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긴 건 누아르인데 어쩜 이렇게 멜로적이니?” 현(류승룡)과 이혼 후, 그의 친구이자 출판사 사장인 순모(김희원)와 사랑에 빠진 미애(오나라)는 말한다. 느닷없이 순모의 거친 얼굴에 선크림을 쓱싹 발라주고, 순모가 짜온 살인적인 데이트 스케줄을 꿋꿋이 따르면서.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골칫거리인 전 배우자와 사춘기 아들도 잊는다. 전남편 친구와의 연애, 친구의 전 부인과의 연애에 놓인 두 사람 사이의 ‘멜로적’ 순간을 사랑스럽게 연기해낸 배우 오나라와 김희원은 “아마 이런 커플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를 설득한다. 영화를 찍으며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촬영장 밖에서도 술 한잔 없이 깊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는 두 사람은 영락없는 남매 케미를 선보이며 <장르만 로맨스>였던 여름날을 회상했다.
귀엽고 유쾌한 영화다. 처음 시나리오는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김희원 프랑스 예술영화 같았달까? 시나리오에 철학적인 구석도 있고, 사회적인 메시지도 있었다.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 김희원
-
류승룡과 성유빈은 <장르만 로맨스>에서 각기 다른 도전을 했다. <최종병기 활> <명량> <고지전> 등 장르영화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한 류승룡은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 ‘현’으로 생활 연기에 도전했고, <살아남은 아이> <봉오동 전투> 등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진 10대를 연기했던 성유빈은 “처음 받아본 코미디영화 대본” 속 고3 수험생 ‘성경’으로 변신했다. 극중 두 사람의 관계는 부자. 현의 이혼으로 따로 살고 있으나 두 배우가 함께한 첫 촬영이 부자의 말싸움 신일 정도로 왕래가 잦은 친밀한 사이다. 첫 촬영을 두고 류승룡은 “아들이 둘이라 생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회고했고, 성유빈은 선배와의 첫 촬영을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했다. 생각을 하면 더 굳는다”라고 떠올렸다. “생각 많이 한 배우와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가 만났을 때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공기” (류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성유빈
-
지금까지 이런 장르는 없었다. 이것은 로맨스인가,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인가. 베스트셀러 소설가 현(류승룡)이 슬럼프에 빠진 사이 전 부인 미애(오나라)는 현의 친구 순모(김희원)와 비밀연애 중이고, 아들 성경(성유빈)은 이웃사촌 정원(이유영)에게 빠져 학교를 빼먹기 일쑤다. 무작정 현을 쫓아다니는 대학생 제자 유진(무진성)은 소설을 한 자도 쓰지 못해 괴로운 현 앞에 번뜩이는 습작을 들고 나타나 현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조은지 감독의 <장르만 로맨스>는 멀리서 보면 각자의 로맨스, 자세히 보면 관계의 복합성에 대해 말하는 코미디영화다. 한국판 <미스 리틀 선샤인> 같다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어쨌든 이곳에 모질고 모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렇다고 인물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창작력이 시든 소설가, 전남편을 배려하기 위해 비밀연애 중인 전 부인, 괜히 이혼한 부모 탓을 하고 싶은 고3 수험생 등 누구 한명 인생을 쉽게 살아가는 이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성유빈
-
이케마쓰 소스케, 오다기리 조에게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타지에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토오루(오다기리 조)와 형을 따라 한국으로 건너온 츠요시(이케마쓰 소스케)처럼, 두 배우는 “도쿄보다 추운 겨울날, 강릉이란 낯선 도시”에서 한국의 배우, 스탭들과 합을 맞췄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전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그랬듯 이케마쓰 소스케는 인물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츠요시의 따뜻함을 강조하는 데에 집중했다. 반면 오다기리 조는 배우 고유의 진중함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함을 얹어 토오루의 독특한 면모를 완성했다. 두 배우의 한끗 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 관해 이케마쓰 소스케, 오다기리 조 배우와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 두 배우 모두 이시이 유야 감독과 여러 차례 합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는 어떤 점이 눈에 띄던가.
오다기리 조 단순하면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이케마쓰 소스케,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
-
이케마쓰 소스케, 최희서, 오다기리 조, 김민재, 김예은…. 캐스팅 소식만으로 화제가 됐던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이 드디어 한국의 관객과 만난다. 전작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마치다군의 세계> 등에서 일본 젊은 세대의 이슈를 다룬 이시이 유야 감독은, 이번엔 한국으로 배경을 옮겨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형 토오루(오다기리 조)와 그를 따라 한국에 온 동생 츠요시(이케마쓰 소스케). 타지의 가혹한 현실에 좌절한 두 형제는 새 사업 아이템을 찾던 도중 솔(최희서)과 정우(김민재)와 봄(김예은)을 따라 강릉으로 떠난다. 대화는 잘 통하지 않지만,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가까워지는 이들의 여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시선을 따라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화상으로 만난 이케마쓰 소스케와 오다기리 조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애초부터 서로 이해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
올해 OTT 작품들로까지 외연을 확장한 부산영화제의 결심은 왓챠 오리지널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지옥> 등이 참여한 야외무대 오픈 토크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또 신설 토크 프로그 램인 액터스 하우스는 매회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6인의 배우(조진웅, 엄정화, 변요한, 이제훈, 전종서, 한예리)와 관객에게 잊지 못할 저녁을 선사했다. 낮이든 밤이든 무성한 별이 내리는 곳, 부산영화제의 배우 열전을 화보로 전한다.
10월 7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의 <승리호> 오픈 토크. 조성희 감독과 함께 나란히 참석한 배우 진선규, 송중기(왼쪽부터)가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유쾌히 나누는 중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픈 토크에 배우 김태리가 왔어야 한다고 애정 묻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승리호>가 좋은 사람들과의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거듭 회상했다.
“나도 다른 배우들을 곧잘 부러워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요즘
낮에도 밤에도 별이 내리는 곳 2
-
올해 OTT 작품들로까지 외연을 확장한 부산영화제의 결심은 왓챠 오리지널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지옥> 등이 참여한 야외무대 오픈 토크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또 신설 토크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는 매회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6인의 배우(조진웅, 엄정화, 변요한, 이제훈, 전종서, 한예리)와 관객에게 잊지 못할 저녁을 선사했다. 낮이든 밤이든 무성한 별이 내리는 곳, 부산영화제의 배우 열전을 화보로 전한다.
최규석 작가와 연상호 감독이 함께 만든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옥>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총 6부작 중 3부까지 상영했다. 10월 8일 오픈 토크에 나선 유아인의 표현에 의하면 “지옥과 천국, 선과 악을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이렇게 지옥을 내세우는 작품은 처음”이다. 한편 배우 원진아에게 <지옥>은 매일이 생소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장르는 처음이라 괴물의 형상이 어떻게
낮에도 밤에도 별이 내리는 곳 1
-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시작으로 2014 년 <화장>까지, 60여년간 102편의 영화를 만든 한국영 화의 살아 있는 전설 임권택 감독이 제26회 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0월6일 개막식 무대에서 이루어진 시상식에는 임상수, 봉준호 감독이 시상자로 나서 임권택 감독에게 트로피와 꽃다 발을 안겼다. 이를 지켜본 객석의 영화인들은 모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이 순간은 개막식 무대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개막식 다음날 만난 임권택 감독은 수상의 기쁨을 말하면서도 재차 “이런 상은 노감독에게 줄 것이 아니라 한창 영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현역 일선에서 벗어난, 영화 일을 쉬고 있는 시기에 상을 받게 되었 는데요. 지금 한창 힘차게 일하고 있는 현역 감독들한테 상을 줘서 용기를 북돋워줘야 하
"부족함을 느끼는 마음이 영화적 발전으로 이어지겠죠"
-
저스틴 전 감독의 <푸른 호수>는 선명한 메시지를 아가미 삼아 인물이 처한 혼란으로 깊이 잠수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산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이 영화가 들여다보는 웅덩이는 3살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시민권 없이 살아온 남자 안토니오(저스틴 전)의 방황.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강제 추방 조치를 당한 그는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 딸 제시(시드니 코왈스키) 와 영영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아동시민권법에 의해 2000년 이후 입양된 사람들의 시민권은 인정되지만, 그 이전에 입양된 사람들에 게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안토니오를 뒤로한 스크린은 줄곧 물의 이미지로 일렁인다. 그는 강가에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에게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폭우가 쏟아진다. 제목 속 호수는 그의 아지트면서 오래된 기억 속 장소와 닮은 공간이기도 하다.
부산영화제 기간에 서면으로 인터뷰에 응한 저스틴 전 감독은 호수는 구
아시안 커뮤니티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
미국 밴드 스파크스 형제가 레오스 카락스에게 제안한 영화 <아네트>에서 음악과 공연은 오직 스크린이라는 기계장치에 담기기 위해 존재하는 질료다. 그 속에서 배우들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시간만큼만 노래하고, 목각인형 아네트는 CG로 지운 인형술사의 조종 아래서 미숙한 부모 헨리 (애덤 드라이버)와 안(마리옹 코티야르)의 품에 안긴다.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아네트>로 초대받은 레오스 카락스는 3회째 방문하는 영화제가 한결 편안해 보였다. 기자간담회와 GV, 마스터클래 스까지 모두 마친 뒤 여유를 찾은 그와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첫 뮤지컬영화 <아네트>의 세부를 가로지르는 동안 레오스 카락스는 언제나처럼 초기 영화의 존재론을 예찬하는 영화 근본주의자였고, 자신의 음악적 영혼을 “영화와 결혼시킨” 무경계의 예술가였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
심연에의 교감을 노래하는
-
“<드라이브 마이 카> 봤어?” 대답이 예스이건 노이건, 곧 다음 질문이 뒤따른다. “그러면 <우연과 상상>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를 어떤 식으로든 경유했다. 상영작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단숨에 표가 동나버린 올해 부산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뿌렸다. <해피 아워>(2015), <아사코>(2018) 이후 더욱 정교하고 아름답게 자신의 예술 세계를 심화, 확장하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를 부산에서 만났다. 일본영화의 현재이자 미래인 그에게 3편의 단편을 묶은 <우연과 상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러나 거의 창작에 가까운) <드라이브 마이 카>의 마법 같은 순간들에 대해 물었다.
- 10월7일에 <
배우들을 보는 것 자체가 마법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10월 15일 폐막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화제작들이 매진되는 모습에선 관객이 얼마나 특별한 스크린 경험에 목말라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많은 한국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찾아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에선 ‘위드 코로나’ 시대 영화제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영화인들의 방문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화제의 게스트들이 부산을 찾아 팬들과 소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씨네21>은 올해 부산의 빅 게스트인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아네트>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다함께 여름!>을 선보인 기욤 브락 감독은 영화의 국내 개봉과 부산영화제 특별상영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고,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첫 공개돼 호평받은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과는 서면으
다 함께 BIFF! 부산국제영화제의 감독들
-
<다함께 여름!>은 펠릭스(에릭 낭트슈앙)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여자를 좇아 남프랑스 휴양지로 친구 셰리프(살리프 시세)와 함께 떠나는 이야기다. 청춘들의 로드무비이자 흐뭇한 코미디 또는 성장담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장르, 패턴, 규격에 맞춰 설명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20세기 거장 에릭 로메르 영화의 21세기 버전”(<가디언>)이란 평처럼 기욤 브락 감독은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내는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다. 2011년 <여자 없는 세상>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세계영화계의 사랑을 받아온 기욤 브락 감독의 신작 <다함께 여름!>에는 지금 이 순간 주어진 것들에 대한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며, 사람과 사랑 사이에 피어난 대화엔 삶의 진심들이 알알이 맺힌다.
<다함께 여름!> 속 청춘들의 만남은 계속 어긋나고 실패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들의
충만한 당신의 ‘지금’을 향해서
-
“다른 사람들은 점점 이기적으로 변하지만 새벽이에게선 따뜻함이 묻어났다.” 배우 정호연의 말대로 새벽이 마음의 문을 열었기 때문일까. <오징어 게임>의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도 새터민 새벽은 유난히 더 들여다보고 싶은 인물이었다. 독립심이 강한 반면 긴박한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아는 새벽은, 모델인 그가 오디션을 위해 뉴욕 패션 위크를 포기하고 귀국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모델로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지 올해로 11년차. “다시 신인이 된 심정으로” 촬영에 임한 정호연은 80개국에서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성공적인 배우 데뷔전을 치렀다.
“호연아,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미녀 역의 주령 언니가 전화해서 묻더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고. (웃음) ‘<오징어 게임> 버스’에 잘 올라탄 것 같아 감사하다.
오디션 회사
'오징어 게임' 정호연…다시 신인이 된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