히 안개 낀 숲속에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 걸음은 계속된다.
묵묵히 제 몫의 일상에 육체와 마음을 헌신하는 남자 진우, 그의 차분한 파트너이자 시골 중년들에게 활기를 돋우는 젊은 시인 선생님 현민, 이방인에게 주어진 기다림의 시
[인터뷰] '정말 먼 곳'의 세 배우 강길우·홍경·이상희 - 풍경에 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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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두 사람이 걷던 이 길을 이 밤에 나 혼자서 걸어가는데.” 가수 배호의 노래 <비 내리는 밤길>이 들려오며 영화가 시작된다.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밤빛>의 두 주인공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극중 희태(송재룡)는 한번도 본 적 없던 아들 민상(지대한)과 함께 산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짧은 대화만 오갈 뿐이지만 잠든 아들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아픈 아버지에게 감기약을 건네는 아들의 손길엔 쓸쓸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밤빛>은 죽음을 앞둔 희태가 민상과 함께한 2박3일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칼아츠에서 영화를 공부한 김무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겨울산과 여름산의 모습을 부자 관계와 엮어 대조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밤빛>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돼 일찍이 관객과 만났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오늘 <밤빛>의 개봉과 함께, 김무영 감독과 희태와 민상 부자의 동행에 관해 이
'밤빛' 김무영 감독 - 반복되는 삶에도 변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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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경은 강해졌다. <소셜포비아>의 ‘관종 악플러’ 레나로 데뷔해 특유의 불안하고 날 선 기운으로 주목받았지만, <고백>에서는 어느덧 다부진 경찰이 되어 주변 여성들에게 손을 뻗는다. 국민 1인당 1천원씩 모금해 1억원을 마련하라는 유괴범의 등장에 대중이 동요할 무렵에도 그가 연기한 지원은 차분하고 명민하게 사건의 진위를 의심한다. 유괴 사건에 얽힌 사회복지사 오순(박하선)과 학대 피해아동인 10살 소녀 보라(감소현)의 특별한 관계도 곧잘 알아본 지원은 이윽고 뚝심 있는 해결사가 되어 관객이 영화속에서나마 시름을 덜게 만든다.
<고백>에서의 활약이 있기까지, 스크린에서는 <울보> <타클라마칸> <박화영>이, 안방에서는 드라마 <최고의 이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있었다. 찬찬히 크레딧에 이름을 보탠 끝에 대중의 기호 속 하윤경이라는 이름을 새긴 그는 올해 더욱 견고해진 마음가짐으로 30대를 맞
'고백' 하윤경 - 건강한 마음에 깃든 명민한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