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민병훈 감독의 말에 따르면,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에서 이어진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을 종결하는 작품”이다. 신과 옛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신학생 수현은 자신의 고통을 비추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더욱 깊은 두려움에 직면한다. 전작 이후 신작을 내놓기까지 4년이란 시간 동안 민병훈 감독 역시 겹겹의 두려움과 마주해야만 했다. 타지키스탄으로 날아가 일반인을 배우로 기용하여 만들었던 데뷔작 <벌이 날다>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그것은 곧 민병훈 감독을 영화제용 영화만 만드는 사람으로 각인시켰다. “정말 속상했다. 나는 절대 영화제를 위해서 영화를 만들려고 한 적이 없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감독이 그러겠나. 보편성을 획득하고 싶었고, 때문에 그곳에서 생겨난 아이디어는 그곳에서 찍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개봉을 앞둔 현재의 그는 각고의 시간을 거쳐 삶의 또 다른 의미
삶은 고통이지만, 심각할 필요는 없다
-
“윤제균 감독이 만든 영화 맞아?” 윤제균 감독이 4년간의 공백을 깨고 선보인 <1번가의 기적>에 대한 첫 반응은 놀라움이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등으로 한국 코미디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고, 충무로에 순기능만큼이나 악영향도 있었던 그가 철거민들의 삶을 여유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까닭에 그 놀라움은 지당해 보인다. 강박적이라고까지 느껴졌던 윤제균 영화 특유의 개그와 유머가 많이 사라진 대신 삶에서 우러나오는 넉넉한 웃음과 세상에 대한 질량감있는 관찰이 덧붙여진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변화 또한 느끼게 한다. 스스로 “이번 작품에서는 신인감독의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할 정도로 작지 않은 변화를 꾀한 윤제균 감독에게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번가의 기적>은 어떻게 떠올린 영화인가.
=철거민들 이야기는 <두사부일체>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청계천 주변의 철거를 보면서 마음속에 들어왔다.
새 출발 하고 싶었다
-
지금도 과연 미녀가 괴로울까. 600만 관객을 유혹한 <미녀는 괴로워>는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를 사뿐히 뛰어넘어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8위에 그 자태를 아로새겼다. 개봉 8주차에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중위권을 달리고 있을뿐더러 흥행순위 7위인 <타짜>의 성적에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니 미녀의 하이힐이 마법 구두는 아니었을까 내심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S라인 미녀’ 제니로 변신해 달콤한 해피엔딩을 맛봤던 한나처럼 당시 캐스팅 후순위였던 김아중은 현재 애타는 러브콜의 중심에 섰다. 외모의 변화로, <미녀는 괴로워>의 성공으로 두 미녀의 인생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눈앞이 깜깜해질 만큼 바뀌었지만 그 아래 감춰진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았을까.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미녀는 괴로워> 열풍의 주인공인 김아중을 만났다. 비비안, 오휘, 롯데 칠성 등과 CF 계약을 연장했다는 사뭇 들뜬 어조의 기사들과 달리 그녀는 ‘
배우는 즐거워, 아직도 흥행기록 경신중인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
-
오는 2월15일 <복면달호>가 개봉한다. 개그맨 겸 MC 이경규가 만드는 두 번째 코미디물에서 차태현은 로커가 되고 싶은 꿈을 좇다 트로트 가수가 된 20대 청년 봉달호를 연기한다. <복면달호>는 제작자로만 참여한 이경규의 이름 석자가 영화의 모든 화젯거리처럼 다루어졌던 영화이지만 차태현 개인에게는 가수로 활동했던 경험을 한껏 살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1일 결혼 이후 선보이는 첫 영화다. 차태현이 이 영화를 찍은 과정과, 결혼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고 난 그가 이번 영화를 넘어서 생각하고 있는 자신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차태현은 올해 서른두살이다.
-지난해 결혼하고 얼마나 쉬었나.
=3개월 쉰 것 같다. <바보> 촬영 때 8kg 찌우고 그거 끝내고 살 다 못 뺀 채로 1개월 있다 바로 결혼하고, <복면달호> 들어가면서 다시 많이 뺐다.
-<바보> 개봉은 언제쯤인가.
=잘 모르겠다. 일단 <
싼티 나는 코미디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
-
알싸한 박하향기를 머금고 이훈이 등장했다. 향수 내음치곤 조금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악수를 청한다. 연기경력 13년. 녹록지 않은 세월이 그에게 안긴 선물은 사람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부드러움이 아니었을까. 대다수의 인터뷰 기사들이 그의 ‘터프’함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듯했지만 이훈은 <1번가의 기적>에 등장하며 그 같은 편견에 뒤통수를 날렸다. “내 팬이라면, 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훈은 영화 데뷔를 할 때 비슷한 캐릭터를 맡을 거라고 예상했을 텐데 나로선 다른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한번도 안 해본 역할이었다. 지고지순하고 솔직하고 순수하고.”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이 닭살스럽고 민망해 가족이며 지인들을 시사회에 초청하지 않았다고 말했을 만큼 태석은 무척 로맨틱한 인물이다. 자판기를 관리, 운영하며 밥벌이를 하는 그는 가난하고 고단할지언정 커피값 400원이 비싸다고 투덜대는 여자를 위해 하룻밤 사이 가격을 1
터프 가이를 넘어서, <1번가의 기적>의 이훈
-
영화인 10인의 10문 10답- 당신이 김혜수에 관해 알고 싶은 것 한 가지
바람처럼 자유롭게,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피기 좋은 날> 속 ‘이슬’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그 배역을 연기하는 김혜수의 지금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불륜 현장을 남편에게 ‘급습’당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이힐 차림으로 야산을 타 넘는 이슬처럼 김혜수는 연기 세계의 새로운 굽이를 또각또각 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혜수에게서 바람과 새털의 느낌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마 <타짜>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김혜수는 단지 ‘물이 올랐다’, ‘더욱 과감해졌다’ 등의 표현만으로 감당되지 않는 존재가 돼버린 거다. 그건 어쩌면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의 말처럼 “편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혜수 스스로가 “작은새와 이슬 캐릭터 중 비중이 더 작은 이슬을 선택한 건 지금 내 정서가 이슬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의 마음속에 자유롭고 가벼운 기운이 넘치고 있는 탓일
22년차 여배우의 속사정, <바람피기 좋은 날>의 김혜수
-
노리코는 식탁이 불편하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에 그녀는 저항감을 느낀다. 겉으로 보면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노리코네 가족은 서로 ‘관계하고’ 있지 못하다. ‘집단자살’이란 키워드로 일본사회의 병폐를 읽어냈던 <자살클럽>의 소노 시온 감독이 그 연작으로 <노리코의 식탁>을 만들었다. 영화가 완성된 지 2년 만의 한국 개봉이지만, 그는 여전히 영화의 메시지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영화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영화 속 가족의 불안과 그 해답에 대해 물어보았다.
-<노리코의 식탁>은 당신의 ‘자살서클 3부작’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뭔가.
=<자살클럽>을 만든 뒤 한 회사로부터 영화를 소설로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와 똑같은 내용의 소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전혀 다른 내용으로 소설을 썼고 그게 <자살서클: 완전판>이다. <노리코의 식
일본사회의 어디에서건 불안을 느낀다, 소노 시온 감독
-
사진작가 엘라이 리드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목에 걸린 라이카 M8카메라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라이카 카메라는 비썩 마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손에 들려 있을 때조차 왜소한 기계지만, 엘라이 리드의 목에서는 카메라 모양의 펜던트처럼 가볍게 하늘거린다. 매그넘 사이트에 쓰여 있던 그의 애칭 ‘부드러운 거인’(Gentle Giant)은 그가 남긴 업적의 위대함을 표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진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가 창설한 매그넘(Magnum)의 멤버 엘라이 리드가 서울을 방문한 이유는 한겨레신문이 창간 20돌을 맞이해 기획하고 있는 사진집 <Present Korea>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에 참가할 스무명의 매그넘 작가들은 저마다의 주제를 부여받았고, 엘라이 리드가 선택한 주제는 ‘엔터테인먼트’다. 로버트 알트먼, 존 싱글턴, 스파이크 리 등 할리우드 작가들의 현장에서 스틸작가로 일해온 그에게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만큼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매그넘 사진작가 엘라이 리드
-
차승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의 이미지는 아웃사이더의 그것이다. 학생 시절, 침을 찍찍 뱉으면서 짝다리도 꽤 짚어봤을 법한 인상의 그는 영화계에 들어와서도 주류의 안정적인 길보다는 자신만의 주변부 노선을 밀어붙여왔다. 같은 말이라도 단상에 올라 정돈된 태도로 하기보다 청중 뒷줄에서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이야기할 것만 같은 그는 이를테면 비주류형 인간이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무슨 ‘장’자 붙은 자리를 맡아본 적”도 없었을 그가 한국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신임 회장이 됐다는 소식은 다소 의외였다. 그것도 한국 영화계가 혹한의 시련을 앞두고 있으며, 제작자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이 위기의 순간에 말이다. 하긴, 난세에는 무과를 나온 엘리트 장군보다 민병들을 이끄는 평민 출신 우두머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했으니 그가 이 시점에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60여개 회사의 수장이 된 것은 괴이한 일만이 아닐 수도 있다. 제협 회장 당선 직후 그가 밝힌 “격랑을 헤쳐가야 하는 선장의
제작자가 살아야 영화가 산다, 차승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
다코타, 내게도 목도리를 줘!
흠, 흠, 마이크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됐군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샬롯의 거미줄>에 출연한 스프링 돼지 윌버라고 합니다. 스프링 돼지가 뭔지 궁금하시다고요. 스프링 돼지란 봄에 태어나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입에 사과를 물고 통구이가 되어야만 하는 돼지를 말한답니다. 뭐,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는 윌버 역으로 출연한 돼지 50마리 중 하나예요. 하지만! 다코타는 자기처럼 눈이 파랗다면서 저를 가장 예뻐했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다코타를 소개하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것 아니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예쁘고 영리하고 사려 깊은 다코타 패닝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사실 조금 질투가 나기는 하지만 다코타는 이미 사랑하는 애완동물이 있다고 해요. 두살에 글을 읽어 네살에 초등학교 1학년으로 월반을 했다는 똑똑한 다코타지만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인지, 아주 어릴 적부터 강아지가 갖고 싶다고 엄마에게 졸랐답니다. 그런데 엄마는 언제나 “
<샬롯의 거미줄>의 스프링 돼지, 다코타 패닝을 말하다
-
<황후花>는 <영웅>이나 <연인>에 비해 육중하다. 육중함이란 규모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인물들의 관계를 휘감은 비극의 공기를 장이모가 장인의 풍모로 표현해냈다는 뜻이다. 그 점을 양식적으로 체화해낸 배우들(특히 주윤발)의 몫도 컸다. 장이모가 추구하는 점 중 하나인 하이테크적 탐미주의의 믿음은 몹쓸 만큼 더 강성해졌지만, <황후花>는 <영웅>이나 <연인>이 담지 못했던 비극성을 둔탁하지만 힘있는 골격으로 갖추고 있는 영화다. 중국 내에서는 엄청난 흥행 기록도 세웠다. 그 점에서, 장이모는 <황후花>가 중국 ‘상업영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보험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지금 블록버스터가 중요한 것이지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계속 찍을 생각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의 이 말을 어느 정도 진의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그는 과연 하이테크 블록버스터로 지은 천년왕국에
화려함으로 비극의 의미가 더 커지지 않을까, <황후花> 감독 장이모
-
“제가 선생님을 <이어도>에서 뵙고선 정말 좋아했거든요.” 애정고백의 연속이다. 지난 1월20일, 2007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상영된 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이어도>는 지난 30년간 잊혀졌던 배우 이화시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미 영화를 통해 이화시를 영접했던 관객은 그녀를 실제로 만난 기쁨에 말을 잇지 못했고, 관객과의 대화 뒤에도 몇몇 관객은 차마 그녀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화시는 전설에나 등장할 법한 신비의 여인인 듯싶었다. 빨간 저고리를 흩날리며 신문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으로 이야기를 하는 이어도의 여인. 그녀는 모여든 관객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남기면서도 자신을 향한 관객의 시선에 눈을 맞추며 화답했다.
<이어도>에서 손민자를 연기한 이화시는 <파계> <흙>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반금련> 등 김기영 감독의 여러 영화에서 묘한 눈빛연기로 관객을
30년만에 돌아온 <이어도>의 배우 이화시
-
-영화 홍보를 위해서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에 나간다고 들었다. 이런 TV 오락프로그램은 처음 아닌가.
=처음이다. 영화사에서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줬다. 빼도 박도 못하게. 이번에는 영화가 보여지고, 대화 내용도 영화 위주라니까 나가는 거다. 그런 홍보가 어딨냐. 그리고 두 작품 연속해서 망하다보니 방송만한 매체가 없겠더라.
-<열혈남아> <사랑을 놓치다> 같은 영화들이 흥행이 안 돼 지난해엔 속상했겠다.
=어쩔 수 없는 거다, 뭐. 지난해 상황에서 어떤 영화가 흥행을 했겠냐. 내 운이 거기까지인데. 개인적으로는 지난해까지 너무 안 좋아서 이게 2007년을 시작하는 의미의 영화이기 때문에 무조건 잘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건 흥행을 말하기에 너무 미안한 영화다.
-그래도 흥행이 될 것 같나.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민감한 작품 같다. 예전에는 관객에게 ‘영화를 많이 봐줘서 범인을 잡자’고 말하곤 했는데, 이것도 곡해하면 속 보
즐거운 자학을 위하여, 설경구
-
-햇수로 6년 만의 연기 복귀작이다.
=그동안 연기를 안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좀더 잘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다보니 시간이 길어졌고, 겁이 많아졌다. 한편으로는 많은 분들이 오래 쉬었다고 해주는 게 고마울 때도 있었다. 아직도 배우 김남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더라. (웃음)
-그동안 김남주의 캐릭터는 트렌디 드라마의 도시여성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하다못해 <왕초>의 민재도 신여성이다.
=그런 이미지가 없는 게 아니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또 다른 내 모습도 분명히 있다. 어떤 드라마나 CF에서도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으면 좋겠다고 계획한 적은 없다. 오히려 처음에는 털털하고 보이시한 이미지로 출발했다. 하지만 CF 이미지가 오랜 시간 강조되다 보니까 나를 우아하고 완벽한 이미지로 평가하더라. 실제로는 전혀 럭셔리하지 않다. 커피도 다방커피만 좋아한다. (웃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어땠나.
=저항능력이 없는 아이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우아함을 깨버린 도전, 김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