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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미션이었다. 6대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는 <007 카지노 로얄>(2006) 캐스팅 당시, 금발의 제임스 본드는 있을 수 없다는 전세계 영화 팬들의 극렬한 반대를 딛고 보란 듯이 시리즈의 도약을 이끌었다.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를 시작으로 조지 레이전비, 로저 무어, 티머시 돌턴, 피어스 브로스넌을 거치면서 세계는 포스트 냉전 시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더이상 현실에서는 제임스 본드만 막을 수 있었던 핵무기의 위협, 체제 전복을 꾀하는 사회주의자들의 위협, 인류를 자신의 발아래 놓으려는 허무맹랑한 범죄자들의 위협을 느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여겼다. 게다가 9·11 이후 직면한 테러의 위협 속에서 IMF 소속의 에단 헌트나 CIA의 제이슨 본, 잭 라이언 등의 캐릭터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임스 본드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섹스와 폭력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했다. 살인면허의 유효기간이 끝나갈 무렵 어렵사리 등장한 대니얼
'007 노 타임 투 다이' 미리 보기, 제임스 본드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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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돌아온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6대 제임스 본드인 그의 다섯 번째 출연작이자 마지막 여정이 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은퇴를 결심하고 속세를 떠났던 제임스 본드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큼 절박한 사건이 벌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난 1년여 동안 조금의 타협도 없이 오직 극장 개봉만 기다렸던 영화다.
그사이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했는지 대본은 물론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유출된 적이 없다. 언론에 공개된 정보라고는 예고편이 전부인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펼쳐 보일 거대한 사건의 전말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호에서는 ‘스펙터’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 범죄 조직에 맞서 세계를 지켜내는 21세기의 스파이 히어로 제임스 본드의 라스트 미션에 대해, 그리고 <007 카지노 로얄> 이후 지금껏 그가 관계를 맺어온 주변 인물들과 본드만큼이나 중요한 007의 아이콘, 애스턴마틴에 대해 예
[스페셜]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미션 '007 노 타임 투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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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연의 표현에 의하면 <쇼미더고스트>의 예지(한승연)는 “노련미가 없는 사람”이다. 절친 호두(김현목)와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월셋집살이를 시작한 그는 청년 실업자 30만명 시대의 우울한 초상이지만, 타인의 불행에 개선장군처럼 나서는 튼튼한 오지랖을 버릴 줄 모른다. 한승연은 바로 그 점에 빠져들었다. 자랑스러운 단짝을 묘사하듯 인물을 되짚는 그와 대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캐릭터의 남다른 자질이 곧 배우 자신의 것과도 닿아 있음을 알아차리게 됐다. 학창 시절부터 또렷했던 의협심, ‘배우 한승연’을 메타적으로 성찰하는 자세, 최근 몰두 중인 괜찮은 일상살이의 기술까지, 한승연의 씩씩한 걸음걸이에 잠시 발맞춘 시간을 전한다. 2007년 데뷔해 그룹 카라로 무대 위를 누비다 배우로 전향한 그는, 드라마 <왔다! 장보리> <청춘시대> <열두밤> 등을 거쳐 이제 <쇼미더고스트>로 본격적인 스크린 나들이에 시동을 건다.
'쇼미더고스트' 한승연…오지랖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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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소년. <좋은 사람>에서 이효제가 연기한 세익은 있는 듯 없는 듯 티가 잘 나지 않는 고등학생이다. 학교에서 지갑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무엇을 했는지 모두 써내라는 선생님(김태훈)의 요구에도 세익은 억울해하거나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는커녕 교실 문을 세게 닫고 나가는 행동만으로 억울한 감정을 대신 표현한다. 소지섭(<사도>), 강동원(<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 박해일(<덕혜옹주>) 등의 아역을 맡았을 때 보여준 앳된 얼굴은 온데간데없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훌쩍 자란 이효제를 전작 <홈>(2018) 이후 3년 만에 만났다.
-이제 열여덟살인가.
=아역 시절 함께 작업했던 스탭들을 만나면 ‘많이 컸다’는 얘기를 한다. 옛날 스틸을 보면 ‘이렇게 생겼었구나’ 싶으면서도 ‘이날 촬영할 때 많이 더웠었지’ 하며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른다.
-<좋은
'좋은 사람' 이효제, 내 연기를 찾아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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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도난 사건이 벌어진 뒤 학생들을 타이르는 경석(김태훈)을 보며 포용력 있는 선생님이라 감탄할 찰나, 딸 윤희(박채은) 앞에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모습이 이어진다. 선생님, 남편, 아버지로서 각기 다른 면모를 드러내는 경석은 관객으로 하여금 진정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되짚게 한다. “평소 좋은 배우, 좋은 어른에 관해 고민한다”라는 배우 김태훈의 고민이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경석의 노력에 잘 스며들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드라마 <킹덤> 시즌2,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나빌레라>,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미션 파서블> 등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김태훈은 <좋은 사람>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자리하며 극을 이끈다. “얼마 전 여행에서 <좋은 사람>이 잘되길 바란다는 소원을 연등에 적어 띄웠다”라는 김태훈 배우. 대사의 어투 하나까지 고심했다는 말이
'좋은 사람' 김태훈, 좋은 어른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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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화를 내지 않았다면, 아이를 차에 혼자 남겨두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좋은 사람>의 경석(김태훈)을 쫓아가다 보면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 지난 사건의 굴곡을 짚어보게 된다. 그렇게 영화는 교사인 경석의 반에서 발생한 지갑 도난 사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제자 세익(이효제)에게 경석은 “어떤 말을 해도 믿어줄 테니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말하지만, 세익은 끝까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상담실에 남아 있던 세익을 돌려보낸 뒤 경석은 차에 혼자 남아 있던 딸 윤희(박채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경찰로부터 윤희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다. 곧이어 사고의 범인으로 지목된 곳엔 다시 한번 세익이 서 있다.
정욱 감독이 연출한 <좋은 사람>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배우 김태훈과 이효제는 의심과 믿음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진정
'좋은 사람'김태훈·이효제…매 순간 선택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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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출연하는 <인질>은 상대적으로 낯선 얼굴들을 인질범으로 캐스팅해 가상의 설정에 섬뜩한 리얼리티를 더했다.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온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발탁해 황정민을 납치하고 목숨을 위협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중 우두머리 최기완을 연기한 김재범은 2004년부터 수십편의 연극·뮤지컬 무대에 선 잔뼈 굵은 베테랑 배우다. 영화를 통해 관객이 배우들을 처음 접할 수 있게끔 무려 2년 넘게 캐스팅 사실이 비밀에 부쳐졌고, 김재범은 동료 배우들에게도 캐스팅 사실을 숨기고선 무대에 섰다.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그를 만났다.
1000 대 1 연극 <오케피>(황정민 연출·주연)를 함께한 (황)정민 형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다. 제작사 외유내강 분들과 정민 형, 필감성 감독이 리액션을 해주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마치 함께 신 연습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디션인데도 성취감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인질' 김재범…얼음 같은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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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한성민)는 예뻤고 키도 컸고 성적도 최상위권이었다. 선생들은 우리라는 덩어리를 싫어했지만 소영이라는 개인을 아꼈다. 소영이 개입하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 영화 초반, 강이(방민아)의 내레이션만 듣고도 소영이란 인물이 머리에 그려진다. 선생님의 총애와 친구들과의 우정 속에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소영은 자신의 꿈과 부모의 기대가 엇갈리자 가차 없이 가출을 결심한다. 강이, 아람(심달기)과 서울에 다녀온 뒤, 돌연 소영은 두 친구에게 등을 돌리고 강이의 따돌림을 주도한다.
배우 한성민은 “선택도 행동도 서툴렀던 18살 소녀에겐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 말하며 소영을 헤아린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트웬티 트웬티> 등 연이어 학원물에 출연한 한성민은 <최선의 삶>에서 다시 한번 학교를 배경으로 친구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그린다. 그가 완성한 소영은 자신의 심경을 한없이 서늘하고 날카롭게 표현하며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혼란스러운 1
'최선의 삶' 한성민…‘나는 강하다’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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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달기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다. 마냥 해맑은가 싶다가도 문득 불안하고 장난기 가득한 것 같은 얼굴에 묘한 긴장이 감돈다. 언어로 포착되지 않은 존재감을 화면에 새기는 건 타고난 에너지에 힘입은 바 크다. 배우 특유의 눈빛과 타고난 몸짓, 육체적인 에너지가 편편한 캐릭터에 부피를 더한다. 심달기 배우를 직접 만나기 전엔 그렇게 생각했다.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난 뒤에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최선의 삶>의 아람은 어딘가 겉돌고 붕 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그 해맑음이 위태로워 보이는 인물이다. 복잡미묘한 캐릭터에 피와 살을 입히는 건 배우 심달기, 아니 자연인 심달기와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달기는 확신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되돌아본다. 배우 심달기는 자기 안의 어둠을 응시하고 하나씩 풀어내며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관객과 만난 후 세 배우가 오랜만에 뭉쳤다.
=우리 영화가 이렇게 큰
'최선의 삶' 심달기, 솔직한 욕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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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절박한지 모르는 채로 절박해서, 절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이의 최선은 별거 없다. 당장 갈증을 달랠 술을 마시고, 더위를 잊을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곁을 내준 누군가를 뒤쫓는 일. 배우 방민아가 연기한 고등학생 강이에겐 그런 선택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비가 오면 땅 밖으로 나와 밟히는 지렁이처럼, 집이 답답해 가출한 강이는 친구들과의 서툰 관계에 몸을 맡기고 헤맨다. 내내 바닥을 꿈틀거리는 강이로 인해 배우 방민아도 감정의 흙을 수시로 골라야 했다. 그는 시시때때로 강이의 내면에 접속하기 위해 어린 날의 방민아를 파고들었다. 그가 발굴한 소녀가 우리와 눈 맞추기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가 방영 중이다. 헤어진 연인과 발랄한 소동을 겪는 송이는 <최선의 삶> 속 강이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재질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최선의 삶>은 10대 여자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내야 해서 디테일하게 생각했다
'최선의 삶' 방민아, 두려움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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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언어는 한껏 풍부해져 있었다. <최선의 삶>에서 만난 배우 방민아·심달기·한성민은 급식실에서 화장실까지 붙어다니는 동급생들처럼 세 사람 사이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개발해 쓰고 있었다. 이들이 연기한 고등학생 강이(방민아), 소영(한성민), 아람(심달기)은 ‘강소아’라는 줄임말로 뭉쳐졌고, 강이와 소영이 교감 끝에 멀어지는 단초가 된 시퀀스는 ‘푸른 밤’으로 은유됐다. 친구들 틈에서 자주 사라졌다 돌아오는 아람은 현장에서 ‘뭘 해도 되는 아람’으로 불렸다.
<최선의 삶>에서 그려지는 강이, 소영, 아람의 이야기도 하나의 거대한 은어 같다.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충동과 불안, 그들도 이름 붙일 수 없는 동행과 반목의 시간이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박혀 있다.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졌다”라고 말하는 10대 여성들의 한때에는 관객 각자가 마주하게 되는 과거 또한 우두커니 서 있다. 멀어지는 그림자에 대고 할 수 있는 얘기는
'최선의 삶' 배우 방민아·심달기·한성민…이것이 우리의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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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달라지고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 스튜디오가 만드는 첫 번째 아시안 슈퍼히어로의 단독 주연작이다. 아시안 히어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이름을 제목에 내건 단독 주연작은 없었다. 단지 슈퍼히어로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전체로 시선을 넓혀도 상당히 드문 시도다.
심지어 먼저 개봉한 <블랙 위도우>와 함께 샹치가 MCU의 새로운 시대, 즉 페이즈4 이후 어떤 활약을 펼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그 의미는 꽤나 확장될 것 같다.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기 전의 예측에 불과하다. 과연 마블은 아시안 히어로 영화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걸까. 공개된 예고편과 원작 코믹스의 정보를 바탕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는 어떤 비전을 펼쳐 보일지 예측해봤다. 국내에서 곧 출간될 그래픽노블에 대한 소식도 전한다.
KEYWORD 1. 세계 최강 범죄자의 아들
샹치가 누구인
마블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숨겨놓은 5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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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혜는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씨네21>에 실린 <모가디슈> 기사들을 전부 읽고 왔다”고 말했다. 그런 성실한 태도는 영화 <모가디슈> 속 박지은 사무관을 쏙 빼닮았다. 박지은은 주소말리아 한국 대사관에서 통역 업무를 맡은 사무관이다. 알이 큰 안경 때문에 모범생 같은 인상을 준다. 내전이라는 극한상황에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경혜는 독립영화 <애드벌룬>으로 연기 경력을 시작한 뒤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녀 귀신 역할을 맡아 얼굴을 알렸으며 이후 <메기> <꿈의 제인> <1987>에 출연했다.
류승완 감독 ‘찐’팬이다. 감독님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최근 다시 봤던 작품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부당거래>다. 출연 제안을 받고 감독님의 실물을 뵙는다고 하니 너무 떨렸다. 외유내강 사무실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대화를
'모가디슈' 박경혜…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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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바비 인형,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 금발의 팜므파탈. 마고 로비에겐 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이 있다. 하지만 마치 후광처럼 빛나는 외모는 그녀에게 축복과 기회인 동시에 속박이기도 했다. <어바웃 타임>에서 팀(도널 글리슨)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은 금발 여성의 내면엔 빛나는 외모보다 훨씬 화사하고 매력적인 영혼이 숨 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할리 퀸은 마고 로비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마고 로비만큼이나 반짝거리는 이 총천연색 캐릭터는 도리어 배우 마고 로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마스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마고 로비가 세 번째로 할리 퀸으로 분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개봉에 맞춰 배우 마고 로비의 궤적과 매력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첫눈에 반했다가 알고 나면 더 끌린다. 탈출할 수가 없다. 니콜 키드먼과 케이트 블란쳇의 뒤를 이어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오스트레일리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중심으로 배우 마고 로비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