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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임원희는 ‘내일의 주연배우’로 불렸다. ‘장진 사단’의 일원으로 영화계에 들어와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인터넷영화 <다찌마와 리>에서 다찌마와 리로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뒤에 출연한 <이것이 법이다>와 <재밌는 영화>에서 그의 자리는 한 단계 격상됐다. 조연급 배우에서 일약 주연이 된 그의 미래는 탁 트인 고속도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의 ‘주연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코믹한 캐릭터의 주연 제의를 거절하면서 <실미도> <쓰리, 몬스터> <주먹이 운다>에서 다시 조연으로 출연했고, 언젠가부터는 아예 스크린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2년 반이 흐른 지금, 임원희는 <죽어도 해피엔딩>과 <식객>, 2편의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죽어도 해피엔딩>에서 그가 맡은 두찬이라는 캐릭터는 공주병 심한 여배우 지원(예지원)을 10년 동
[임원희] 욕심을 버려야 나도 살고 영화도 산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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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제이슨 본을 연기하는 맷 데이먼을 당신이 처음 봤을 때, 이 둘 사이에 존재했던 공통점을 하나만 대라면 뭐라고 하겠는가. 나올 수 있는 답변 중 하나는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 있는 것 같은 사람. 스파이로서의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을 고용했던 시스템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해 끊임없이 도망다니는 제이슨 본은, 프로페셔널하고 완벽해야 할 이 직업에 걸맞지 않게 불안해 보이고, 쉽게 나약함이 보인다. 그리고 배우 맷 데이먼의 인상은 통상 할리우드 스파이액션물의 히어로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모습을 벗어나 있다. 2002년, (그때까지도 여전히 <굿 윌 헌팅>(1997)의 꼬리표를 달고 있던) 맷 데이먼 주연의 스파이액션물은 할리우드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 해에 맷 데이먼은 20년지기인 벤 애플렉과 손을 맞붙잡고 노심초사를 했는데, 애플렉은 <썸 오브 올 피어스>라는 블록버스터 액션물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맷 데이먼] 긍정의 힘을 믿는 현실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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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 일하겠다는 영화사가 있다. 이름부터 24/7 픽쳐스다. 요즘 같은 불황의 시기에 하루 꼬박 일하겠다는 각오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하지만 지난해 말 제작사를 차린 진원석 대표의 설명을 듣다보면, 하루 24시간 일을 하겠다가 아니라 하루 24시간 일을 해야 한다. 연세대 불어불문학과를 중퇴한 뒤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영화를 전공한 진 대표는 미라 소비노, 금성무, 김혜수 등이 출연한 데뷔작 <투 타이어드 투 다이>(1998)로 선댄스영화제에 입성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2년 전 신작 <엑스펫츠> 제작을 위해 긴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온 그에게 감독에만 머물지 않고 “한국영화의 마지막 블루오션은 해외”라며 글로벌 프로젝트 전문 제작사를 차린 이유를 물었다.
-24/7 픽쳐스라.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그렇게 지어놓으니까 삶이 그렇게 바뀐다. 매일 24시간, 1주일 내내 뛰어야 할 것만 같다. 얼마 전까지 미국의
“한국의 재능과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결합할 프로듀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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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안 것은 우리가 아니었고 그가 처음 사랑에 빠진 것은 우리가 아닌 그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을 애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안 그는 그들의 마음을 열고, 맨 얼굴을 봤다. 우리에겐, 아무리 해도 닿을 수 없는 북한이나, 그 북한에 대해 무려 세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대니얼 고든이나, 생소하긴 매한가지다. 1966년 영국월드컵 당시 이탈리아를 누른 북한대표팀의 과거와 오늘을 보여준 <천리마 축구단>을 만들 당시, 그는 그저 불가능에 도전하는 광적인 축구팬일 뿐이었다. 매스게임에 임하는 두 소녀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어떤 나라>는 거대한 조직 안의 개인이 궁금했을 뿐이란다. 서양인 최초로 북한 당국의 절대적인 협조 속에서 그 누구도 담지 못했던 북한의 모습을 담았던 이 다큐멘터리스트는, 자신의 영화가 정치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한사코 부인한다. 1960년대 38선을 넘어 북으로 향한 미군 병사 네명 중 한명인 제임스 드레스녹의 현재를 궁금해할 때도, 논쟁
“개인과 개인이라면, 미국인과 이라크인이라도 잘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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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는 즉물적인 사람이다. 손가락 끝에 와닿는 바로 그 순간의 감촉만이 그에게 소스라치게 생생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극한의 고통이나 공포, 행복, 슬픔이라 할지라도 허공을 맴도는 추상적인 것이라면 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자칫 까탈스러울 듯한 성정에도 그를 인터뷰한 많은 기사들이 ‘털털하다’는 표현을 내세웠듯, 한편으로 염정아는 무던히 솔직하고 무심한 사람이기도 하다. 인터뷰 중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우물거리며 말을 내뱉고 웬만한 질문에는 시원시원하게 단답형으로 답하는 한편 의외로 코믹한 면도 많았다. 그러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금방이라도 적대감을 표시할 것 같은 날카로운 신경에, “여동생 둘, 남동생 하나”를 거느린 큰언니다운 오지랖이라니. 탁재훈과 함께 출연한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아마 후자의 염정아에 조금 더 집중하는 작품일 것이다.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남녀가 하룻밤, 아니 두밤의 불장난을 계기로 웨딩마치를 올리지만 결혼한 지 하루 만에
연기는 한다 거짓말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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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은 맹독성이다. 그것도 내성이 없는 독이다. 보면 볼수록 다시 보게 되고, 뒤돌아서면 금세 잔영이 서리는 그의 얼굴은 별다른 징후를 드러내지 않고 시청자를 중독시켜왔다. 코미디계에서는 그가 만들어낸 옥동자와 마빡이를 가리켜 ‘독하고 징한 캐릭터’라고 평가했고, 그의 아내인 황규림씨는 “사귄 지 2개월이 지나자 그가 탤런트 지성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성인보다 전이가 빠른 아이들에게는 특히 중독성이 심한 얼굴이었을 것이다. 마빡이를 본 아이들은 2년6개월이나 무대에 올랐던 옥동자를 바로 잊어버리고 자신의 이마를 때리기 시작했으니까. “내가 원래 보다보면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남이다. (웃음)”
마빡이 정종철이 이번에는 영화라는 독을 품었다. 영화 <챔피언 마빡이>는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 이후 두 번째로 정종철 자신의 캐릭터를 내건 작품이자, 첫 단독 주연작이다. 제목만 들어도 지금까지 개그맨들이 단체 출연한 아동영화들에 대한
“내 키가 3cm만 더 작았다면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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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은 인터뷰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라고 <만남의 광장> 영화사에서 말해주었다. 못 미더워서 직접 물어보니 “인터뷰가 싫다”고 본인이 답했다. “주어진 시간 동안에 하는 일적인 대화가 싫다. 똑같은 말만 반복해야 하고, 어떤 상대를 만나서 대화해야 할지도 알 수 없고. 인터뷰는 정말 힘들고 피곤하다.” 그래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그렇게 힘이 드나’라고 되물으니 “우리 하루만 바꿔서 해볼까?”라고 그가 또 되물었다. 맞다. 임창정은 이번 인터뷰를 지난 2005년 2월 인터뷰와의 연장선상에서, 기자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단계의 친밀감을 갖고 임했다. 배우와 기자라는 직업적 명찰을 떼고 보면 손아랫사람인 기자에게 평어를 쓰고 스스로를 “오빠”라고 칭하는 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업무적인 관점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보니 낯선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묻는 질문에 모두 답할 뿐 아니라 친하다는 이유를 들어 더 많은 이야기를 덤으로 얹어놓게 되면 사실 일적인
“내가 한번이라도 코미디 연기 하는 거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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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와일드카드> 이후 4년 만의 영화다. 그동안 많은 제의가 있었을 텐데.
=꼭 이거다, 저거다 가리는 건 없지만 <쾌걸춘향> 이후로는 아무래도 드라마쪽 캐릭터가 나에게 맞는 옷 같더라. 영화쪽에서는 내가 못되게 생겼는지 ‘센’ 역할이 자주 들어왔다. (웃음) 사람들은 내 실제 성격까지 그런 줄 아는 것 같더라. 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말이지. (웃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건가.
=하하. 다들 그렇지 않다고 그러던데.
-<지금 사랑하는…>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봤나.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얘들은 왜 이러지? 이 영화는 일단 ‘어른’ 영화지 않나.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조금은 알 것 같더라. 아, 사랑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그런 거.
-어른 영화? 20대 후반이고 결혼까지 했는데, 충분히 어른이지
결혼해도 달라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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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달라져서 그런가. <뷰티풀 선데이> 때보다 얼굴이 좋아 보인다.
=그때는 역할이 피폐했지 않나. 혼자 홍보하러 다니느라 많이 지치고, 여기저기 다크서클 생기고.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화나셨어요, 그랬었다. (웃음) 지금은 확실히 좋아지긴 했는데, 사실 어제는 잠을 거의 못 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 계약을 했는데, 감정이 묘한 게 잠이 안 오더라. 뿌듯하기도 하면서 불안하기도 하고. 나를 위해 이렇게 큰돈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색했다고 할까. 뭐,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 (웃음)
-많이 듣는 이야기일 것 같은데, 이제 결혼만 하면 되겠다. (웃음)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거다. 감정이라는 건 거래를 해서 되는 게 아니잖나. 벌써 늦었는데, 천천히 하지 뭐. 부모님은 올해를 데드라인으로 하셨다는데 그렇다고 뭐, 날 죽일 거야? (웃음) 좀 염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인생은 혼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동반자를 만나는 거다. 조언을
폼 재지 말고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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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남자친구> 이후 2년 만의 영화고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을 제외한다면 한동안 활동이 뜸했다. 뭐하고 지냈나.
=글쎄. 특별히 뭐했나 물어보니까 생각이 안 나는데. (웃음) 그냥 혼자 지냈다. 운 좋게도 시나리오는 참 많이 받았다. 열심히 읽어본 것만 20~30편은 되는 것 같다.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
=우선 장르에서 반은 버린다. <B형 남자친구> 이후에 코미디는 안 하겠다고 생각해서 모든 코미디를 다 버렸다. 그 다음에는 재벌 2세를 다 버렸고. (웃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마침 내가 혼자 가는 영화보다 좋은 배우들하고 같이 가는 게 필요하겠다 생각하던 차에 들어와서 쉽게 선택했다.
-캐릭터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다.
=원래는 영준이 민재보다 나이도 많고, 사회적으로도 훨씬 안정된 역할이었는데 내가 맡게 되면서 젊어졌다. 본래 전형적인 CEO 이미지였던 것을 보수적이지 않고, 오히려 보통
내가 봐서 멋있을 때까지만 연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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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보인다.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 촬영 스케줄이 빡빡한가보다.
=내가 안 나오는 장면이 없어서 정신없이 찍고 있다. 진행이 빨라서 좋기는 한데, 적응이 힘들다. 요즘은 체력이 달리는 것도 같다. 나도 내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지. 그동안 너무 안 쉬었나봐. (웃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시나리오에서는 어떤 매력을 느꼈나.
=영화가 다루는 묘한 감정들이 재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기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부부로 나오는데다가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니까 이해하기도 힘들었고. 남편이 싫어진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것 아닌가. 그런 감정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해하기가 힘들었다는 건 실제로는 연애를 하면서 양다리를 걸친 적이 없었다는 건가.
=양다리를 걸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물론 누군가를 만나면서 다른 남자를 괜찮다고 생각해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먼저 차단하려고 했던 것 같다. 생각해
후배를 위해서도 하나의 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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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친절하다. 그 여자는 차분하다. 그 남자는 무례하다. 그 여자는 도발적이다. 네명의 기혼남녀가 파트너를 바꿔 왈츠를 추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욕심 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다. 매일같이 사랑을 고백하는 커플이나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커플이나 모두 사랑에 허기진 상태. 남들 보기엔 행복에 젖어 사는 듯한 그들이 엇갈린 만남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감정의 배고픔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진 누군가를 볼 때 더욱 커진다. 다정다감한 남편에게는 그 여자의 남편 같은 카리스마가 없고, 애교 많은 아내에게는 그 남자의 아내가 가진 신비스러움이 없다.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건조한 남편에게는 그 여자의 남편 같은 웃음이 없고, 말없이 조용한 아내에게는 그 남자의 아내 같은 발랄함이 없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각기 다른 네명의 도시남녀를 연기한 네명의 배우 또한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열정적이고
그들과 그녀들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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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C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뭔가 불만에 가득하고 귀찮다는 듯한 그의 표정은 이 인터뷰가 잘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그는 솔직한 속내를 정연한 논리로 줄줄 풀어냈다. 어쩌면 김C라는 인물 자체가 첫인상만으로는 해독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인상과 달리 그는 탁월한 미성의 소유자이며, 어린 날 10년간 운동선수로 뛰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 등 문화 전반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다. 그런 그이기에 <별빛 속으로>를 통해 영화 연기자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도 별다른 놀라움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이 영화에서 ‘노란 셔츠’라는 역할을 맡아 그리 많지 않은 분량에 출연했지만, 영화의 중심이 되는 수영(정경호)과 수지(차수연)의 결정적 연결고리가 된다. 하지만 ‘노란 셔츠’는 잠깐 등장했다가 금세 사라지는 탓에 그 정체를 확실히 알
“내가 문화부 장관 같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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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두 마디 뒤에 그는 “여행을 가면 꼭 친구를 만들어요. 그래서 전세계에 친구가 있죠”라고 이었다. 마치 그게 날마다 꾸는 꿈인 것처럼. 몽상가의 기질을 가진 윤진서는 아니나 다를까,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을 너무나 좋아한다며, 그 영화와 사랑에 빠져서 그걸 몇번이나 봤다고 했다. “그 주인공들이 꼭 저 같았어요! 저도 걔네들 사이에 끼어서 같이 루브르박물관을 막 뛰어다니고 싶었어요!” 소녀처럼 주먹을 꼭 쥔다. 윤진서는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공포물 <두사람이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년의 ‘옆집 내 첫사랑’ 같은 이미지로 시작해서 엉뚱하거나 깍쟁이 같은 여자들을 거치고 최근에는 바람 피우는 유부녀를 능청스레 연기해낸 윤진서는 <올드보이> 이후 4년 동안 느리다면 느리게 자기 길을 걸어왔다. <두사람이다>에 나온 것과 동시에 장률 감독의 신작 <이
진서는 한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