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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시나리오를 저에게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주는 제 친구 이인아 PD에게 감사합니다.” 지난 3월 17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배우는 소감을 전하며 이인아 PD를 콕 집어 고마움을 표했다. 이인아 PD는 작품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스탭은 아니지만 정이삭 감독과의 우정으로 한국에서 윤여정, 한예리 배우의 캐스팅을 도왔다. 미국 촬영에도 동행해 음식은 물론 각종 비품을 챙기고 운전을 하는 등 배우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현장을 돌보았다.
독일 광고회사 마켄필름의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2019년 세달의 휴가를 내고 <미나리> 밭으로 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그는 “배우들을 연결해준 사람으로서 양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소지었다. “윤여정 선생님과 한예리 배우가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연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실력도, 사람도 좋은 정이삭 감독
이인아 PD - '미나리'의 숨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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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제작사가 한배를 탔다. 다이스필름(대표 김성우), 리양필름(대표 이한승), 영화사 미지(대표 서종해), 오스카10 스튜디오(대표 장진승), 영화사 람(대표 최아람), 영화사 일취월장(대표 최문수)은 지난 3월 2일 연합 법인 플랫피(Plat P)를 설립했다. 모두 영화 두편 이상씩 제작한 중견 제작사들이다. 플랫피는 플랫폼(Platform)의 ‘플랫’과 프로듀서 혹은 프로젝트의 ‘피’(P)를 합친 말이다.
과거 제작사들이 공동 제작을 진행하거나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인수 합병하는 사례가 많았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 소속된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를 설립한 협업 방식이 있었지만 연합 법인을 설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제작사들간의 합종연횡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인다. 김성우 플랫피 대표는 “플랫피에 가면 매력적인 프로젝트와 능력 있는 프로듀서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움을 주는
영화 제작 연합 법인 플랫피 -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함께 헤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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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꾸러기입니다.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으로 가득한 <인천스텔라> 제작기를 듣다보면 자신을 ‘욕심꾸러기’라 지칭하는 백승기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천스텔라>는 <숫호구>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오늘도 평화로운>으로 C급 코미디의 장을 연 백승기 감독의 신작이다. 아시아항공우주국(ASA)은 우주에서 정체불명의 구조 신호와 함께 우주선 ‘인천스텔라’의 설계도를 전달받는다. 그로부터 27년 후, 엔지니어 승연(정광우)이 인천스텔라 우주선을 완성하고 탐사대원 기동(손이용)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승연과 함께 우주선에 오른다.
백승기 감독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유지하되 기동의 가족사에서 비롯된 진중함을 더해 전작과 다른 결의 작품을 완성했다. 우주선으로 변신한 스텔라 자동차부터 거대한 그린 스크린까지, 처음으로 우주영화를 찍으며 고군분투한 백승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도 평화로운&g
'인천스텔라' 백승기 감독 - 영화감독은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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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폴은 이상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모두 주말 예배 대신 혼자 십자가를 끌고 다니는 폴을 멀리한다. 오직 새로 이사 온 제이콥의 가족을 제외하곤 말이다. 폴은 지역사회의 아웃사이더는 이민자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며 소통의 창구가 된다. 폴 역할을 맡은 윌 패튼은 ‘가장 미국적인, 미국의 보통 사람의 이미지를 지닌 배우’다.
1983년 데뷔 이래 <아마겟돈>(1998), <식스티 세컨즈>(2000) 같은 블록버스터는 물론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온 그는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베테랑 배우 윌 패튼에게 뭔가 비정상적이고 겉돌지만 한편으론 내면이 따뜻하고 미워할 수 없는 인간미로 뭉친 캐릭터 폴에 대해 물었다.
-<미나리>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시나리오는 첫인상이 어땠는지.
=정이삭 감독과는 이미 <아비가일>(2012)에서 함께 작업한
'미나리' 배우 윌 패튼 - 무더위도 이긴 환상의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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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에서 김도훈이 연기한 병준은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다. 전직 권투 선수 출신인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최면에 걸린 뒤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도현(이다윗)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영화 <게이트>(2017)로 데뷔한 뒤 웹드라마 <나의 개같은 연애>, 드라마 <절대그이> <의사요한>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배우 김도훈은 영화에서 심리적으로 예민해지는 병준의 변화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김도훈은 “캐릭터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오디션을 봤나.
=감독님이 골라준 신에서 병준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 분량을 읽었다. 그중에서 거친 이미지인 병준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병준은 전직 권투 선수라 그런지 다부진 체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운동을 그만두고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자서
[인터뷰] '최면' 김도훈 - 심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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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걸그룹 베리굿의 새 멤버로 합류하며 데뷔한 조현은 지난해 드라마 <학교기담-오지 않는 아이>와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출발을 알렸다. 그는 첫 주연작 <최면>에서 현직 아이돌 가수이자 대학생인 현정을 연기했다. 약을 처방받아 생활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현정에게 친구들은 최면 치료를 권하고, 그때부터 기묘한 환상이 현정을 괴롭힌다.
독특한 안무와 분장을 캐릭터에 녹여내 장르적 매력을 살리고자 노력한 그에 대해 이다윗 배우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의 열정을 갖고 있다”고, “아마 감독님을 가장 많이 만나 대화한 배우일 것”이라고 칭찬했다. 어머니가 좋아했다는 배우 왕조현의 이름을 따서 지은 활동명으로, 그는 “걸그룹 활동과는 또 다른 영감을 받는 연기 생활”을 지속하려 한다.
-<최면>에서 연기한 현정은 가수 활동과 학업을 병행해온 경험을 떠올리게 한 캐릭터였을 것 같다.
=학교를 다니고 아
[인터뷰] '최면' 조현 - 한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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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19년차인 배우 이다윗은 더 깊고 여유로워졌다. 영화 <시> <고지전> <스플릿> <사바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이다윗은 <최면>에서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영문학과생 도현을 연기한다. 도현은 편입생 진호(김남우)를 통해 최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깊이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 교수(손병호)로부터 최면 치료를 받은 뒤로, 도현과 친구들은 환각과 환영에 시달리며 혼란스러워한다.
수많은 현장 경험으로 꼼꼼한 사전 준비를 체화한 이다윗은 몰입을 위해 ‘셀프 전생 체험’까지 시도하며 촬영에 임했다. “최면 체험에 관한 정보가 너무 많아 어려웠다”고 말하면서도, 이다윗은 결국 자신의 해석에 살을 붙여 현재의 도현을 완성해냈다.
-공포, 스릴러 영화는 평소 잘 보는 편인가.
=아니다. 손으로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겨우 보곤 한다. (웃음) 하지만 내가 공포영화를 못
[인터뷰] '최면' 이다윗 - 꽂혀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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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할까? 성실한 모범생인 도현(이다윗)은 심리 치료 중인 편입생을 도와주라는 학과 교수의 부탁으로 진호(김남우)와 가까워진다. 진호의 소개로 도현은 최 교수(손병호)를 통해 최면을 경험한다. 최면 치료 중 섬뜩한 광경을 목격한 도현은 최면에 관해 샅샅이 파고들고, 마찬가지로 최 교수에게서 최면 치료를 받은 현정(조현)은 환영을 보며 혼란스러워한다. 병준(김도훈)은 친구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고 도현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최면>은 굳게 잠겨 있던 인물들의 기억을 최면을 통해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다. 친구들의 리더 격인 도현은 이다윗이, 아이돌 가수이자 대학생인 현정은 조현이, 행동파 병준은 김도훈이 연기한다. 악몽 같은 최면 속을 헤매며 두려움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해낸 세명의 배우 이다윗, 조현, 김도훈을 만났다. 사건의 키를 쥔 그들의 안내를 따라 <최면>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보
[인터뷰] '최면'의 세 배우 이다윗·조현·김도훈 - 환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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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처를 찾는 어느 동성 커플의 발걸음을 따르는 영화 <정말 먼 곳>에서 풍경은 종종 사람을 품은 하나의 거대한 생물체처럼 화면을 압도한다. 그곳에서 도시의 상처를 회복하려는 남자 진우(강길우), 연인과 행복하고 싶은 시인 현민(홍경), 딸을 찾으러 나타난 진우의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이 갈등한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2>)에서 오멸 감독과 제주의 동굴 속을, <겨울밤에>에서 장우진 감독과 춘천의 어두운 밤을 헤맸던 양정훈 촬영감독이 이번엔 박근영 감독과 화천의 초원을 걸었다.
미대생을 꿈꾸다 비디오 키드의 이력을 살려 영화 촬영감독이 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그는 내재된 회화적 재능을 <정말 먼 곳>에서 거리낌 없이 펼쳐 보인다. 양정훈 촬영감독은 우연히 미술관에서 본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만종>(해질녘, 일과를 끝낸 농부 부부가 밭에 서서 감사 기도를 하고 있다.-편집자)에서 받은
'정말 먼 곳' 양정훈 촬영감독 - 공간을 그리는 회화적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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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으로 전하영 작가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이하 <조명등>)가 선정되었다. 필립 가렐의 영화로부터 제목을 따온 이 소설에는 영화를 전공한 남자와 그에게 교양 강의를 들은 여자들의 한 때가 웅덩이처럼 고여 있다. 남자는 예술을 말하며 시선을 끌고, 우울을 흘리며 관심을 얻는다. 자신의 빈곤과 상대의 여유를 견주어야 했던 여자들은 첨벙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글을 쓴다. 남자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그와의 시간이 어떤 자국을 남겼는지 들여다보며 말이다.
2019년 단편소설 <영향>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한 전하영 작가 또한 영화와 함께한 나날을 되새기며 글을 쓰고 있다.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후 단편 <빨간모자> <박제된 공주> <프레임 워크>를 연출했고, <북촌방향> <완벽한 파트너> 연출부로 일
제12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한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하영 작가 - 영화를 연출하듯 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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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영화를 염원하는 작가들의 이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박근영 감독은 지금 한국 독립영화 신에서 그런 드문 움직임을 조용히 이어나가고 있는 감독이다. 데뷔작 <한강에게>(2018)에서 어느 시인의 일상을 빌려 동시대와 호흡하는 죄의식을 풀어낸 그는, 이번 신작 <정말 먼 곳>에서 안식처를 찾는 동성 연인의 발자취를 따라 풍경과 정서를 쌓아나간다.
서울을 떠나 딸 설(김시하)과 함께 목장에서 생활하는 남자 진우(강길우)에게 어느 날 연인 현민(홍경)과 쌍둥이 동생 은영(이상희)이 찾아오면서 균열은 시작된다. 강원도 화천에서 얻은 공간의 심상으로부터 시나리오를 써내려간 뒤, 그곳의 자연이 안기는 우연과 신비에 힘입어 비로소 영화를 완성한 박근영 감독과 영화처럼 가만가만 대화를 나눴다.
-양의 몸통을 익스트림 클로즈업한 장면으로 오프닝을 시작해, 죽은 양의 털을 벗기는 남자 진우, 그를 엄마라고 부르는 딸 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일반적인 연상을 조금씩 위배
'정말 먼 곳' 박근영 감독 - 잠시, 영화의 안식처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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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빈틈을 살뜰히 메워주는 사람. <정말 먼 곳>의 문경은 아빠의 농장 일을 돕고, 치매 환자인 할머니와 진우(강길우)의 딸 설을 지극히 돌보는 인물이다. 거리낌 없이 모두를 대하면서도 좀체 자기 속을 내보이지 않는 문경은, 힘든 기색 대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기도영 배우는 좋아하는 진우에게조차 말을 아끼는 문경의 마음을 다정한 행동과 눈빛에 녹여냈다. 조용하고 차근하게 답하는 기도영 배우를 보며 “실제 문경의 성격은 나와 비슷하다”는 그의 말이 이해됐다. <메소드> <우리 지금 만나> <버티고>를 거쳐 <정말 먼 곳>에 도착한 그는, 이번 작품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일깨운 또 다른 ‘시작’이라 말한다.
-아버지인 기주봉 배우가 문경 역에 기도영 배우를 제안했다고.
=중만(기주봉)의 딸 문경의 배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때였다. 아빠가 “내 딸이 연기를 하는데 미팅해보지 않겠냐”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더라
'정말 먼 곳' 기도영 -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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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이상희)은 “다 바로잡으려 온” 여자다. 그는 딸 설(김시하)을 쌍둥이 형제 진우(강길우)에게 맡겨놓고 연락을 끊었다 다시 찾아와 설의 엄마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자식에게 평범한 삶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고, 살아보니 그 평범함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며 평범치 않은 길을 걷는 가족을 나무란다.
그러나 은영은 준비가 안돼 있다. 아이와 뛰노는 들판의 양들에게 다가서지도, 아이에게 능숙히 음식을 먹여주지도 못한다. 요의를 참지 못한 아이가 새벽잠을 깨우는 상황도 낯설기만 하다. 그럼에도 은영은 설이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만큼은 그 곁에 있어주고자 몸을 일으킨다. 영화가 끝나기까지 딱 한뼘의 성장을 해내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 이상희는 이야기 너머에 있을 인물의 삶을 생각했다. 은영이 은영만의 엄마다움으로 딸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영화 시작 30분 만에 <정말 먼 곳>에 나타난다. 짙은 감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등장해 마치 탐
[인터뷰] '정말 먼 곳' 이상희 - 옆에 선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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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웃는 해사한 청년. 배우 홍경의 첫인상은 곧바로 <정말 먼 곳>의 현민을 떠오르게 한다. 홍경이 연기한 현민은 진우(강길우)의 오랜 연인으로, 그를 따라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한 인물이다. 현민은 성당에서 시를 가르치며 마을 주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린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돈된 웃음 아래로 감정을 꾹꾹 눌러담은 현민의 이면이 드러난다.
배우 홍경은 ‘현민은 이 또한 이해할 사람’이라는 박근영 감독의 조언을 바탕으로, 차별적인 시선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현민의 감정을 가만히 헤아렸다. 지난해 <결백>에서 자폐 장애를 가진 정수 역으로 관객과 마주했던 홍경은 시인 현민으로 분한 채 다시 스크린 앞에 섰다. 현민이 차분히 시를 읊듯, 홍경은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정말 먼 곳>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독립영화를 하고 싶어서 2018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열린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에 참여
[인터뷰] '정말 먼 곳' 홍경 - 고정 관념을 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