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이끼>의 첫날 촬영은 유준상의 몫이었다. “유해국! 당장 그곳에서 나와!” 극중 박민욱(유준상)이 유해국(박해일)의 위험을 전화상으로 직감하고 나서 어서 자리를 빠져나오라며 긴급하게 외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의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첫 촬영의 부담감 때문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떨쳐버리면 그만이다. 그보다는 시나리오 없이 시작한 영화이다 보니 상대의 뭐가 위험한지 제대로 알 길이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나오라고 하지? (웃음).” 지금은 즐거운 첫날의 추억이 됐다.
<이끼>에서 유준상이 연기하는 박민욱의 자리는 중심보다는 외곽에 있다. 그는 검사다. 영화의 주요 인물 중 유일하게 주무대가 되는 마을에 함께 살지 않는 인물인데, 그럼에도 유해국과 과거에 얽힌 어떤 인연(?)으로 이 소용돌이 속에 뛰어들게 된다. 곤경에 빠진 유해국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사람으로 영화 내내 간간이 등장하다가 후반부에 가서
[유준상] 코미디부터 강인함까지, 홍상수부터 강우석까지
-
정재영은 지금 불안하다. 개봉을 앞둔 배우라면 누가 불안하지 않겠냐만 그가 처음으로 한 노역이었고 분장의 이물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쩌면 막연한 노파심.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걱정. “다행히 본 사람들은 신경 쓸 만큼 티가 나지 않는다더라. 그래도 촬영 내내 강박관념 때문인지 영화를 볼 때도 내 모습만 살폈다. 이장의 캐릭터를 이해하기보다 완벽한 노역을 연기해야 한다는 게 더 큰 짐이었다.” 걱정이 촬영 때만 있었던 건 아닐 거다. <이끼>의 원작을 사랑한 팬들은 그의 캐스팅을 우려했다. 본인도 생각지 못한 배역이었다. 노역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가 싫어하는 부류의 얼굴들을 총집합시켰다는 이장 천용덕의 얼굴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당황했다. 해낼 자신이 없었다.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극중에서 ‘두려움이 나를 구한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렇지 않더라. 두려움은 두려움이다. (웃음)” 어쨌든 그는 피부의 숨통을 막는 분장을 반복했다. 그
[정재영] 인간적인 틈, 정재영식 리얼리티
-
영화 <이끼>가 강우석의 전작과 다르다고 할 때, 그건 예상치 못한 원작과의 만남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배우들의 면면일 것이다. 박해일이 한국영화가 그려온 일반적인 남성성과는 거리가 먼 남자들을 연기해왔다면(특히 강우석의 남자들과는 거리가 더 먼 남자들이다), 유준상은 TV드라마와 뮤지컬, 홍상수 감독의 영화까지 다채로운 선택을 했던 배우다. 비교적 강우석과 자주 조우했던 정재영은 언제나 명확함을 기치로 내건 그의 영화를 좀더 미묘하게 만드는 지점에서 연기했다. <이끼>에 한데 모인 이들의 힘줄과 핏줄은 원작뿐만 아니라 강우석의 영화와도 다른 색깔의 결을 새겨놓는다. 의외의 만남에서 얻은 그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정재영, 유준상, 박해일] 배우 만세!
-
-토비 맥과이어의 후임 자리를 꿰찼다.
=피터 파커는 여린 감수성과 강인함이 동시에 필요한 역이다. 내성적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강한데 그런 면이 주효했던 것 같다.
-1983년생, 아직 이름도 생소한 신인이다.
=웬걸. 라디오, 드라마, 영화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보이 A>로 영국 아카데미상인 BATA의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10명의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완벽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바람에, 마크 웹 감독은 당신이 영국 출신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더라.
=어머니가 영국인이시고, 세살 때 영국으로 가서 쭉 그곳에서 살았다. 미국인인 아버지는 그곳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으셨고, 우릴 미국인으로 키우셨다.
-연기는 어떻게 하게 됐나.
=13살 때까지는 체조와 수영을 했는데 적성에 안 맞더라. 부모님이 연기를 권유하셨고, 전문적으로 배우게 됐다. 그때부터 내 인생에도 열정과 목표가 생겼다.
-롤모델은
[who are you] 앤드루 가필드 Andrew Garfield
-
-
유선이 강우석 감독의 <이끼>에서 맡은 역은 이영지다. 영지는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목격하는 여자다. <이끼>에서 유선의 첫 등장신과 대사는 이렇다. 마루를 걸레질하다 유해국(박해일)이 들어오자 말을 툭 던진다. “이 방 쓰실 분? 잘생겼네~.” 그때의 표정과 말투와 분위기가 꽤 신선하다. 이런 것도 연기변신이라 불러야 하나? 글쎄. 지적이고 차분한(<떼루아> <로비스트>), 씩씩하고 고집스러운(<작은 아씨들>), 착하고 순종적인(<솔약국집 아들들>) 인물까지 드라마에서 유선은 참 다양한 역들을 소화해왔다. 영화에선 사이코패스(<검은집>)도 연기했다. 그런데 <이끼>의 미스터리한 여성 이영지가 유선에게 대단한 변신과 도전이 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글쎄, 라고 운을 떼야 할 것 같지만 이렇게 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유선이 강우석 감독을 만났다. 한동안 여배우와는 작업
[유선] 강우석을 만났다 다시 여배우가 됐다
-
-스스로를 소개해달라.
=델핀 샤네크, 1978년생, 프랑스 출신의 배우이자 모델, 가수, DJ다. 최근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스플라이스>에서 신생명체 드렌을 연기했고, 지금은 올리비에 키르 감독의 스릴러 <빅 블랙> 작업 중이다.
-빈센조 나탈리와의 첫 만남.
=‘어느 캐나다 영화’의 오디션 제의가 왔을 때 영화 내용이나 감독, 출연배우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크게 부담없이 스쿠터를 타고 오디션장으로 가던 중 낯익은 남자와 마주쳤다. 다름 아닌 빈센조 나탈리였다! 나는 그의 전작 <큐브>를 봤으며 그의 광팬이었다. 재미있는 건 내가 그날 오디션을 본 첫 번째 배우였는데, 빈센조는 나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막연하게 그려왔던 드렌을 찾았다는 걸 알았다고 얘기해줬다.
-오디션장에서 어떤 연기를 했나.
=빈센조 나탈리는 내게 반인반수를 연기할 수 있는지 묻고는, 에일리언처럼 움직여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8년 동안 배운 가라테 동작 일부를
[who are you] 델핀 샤네크
-
김명민이 강한 메소드 연기자인 건 익히 알려져 있다. 매 작품 그는 ‘자신’의 얼굴을 버리고 ‘인물’의 얼굴을 드러내보였다. 바다 한가운데서 수천명의 병사를 호령하던 이순신 장군(<불멸의 이순신>), 메스를 쥐고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 장준혁(<하얀거탑>), 오합지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 온몸이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하는 종우(<내 사랑 내 곁에>) 등 그가 맡은 많은 인물들에게서 ‘배우’ 김명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그는 작품 속 인물이 되려고 노력했고, 또 빠져들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얼굴로 찾아왔다. <파괴된 사나이>에서 김명민이 맡은 역할은 납치된 딸을 애타게 찾는 아버지 주영수로, 유괴범과의 사투로 점점 파괴되어가는 인물이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그는 주영수가 되었다. 역시 ‘김명민은 김명민이다’라고 할 만하다. 다음은 그로부터
[김명민] 김명민은 김명민이다
-
-데뷔작은.
=지금 스물넷인데, 열아홉에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했다. 처음 연기 배운 날은 2005년 2월23일.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연기를 시작한 날이라 외우지 않으려 해도 외워진다.
-<영도다리>가 첫 주연작이다.
=주연이라고 특별히 부담 가지진 않았다. 오히려 조연이었을 때 어떻게 해서든 튀어야겠다는 생각에 힘들었던 것 같다. 주인공이라 얘기가 많아서 인물 만들기는 편했다.
-미혼모 역인데.
=일단 살을 5kg 정도 찌웠다. 서 있으면 배에 가려 다리가 안 보일 정도였다. 통통해진 배를 보면서 주문을 외웠다. 여기 아기가 있는 거야 하고. 애 낳는 장면은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가정출산 UCC를 많이 봤다. 그리고 애 낳을 때, 아니 애 낳는 연기할 때 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있지도 않은 남편이 너무 보고 싶은 거다. 진짜 애 낳으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옆에 누가 없으면 되게 서럽겠구나 싶었다.
-드라마 <동이>에
[who are you] 박하선
-
고백하자면, 문숙을 몰랐다. 그녀의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한 건 <문숙의 자연치유>(이미지박스 펴냄)라는 책의 표지에서였다. 세월이 비껴나간 것이 아니라 세월을 품어내고 간직해온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고 이만희 감독의 마지막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배우 문숙이었다. 고교 재학 중 TBC 드라마 <세나의 집>으로 데뷔한 그녀는 세편의 영화 <태양 닮은 소녀>(1974), <삼각의 함정>(1974), <삼포가는 길>(1975)을 이만희 감독과 함께 만들었고, 이만희 감독이 <삼포가는 길>의 촬영 직후 4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홀연히 배우의 삶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문숙은 자신이 잊었고 자신을 잊어버린 한국에 두권의 책을 내놓았다. 하나는 이만희 감독과의 마지막 1년을 놀랄 정도로 솔직하게 써낸 2007년작 <마지막 한해: 이만희 감독과 함
[문숙] 날것 그대로의 매력으로 돌아온 그녀
-
- 많이 본 얼굴이다.
= 1년에 CF를 6, 7개 정도 한다. 신라면, 스낵면, 둥지냉면 같은 라면부터 과자, 학습지, 운동화 등등. 지금까지 50개 정도 한 것 같다.
- 연기는 언제부터 했나.
= 고등학교 1학년 때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했다. 이후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서 윤종신 선배님의 매니저로 나왔다. 첫 영화는 <4교시 추리영역>이다. 그때 처음으로 포스터도 찍어보고 언론시사회 때 인사도 했다.
- <포화속으로>에서 맡은 역할은 무전병인 일명 ‘똘똘이’다. 외모랑 어울리는 별명이다.
= 감독님도 보자마자 ‘똘똘이’라고 하셨다. 김승우 선배님도 정말 똘똘이 스머프 같다고 하셨다. 다른 형들이 가슴으로 연기했다면 난 얼굴로 연기한 셈이다. (웃음) 한때는 유재석 선배님과 닮았다는 이유로 기사화된 적도 있다.
- 극중 본인의 더미(시체 모형)가 출연한다..
= 신기했다. 기분이 묘하더라. 더미가 탱크에 깔리면서
[who are you] 김동범
-
“원 데이, 원 타임, 원 달러.” 이 남자, 참 못났다. 사업이란 사업은 다 말아먹고 남의 나라 와서는 순진한 아이들을 상대로 축구화 할부 장사를 하려 한다. <맨발의 꿈>의 전직 축구선수 김원광 얘기다. 이 비호감 캐릭터에 정 많고 순수한 어른 아이의 모습을 덧붙이는 건 온전히 배우 박희순의 몫이다. 한국어-인도네시아어-영어가 뒤섞인 현란한 말투로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다가도 어느 순간엔 외려 그들의 진심에 매료돼 눈물 짓는 김원광을, 박희순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그 이상의 대안은 찾기가 힘들 정도로. 그러나 힘 하나 들이지 않은 듯한 그의 ‘생활 연기’는, 사실 무수히 많은 ‘처음’을 견뎌냈기에 가능했다. 외국 배우들과 함께한 첫 영화, 원톱으로 나선 첫 영화,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첫 영화, 동티모르에서 촬영한 첫 한국영화라는 타이틀을 거치며 박희순은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경험을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맨발의 꿈>은 “맨땅에
[박희순] 동티모르에서 희망을 건지다
-
-너무 동안인데.
=1982년 11월12일생이니 20대 후반이고 대만에서 태어났다.
-데뷔작은.
=대만 인기 오락프로그램 <맞춰볼까요?>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2007년 여성 퀴어영화 <스파이더 릴리>가 영화 데뷔작인데 이사벨라 롱의 첫사랑으로 나와 함께 자전거도 타고 진한 키스신도 있었다. 양귀매와 함께 출연한 <성월무진>(2009) 다음으로 <청설>이 세 번째 영화다.
-대만에서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06년 <분투>가 중국 본토에서도 시청률이 좋아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아요변성경시자>(2007)로 기억해주는 분도 많다. 암흑가 보스의 딸로 나온 <비자영웅>(2009)도 큰 사랑을 받았다.
-수화 연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영화 속 대사의 70%가 수화로 이뤄지다보니 3개월간 수화 개인교습을 받았다. 어색하게 보이면 안되니 틈
[who are you] 천이한
-
“변태, 에잇! 흐흐흐. 또렷해~.” 송새벽은 얼마 전 <마더>에서 함께 작업한 봉준호 감독에게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방자전>에 변학도로 출연한 그를 보고 보낸 문자라 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 송새벽은 변태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포승줄로 묶어놓고 엉덩이 때리며 ‘좋지?’라고 묻는 변학도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려면 변태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 송새벽은 또렷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구사하는, 어딘가 허전한 전라도 사투리로 송새벽은 <방자전>의 방자와 춘향, 이몽룡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배우로서 처음 맡았던 <마더>의 세팍타크로 형사가 영화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잔재미를 선사했다면, <방자전>의 변학도는 송새벽이 더이상 쉽게 지나쳐선 안될 배우임을 일깨워준다. 극단 연우무대를 거쳐 단 두편의 영화 출연작으로 충무로에 이름 세 글자를 확실히 아로새긴 송새벽을 만났다.
# 당신 전라도 사나이 맞지?
제가 고향이 전라
[송새벽] 유쾌한 고집불통
-
영화에는 영화에 필요한 음악을 따로 만들고, 영화 상영 이후 공연에 쓰이는 음악은 동시녹음 소스라는 부산물을 가지고 새롭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두 가지 다른 음악이 만들어지는 거다. 공연에 쓰일 음악에도 역시 내가 생각하는 감독의 느낌이 들어갈 거다. 이를테면 윤성호 감독은 말이 많고 언어로 노는 걸 좋아하지 않나. 그러니 공연에서 나올 음악도 그게 반영되지 않을까.
장영규는 장영규다. 장영규의 이름을 더이상 영화음악집단 ‘복숭아 프로젝트’나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붙여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는 지금 한국 영화음악의 최선전에 서 있는 영화음악가다. 그럼에도 장영규의 이름이 낯설다면 그가 작업한 리스트를 한번 되새겨보자. <미쓰 홍당무> <반칙왕> <여고괴담4: 목소리> <달콤한 인생> <복수는 나의 것>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어어부프로젝트’라는 이상한 밴드의 멤버였던 그가
[장영규] 영화 부산물에서 나오는 즉흥음악 들어보실래요