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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까지만 해도 장동건은 비극이 탐내는 영웅이었다. 그를 주인공으로 택한 영화들은 대개 고난과 혼돈 속을 속절없이 뒹구는 대서사극이었고, 그들은 그의 소멸을 통해 절정으로 치달은 다음 묵념하듯 장대한 드라마의 막을 닫곤 했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아닌 시절에도 가장 격한 전투에 휘말리곤 했던 그의 페르소나들은 마지막까지 생존하지 않는 대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전설로 화했다. 그 유명한 사투리 대사로 죽음마저 농하듯 맞이한 <친구>의 동수로 각인된 이후, 비극은 장동건에게 운명이었다. <해안선>의 강 상병이 그랬고, <무극>의 쿤룬이 그랬으며,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태가 그랬고, <태풍>의 씬이 그랬다. 반듯한 이목구비로 각인된 배우에게 그건 자신의 세계를 넓히기 위한 일종의 도전이었고, 영화는 완벽에 가까운 그의 육체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비극의 혈통을 계승한 존엄한 인물을 읽었다.
4년이 지난 2009년. 기다림은
[장동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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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자본이 투여된 한국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해운대> 또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몰고 다녔다. 영화가 만들어질 때는 CG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개봉 뒤에는 불법 복제파일 유출 사건으로 시끄러웠으며 개봉이 마무리돼가는 현 시점에는 수익 배분에 관해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이 영화의 메인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자로까지 참여해 배급수수료와 투자지분 외에 제작지분까지 챙겼다는 사실을 놓고 시비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CJ엔터테인먼트는 <씨네21>에 <해운대> 투자와 공동제작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우리가 어떤 제작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야기를 나눠야 의문이 풀릴 것 같다”는 이상용 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투자제작팀장에게 <해운대>에서 CJ가 담당한 몫에 관한 설명과 여러 뒷이야기를 들었다.
-<해운대>에서 투자를 담당한 것은 알겠는데 공동제작사로서는 어떤 일을 했나
[이상용] <해운대>, 올 여름 개봉 포기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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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굿 다운로더 캠페인의 위원장직을 수락하게 된 계기는.
안성기: 현재 한국영화계에 불법 다운로드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의 미래나 모든 창작 작업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 운동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딱히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차에 ‘굿 다운로더 캠페인’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여러 가지 면에서 환영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위원장직을 제안해줘 고마운 마음으로 수락했다.
박중훈: 사석에서 영화인들끼리 만나서 담소를 나눌 때마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고민은 항상 나오는 이야기였다. 늘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걱정만 했는데,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의 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아 좋은 기회다 싶었다. 이제는 발벗고 나서서 대중의식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Q2. 영화계
[안성기, 박중훈] 저작권부터 다시 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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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이 없을 듯한 9월의 어느 월요일, 서울 삼성동의 한 스튜디오가 아침부터 특별한 촬영을 위해 분주하다. 가을의 문턱에서 내리는 가을비의 정취를 느낄 만한 시간조차 아까운 듯 그들의 손과 발은 바쁘다. 스튜디오의 정문은 통제를 시작했고 넓은 주차장은 미리 올 손님들을 맞으려고 예약된다. 하나 둘씩 배우들이 모여들고 그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이미 주차장은 만원이다. 그들을 도와 촬영할 스탭 수도 급격하게 늘어간다. 그렇게 모인 배우들이 분장실을 거치면서 캠페인 심벌이 새겨진 옷을 입고 하나의 목적으로 스튜디오로 들어선다.
김주혁, 김태희, 김하늘, 박중훈, 송강호, 신민아, 안성기, 엄정화, 장동건, 정우성, 하지원, 현빈 등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12명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제나 시상식이 아니면 좀처럼 한자리에서 볼 수 없던 배우들이 합법 다운로드 권장을 위한 대국민 문화 캠페인 ‘굿 다운로더 캠페인’(주최 영화진흥위원회 불법복제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 주관 굿 다
굿 다운로더, 우리와 악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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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은 랑만이야. 푸르름은 광대무변이지. 그것은 숙원의 약속이고. 그것은 옥 같은 고백이야.” 생소한 울림에 귀를 쫑긋 세웠다. 옌볜 두 소년, 소녀의 대화다. 자고 있던 감각을 깨우듯 살며시 진동하는 이 울림은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이젠 그저 화면을 응시할 뿐이다. 크레용으로 그린 푸른 산과 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미자 감독의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의 도입부다. 훈춘에 사는 조선족을 그린 이 영화는 다양한 굴곡을 지나 힘차게 뻗어가는 생명력을 담는다. 영화엔 주인공 철이와 숙이, 학교의 자영 선생과 왕 선생, 철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장하지만 강미자 감독의 관심은 이들을 움직이는 원초적인 생명에 있는 것 같다. 단순하지만 강한 동력이 영화를 관통해 흐른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강미자 감독에게 만남을 청했다.
-영화의 시작점부터 묻고 싶다.
=시나리오는 이지상 감독님이 썼다. 아는 후배 한명이 중국에서 영화작업을 하겠
[강미자] 옌볜을 미화하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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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의 또 다른 이름은 붉은 꽃, 자영이다. 전자가 백성들의 지엄한 어미라면 후자는 금기의 사랑에 애달파했던 우리와 똑 같은 여염집 여인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황후로 간택되는 순간 지워지고 만 ‘불꽃’ 민자영에게 왕관이 드리운 그늘만큼의 빛을 선사한 퓨전사극이다. 일본 무사의 칼날 앞에서도 허리를 굽히지 않았던 여장부의 마지막 숨은, 익히 들었던 그 문구에 그 이름 석자를 덧붙인 다소 이례적인 고백으로 화한다. “나는 조선의 국모 민자영이다”라는. 강수연, 최명길, 이미연 등의 대를 잇는 이 차기 황후는 우연찮게도 “한자로는 다스릴 수, 사랑 애”, 수애다.
“황후도 여자잖나. 여배우도 여자고.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너무 좋은 기회였다. 두 캐릭터 사이의 간극이 넓지만 그건 또 종이 한장 차이여야 했다. 너무 많은 변화를 추구해도 동질성이 없어지고. 현실성도 없어지고. 그게 아니라 같은 외면, 같은 내면의 캐릭터. 김용균 감독님은 이번 역
[수애] 모던한 왕비는 절제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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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간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애자>의 감독이 인터뷰 장소에 등장했다. 예상외로 덩치 큰 사내다. 그렇다면 과묵한 사내? 아닌 것 같다. 말을 붙여보니 적은 말수가 아니다. 수다의 ‘일초식’을 아는 자다. <애자>에서 딸과 어머니 사이를 이어주던 말과 감정의 공방전을 다룬 사람답다. 충무로에서 스탭으로 오래 일하면서 배운 화기애애 공력이 몸에 배어 있어 그렇다고 한다. 도제시스템에서 오랜 시간 동료들과 나눈 애정이 힘이 되어 자애로운 인물들을 만들었고 그 인물들에 자기의 일부분을 투사했다. <애자>의 감독 정기훈과 수다를 떨었다.
-평소에도 담소를 즐기나.
=담소보다는 방정맞다고 해야 할 거다. 내가 막내 스탭들하고 노는 걸 보면서 (최)강희가 그러더라. “감독이 왜 그렇게 체통이 없느냐”고. 격식이 없는 거다. 오두방정인가? 충무로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몸에 밴 습관이다. 스탭들과의 융화를 중요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얻게 된 거다.
-충
[정기훈] 이 영화로 37년 만에 효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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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최강희였다면 가장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연기, 최강희가 정통 멜로드라마 <애자>에 도전한다. 아픈 엄마를 병수발하며 눈물 펑펑 쏟는 딸 애자로 최강희가 현실에 안착했다. 늘 여행갈 것 같은, 공상을 할 것 같은, 아무런 것에도 연연해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를 둘러싼 이 모든 수식어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말간 얼굴로 그녀가 ‘엄마’를 떠나보낸다. 애자의 가슴 아픈 성장을 겪는 동안, 배우 최강희도 부쩍 자랐다.
“이번엔 드레스다운 드레스를 입어보려고 해요.” 최강희가 앞으로 자신의 변화를 예고라도 하듯, 복장에 대한 규정을 내린다. 마침 커버 촬영 컨셉으로 제시된 무려 세벌의 드레스를 갈아치운 참이었다. 제법 격식이 차려진 시상식에서조차 여배우들이 즐겨하는 우아한 드레스를 마다하고 히피풍의 맘 내키는 복장으로 일관하던 최강희였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드레스는 잘 안 어울리더라고요. 남의 옷 입는 것 같을 바에는 그냥 나라도 편한 옷을 입자, 그런 마음이 컸죠.”
[최강희] 안 귀엽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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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구두 신고 무대에 올라서 있으니 진땀이 다 나더라.” <애자>의 기자시사 날, 평소 맨 얼굴에 운동화 차림의 김영애는 전에 없던 차림새를 했다. 3년 만이다. 대중 앞에 선 것도, 연기를 하기까지도 3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불편한 구두만큼이나 그녀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간 갑작스레 사업가가 되어 안방극장을 떠났고, 그 사업이 휘청거리는 위기를 겪었고, 개인적으로 가정에도 불화가 찾아왔다. <애자>는 힘든 상황에서 그녀가 잡은 연기자로서의 ‘끈’이었다. 어떤 평가보다도 연기에 대한 평가가 가장 두렵다는 그녀.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는 그녀의 지난 시간을 들어본다.
-버라이어티까지 진출했다. 촬영보다 바쁜 홍보 일정 소화하느라 힘들겠다.
=(웃음) 그런 프로그램엔 처음 나가보는 거지만 내가 원래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못한다고 해본 적이 없다. 즐겁게 하고 있다.
- ‘복귀작’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다른 제안도 많았을 텐데 왜 하필 <
[김영애] 연기로 칭찬받는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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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담배를 찾았다. 장근석도 이제 스물세살이다. 어디에서나 담배를 살 수 있는 나이다. 그래도 장근석의 흡연은 낯설다. 아역배우 출신의 미소년 스타라는 이미지가 가장 큰 이유다. 피부 트러블을 걱정해 흡연과 음주 따위는 멀리할 듯한 선입견도 있을 것이다. 장근석은 <이태원 살인사건>에서도 담배를 피운다. 게다가 살인용의자가 그의 역할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를 품평하기 전에, 무엇을 고민하는지 묻고 싶었다. 예쁘게 생긴 아이돌, 과감한 의상을 즐겨입는 패셔니스타, 혹은 허세근석으로 불렸던 장근석은 지금 어떤 닉네임을 기대할까.
-배우들, 특히 남자배우들은 왜 그토록 살인범을 선망하는 걸까.
=자기 색깔을 분명히 표현해보고 싶은 배우의 원초적인 욕심이 아닐까. 게다가 남자배우들은 은근히 마초 캐릭터를 원하는 호르몬이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이태원 살인사건>을 선택한 이유인가.
=캐릭터보다는 사건에 흥미가
[장근석] 어쩌면, 성장통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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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이민기를 만났다. <해운대>가 안겨준 뜻밖의 발견이 시간을 재촉했다. 이런 게 배우의 시간인가 싶었다. 모델로 세상에 나와 연기를 시작했고 노래도 부른 이민기. 그는 지금 스포트라이트 아래 섰다. 전에 없던 반응이다. 어리광 가득했던 이민기의 눈빛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의 듬직함으로 변했고, 천만의 관객이 그의 헌신을 이야기했다. <해운대>의 시간이 그를 불러 세운 셈이다. “그라믄 나 좀 보고 가이소.” 전과 후의 시간도 궁금해졌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이민기의 과거, 그리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그의 새로움 말이다. 형식을 막 지나온 이민기. 지금 현재. 그는 몇시일까.
# 형식이로 살았던 시간
-(인터뷰는 간단히 식사를 하며 진행했다. 이민기는 비빔국수를 시켰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나요.
=매운 거 먹었을 때랑 술 막 취하기 시작할 때 뭔가 시력이 좋아지는 듯한 기분 있잖아요. 해는 져서 까매지려 할 때 하늘이 파랗고 빨갛고. 왠지
이민기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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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 한편으로 지금까지 6년 동안 연기하면서 한 인터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인터뷰를 소화했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질문 공세의 반복 속에서도 남상미는 진심으로 <불신지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첫 주연작이라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고, 너무나 고생을 많이 한 스탭들과 동료 배우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한번이라도 더 지면과 온라인에 스스로를 드러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불신지옥> 개봉 직후까지 몰아닥친 홍보 일정을 끝내고, 1주일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한번 <씨네21> 인터뷰에 응했을 때에도 남상미의 열성은 여전했다.
-개인적으로 당신을 처음 인지한 건 2003년 SBS 오픈드라마 <봄은 건달처럼 내게로 왔다>였다. 당시 이른바 ‘얼짱’ 출신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에 실망하던 터에, ‘롯데리아 걸’로 유명했던 당신이 보여준 억척스럽고 그늘진 소녀 가장 역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후 워낙 밝고
[남상미] 눈물은 참기가 더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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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만 닿아도 짜증이 치솟을 만큼 센 햇볕이 내리쬐던 날이었다. 인사동에서 모 연예프로그램과 거리데이트를 촬영한 장쯔이는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드러누웠다. 세계적인 여배우가 널브러진 풍경이 난감했다. 이미 아침에는 한 패션잡지의 화보를 찍었고, 인터뷰 뒤에는 LG 대 롯데의 야구경기에서 시구를 할 예정이었다. 시구가 끝나면 극장으로 달려가 관객과의 만남을 가져야 했다. 솔직히 장쯔이는 더 많은 장소에서, 매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도 아쉽지 않은 배우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처럼 고고한 태도가 어울린다는 얘기다. “맞다.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엄숙하고 도도한 여자들을 연기했다. 하지만 <소피의 연애매뉴얼>(이하 <연애매뉴얼>)의 소피는 평범하고 밝은 여자다. 이번에는 관객과, 거리의 팬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싶었다.”
그녀의 말대로 영화의 소피는 장쯔이가 연기한 여자들 가운데 가장 친근한 캐릭터다.
[장쯔이] 평상시엔 나도 브리짓 존스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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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이 <퍼블릭 에너미>의 주인공을 맡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조니 뎁이 맡아야 할 캐릭터는 193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전설적인 갱 존 딜린저였기 때문이다. 1년 남짓한 동안 두번이나 탈옥을 했고 은행 수십 군데를 털었으며 경찰관을 비롯한 여러 명을 살해했고, 그 때문에 FBI로부터 ‘공공의 적 1호’라고 불렸던 존 딜린저는 매력적인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왠지 조니 뎁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도니 브래스코> 같은 영화에서 갱(으로 위장한 FBI 요원) 역할을 맡기도 했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해적으로 등장했는데도 그는 ‘팀 버튼의 페르소나’로서의 느낌이 훨씬 강했으며 상처입기 쉬운 내면을 가진 반(反)마초 남성의 성향이 다분했다. 특히 ‘여기’가 아니라 ‘저기’를 응시하는 듯한 몽상가다운 눈빛은 냉혹한 갱을 연기하는 데 장애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퍼블릭 에너미>를 보고나서도 그런 선입견을
[조니 뎁] 남성성을 끌어안은 로맨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