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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의 블립 이후 세상은 변했다. 5년의 시간이 흐른 사람들과 5년 전 모습 그대로 돌아온 사람들 사이의 공백. MCU 페이즈4는 블립 이후 달라진 삶이 무대로 펼쳐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티버스라는 복잡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추가되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앞서 블립 사태부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이어지는 타임라인을 정리해보았다.
2015년: Before 블립 8년
넷플릭스 <데어데블>
낮에는 변호사 맷 머독으로 살고, 밤에는 자경단이 되어 악당들을 단죄하는 데어 데블은 마블을 대표하는 다크 히어로다. 불의의 사고로 실명 후 예민해진 청각을 활용하여 초인적인 활약을 펼친다. 마블 스트리트 히어로 프로젝트 ‘디펜더스’의 일원이기도 한 데어데블이 과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맷 머독 변호사라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곤욕을 치르고 있는 피터 파커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도와줄
새로운 영웅들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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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파커 인생 최대 위기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토니 스타크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심과 피해망상에 젖어 있던 가짜 히어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런홀)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고 말았다. 스파이더맨 가면 뒤에 숨어 있던 인물이 뉴욕에 사는 고등학생 피터 파커라는 사실이 세상에 공개된 이후, 스파이더맨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보기 전에 관객이 궁금해할 몇 가지 질문을 쟁점별로 정리해봤다. 공개된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 어떤 질문이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피터 파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Q. 피터 파커의 일상, 어떻게 달라질까?
죽기보다 싫은 일이 벌어졌다.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피터 파커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의 첫 등장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입성한 스파이더맨 중
정말로 역대 스파이더맨 총출동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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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15일, 일년 내내 전세계 관객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한다. 예고편 공개만으로 이렇게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고편의 유튜브 조회수가 신기록을 세웠고 각종 유출 사례도 겪어야 했다. 배우와 제작진이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그들의 모든 발언이 확대 해석되고 있다. 이쯤 되면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정말로 역대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할까?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사건에 대해, 그리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향방에 대해 추측해봤다. ‘멀티버스’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개념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를 보기 전에 대략 알고 가야 할 멀티버스 타임라인도 정리했다. 스파이더 센스를 곤두세울 시간이다.
미리 보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MCU 멀티버스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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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눈에 비친 런던 소호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은 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1960년대와 현재, 각기 다른 시간대의 소호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파트너로 정정훈 촬영감독을 선택했을 때 정 촬영감독에게 기대했던 점인지도 모른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 정정훈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화려함과 어두운 이면을 동시에 간직하는 1960년대 소호와 무질서의 매력을 갖춘 현재의 소호를 현란하게 오가며 엘리(토마신 맥켄지)와 샌디(애니아 테일러조이) 두 여성의 사연을 신들린 듯 펼쳐낸다. 이 영화는 필름이 사라진 디지털 시대에서 35mm 필름으로 작업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아날로그 작업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이 필름으로 작업한 것은 한국영화로는 <부당거래>(감독 류승완, 2010), 할리우드영화로는 <스토커>(감독 박찬욱, 2013) 이후 처음이다.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인 <오비완 케
에드가 라이트, 티모시 샬라메와의 작업은...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정정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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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가 돌아왔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자신의 첫 영화 <로그 인 벨지움>과 함께.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벨기에의 한 호텔에 고립됐던 유태오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침체되는 대신 카메라를 들고 자신과 주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의 카메라에 담긴 1년의 시간을 토대로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이 탄생했다. 시나리오부터 엔딩곡 <Overwhelming>까지 <로그 인 벨지움>에는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음악과 연기, 영화 모두 스토리텔링의 영역에 두고 대화를 이어가는 유태오를 보며, 배우라는 직업으로 한정할 수 없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실감했다. “아직 들려주지 못한 150여개의 멜로디가 있고, 여전히 전하고 싶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배우이자 감독 유태오. <로그 인 벨지움>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리어 아직 모호하게 남아 있는, 유태오라는 세계의 또 다른 영역이 궁금해졌다.
이것이 나의 것, 나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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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센스8>의 형사로 데뷔해 <60일, 지정생존자>의 비서실 행정관, 영화 <뺑반>의 검사, <D.P.>의 군인 등을 소화할 동안 손석구는 슈트와 유니폼을 위해 타고난 배우처럼 보였다. 다부진 인상은 직업 드라마에서 자부심 강한 프로페셔널을, 멜로드라마에서 상대를 흔드는 마성의 남자를 연기할 때 유독 빛났다. 그런데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편집장의 19금 칼럼 제안을 뿌리치지 못해 고전하는 잡지사 기자 박우리는 좀 다르다. 정가영 감독이 꿈꾸고, 배우 손석구가 주변에 포진한 여성 동료들의 의견을 구해 완성된 박우리란 남자는 허술한 만큼 귀엽고, 가벼운 말로 상대를 농치면서도 선은 넘지 않는 진중함도 슬쩍 드러낸다.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는 특유의 시크한 미소와 자연스러운 딕션마저 데이팅 앱으로 상대 찾기에 나선 MZ 세대 로코물과 은근한 조화를 이루는 미장센이다. 드라마 <D.P.>와 <지리산>,
귀엽거나 멋있거나 이상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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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는 즉각적이지만 불가해한 배우다. 아프리카 원주민 춤을 추며 흐느끼는 <버닝>의 해미,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사람을 죽이는 <콜>의 영숙을 보고 있자면 전종서 이전의 계보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연애 빠진 로맨스>의 자영은 그런 그가 로맨스영화를 한다면 택할 법한 독특한 캐릭터인 동시에 일과 연애에 관한 20대의 보편적인 고민까지 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섹스는 너무 하고 싶지만 더이상 사랑 같은 감정 노동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는 낯 뜨거운 말을 주절대는 본심에는,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3년 넘게 섹스 파트너로만 취급받은 데서 온 깊은 상처가 숨겨져 있다. 전종서는 한국 로맨스영화에 자영 같은 돌출을 용인시키면서, 상대 배우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가는 리듬까지 조율해낸다.
-주관이 확실한 배우라는 인상이 있어서 <버닝> <콜>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처럼 강렬한 작품 이후에 <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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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온더비치> <밤치기> <하트> 등 도시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사와 여성의 솔직한 욕망을 그려온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가 11월24일 개봉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외로움과 효율 사이의 줄다리기 끝에 데이팅 앱을 선택한 밀레니얼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다.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섹스 파트너 취급받고 새 연인과도 시시하게 헤어진 29살 자영(전종서)은 연애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잡지사 기자가 된 33살 우리(손석구)는 조회수를 올릴 섹스 칼럼을 쓰라는 편집장의 성화에 못 이겨 데이트 앱 오작교미에 가입하고 자영을 만난다. 소주, 대화, 모텔로 축약되는 교류 이후 뜻밖에 조금씩 진심을 꺼내 쓰게 된 두 사람. 육체적 화학작용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연애의 가능성 앞에서 뒤늦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캐릭터들의 말맛과 속도전에 능한 정가영 감독의 영화적
밀레니얼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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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파고> <시리어스 맨>,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얼굴을 비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브 박은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잊을 수 없는 표정으로 각인된다. 그가 연기한 경찰서장의 셰프 네스카피에 경위는 두꺼운 안경 뒤 온화함을 장착한 프로페셔널. 스티브 박은 네스카피에에게서 남다른 영혼을 연상한 동시에 조용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고독을 발견했다. 그는 그 동화의 여정을 웨스 앤더슨 감독의 차기작 촬영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연결된 줌 화면을 통해 들려줬다.
<프렌치 디스패치>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세계에 첫발을 들였다. 시나리오의 첫장부터 검토했는지 당신이 출연하는 에피소드 ‘경찰서장의 전용 식당’부터 읽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웨스와 <개들의 섬>으로 먼저 만났다. 일본식 악센트가 가미된 영어를 구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몇몇 캐릭터의 목소리를 녹음했었다. 최종적으로 내 목소리는 쓰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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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이 분한 베렌슨 기자가 들려주는 ‘콘크리트 걸작’의 중반부, 희대의 미술상 줄리안 카다지오(에이드리언 브로디)는 홀연히 공기를 뒤바꾼다. 그는 매끄러운 언변으로 예술가와 예술 애호가들을 사로잡는다. 수의 차림일 때나 턱시도를 갖췄을 때나 동일하게 냉철하다. 웨스 앤더슨 사단의 오랜 멤버인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이번에도 잘 짜인 세계의 뾰족한 일부가 되어 태연한 인생을 살다갔다. 그는 감독을 향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으며 <프렌치 디스패치>의 시각적 완벽함을 설파했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다즐링 주식회사> <판타스틱 Mr. 폭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이어 웨스 앤더슨 감독과 네 번째로 협업한 영화다. 감독의 다음 작품에도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어떤 면모가 배우로 하여금 계속 그와 함께하게 만드는가.
웨스에게 전화나 메일이 와서 무언가를 같이하자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언제나 황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완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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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이 그러했듯 <프렌치 디스패치>는 독특한 촬영 현장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미장센을 구축했다. 주요 촬영지를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고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기 위해 같은 장면을 수십번 촬영하는 등 감독의 집념 덕분에 프레임에 담기지 않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블라제’라는 영화 속 가상의 도시부터 미치광이 예술가 모시스 로젠탈러의 ‘콘크리트 걸작’까지, 극에 재미를 더할 <프렌치 디스패치>의 공간과 미술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01. 웨스 앤더슨 감독은 프랑스 전역을 상징하는 가상의 도시 블라제를 설정했다. 마땅한 지역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제작진은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 앙굴렘에서 우연히 블라제의 모습을 발견했다. 앙굴렘에는 다양한 경사로와 계단, 고가교와 교차로 등 독특하게 쌓아올린 수직 공간과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많아 영상에 예쁘게 담겼고 한편으론 리옹, 파리와 같은 도시의 느낌도 들어 촬영을 진행하기에
잡지처럼,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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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지면 LOCAL COLOR (3~4p)
오언 윌슨 ┃저널리스트┃ 허브세인트 새저랙
고대 성당 뒤에 위치한, 언덕 뒤의 오래된 도시 엔누이쉬르-블라제의 구석구석을 취재하는 기자다. 좁은 골목 사이로 보이는 도시 주민들의 일상, 유흥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밤거리, 하층민의 생활, 도시의 쇠락 등을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 누빈다. <판타스틱 Mr. 폭스> <다즐링 주식회사> 등에서 웨스 앤더슨과 합을 맞춘 오언 윌슨이 연기한다.
담당 지면 Arts and Artists (5~34p)
틸다 스윈튼 ┃저널리스트┃ J. K. L. 베렌슨
J. K. L. 베렌슨은 현대미술 분야를 취재하는 문화예술 전문 기자이자 현대미술 평론가다. 그는 켄자스 아트센터의 강단에서 예술가 모시스 로젠탈러의 ‘콘크리트 걸작’에 관해 소개한다. 모시스가 살인죄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계기와 그의 뮤즈 시몬과 함께한 작업 과정, 모시스의 천재성을 알아본 큐레이터 줄리안 카다지오에 관한 일화를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를 만든 사람들: 캐릭터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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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디스패치>는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가상의 도시 블라제를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에 영감을 준 실제 매체와 저널리스트들이 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고등학교 때부터 <뉴요커>를 즐겨 읽으며 잡지가 인도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웨스 앤더슨이 사랑했던 <뉴요커>와 멋진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타국의 문화(특히 프랑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프렌치 디스패치>는 잡지 제작 시스템과 당시 시대상을 이해할 때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헤밍웨이, 샐린저, 하루키가 글을 쓰는 잡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가 궁극적으로 입사하고 싶었던 곳 역시 <뉴요커>였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뉴요커>는 1925년 창간 이래 매해 47권의 잡지를 만드는 미국의 주간지다. 처음엔 맨해튼을 중심으로 한 15센트짜
힙과 전통 사이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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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 시사회가 열리던 날, CGV용산에 도착하자마자 깨달았다. 볼펜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것을. 근처 편의점에서 300원짜리 모나미 볼펜을 사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왜 항상 볼펜을 빠뜨리는가. 영화 기자는 눈으론 영화를 보며 손으론 스크린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보를 수첩에 메모한다. 리뷰를 쓸 때 종종 주인공 이름 철자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메모는 필수다. 특히 <프렌치 디스패치>처럼 온갖 지명과 인명, 인물의 사연을 소개하는 내레이션을 정신없이 따라가야 하는 영화를 볼 땐 더더욱 그렇다.
잡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프렌치 디스패치>는 한권의 ‘보이는 잡지’를 지향하는 영화다. 이번 영화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어릴 때부터 즐겨봤던 잡지 <뉴요커>와 그가 사랑하는 프랑스에 헌정하듯 만든 작품이다. 이를 알고 있던 편집장은 지난주 편집회의에서 <프렌치 디스패치> 특집을 여는
‘프렌치 디스패치’의 폐간을 막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