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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감독의 작품은 늘 인간 본성에 깊이 파고들면서도 인간관계가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순간에 집중한다. ‘이승원 감독스럽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 <세자매>는 아버지의 생일을 앞둔 세 자매가 각자 처한 상황의 온도를 서서히 높여 끓고야 마는 이야기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건강 문제로, 둘째 미연(문소리)은 남편 문제로, 셋째 미옥(장윤주)은 재능 문제로 괴롭고 고단하다. 그런데도 기쁜 척하며 아버지의 생일까지 챙겨야 한다.
<세자매>는 가족이란 이유로 묻고 넘어갔던 상처를 헤집으며 쉽사리 느낄 수 없었던 영화적 경험으로 관객을 이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승원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소통과 거짓말>),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홍콩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해피뻐스데이>)을 수상하며 데뷔 때부터 영화계의 관심을 받아온 인물이다. <세자매>의 극장 개봉 하루
'세자매' 이승원 감독 - 가족이란 관계의 아이러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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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들고일어났다. 1월 21일 극장 개봉한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명절 때마다 전을 부치고 제사를 준비하던 여성들이 부엌을 박차고 나가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소동을 그려내는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반란을 주도하는 이는 큰엄마(정영주)다. 예상치 못한 큰엄마의 행동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여자들과, 그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남자들의 우스꽝스러움이 교차하는 이야기는 속이 시원하고 통쾌하다. 이 영화는 <창간호>(2018), <첫잔처럼>(2019) 그리고 개봉을 앞둔 <더블 패티>를 연출한 백승환 감독의 신작이다.
-명절 때 큰엄마가 전을 부치다 말고 여자들만 데리고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설정이 통쾌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네티즌의 사연을 바탕으로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써서 보여주셨는데 여성들이 명절 때 소소한 반란을 일으키는 설정과 글이 무척 재미있었다. 평소 여성 서사
'큰엄마의 미친봉고' 백승환 감독 "평생 제사 지내는 어머니 생각하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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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가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동시 출항한다. 2092년 황폐화된 지구를 떠난 ‘승리호’는 무중력으로 떠다니는 쓰레기를 그러모아 돈을 버는 우주 청소선이자 다른 우주선이 모은 쓰레기를 빠르게 빼앗아가는 우주 해적선. 이제껏 한국영화계에 없었던 우주 배경 SF영화 <승리호>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탑승하고 있다. 승리호를 만든 장본인 장 선장(김태리)과 조종사 태호(송중기), 엔진 크루 타이거 박(진선규), 안드로이드 업동이(유해진)는 조성희 감독만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한층 유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씨네21>은 배우 송중기·김태리·진선규의 인터뷰와 함께 <승리호>의 미공개 스틸컷을 독점 공개한다. 배우들이 감탄한 세트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승리호> 제작 과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까지 인터뷰에 모두 담았으니 주목해주길 바란다. 조성희 감독이 10년간 가다듬은 SF 세계를 이해
[인터뷰] '승리호' 송중기·김태리·진선규와의 만남과 미공개 스틸컷 독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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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생선의 시선을 그린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의 이대희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엔 물이 아닌 불이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소 음료 ‘스트레스 킬러’를 마시며 살아가는 현대사회. 음료를 과잉 복용한 탓에 불괴물로 변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40대 평범한 가장인 짱돌은 불괴물을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고 ‘불괴물 잡는 히어로’가 된다. 퇴근길 횟집 수조를 보고 <파닥파닥>을 떠올렸던 이대희 감독은 주말에 아이들을 돌보다 막내딸이 떼쓰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 제로>를 떠올렸다.
“떼를 쓸 때 아기들은 표정이 순간적으로 바뀌면서 어른이 짓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 버리지 않나. 그 순간 불을 확 태워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영감을 받은 이대희 감독은 그 자리에서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불괴물을 그렸다. 이렇게 탄생한 3D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는 <뽀로로> <코코몽> 시리즈를 제
<스트레스 제로> 이대희 감독 - 떼 쓰는 아기 보며 ‘불괴물’ 떠올린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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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부당하게 하청 업체에 파견된 정은(유다인)이 영화의 감정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다. 오정세가 연기하는 막내는 정은의 하청 업체 동료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은이 서서히 의지하게 되는 대상이다. 크게 감정을 드러내는 법 없이 묵묵히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막내의 모습은 오정세의 단단한 내공 덕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왜 신뢰할 수밖에 없는 배우인지를 증명한다.
-배우 오정세의 존재감이 만개하고 있다. 지난해엔 상도 많이 받았는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배우상도 수상했다.
=아직도 상을 받고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게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럼에도 2020년은 과분한 사랑을 받은 해였고, 그 사랑을 한꺼번에 다
[인터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오정세 - 잘해야지, 이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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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대신 박 대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정은(유다인)은 해고 통보에 가까운 발령으로 원청에서 하청 업체로 떠밀린 상황에서조차 이름보다 직함으로 더 자주 불린다. 정은 자신 또한 본연의 ‘나’를 잊고, 그 명칭을 지키는 일에 더 몰두한다. 이제 그를 그 자신으로 기억해주는 사람들은 곁에 없다. 하지만 그의 절실함을 알아본 동료 막내(오정세)의 도움으로, 정은은 또다시 자신을 밀어낼지 모르는 송전탑의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디뎌본다.
한명의 인간으로서 거절당하지 않고 내 자리를 만들기 위해. 큰 눈으로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가도 서늘한 목소리로 자신의 비밀을 말해줄 것 같은 배우 유다인은 “관객이 정은의 감정을, 정은을 연기하며 내가 느낀 감정을 다 이해할 것만 같다”라며 영화가 위로가 되길 원한다고 전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 일상 브이로그와 책 추천 영상을 올리고 있다.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혼자
[인터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 - 배우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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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유다인과 오정세는 푸른 작업복을 입고 송전탑에 오른다. 고요한 송전탑 위 세계는 감전되어 죽고 추락해서 죽는, 두번의 죽음이 기다리는 위험천만한 세계다. 유다인이 연기하는 정은은 해고에 가까운 하청 업체 파견 근무를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려 애쓰는 인물이고, 오정세가 연기하는 막내는 정은의 하청 업체 동료로 퇴근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대리운전 일까지 소화하며 악착같이 생계를 꾸려가는 인물이다. 결코 반가운 환경에서 만난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알아채곤 서서히 서로의 안전을 걱정하게 된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유다인이 보여주는 단단한 의지의 시선과 오정세가 보여주는 무심한 듯 따뜻한 시선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무는 영화다. 촬영 현장에서 조용히 척척 호흡을 맞추던 유다인과 오정세의 두눈에서도 따스한 빛을 읽을 수 있었다.
[인터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유다인·오정세 - 단단하고 따뜻한 시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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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슈퍼히어로가 탄생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경이로운 소문>은 초능력을 지닌 ‘카운터’들이 통쾌하게 악귀를 처단하는 히어로물이다. 카운터들은 악귀를 잡으면서도 직접 국숫집을 운영하고 김장을 하는 등 생활밀착형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형 히어로’라는 애칭을 얻었다. 기존 히어로물과 차별화된 매력을 가진 <경이로운 소문>은 지난 1월 10일,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각본을 쓰고 <미스터 주부퀴즈왕> <0.0MHz>,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 등을 연출한 유선동 감독은 “영상, 연극, 웹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것이 <경이로운 소문>을 작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한다.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후반작업에 여념이 없는 유선동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뱀파이어 검사> 시즌2 이후 8
'경이로운 소문' 유선동 감독 - 링에 오르듯 엘리베이터 액션 신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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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 사이엔 중재자가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기술과 개성이 또렷한 카운터들 중에도 그런 캐릭터가 있다. ‘언니네 국수’의 ‘언니’이자 <경이로운 소문>의 힐러를 맡고 있는 추매옥이 바로 그런 사람. 흥분과 차분을 오가며 주변인들을 북돋아주다 자신의 힘이 필요한 곳을 향해 스카프를 바싹 매고 달려가는 매옥은 카운터들간의 융화는 물론 존속도 가능케한 베테랑이다. 매옥을 연기한 배우 염혜란 또한 <경이로운 소문>팀에 그런 존재인 듯했다. 표지 촬영 내내 유준상 배우가 앞장서서 파이팅을 불어넣고, 조병규·김세정 배우가 전천후로 에너지를 발산할 때 그는 엷은 미소로 이들의 등을 토닥였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제 몫을 다하는 그의 아우라는 과연 추매옥을 닮아 있었다.
-데뷔 21년차에 <경이로운 소문>으로 전에 없던 액션 신을 소화 중이다.
=다른 카운터들에 비하면 액션 신이 많지는 않은데, 달리는 신은 많은 편이다. 너무 잘하고 싶고 욕심도 나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염혜란 - 치유하고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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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에서 무표정한 김세정을 보는 일엔 묘한 통쾌함이 따른다. <프로듀스 101>은 물론 아이오아이와 구구단의 멤버로 무대 위에 설 때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에이스로 주목받는 순간에도 김세정은 한결같이 웃음을 잃지 않는 소녀였다. 타고난 성격일까, 아이돌이 요구받는 감정노동의 산물은 아닐까 괜스레 의식하다가도 뭐든지 알아서 잘해내는 명민한 모습에 걱정을 거두곤 했다.
그랬던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홀 서빙을 하고, 아픈 과거가 드러날 것 같은 순간엔 주저 없이 괴력으로 사람을 날려버리며, 몸에 딱 붙는 아이돌 의상 대신 펑퍼짐한 추리닝을 입고 발차기를 하는 카운터 도하나로 돌아왔다. 스스로의 ‘꽃길’을 능동적으로 개척해온 김세정은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경이로운 소문>의 ‘잘생김 담당’이라고 하더라.
=부정하지 않겠다. (웃음) 처음부터 그렇게 알고 드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김세정 - 넘어지고 상처받아도, 꽃길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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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악귀라면 모탁이 제일 두렵지 않을까. 극중 모탁의 매서운 눈빛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이로운 소문>의 모탁은 ‘카운터’라 불리는 히어로 역할로, 살인을 저지르는 ‘악귀’를 처단한다. “죽지 않을 만큼만 죽인다”라며 악귀를 쫓는 모탁의 능력은 괴력. 그런 모탁의 단단한 기운이 유준상 배우에게서도 느껴진다 싶을 찰나, 그 역시 자신의 캐스팅 이유로 에너지를 언급한다.
지난해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에서 열정 가득한 본부장 안궁철로 분했던 유준상 배우는 <경이로운 소문>의 행동파 카운터 모탁을 연기한다. 3개월간 치열하게 훈련하며 몸을 만들고, “모탁의 엉뚱한 면이 나와 닮았다”라며 웃는 그에게서 모탁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졌다.
-‘39살 역할’이란 말에 대본도 안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던데.
=처음 제안받았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다. 관리를 잘한 보람이 있더라. (웃음) 감독님에게 왜 날 캐스팅했냐고 물었더니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유준상 - 출발선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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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까지 3연속 흥행이다. 작품에서의 지분도 점차 늘어나 조병규는 <경이로운 소문>에서 메인 캐릭터로 우뚝 섰다. <경이로운 소문>의 소문이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악귀 잡는 카운터로 특채 선발되면서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주는 선하고 의로운 고등학생이다.
촬영이 거듭될수록 소문이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그는 “예전엔 날이 서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웃는다”라며 소문이를 만난 것에 행복해했다. 소문이의 이름 앞에 ‘경이로운’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처럼, 자신의 이름 앞에도 수식어를 붙이면 뭐가 좋겠냐는 물음엔 “‘그냥’이 좋은 것 같다. 그냥 조병규!”라고 답했다. 고착화된 수식이 아닌 자유로운 상태를 원하는 그에게 <경이로운 소문>은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줬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어떻게 인연이 닿아 출연하게 됐나.
=캐스팅되기 두달쯤 전인가, 소속사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조병규 - 레벨 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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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너무 예쁘신 거 아니에요?”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염혜란을 보고 김세정이 우렁찬 목소리로 감탄한다. 먼저 스타일링을 마친 유준상과 조병규는 “조만간 우리가 같이 영화 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테니 미리 사진을 찍어두시라”라며 기자들 앞에서 한껏 멋진 포즈를 취했다. 분명 유준상과 조병규는 오후 8시, 김세정과 염혜란은 오후 9시까지 스튜디오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건만 모든 배우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스튜디오에 도착해 분장을 마친 상황. 배우들의 부지런함에 깜짝 놀랐다고 하자 원래 현장에도 30분씩 일찍 모일 만큼 열정적인 팀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화기애애한 화보 촬영 분위기에 <경이로운 소문> 속 카운터들이 보여주는 남다른 케미스트리의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6회 만에 OCN 역대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우고 두 자릿수 시청률 진입을 코앞에 둔 <경이로운 소문>은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한 카운터들이 지상의 악귀들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인터뷰] '경이로운 소문' 조병규·유준상·김세정·염혜란 - 우리들의 경이로운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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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더이상 잃을 게 없다.” <차인표>로 재도약의 출사표를 내민 배우 차인표의 심정은 이러했다. <타워>(2012), <감기>(2013) 이후 잠잠했던 그에게 <차인표>는 “지난 6년간 유일하게 들어온 영화 시나리오”다. 그사이 차인표는 대한민국에서 아는 사람은 너무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배우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를 기점으로 확연히 갈라지는 그의 인지도는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에서 검지를 흔들고 색소폰을 불던 백마 탄 왕자와, ‘분노의 양치질’ 밈 시리즈(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악역 연기에 도전한 차인표의 분노 연기가 SNS에서 개그 코드로 활용됐다)의 주인공이 표상하는 이미지만큼이나 격차가 크다.
재기를 위해 고심하던 배우 차인표가 급작스러운 붕괴 사고로 여자고등학교의 샤워실에 갇히는 이야기인 <차인표>에서 그는 나체 상태로 어둠 속에 누워서도
차인표의 '차인표', “오랜 부자유 속에서 나를 꺼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