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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또각. 구두굽 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인다. 2층에서 찬찬히 내려오고 있던 강동원 배우가 눈에 들어오자 “아!” 하고 반사적으로 나오는 감탄사. 그럼 그렇지. 누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도 아니건만 구두굽 소리는 특수효과음처럼 스튜디오를 울리고, 평범한 형광등 불빛마저 핀포인트 조명처럼 느껴지는 비현실적인 순간. 현실을 비현실로 만드는 배우의 아우라가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반도>의 표지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부산행> 이후 4년, 전대미문의 재난에 휩싸인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근미래 디스토피아 영화다. 비현실적인 상상력을 거꾸로 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어쩌면 <반도>에 출연한 배우들의 힘인지도 모르겠다. 단지 멋있다, 는 몇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배우들의 존재감은 이곳이 비현실이고 스크린 너머 저곳이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반도에 다시 발을 들인 정석 역의 강동원 배우
'반도'의 연상호 감독, 배우 강동원· 이정현·권해효·김민재·구교환·이레 - 배우들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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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규(이봉근)의 구슬픈 소리, ‘얼쑤!’ 하고 저절로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소리. 사라진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 학규 일행을 따라가는 음악영화 <소리꾼>은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학규의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만든다. 국악을 전공한 박승원 음악감독은 “내가 잘 알고 있는 판소리를 어떻게 건드리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그게 전부 욕심이었음”을 깨닫고 “학규가 판소리로 진면목을 드러내는 부분은 손대지 말자”고 결정했다. 국악그룹 공명의 멤버인 그가 <소리꾼>에 합류하게 된 건 조정래 감독이 공명의 공연을 인상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국악을 잘 모르는 관객도 연령 불문 즐겁게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조정래 감독의 바람을 담아 “밝고 편안한 선율 위주로 노래를 작곡했다”. 기타와 피아노를 베이스로 두되 유랑 신에서는 피리를, 납치와 결투 신에서는 북, 장구 등의 타악기를 연주했다. 대부분의 악기를 직접 연주했고, 대나무로 직접 만든 타악
'소리꾼' 박승원 음악감독 - 온몸에 그을음이 묻어도 노래는 멈추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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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 진짜 성격을 잘 모르겠어요!” 어릴 적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 못할 정도로 수줍었다던 배우 박초롱에게 어떻게 에이핑크로 데뷔하고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 묻자 이런 대답이 나왔다. 조용한 일상을 보내다가도 수학여행과 축제 무대에 빠지지 않았고, 합기도 시범을 척척 보였던 학창 시절을 되새긴 그는 춤과 운동으로 억눌려 있던 자신을 표현한 것 같다는 답변을 덧붙이고 활짝 웃었다. 모른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에게서 10년차 걸그룹 리더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불량한 가족>에서 고등학생 유리 역으로 처음 스크린에 들어선 소회를 전하면서도 그는 차분하고 당당했다. 휩쓸리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겠다는 다짐이 믿음직스럽다.
-영화는 처음이지만 배우로 첫선을 보이는 건 아니다. 10년 전에 시트콤 <몽땅 내 사랑>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3~4년에 한번씩 작품 활동을 했다.
=그동안 에이핑크가 먼저라
'불량한 가족' 박초롱 -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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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인간수업>에서 결국 아이들을 돕지 못하는 경사 해경을 두고 배우 김여진은 “어른들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낸 인물”이라 설명한다.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헤븐: 행복의 나라로>(가제)에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여성 경찰서장”을 연기하며 전형적인 남성 서사를 비트는 쾌감을 선사한다. 지금껏 외면해온 현실,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우리 앞에 가져다놓는 배우. 지금, 김여진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연극 <마우스피스>는 현실적인 문제로 예술적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인물 데클란과 그의 삶을 연극으로 옮기는 중년 작가 리비의 이야기를 그린다. 계급과 나이, 성별까지 다른 두 인물의 관계와 갈등이 도드라지고, 예술과 사랑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이 작품의 면면을 다채롭게 엮는다. 우연히 본 연극을 통해 배우의 길로 들어선 김여진은 지금, 다시 자신의 출발점으로 돌아와 “쌓아온 모든 것을 끌어내고, 그 이
연극 '마우스피스', 드라마 '인간수업' 배우 김여진, "무대에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그 이상을 표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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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영화’란 새로운 영역이 개척된다면 이는 누가 연출해야 할까. 소리와 영화의 접점, 정확히 그 분야에서 누구보다 고민하며 작업하는 장본인들, 바로 음악감독일 것이다. 6월 18일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공개된 오디오 시네마 시리즈(기획 스튜디오N)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바쁜 음악감독들을 섭외해 인기 웹툰 및 웹소설을 소리로 옮기는 오디오 콘텐츠의 연출을 맡겼다. 여기에 덱스터의 라이브톤 스튜디오에서 돌비애트모스로 작업해 ‘시네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김태성 감독은 7년차 커플의 만남과 이별에 이르는 여정을 담은 멜로물 <남과 여>(출연 김동욱, 강소라)를, 달파란 감독은 여장을 하고 고등학교 여자 수구부에 들어간 소년 배수구의 성장물 <두근두근두근거려>(출연 찬열, 이세영)를, 방준석 감독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톱스타와 라디오 DJ의 로맨틱코미디 <그대 곁에 잠들다>(출연 이제훈, 유인나)를 연출했다. 일주일 동안 무료로
국내 최초 오디오 시네마 연출한 김태성·달파란·방준석 영화음악감독 - 마음껏 상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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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력>은 캄보디아와 타이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취와 아동학대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문제적 소재도 눈길을 끌지만 이를 장르적인 문법으로 풀어낸 감독의 연출력이 예사롭지 않다. 민감한 이야기를 전시하거나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은 망망대해 위 지옥 같은 상황을 관객이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스펜스가 요동치는 가운데 목적지를 잃지 않는 뚜렷한 시선. 호주 출신의 로드 라스젠은 <타우 세루>(2013) 등 이미 여러 단편영화를 통해 실력이 검증된 감독으로 <부력>은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늦은 만큼 믿음직스런 데뷔작을 선보인 로드 라스젠 감독에게 동남아시아의 노예노동 문제를 영화화하기까지의 과정을 물었다.
-첫 장편 연출작이다.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일어나는 노동착취 상황은 당신에게는 먼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첫 영화로 이 이야기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어업 노예의 실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여
'부력' 로드 라스젠 감독 - 관객이 노예노동의 실상을 체험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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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정 감독은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 뒤 39살에 늦깎이 미술학도가 되어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 등 작품 활동을 쉼 없이 이어왔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미디액트를 찾았다가 후에 자신의 페르소나가 될 배우이자 감독인 김도영을 만났다. 그로부터 10년가량 흐른 뒤에 심혜정 감독은 첫 장편영화 <욕창>을 만들었고, 그의 페르소나인 김도영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했다. <욕창>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년의 여성에게 욕창이 생기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가족의 욕망과 갈등을 서늘하게 재현한 극영화다. 미술계 활동을 오래해온 까닭에 심혜정 감독을 실험영화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장르가 결정되는 것 같다. 실험영화나 미디어아트만 하고 싶다고 영역을 정해두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심혜정 감독은 실제로 아픈 어머니를 돌보면서 겪은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직접 <욕창>
'욕창' 심혜정 감독 - 돌봄노동은 왜 여성만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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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학규(이봉근)의 소리에 맞춰 양반 박씨(김동완)가 맛깔나게 추임새를 넣는다. 학규의 소리에 감명을 받은 박씨는 학규의 일행에 합류하고 사라진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다. 다른 양반들과 다르게 서민들 속에 섞여 풍류를 즐기고, 밉지 않은 능청스러움으로 일행의 분위기를 밝게 반전시키는 인물. 양반 박씨의 밝은 에너지를 예상하고 마주한 김동완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연기에 관한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배우’로 돌변했다. 가수와 배우, 두개의 수식어 사이에서 끝없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배우 김동완과의 대화를 전한다.
-<시선 사이> 이후 4년 만의 영화다. 오늘 첫 시사였는데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고.
=그렇다. 전에는 중간중간 촬영분을 보곤 했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 이번에는 전혀 보지 않았다. 말 그대로 처음 영화를 본 셈인데 최종 결과물이 너무 잘 나왔더라. 보면서 거의 5번은 울었다. (웃음) 오랜만의 영화라 낯설었고 그동안 내가
'소리꾼' 김동완 - 배우고 또 배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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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 ‘연민정’은 잊어도 좋다. <소리꾼>에서 이유리가 연기한 간난이는 심성이 곱고, 온화하며,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여성이다. 청이(김하연)의 엄마이자 소리꾼 학규(이봉근)의 아내인 그는, 정체가 불분명한 집단에 잡혀갈 때조차 바른말을 할 만큼 강인한 여성이기도 하다. 청소년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뒤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 등 여러 드라마에서 당돌한 막내딸을 연기했고, <왔다! 장보리>에서 맡은 연민정으로 복수의 아이콘이 된 그가 <분신사바>(2004) 이후 16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했다. 이유리는“큰 스크린에서 보니 작은 실수까지 눈에 들어와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스크린에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역할을 맡고 싶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는 <분신사바> 이후 16년 만이다.
=영화에 무척 출연하고 싶었다. 옴니버스영화(<괴담>(2005))나
'소리꾼' 이유리 - 새로운 기회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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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달과 <판소리 춘향가> 작업을 함께했고, ‘적벽’이라는 팀으로 활동하며 《이봉근과 적벽》 앨범을 냈고,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우승하며 얼굴을 알린 소리꾼 이봉근. 국악계에선 이미 유명한 그지만 이번엔 명창이 아닌 신인배우로 관객을 만난다. 판소리 음악영화 <소리꾼>에서 이봉근은 소리로 생계를 꾸려가는 소리꾼 학규를 연기한다. 영화는 범죄 조직에 납치당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눈먼 딸 청이와 조선 팔도를 떠도는 학규의 이야기를 판소리 가락에 얹어 전한다. 첫 영화, 첫 주연작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봉근은 영화에서도 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을 보여준다.
-영화 홍보차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방탄소년단(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불렀다. 판소리와 재즈 등을 섞어 인상적인 편곡을 보여줬다.
=음악은 놀이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재밌게 즐겨
'소리꾼' 이봉근 - 소리꾼을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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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다섯번 울었다.”(김동완) 지난 6월 22일 <소리꾼> 언론배급시사가 끝난 뒤 스튜디오에 들어온 이봉근, 이유리, 김동완 세 사람은 영화에 대한 감흥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7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은 소리꾼 학규(이봉근)가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하는 뮤지컬영화이자 로드무비다.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명창 이봉근의 소리는 구수하고 시원해 권선징악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빡빡한 홍보 일정을 소화하는데도 세 배우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소리꾼' 이봉근·이유리·김동완 - 소리에 눈물을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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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cm의 큰 키에 웃으면 동그랗게 볼록해지는 볼. 영화 <침입자>에서 위태로워 보이는 서진(김무열)의 아내 수정을 연기한 배우 임선우는 카메라 밖에서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골똘히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럴 때면 도톰한 그의 볼살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초반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되어 극의 분위기를 잡고, 클라이맥스에서 비밀을 지닌 캐릭터로서 확실히 제 역할을 했던 수정과 달리 실제 모습은 귀엽고 매력적이다. 긴 대화의 끝에 “한 작품 한 작품 겸손한 마음으로 하고 싶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그에게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연기하기 전에 회사를 다녔다고 들었다.
=한 회사에서 4년 정도 일했다. 회사 다니면서 연기를 배웠는데 연기가 너무 재밌고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고민하면서 다니다가 결국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에 입학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연기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지 않
'침입자' 임선우 - 나의 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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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 등을 오가며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김량 감독은 분쟁의 공간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왔다. 첫 번째 작품 <경계에서 꿈꾸는 집>(2013)은 철원의 민간인 통제구역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였고, 두 번째 작품 <영원한 거주자>(2015)는 터키, 아제르바이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르메니아의 접경지역 이야기를 다룬다. 세 번째 영화 <바다로 가자>는 실향민인 감독의 아버지와 가족이 등장하는 보다 사적인 작품이다.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실향민 1세대와 그들의 영향 아래 자란 실향민 2, 3세대의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영화 작업으로 이어가는 김량 감독을 만났다.
-그동안 파리, 부산, 서울을 오가며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 생활과 작업의 기반이 되는 도시는 어디인가.
=계속 여러 도시를 오가며 작업 중이다. 디아스포라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바다로 가자' 김량 감독 - 그렇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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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 수인(이주영)의 곁엔 방글(주해은)이 있다. 아이돌이 되겠다며 저녁마다 춤을 배우는 그는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수인의 친구이자 조언자, 멀게만 보이는 내일을 향해 함께 걷는 듬직한 동반자다. 무심한 듯 너그럽게 위로를 건네는 방글을 연기한 이는 <스윙키즈>에서 병삼(오정세)의 아내 매화로 나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주해은. 그는 지난 월 <씨네21>이 만난 1990년대생 영화인 50명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어느덧 데뷔 4년차, 배우 주해은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매해 성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신인답게 두달 만에 ‘작품으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 4월 <씨네21> 창간 25주년 특집 ‘1990년대생 영화인 50명을 만나다’ 인터뷰에 참여했다. <야구소녀> 개봉과 함께 두달여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그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디엠(DM)이 많이 왔다.
'야구소녀' 주해은 - 간절함과 진심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